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잘못 알렸네!” 지체말고 수정하라

63호 (2010년 8월 Issue 2)

 
2007년 1월. 와튼 경영대학원 운용 및 정보관리학 교수 우리 시몬슨(Uri Simonsohn)은 e메일로 뉴욕타임스 기사를 접했다. 이는 시중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 소비자 월간지 <컨슈머 리포트>가 발표한 자동차 유아용 좌석의 안전 등급이었다. 컨슈머 리포트는 자동차 사고에서 다양한 모델의 유아용 좌석이 어느 정도 충격을 버틸 수 있는지 조사했다. 신기하게도 결과는 컨슈머 리포트가 2년 전 실시했던 동일한 실험 결과와 완전히 달랐다. 과거 실험에서 높은 점수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제품들이 측면 충돌 실험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2년 전 실험 결과에서 1위였던 제품을 산 시몬슨은 새 실험 결과를 접하고, 제품 교환을 결심했다. 그러나 바쁜 생활에 쫓겨 유아용 좌석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은 뒤로 미뤄졌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다행이었다. 2주 뒤 컨슈머 리포트 편집진은 “실험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으며, 따라서 실험 결과에 신빙성이 없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기사를 보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시몬슨은 말했다. 그는 온라인 경매 서비스와 복권이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탐구한 적이 있다. “믿고 있던 정보가 잘못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잘못됐다는 정보를 무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를 어떤 방법으로 확인할까?” 시몬슨은 온라인 경매 쇼핑 사이트에서 추출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초의 잘못된 기사와 이후의 철회 보도가 소비자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처음의 안전 등급 발표는 소비자로부터 신속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보도 이후 안전 1등급을 받았던 모델은 온라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찰이 증가한 반면, 낮은 등급을 받은 모델은 입찰이 줄어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평가 등급이 잘못됐다는 정정 기사가 나가자, 소비자들은 즉시 자신의 행동을 재조정했다. 사람들은 믿고 있던 정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잘못된 정보를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다는 이전의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행동이었다. “이제껏 발표된 자료만 보면 사람들은 정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쉽사리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고 되어 있었다”고 시몬슨은 말했다.
 
시몬슨 교수가 작성한 논문인 ‘컨슈머 리포트지 오보를 통해 고찰한 소비자 태도: 소비자는 잘못된 정보를 무시하라는 전문가 충고를 따른다’는 미국마케팅협회가 발간하는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에 실릴 예정이다. 논문은 잘못된 정보가 전달됐다면 컨슈머 리포트처럼 정정 보도를 신속히, 또 적극적으로 발표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참고하면 좋을 자료다. 그러나 컨슈머 리포트가 미국에서 어떤 매체보다 신뢰를 받는다는 점, 부모는 자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은 여타 실험과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컨슈머 리포트는 비영리단체인 미 소비자연합이 발간하는 공신력 있는 소비 잡지다. 그렇기 때문에 2007년 초 차량 충돌 실험에서 12개의 안전 좌석이 “형편없이 망가졌으며, 일부는 충격 시 형태가 크게 뒤틀리거나 좌석에서 분리돼 자동차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는 보도는 즉시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가장 매출이 높았던 모델까지 기본 안전 실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목을 끌 정도로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류가 발견됐다. 2007년 안전도 실험에서 정면 충돌과 측면 충돌을 함께 실험할 장비가 없었던 컨슈머 리포트는 미 연방 도로교통안전국의 도움을 받아 실험을 실시했다. 그런데 도로교통안전국은 실험 설계 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컨슈머 리포트가 측면 충돌 속도를 시속 62km로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그 두 배에 달하는 시속 112km로 설정한 것이다. 이 정도 속도의 사고에서 제대로 버틸 수 있는 안전 좌석은 극히 드물다. 실험 과정에서의 오류를 알게 된 컨슈머 리포트는 기존 발표를 신속히 철회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렸다. 편집진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구독자에게는 정정 내용을 엽서로 보냈다. 컨슈머 리포트는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이 됐다. 물론 이번에는 영광스럽지 않은 유명세였다.
 
후회만 말고 인정하라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시몬슨은 언론에서 별반 조명을 받지 못했던 부분에 흥미를 느꼈다. 첫 기사가 보도되고 사과문이 게재된 후 소비자 행동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처음에는 사과문이 아무리 많이 보도됐더라도 “오보를 무시하기는 특히 힘들기 때문에” 애초의 보도가 유아용 안전 좌석 시장에 잔상을 남기리라고 예상했다. 처음의 기사 내용이 틀렸다는 정정 보도가 나갔다 하더라도 자녀의 안전과 같이 예민한 사안이라면 안전 부적격 평가를 받은 특정 제품에 대해 ‘혹시 모른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다룬 연구는 상당히 많다. 특정 내용을 보고 받은 실험 참여자들은 그 내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이전의 정보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일명 ‘사후 보고 패러다임(debriefing paradigm)’은 시몬슨의 논문에서도 논의됐다. 중요하지 않고 상관도 없는 정보가 실험 참여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정작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게 하는 ‘희석 효과(dilution effect)’도 비슷한 현상이다.
 
시몬슨은 온라인 경매 쇼핑 사이트에서 자동차 안전좌석 판매 가격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수집해서 소비자들이 부정확한 정보, 혹은 철회된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경로를 이용하는지 실험했다. 이를 위해 시몬슨은 컨슈머 리포트 최초 보도 3개월 전과 후의 자료를 수집했다. 그는 2005년과 2007년 해당 잡지에서 안전 등급 상위를 차지한 6개 모델의 입찰가를 조사했다. 조사 범위는 5471건의 경매 구매였다. 그 결과, 2007년 안전 등급이 하향 조정된 제품은 6개 브랜드 제품 중 4개였고, 2개 제품은 2005년과 비교해 안전 등급이 상승했다. 시몬슨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안전 등급이 1단계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마다 제품의 평균 낙찰가는 3%포인트씩 증가하거나 감소했다. 다시 말해, 제품의 등급이 4단계 하락하면(연구 대상이 됐던 브랜드의 평균 하락폭이다) 입찰가는 12%나 하락하게 된다.
 
시몬슨은 2007년의 잘못된 실험 결과는 이전의 실험 결과와 너무 달랐기 때문에 제품 매출에 그만큼 극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컨슈머 리포트가 기존 상식에 완전히 위배되는 정보를 발표한 사건은 유례없는 실험 기회를 제공했다”고 시몬슨 교수는 논문에 적었다. “2007년의 안전도 평가가 낙찰가에 미친 영향은 (컨슈머 리포트와 같은) 전문가(로 인식된 집단)들이 소비자 수요에 인과적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 증거를 제공했다.” 컨슈머 리포트가 소비자 안전을 지키는 첨병 역할로서의 권위를 획득했다는 점, 최초 안전 평가 기사와 이후 철회 소식이 미국 전역에 보도됐다는 점은 전문가가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통찰력을 줬다고 시몬슨은 강조했다. 지역신문 포털 뉴스뱅크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컨슈머 리포트의 안전 평가를 보도한 기사는 51개였고(상대적으로 보도가 많이 된 편), 정정 기사와 사과문을 보도한 기사는 118개였다.
 
 
이렇게 보도가 많았던 덕분에 철회 기사가 나간 이후 안전 좌석 경매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실험 오류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시몬슨이 자료를 조사한 결과, 정정 보도 직후 명예를 회복한 6개 브랜드 제품의 가격은 첫 번째 기사가 나오기 전의 가격으로 돌아갔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이븐플로가 제작한 제품은 첫 실험에서 받은 안전 부적격 판정이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븐플로의 경우 시속 112km뿐만 아니라 표준 속도인 시속 48km 안전 실험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정적 정보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이는 정정 보도 후에도 사람들이 원래 기사를 보며 대조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이븐플로의 제품이 여전히 안전 부적격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PR 실패에 유의하라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서 홍보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컨슈머 리포트의 사례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시몬슨의 논문은 이 같이 보다 전반적인 문제를 다뤘다. “마케터라면 전달된 정보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비자들이 이를 그냥 무시해주기를 바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시몬슨은 썼다. “일례로, 브랜드와 연관된 부정적 이미지(‘미국산 차는 안전하지 않다’), 제품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저 음식점은 돌연변이 닭을 음식 재료로 한다’), 혹은 과학적 연구로 이미 틀렸음이 입증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잘못된 통념(‘임신 중 커피를 마시면 태아 발달에 좋지 않다’) 등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기업이 많다.” 요즘처럼 뉴스의 수명이 짧은 24시간 보도 환경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혀 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폭파 테러에 억울하게 연루돼 언론에 상세히 보도됐던 경비 리처드 주얼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범죄와 억울하게 연관된 사람들은 명예를 되찾기 위해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물론, 자동차 안전좌석에 관한 컨슈머 리포트의 실수는 다른 사건과 구분되는 점이 있다고 시몬슨은 인정했다. 어린 자녀가 앉을 좌석을 찾고 있는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구매 요소는 가격이 아니라 제품의 안전도다. 또 미국 내에서는 컨슈머 리포트만큼 소비자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도 드물다. “다른 누구도 아닌 컨슈머 리포트가 확실하고 설득력 있게 이전 보도 내용을 무시하라고 말했다는 점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시몬슨은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아마존닷컴 구매자 평과 같은 기타 경로를 통해서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 검증할 수 있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이제까지 많은 연구들이 소비자는 잘못된 정보를 무시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그러나 시몬슨의 연구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이를 대체할 권위 있는 새로운 정보를 준다면 오류를 수정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논문은 다음과 같은 점도 강조한다. “정보를 전달한 뒤 잘못된 정보였음을 알려주고 나서 참여자가 잘못된 정보를 무시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통제 실험을 실시했다. 참여자는 추가적인 정보를 얻거나, 결정을 미루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한계가 있다.” 의사결정 전문가들은 “한 번 전달된 정보를 완전히 지우기는 불가능하다. 잘못됐다고 철회를 하더라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몬슨의 연구 결과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여기 이를 반박하는 사례가 있다”고 강조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 @ Wharton>에 실린 ‘Marketing Crash Course: It’s Not All Bad news When Consumers Collide with Wrong Information’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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