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모형 스핑클3

반대쪽을 보라, 데카르트처럼

66호 (2010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놀라운 통찰로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스핑클’ 모형을 토대로 기업인들의 통찰력을 높이는 실전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데카르트는 수학, 물리학, 의학, 철학에서 세계사적 업적을 이룬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수학적, 논리적 사고가 문명발전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신으로 회귀하던 중세의 지성을 인간에게로 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간 사고에 대한 통찰을 통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데카르트가 만든 업적은 너무 많아, 이루 다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이중에는 흔히 수학사에 빛나는 성과물로도 꼽히는 ‘음수’를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데카르트 이전에는 서양 수학에서 음수가 사용된 바 없다. 음수는 단지 상상속의 숫자에 불과했다. 데카르트는 어떻게 음수를 발견했고, 이를 현실에 활용했을까?
 
잠깐 숫자에 대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어떻게 해서 숫자가 탄생하게 됐을까? 학자들은 최초의 숫자는 사냥감과 관련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맘모스 한 마리, 양 두 마리, 토끼 세 마리처럼, 자신들이 포획한 사냥감의 개수를 세기 위해 숫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고대 인류가 사용한 숫자는 모두 양수였다. 왜 양수였을까? 자연에 존재하는 숫자를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맘모스 -1마리, 양 -2마리, 토끼 -3마리는 실재하지 않는 숫자이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숫자다. 그래서 표현할 수 없었다.
 
물론 고대의 수학자들은 음수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수이므로, 이를 불경스럽게 생각해 표현하지 않았다. 따라서 데카르트 이전에는 음수가 명시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인류 문명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음수가 어떻게 세상에 나타났을까? 이는 전적으로 데카르트의 공헌이다. 데카르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음수를 현실 속의 숫자로 바꿔 놓았는지 살펴보자. 포병 장교로 전쟁터에 출전했던 데카르트는 포격 대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막사 천장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문득 파리의 움직임을 어떻게 정확하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던 데카르트는 천장의 가로, 세로줄을 기준으로 바둑판 모양의 그림을 그리면 파리 위치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데카르트는 비로소 좌표의 개념을 생각해냈다.
 
그런데 문제는 0 이하의 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것이었다. 직선상에 0, 1, 2, 3, 4, 5와 같은 자연수를 표현할 수는 있었지만, 그 반대의 공간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것을 고민하던 데카르트는 드디어 음수의 사용을 생각하게 된다. 0 이상이 있다면, 0 이하도 존재한다. 이것을 직선상에 표현하면, 매우 많은 정보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0의 오른쪽에만 숫자가 있었고 왼쪽에는 숫자가 없었던 직선에 문명 최초로 음수를 적게 된다.
 
그는 0 왼쪽에 -1, -2, -3, -4, -5를 표현했다. 이것을 수직·수평선으로 교차하게 되면,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X축과 Y축으로 이뤄진 좌표가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그리스인이 만든 좌표법이 있기는 했지만 음수가 도입된 좌표는 역사상 처음이었고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이로써 점과 수식을 같은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게 됐고 기하와 대수가 통합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함수의 개념이 표현되기 시작했고 미분, 적분을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직선뿐만 아니라 원, 타원, 쌍곡선과 같은 기하학적 도형도 모두 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실로 놀라운 수학사적 발전이 이 간단한 순간에 탄생된 것이다. 데카르트가 만든 이 놀라운 통찰에 후대의 학자들은 경의를 표했다. 이 직각 좌표의 평면을 데카르트의 라틴어 이름인 ‘카르테시우스(Cartesius)’를 따서 ‘카르테지안 평면’이라고 부른다.
 
기존지식의 반대를 통찰하라
음수의 발견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을까? 데카르트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직선상에 양수를 표현하고 나니, 그 반대의 것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반대의 것에 마이너스(-)라는 이름을 붙여준 게 계기가 됐다. 수천 년간 오직 양수만 존재했지만, 데카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색함으로써 실로 놀라운 발견을 이루게 된다. 양수의 반대를 살피니 이전에 없던 음수가 자연스럽게 도출됐고, 그 결과 양수의 개념이 재정립됐다.
 
너무 간단하지만 훌륭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펴보면, 이전에 깨닫지 못하던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반대를 살펴봄으로써 발전을 이룬 사례는 너무나 많다. 단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스티브 잡스의 반대 사고
데카르트와 영역은 다르지만 지난 100년간 소비자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중 한 명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다. 그는 무엇에 집중했기에 이토록 놀라운 결과물을 연이어 만들어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색하는 전문가였다.
 
그가 세상에 던진 최초의 충격, 애플컴퓨터를 생각해보자. 그는 1977년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낸다. 아무도 생각해본 적 없는 개인이 쓰는 소형 컴퓨터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것은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사용하는 대형 컴퓨터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IBM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은 “이 세상은 5대의 컴퓨터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70년대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강자였던 디지털이큅먼트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케네스 올센 역시 “개인들이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개인용 PC 시장을 완전히 무시한 바 있다. 이처럼 개인용 소형 컴퓨터에 대한 관점 자체가 전혀 없던 시절, 스티브 잡스는 어떤 절차를 거쳐 소형컴퓨터를 구체화시킬 수 있었을까? 바로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핌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십중팔구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컴퓨터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처럼 데이터량이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개인들도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계산, 저장, 출력과 같은 기능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사이즈와 기능을 줄이고 개인이 쓰기에 적합한 소형 컴퓨터를 만들어낸다면, 세상은 깜짝 놀랄 것이고 그에 따른 수요는 반드시 발생할 거야.” 이것이 스티브 잡스가 찾아낸 개인용 컴퓨터의 탄생 이유다. 그는 무엇을 한 것인가?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색했다.
 
큐래드의 반대 사고
우리나라에 대일밴드라는 게 있다. 대한민국 사람 중 이 반창고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반창고 제품의 원조는 존슨앤드존슨의 벤드에이드(Band-Aid)다. 이 제품은 이미 수십 년간 세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벤드에이드의 색깔은 살색이다. 왜냐하면 상처 난 부위가 겉으로 드러나면 누가 봐도 좋지 않으니, 가능하면 살색과 비슷하게 만들어 표시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상처 난 것을 감추려는 경향이 강해 살색 제품이 주로 판매됐다. 그런데 이런 기존 지식에 전혀 다른 관점을 적용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큐래드(Curad)다.
 
큐래드는 기존 밴드에이드가 모두 살색이라는 점에 착안해 정반대의 접근을 시도한다. 모두 살색, 단색인 기존 제품과 달리, 큐래드는 반창고를 완전 컬러로 재구성하고, 한발 더 나아가 캐릭터까지 입혔다. 이전까지의 반창고는 피부색과 동일한 색상으로 만들어 티 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지만, 큐래드는 오히려 컬러와 캐릭터를 입혀서 외부에 드러내놓은 반창고가 된 것이다.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 어린이 계층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어린이들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살색 반창고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주인공, 즉 슈렉부터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에 이르기까지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들어간 큐래드에 환호했다. 심지어 어린이들은 자기 또래의 한 친구가 큐래드를 붙이면 따라 붙이는 경향까지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상처가 나지 않아도 붙이는 아이들도 생겨난 것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용도가 탄생한 셈이다. 실질적으로 반창고의 주 사용 층은 어린이들이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무슨 방법이 사용된 것인가?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핀 것이다.
 
SKY UMBRELLA의 반대 사고
우산은 보통 비를 피하는 도구다. 그래서 방수 기능과 사용 편리성, 내구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뉴욕의 MOMA 미술관에서는 기존 우산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했다. 그것이 바로 스카이 엄브렐러(Sky umbrella)다. 이 제품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산 안쪽에 맑은 하늘을 그려 넣었다. 사진만 봐도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우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산은 비만 피하는 도구가 아니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질 수 있는 게 바로 스카이 엄브렐러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의 우산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우산 안쪽에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그려 넣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내용을 구현했다.
 
이처럼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펴보는 것은 위력이 크다. 사람들은 보통 익숙한 관점에서만 생각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의 반대 사실을 알게 되면 인지적으로 놀라움이 발생한다. 이것이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피는 근저의 힘이 다. 통찰하고 싶다면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펴보라. 적어도 아이디어의 단초는 얻을 수 있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신병철 대표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명 학술지인 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실었다.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등의 저서가 있다. 시맨틱 리서치 전문회사 WIT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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