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의 출발점은 현 브랜드의 성과와 지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리브랜딩을 주로 패키지나 브랜드 로고의 변화 등 협소한 범위의 활동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리브랜딩은 시각적인 카테고리의 변화뿐 아니라 제품에서의 변화는 물론, 브랜드 네임과 슬로건, 브랜드 개성 등의 변화까지를 모두 포함하기도 한다. 따라서 브랜드 디자인 측면에서만의 고객 평가가 아닌 좀 더 포괄적인 ‘브랜드 자산’ 측면에서 브랜드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리브랜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브랜드 자산의 정의
1980년대 후반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성행하면서 ‘브랜드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시기부터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화폐 가치로 환산해 대차대조표상 무형자산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점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브랜드 자산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한편 학문적 견지에서 브랜드 자산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데이비드 아커가 ‘브랜드 자산의 전략적 관리(Managing Brand Equity)’라는 책을 출판하면서부터였다. 학문적으로 브랜드 자산에 대한 연구 역사가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자산을 보는 관점만큼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재무적 접근법과 마케팅적 접근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무적인 접근법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에 의해 형성된 기업 가치의 상승 분 또는 현금흐름의 증가된 부분’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는 브랜드 자산을 무형자산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마케팅에서는 브랜드 자산을 ‘소비자, 유통경로 구성원,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브랜드가 없었을 때보다) 더 높은 매출액과 이윤을 보장해 주며, 경쟁자에 비해 강하고 지속적이며 차별화된 우위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결집체’로 정의한다.
IPS 브랜드 자산가치 평가 모델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측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브랜드를 평가하는 단순한 공식이나 절대적인 평가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학계 및 실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 자산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여기서는 산업정책연구원(IPS)의 브랜드 자산가치 평가(IPS Brand Asset Evaluator) 모델을 통해 자세한 평가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브랜드 자산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객관적 정보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재무적 접근법과 시장에서의 소비자 인식을 반영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 마케팅적 접근법이 있다. 그리고 재무적 접근법과 마케팅적 접근법을 통합한 모델이 있다. IPS 브랜드 자산가치 평가 모델은 바로 세 번째, 즉 재무적 접근법과 마케팅적 접근법을 통합한 모델이다.
1) 재무적 접근법에 기반한 브랜드 수익(Brand Income) 산출
우선, 브랜드 수익을 산출하기 위해 기업의 매출액을 기본 데이터로 활용한다. 매출액을 변수로 활용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최종 소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궁극적으로는 기업 매출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3개년’ 자료를 활용한다. 각 연도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3개년 가중 평균 매출액을 도출한다.
3개 연도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특정 브랜드와 연관된 이미지나 연상이 소비자 머릿속에 일단 자리잡으면 별다른 활동이 없어도 3년 정도 지속력을 갖는다는 전문가 조사에 따른 것이다.1
추후 브랜드 파워지수를 적용해 최종 도출을 목표로 삼는 ‘브랜드 자산가치’를 ‘향후 3년간’ 추가적인 브랜드 관련 활동(광고, 프로모션, 브랜드 확장 등) 없이 순수하게 브랜드만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으로 정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중 평균한 매출액에는 각 산업별로 브랜드 의존도를 나타내는 산업지수(Industry Index)를 적용해 1차적으로 브랜드 수익을 산출한다. 산업지수는 전문가 패널, 설문조사와 FGI(표적집단인터뷰)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의사 결정 시 브랜드가 산업별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해 지수화한다. 산업지수 최하점은 0점, 최고점은 1점으로 만약 특정 산업의 지수가 1점이라면 그 산업에 속한 기업의 수익은 모두 브랜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2) 마케팅적 접근법에 의한 브랜드 파워 지수(Brand Power Index) 산출
브랜드 파워 지수는 해당 브랜드가 현재 시장 내에서 지니고 있는 마케팅 수준과 소비자들에게 형성돼 있는 이미지, 그리고 향후 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 브랜드의 잠재적 능력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각 브랜드의 지속성 정도를 나타내는 브랜드 파워 지수는 소비자 설문 조사를 통해 산출한다. 조사 항목 구성은 아커의 브랜드 자산 이론을 기반으로 했다.(표1 참조) 즉, 브랜드 자산을 구성하는 요소로 브랜드 인지(Brand awareness), 브랜드 연상(Brand association), 지각된 품질(Perceived quality), 기타 독점적 자산(Exclusive asset) 등 네 가지를 이론 변수로 구성해 각 변수별로 타당성 있는 측정 변수를 도출,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
3) 브랜드 자산가치 산출
위 1)에서 1차적으로 도출한 브랜드 수익을 기반으로 향후 3년간의 브랜드 수익을 추정한 후 3년 만기 국채이자율을 적용, 현가화시킨다. 여기에 2)에서 도출한 브랜드 파워 지수를 적용해 최종적으로 브랜드 자산 가치를 산출한다. 2009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자산가치 산출 사례를 위 3단계 과정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2006, 2007, 2008년 각 3개 연도 매출액을 가중 평균한다. 가중치 비율은 1: 2: 3으로, 최근 연도 매출액 비중을 가장 많이 반영한다.
<삼성전자 가중평균 매출액 산출>
(2006년 매출액*1/6)+
(2007년 매출액*2/6)+(2008년 매출액*3/6)
= 65조7513억 원
전문가 패널 조사 및 FGI 결과 2009년 삼성전자가 속해 있는 전기·전자 산업군의 산업지수는 0.428로 조사됐다. 가중평균 매출액에 산업지수를 곱해 1차적으로 산출된 삼성전자 브랜드 수익은 28조1415억 원(65조7513억 원×0.42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