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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he Rules of Game: The Case of SK Encar

“중고차 시장에도 신뢰-서비스 있다” SK엔카,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다

한인재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중고차를 영어 속어로 ‘레몬’이라고 부른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엉터리인 중고차를 먹음직스러운 색깔과 향기에 윤기까지 흐르지만 그냥 먹기에는 너무 신 레몬에 비유한 것이다. 구매자가 중고차의 사고 이력과 수리 내역, 내부 관리 상태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에, 겉모양만 보고 중고차를 샀다간 후회하는 일이 많다.
 
한국에서도 중고차는 어느 정도 속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때문에 중고차 구매자들은 무조건 값을 깎으려 하고, 그럴수록 판매자들은 더 속여 팔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중고차 매매상들은 결국 영세한 규모를 면치 못한다. 물론 독과점 사업자가 없다는 측면에서 중고차 시장은 결과적으로 완전경쟁시장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의 불균형으로 시장이 왜곡된 결과일 뿐이다.
 
미국에서 이런 중고차 시장의 판을 바꾼 회사가 있다. 1993년 설립된 카맥스다. 카맥스는 ‘정직함’과 ‘신뢰’를 전면에 내세웠다(초기 카맥스의 모토가 ‘Honest Rick’s Used Cars’였다). 카맥스가 구매한 중고차는 평균적으로 12시간의 검사 및 정비 작업을 거친 후에 판매용으로 나온다. 이때 국가가 지정한 검사 항목보다 많은 125가지 항목에 대한 검사 과정을 거친다. 카맥스는 30일간의 보증기간과 5일간의 환불보증기간도 두고 있다.
 
2009년 카맥스는 100여 개 점포에서 연간 약 35만 대의 중고차를 거래, 70억 달러(약 8.1조 원)가 넘는 매출을 올려 포춘 500대 회사(323위)로 성장했다. 중고차 업계의 월마트라 불릴 정도다. 2010년 9월 기준으로 카맥스의 시장가치는 61억 달러(약 7조 원)를 상회했다. 카맥스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다. 카맥스는 포춘지에 의해 최근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자동차 판매회사’로 선정됐으며, 2005∼2010년 6년 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 회사’에 선정됐다.
 
 
한국에도 레몬과 같은 중고차 시장에서 변화를 시도한 회사가 있다. 바로 SK엔카(이하 엔카)다. 2000년 출범해 1억4000만 원의 매출에 머물렀던 엔카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2009년 324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상반기에는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함으로써 연 매출 4000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그림1) ‘중고차’가 아닌 ‘신뢰’와 ‘서비스’를 판다는 기업 철학과, 매입과 판매의 절묘한 균형을 통한 수익성 확보,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며 충성도를 높이는 정규직 및 고정급 중심의 인사 제도가 성장의 원동력이다.
 
재빠른 비즈니스 모델 전환
엔카는 출범 초기 ‘중고차 직거래 온라인 쇼핑몰’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박성철 대표이사가 최초로 이 사업 아이디어를 고안한 1990년대 말의 패러다임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과 중고차 사업을 접목시킨 오픈 마켓을 열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키고, 엔카가 ‘정비사 친구’가 되어 거래를 중개해 준다면 알선 수수료에다 광고 수익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어 보였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호주의 유사 업체는 이런 모델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사한 콘셉트로 출범한 경쟁사가 4곳이 넘었다. 중고차 거래자들이 알선 수수료를 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였다. 법적으로는 알선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거래자들은 ‘내가 광고하고 내가 전화했는데 왜 돈을 내야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절대 만나지 않는 일본, 국토가 워낙 넓어 사람들이 직접 만나기 어려운 미국과 호주와는 사업 환경 자체가 달랐다. 엔카가 받은 건당 1만 원의 광고료는 이 업체들이 거둬들이는 알선수수료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2년차에 접어든 엔카는 큰 결단을 내렸다. 직접 중고차 매매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 직거래 쇼핑몰 사업을 통해 ‘인터넷으로 중고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더라’는 소비자들의 긍정적 인식은 확보했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믿을 만한 업체가 직접 중고차를 팔 수는 없나’라는 구매자들의 욕구도 자연스럽게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2001년 4월 엔카는 1호 직영센터를 개설해 중고차 매매 사업을 시작했다. 25대의 중고차 재고를 갖고 조심스럽게 시작한 사업이 금세 200대 규모로 커졌다. SK엔카는 2002년까지 서울 서부와 강남, 대구, 인천, 대전, 부산에 직영센터를 내고 200억 원에 이르는 연 매출 규모를 달성하게 된다. 이후 엔카는 전국 각지로 직영센터(현재 20개)를 늘리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9년 중고차 4만3000여 대를 판매한 엔카는 2010년 5만 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고차가 아닌 신뢰와 서비스를 판다
SK엔카가 중고차 매매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SK엔카는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들면서 어느 정도 경제력은 있으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20대 중반∼40대 초반의 남성들에게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즉, 중고차를 단순히 ‘남이 타던 차’가 아니라 ‘삶과 추억이 담긴 기록’으로 여기며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을 수립했다. 이런 가치관 아래 도입한 서비스가 ‘차량 진단 서비스’와 ‘수리 보증 서비스’다.
 
 
수리 보증 서비스는 신차 보증기간이 끝났어도 계속 수리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과거 중고차 시장에서는 없었다. 엔카는 신차 출고 이후 7년 및 14만km 이내로 엔카가 진단한 차량들에 대해 수리보증서를 발급한다. 수리비용이 많이 드는 엔진, 미션 등과 같은 주요 부품에 대해서는 보증기간 내 수리비와 횟수에 상관없이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차랑 진단 서비스는 전문 평가사가 사고 여부와 주행거리 조작 여부뿐 아니라 외관 교체 여부, 각종 옵션 유무, 엔진과 변속기 등 115개의 체크리스트를 갖고 일반 소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내부 상태까지 진단해 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통해 구매자는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를 꼼꼼히 점검할 수 있다.
 
엔카는 한 발 더 나아가 차량 진단 결과를 투명하게 인터넷에 올렸다. 사고 이력과 사고 부위, 침수 이력, 옵션 유무, 고장 유무 등을 모두 알렸다. 이런 노력을 통해 엔카는 점차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매장을 방문했던 사람, 과거 거래했던 사람들이 주위에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면서, 엔카는 소비자의 신뢰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궤도에 올랐다. 엔카의 이런 노력은 속고 속이는 중고차 시장에 신뢰와 서비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차량 성능 점검 제도를 강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매입과 판매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핵심 역량
중고차 매매업은 유통업이다. 그런데 매장을 크게 짓고 광고를 해서 손님이 많이 오면 바로 물건을 더 조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유통업과는 다르다. 중고차는 파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어렵다. 즉, 중고차 매매업의 핵심 역량은 빨리 팔릴 수 있는 좋은 차를 사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 규모를 키우려면 중고차를 보상 판매하는 신차 영업소와 렌터카 회사, 리스 회사들과도 신뢰를 쌓고 팔릴 만한 차를 정기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개인으로부터 중고차를 살 때는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속도가 중요하다. 매입 담당자들이 현장에 가서 실제로 차를 제대로 평가할 줄 알고, 팔릴 만한 가격을 정확하게 알아서 개인 판매자들에게 적절한 구입 가격을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 가서 상의해서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중고차 업체의 딜러가 와서 구입해버린다.
 
구매자들이 믿고 찾아오는 건 기본이라는 얘기다. 기본이 됐으면 소싱을 잘해야 성공한다. 안 팔리는 차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차 값은 계속 떨어지고, 주차료와 금융비는 계속 늘어난다. 최소 한 달에 1회전 이상은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실 구매자 대상의 광고와 판매 역량 확보에만 주력하다가 소싱을 못해서 중고차 매매업에서 실패한 대기업 계열사도 있다.
 
반대로 매입에만 주력하다가 망한 회사도 있다. 이 회사는 계열사인 자동차 제조사와 제휴를 맺고 매입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그런데 판매 속도가 매입 속도를 못 쫓아갔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만 끝도 없이 들어갔다.
 
즉, 매입이 어렵긴 하지만 판매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매입과 판매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입을 제대로 못하면 수익이 문제가 되고, 판매를 제대로 못하면 생사가 문제가 되는 게 중고차 매매업이다.
 
그런데 매입과 판매의 균형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매입을 하는 현장에서 판매 가능성과 가격까지 예측하고, 즉각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엔카는 일반적으로 중고차 딜러들이 매입부터 판매까지 다 하는 것과는 달리, 매입 전문, 정비 전문, 진단 전문, 판매 전문 등 철저한 분업화로 담당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또 현장에 과감히 권한을 위임했다. 현장 매입 직원들의 말을 믿고 즉시 매입 대금을 송금해 줬다.
 
매입 사원과 판매 사원을 묶어주는 ‘브라더스 제도’도 한몫했다. 사실 매입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직무를 전문화하면 판매와 관련한 정보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더스 제도가 고안됐다. 매입 현장에서 정보가 부족할 때 매입 사원이 판매 사원과 즉시 상의한다. 판매 사원은 재빨리 시세 DB와 온라인 정보를 조회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춰 구입 여부 및 구입 가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판매를 할 때도 매입 담당자와 판매 담당자가 함께 연결돼 있으면 차량을 구매하려는 고객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매입 담당자가 해당 차량의 단점을 말해줄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차에 대한 신뢰를 주고, 차후에 클레임 등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정규직제와 고정급으로 모럴 해저드 방지
중고차 매매업체 경영자들이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는 매입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다. 직원들이 회사에는 잘 안 팔릴 차만 가져오고, 잘 팔릴 만한 차는 개인적으로 다른 딜러와 거래하기 시작하면, 회사에는 이익이 안 남는 차만 남게 된다. 중고차 매입 사원들은 누구나 이런 유혹을 받게 된다.
 
엔카는 이런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매입·판매 사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다. 대부분의 중고차 업체는 물론, 신차 매매업체들이 정규직제와 고정급제가 아닌 딜러제와 수당제를 택한 것과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직원들이 거짓말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들이 회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회사와 경영자에 대한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믿음은 딜러제와 같은 철저한 성과주의 제도 아래서는 형성되기 어렵다.
 
물론 고정급제로 인해 자신의 성과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안 된다면 우수한 직원들이 떠나갈 수도 있다. 엔카는 이를 막기 위해 성과에 연동한 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가 우수한 하위 직급의 직원이 성과가 저조한 상위 직급의 직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는 길을 터놓았다. 연봉은 투명한 성과 공개는 물론이고, 개인별 면담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본인 희망 연봉, 상사 추천 연봉, 사장 확정 연봉의 3단계를 거치면서 연봉을 정하니 직원들의 불만도 적다. 아직 직원 수가 500명 남짓하기 때문에 사장이 직접 전 직원과 최종 면담을 하고 있다. e메일 등 온라인을 활용한 사장과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다.
 
중고차 매매업에서는 파격적인 정규직제와 고정급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판다는 엔카의 가치관과 어우러지면서 강력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회사와 직원들 간의 신뢰가 형성되면서 이직률(신입 사원 교육 및 연수 과정에서의 이직은 제외)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런 조직 문화 아래서 브라더스 제도는 모럴 해저드를 막을 뿐 아니라, 매입 담당자와 판매 담당자가 서로의 성과를 높이며 동반 성장하게 도와주는 효과까지 내고 있다.
 
엔카는 채용 과정에서부터 엔카의 조직 문화에 맞는 직원들을 뽑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중고차 딜러 출신의 직원들은 가급적 뽑지 않는다. 중고차 딜러들의 업무와 엔카 직원들의 업무는 기본부터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사 능력을 보고 중고차나 신차 또는 다른 상품 영업을 해 본 사람을 뽑더라도 이전 경력은 인정하지 않으며, 우선 백지 상태로 만든 후 엔카의 직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한다.
 
핵심 성공 요인 분석
①통합적 관점으로 조직 내에서부터 신뢰 구축
엔카는 조직 내에서부터 신뢰를 구축해가며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결과를 냈다. 엔카의 사례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신뢰를 구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메이어(Mayer)와 데이비스(Davis), 슈만(Schoorman)이 제시한 신뢰 모형(Trust Model)1 에 따르면, 신뢰(Trust)는 능력(Ability)과 호의(Benevolence), 진실성(Integrity)에서 비롯된다.(그림2) 즉, 신뢰 창출자의 능력과 대상자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일관된 원칙의 추구가 신뢰 형성으로 이어진다. 일단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리스크를 인지하더라도 리스크를 안고 관계를 지속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다시 신뢰 구축의 3요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순환적 피드백 과정을 거쳐 신뢰가 형성되고 축적되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신뢰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신뢰는 조직과 개인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 있어 관계(relationship)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엔카는 사업 특성상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 방지가 회사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조직과 직원 간의, 직원과 직원 간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엔카는 현장 권한의 강화, 부서별 전문화, 브라더스 제도, 정규직 중심의 인사제도 등을 통해 신뢰의 3요소인 능력과 우호성, 진실성을 확보했다. 또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상호신뢰의 조직문화를 형성했다. 이런 조직 문화는 조직 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엔카는 이렇게 형성된 조직 내의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지향하는 경영철학은 차량 진단 및 정비 서비스, 투명한 정보 공개, 고객 중심 서비스로 이어졌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엔카는 자사의 차별화된 능력을 우호적이며 진실한 태도로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신뢰 경영’, 즉 고객의 신뢰뿐 아니라, 직원 간의 신뢰, 회사와 직원 간의 신뢰 구축이야말로 엔카가 높은 효율성과 낮은 이직률, 높은 직원 숙련도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②실물 옵션 접근법에 기반한 사업 확장
엔카는 사업 확장에서 실물 옵션 접근법(Real Option Approach)을 활용했다. 엔카 대표이사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신뢰 구축 및 사업 확장에 관한 엔카의 실물 옵션적 접근법을 잘 보여준다. “2년째 들어서면서부터, 2대, 3대씩 팔기 시작한 거예요. 사보기도 하고 팔아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처음에는 재고를 25대 갖고 시작했는데, 재고가 어느새 50대가 되고, 100대가 되고, 200대가 되고. 서울, 인천 이렇게 확장하다가, 대구, 부산에도 열고 이렇게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갔죠. 지방의 고객들이 우리는 왜 없냐. 우리도 만들어줘. 자꾸 이런 니즈가 생기니까….”
 
엔카는 고객의 신뢰 수준이 낮고 불확성이 높은 중고차 시장에서 작은 규모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장 정보를 취득하게 된다. 엔카가 이를 재가공해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점차 고객의 신뢰가 형성되고 시장에서 엔카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엔카는 투자를 늘려 상품과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더욱 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러한 엔카의 접근법은 전형적인 학습옵션(Learning Option)에 가깝다. 신뢰 형성과 사업성 테스트를 위한 초기투자는 실물옵션의 취득(Acquisition of Real Option)이고, 더욱 더 강력한 신뢰 구축과 관련 산업으로의 확장은 실물옵션의 행사(Exercising Real Option)라고 볼 수 있다.
 
실물 옵션의 가치는 불확실성이 클수록 증가한다. 사업 초기에 소비자와 공급자의 엔카에 대한 신뢰 수준은 다른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의 신뢰도가 여전히 낮고 불확실성은 큰 상황에서, 엔카가 취득한 신뢰라는 실물 옵션의 가치는 기대 이상이었다. 엔카가 사업 초기 신뢰 구축에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확장을 해 나간 실물 옵션적 접근은 대단히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판단된다.
 
③기업의 목표에 맞는 조직 설계
조직을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설계한 점도 엔카의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엔카는 정보 불균형으로 잘 작동되지 않는 중고차 시장에서 당장의 효율성(efficiency)을 희생하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활동을 추구해 결국 시장을 재편하고 카테고리 리더가 되는 효과(effectiveness)를 누렸다. 이러한 전략의 실행은 다른 중고차 업체와는 다른 엔카의 조직 목표와 구조, 제도,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센티브[평가기준/대상]
평가기준은 인센티브의 기준을 행위와 결과 중 어디에 두고 있는가를 의미하며, 대상은 개별 성과와 그룹별 성과 중 어느 것을 인센티브의 대상으로 삼는지를 의미한다. 엔카는 관련 업종에서는 이례적으로 수당제가 아닌 고정급을 선택하고 있다. 동시에 성과를 급여에 반영하기 위해 성과에 연동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연봉은 직원과 상사, 사장의 합의 하에 결정된다. 이러한 급여체계는 기본급(personal pay)과 성과급 (bonus-based)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정보시스템[암묵성/정보량]
암묵성은 정보의 체계화가 어려운 정도를, 정보량은 조직이 수집하고 관리하는 정보의 양을 의미한다. 엔카는 중고차 업계의 특성상 인간중심적(people-driven)인 정보 보유 측면도 갖고 있지만, 많은 중고차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해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료중심적(data-driven) 정보구조로 분류할 수 있다.
 
협동 및 통솔[분권화/공식화]
공식화는 작업방식을 규정하는 규칙이 일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의미하며, 분권화는 협동과 통솔의 책임이 어느 수준까지 하부 조직과 개인에게 부과되는지를 의미한다. 엔카는 매입과 같이 빈도가 높은 운영상 결정은 현장에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적’이며. 동시에 협업을 촉진하는 제도를 통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는 측면에서 ‘모자이크(mosaic)’ 조직의 특성도 보인다.
 
조직환경[변화 준비도/긴장]
변화 준비도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 조직구성원이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며, 긴장은 작업환경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갈등의 정도를 뜻한다. 엔카의 강력한 조직 문화는 조직 내부의 갈등을 줄여주면서 조직 전체가 외부적 어려움에 대처하는 힘이 된다. 즉 그룹적(group)이며, 발전적(developmental)인 조직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리더십[위임 선호도/불확실성 회피도]
위임 선호도는 하부 조직으로의 권한 위임 정도를 뜻하며, 불확실성 회피도는 경영진이 의사결정 시 감수하는 위험의 정도를 뜻한다. 엔카는 현장 매입 직원을 믿고 매입 관련 결정권을 위임했으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중고차는 물론 중장비까지 취급하는 오픈마켓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엔카의 리더십은 리더형(leader)이라고 볼 수 있다.
 
 
 
인력[전문성/인력 수] 
전문성은 기업의 직원들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의 정도를 뜻하고, 인력 수는 기업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인력 숫자에 의존하는 정도를 뜻한다. 엔카는 매입과 판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장 직원의 전문성 향상을 통한 현장 중심의 매입결정을 하고 있다. 또 직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구조적 틀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연구소(laboratory) 또는 사무실(office)형 인력구조로 볼 수 있다.
 
 
과업설계[반복성/가분성]
반복성은 기업의 업무가 얼마나 반복적인지, 가분성은 하나의 큰 업무가 상호독립적인 작은 업무들로 나눠질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엔카는 매입과 판매를 중심으로 반복적인 업무의 비중이 큰 편이다. 또 현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매입에서 판매까지의 흐름을 여러 업무로 나누어 각 업무가 상호독립적으로 시행되므로, 세분(fragmented)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식교환[자유도/IT 활용]
 자유도는 지식의 획득, 교환, 개발을 위해서 경계를 넘나드는 게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고, IT 활용은 지식 교환을 위한 IT의 활용수준을 의미한다. 엔카는 매입부서와 판매부서가 직접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판매부서의 축적된 판매데이터를 활용해 매입부서가 신속하게 매입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조직적(cellular)이며 네트워크(network)적인 지식교환 방식에 해당한다.
 
조직목표[효율성/효과성]
효율성의 관점에서는 투입물과 비용에 중점을 두는 반면, 효과성의 관점에서는 성과와 매출에 무게를 둔다. 엔카는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직영센터로 확장해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의 전문성 및 업무 지원 강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판매규모를 늘리고 있다.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조직의 구조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엔카는 효과성(effectiveness)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중적 조직이론(Multi-continge-ncy Organization Theory)’2 은 엔카의 조직이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계돼 있는지 진단할 수 있는 유용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표1>은 다중적 조직이론에 기반해 조직의 적합성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엔카와 관련된 부분만을 추출한 것이다(실제 표는 더 방대함).
 
<표1>의 왼쪽 첫째 열은 평가하고자 하는 조직의 요소다. 제목 행 아래 첫 번째 행은 조직의 인센티브 제도를 평가 기준과 대상의 두 가지 축으로 분석했을 때, 기본급과 능력급, 성과급, 이익분배의 4가지 종류가 있음을 보여준다. 각 조직 요소별로 엔카 조직의 특성에 부합하는 형태는 <표1>에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각 조직 요소별 특성에 따라 엔카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요소가 효과성을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조직설계에 있어 최적의 결과는 외부 환경과 조직목표, 전략, 조직구조가 일관성을 지닐 때 나온다. 결론적으로, 다중적 조직이론에 따른 분석 결과, 엔카는 효과성을 조직의 목표로 삼고, 전반적인 조직구조를 성과 향상에 부합하도록 구성했음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조직목표와 인적 자원, 제도, 조직 구조의 조화는 엔카가 상품을 넘어선 서비스의 제공과 고객의 신뢰 획득으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확보하고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기반이 됐다.
 
도전 과제
엔카는 한국 시장에서의 중고차 매매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무래도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개인 간 직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고, 각 지역에 기반한 소규모 매매 업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카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미래의 성장 동력을 얻고자 한다. 2006년부터 엔카는 꾸준히 중고차 수출 물량을 늘려 2009년 3017대를 수출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2010년 1월 엔카는 중고차와 부품, 중장비까지 사고 팔 수 있는 글로벌 오픈마켓 사이트인 오토위니닷컴(www.autowini.com)을 오픈했다. 현재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 한국어의 7개국 언어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카의 글로벌 오픈 마켓은 무역 실무를 직접 처리하기 힘든 개인보다는 무역업자와 수출업자, 수입업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엔카는 각국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을 뽑아 B2B 고객들에게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 증가 속도는 느리지만 성과는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고차를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사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인접 시장을 타깃으로 일본 중고차 매물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한국 중고차나 부품, 중장비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있다. 엔카는 언젠가는 자동차를 테마로 한 글로벌 카테고리 킬러로 자리잡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엔카가 증명한 성공 방정식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하리라는 법은 없다. 엔카의 조직문화, 조직구조, 제도, 역량 중 지금까지 핵심 경쟁력이었던 요소 중에 미래 성장의 걸림돌이 있다면 과감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 것인지, 그리고 신뢰 구축과 성과 향상의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지현(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한인재 한인재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AT 커니 코리아 컨설턴트/프로젝트 매니저
    - 에이빔 컨설팅 컨설턴트/매니저 - 삼성생명 경영혁신팀 과장
    db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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