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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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2010년 4월 Issue 1)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는 무려 25개 기업에서 각종 스폰서를 받고 있었다. 만약 김연아가 돌발 사고로 금메달을 못 땄거나 ‘노 메달’에 그쳤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까? 많은 돈을 투자한 기업은 광고를 내보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만 했을 것이다.
 
스포츠는 레저에 대한 욕구 증가, 스포츠 스타에 대한 관심과 미디어의 발달로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이 주목을 받을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위기 요인도 늘어나고 있다. 스포츠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데다 미디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때문에 사소한 잘못도 대중의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비자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체계적인 위기관리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성공만큼 실패가 초래한 효과가 매우 큰데도 이를 쉽게 무시하곤 한다. 이 글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에 따르는 위기 유형을 분석하고, 위기 대처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포츠 마케팅의 2가지 위기 유형
보통 관리 대상이 되는 위기 유형을 잠재적 위기와 돌발적 위기로 나눈다. 잠재적 위기는 환경에 대한 투자 소홀로 인한 환경 파괴의 발생, 미흡한 성폭력 방지 대책으로 인한 사내 성희롱 발생, 제품 관리 오류로 인한 리콜 사태, 부실시공으로 인한 건물 붕괴 등 사전에 관심을 가지면 방지할 수 있는데도 경영상의 잘못으로 초래한 예견된 위기를 의미한다. 이런 유형의 위기는 제도적인 허점, 경영상 오류 등에 관한 것이어서 사전에 위기 요인이 감지될 수 있다. 반면, 돌발적 위기는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다. 홍수로 인한 공장 피해, 누전으로 인한 화재, 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의 유고 등을 들 수 있다.
 
스포츠 마케팅에서도 이와 같은 분류를 적용할 수 있다. 잠재적 위기로는 후원하는 팀이나 선수의 성적 부진, 구단과 팬클럽의 대립, 스포츠 대회의 흥행 실패, 중계권 협상의 결렬로 인한 중계방송 불발, 불법 라이선싱 제품의 판매, 경쟁 기업의 매복(埋伏) 마케팅 등을 꼽을 수 있다.
 
돌발적 위기로는 후원 선수의 약물 스캔들이나 폭력, 음주 파문 등이 있을 수 있다. 후원 팀 감독의 갑작스런 이적, 집단 몸싸움, 감독의 불미스런 퇴장 조치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스포츠 대회장에서의 시설 붕괴나 관객 사고 등도 후원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잠재적 위기나 돌발적 위기는 상황에 따라 구분이 어려우며, 2가지 성격을 동시에 다 갖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약물 파동은 구단이나 연맹이 도핑 검사를 의무화한다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 요인이다. 하지만 선수가 일시적 감정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약물을 복용했다면 이는 돌발적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스포츠 마케팅 대상별 위기 사례
스포츠 마케팅의 대상별로 다양한 위기 요인이 존재한다. 스포츠 마케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대상별 위기 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스타
현실적으로 기업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스포츠 스타와 관련한 위기 요인이다. 기업의 스포츠 스타 마케팅은 크게 개별 선수 후원과 팀 운영이나 팀 스폰서로 인한 선수 매니지먼트로 나눌 수 있다. 스포츠 스타는 대중적 지지를 받는다. 이를 바꿔 말하면 소비자들이 스포츠 스타의 작은 실수까지도 인지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스포츠 스타 개인을 후원할 때 계약 문제, 선수의 스캔들, 음주 폭행, 교통사고, 경기 중 선수 폭행이나 욕설, 심판과의 몸싸움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선수들의 순간적인 말실수가 팬이나 소비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사례도 많다.
 
이는 스포츠 스타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 입장도 곤혹스럽게 만들지만, 스폰서 기업의 이미지도 쉽게 나락에 빠뜨릴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섹스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선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이거우즈재단도 위기 상황에 처했다. 또 나이키를 포함한 스폰서들도 후원 지속 여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나이키는 후원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매일 나이키 모자를 쓰고 대회에 출전하는 타이거 우즈를 당분간 소비자들이 볼 수 없다는 점만으로도 나이키는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UC데이비스 연구팀은 나이키, 펩시코 등 타이거 우즈 후원사들이 주가 하락과 브랜드 가치 훼손 등으로 입은 손실이 총 12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골프 선수 송보배가 심판과 불화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서 제명당한 일, 롯데자이언츠의 정수근 선수가 두 번의 음주 파문으로 야구를 그만둔 사건, 이승엽의 부진으로 인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고민(특히 한국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 등), 미쉘 위의 남자 대회 출전과 초반 성적 부진으로 인한 소니의 우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과 호나우두의 불화설 및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 선수인 지단의 박치기 사건 등 모두가 스포츠 구단이나 후원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크고 작은 사안들이다.
스포츠 구단
국내 대기업들은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주요 스포츠 종목의 구단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종목을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구단 운영에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위기 유형이 성적에 관한 것이다. 성적이 부진하면 비판적 여론에 직면하게 되고, 감독이나 선수 방출설 등이 나온다. 또 소속 선수의 폭력이나 스캔들 자체도 구단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
 
구단들은 총체적 위기 극복을 위해 구단 캐릭터를 바꾸거나 슬로건이나 구단 명칭 변경 등 다양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일본의 프로 축구단인 우라와 레즈가 만년 하위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구단 혁신 프로그램을 앞세워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SK와이번스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조화라는 기치 아래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를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화한 바 있다.
 
스포츠 대회나 스포츠 이벤트 개최
기업이 스포츠 대회나 스포츠 이벤트를 직접 개최하는 경우도 많다. SK텔레콤은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를 스폰서하면서 서울광장 응원전을 개최했다. 월드컵 스폰서가 아닌 기업으로서 일종의 매복 마케팅을 전개한 셈인데,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길거리 농구 대회, 겨울 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개최된 대한항공의 2018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기원 이벤트 등도 스포츠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스포츠 대회는 행사의 안정성과 흥행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스포츠 이벤트를 잘했는데 운영상 사고가 나거나 인명 피해가 생기면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관중이나 참여자가 적다면 효과가 반감된다. 스포츠 행사의 개최 시기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지 않으면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치 일정, 즉 선거나 중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있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주요 정치인이나 종교 지도자의 서거 등 돌발적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많은 기획을 했어도 돌발 변수가 생겨 뉴스의 관심이 다른 데로 모아지면 대회 흥행이 매우 어려워진다.
 
스포츠 대회 스폰서십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솔트레이크 뇌물 스캔들을 겪을 때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후원한 기업들은 가슴앓이를 했다. 기업들은 올림픽 정신이 세계 최고, 1등, 고귀함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후원을 하는데, 도덕성 논란이 일어 올림픽의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9·11테러로 올림픽 개최 위기설도 나오던 시기여서 스폰서 기업은 대회 자체의 개최 여부까지 걱정해야 했다.
 
이처럼 대회의 신뢰성이나 흥행 여부가 스폰서십 가치에 큰 영향을 준다. 더구나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title sponsor)로 들어가면 대회 이미지 자체가 고스란히 스폰서 이미지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즉, 기업이 후원한 대회가 성공하면 기업 이미지나 상품 매출도 같이 좋아진다. 하지만 과거 베를린올림픽의 이스라엘 선수 저격 사건, 애틀란타올림픽의 폭탄 테러,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한 토고팀을 향한 총격 사건 등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면 대회 자체가 위축되고 흥행에 실패할 공산이 커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티베트 억압 문제로 세계 각국에서 중국의 올림픽 성화 봉송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스폰서들이 홍보 활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라이선싱 등 권리 사항
기업은 스폰서 계약을 할 때 로고나 휘장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축구팀을 후원할 때 선수 초상권이나 부대 권리를 어디까지 확보하는지가 특히 중요하다. 또 대회 로고나 마크가 담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라이선싱 권리를 체결한 기업은 판매하려는 라이선스 제품의 품질 저하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제품 고장이나 제품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라이선싱 계약을 한 기업은 모방 제품이나 불법 제품에 대한 대응에 위기관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라이선싱은 스포츠 프로퍼티(property)를 가진 주체들이 감시나 단속의 주체가 되며, 불법 제조 및 판매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라이선싱 기업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유형의 위기가 있을 수 있다. 국가대표팀 차출을 둘러싼 축구협회와 축구연맹의 갈등으로 인한 축구 전체의 인기 하락, 남아프리카 월드컵을 앞두고 제기되는 치안 불안 문제, 2010 전주 ISU 4대륙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의 김연아 선수 불참, 배구 선수단 내에서 감독이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 야구 선수들의 군 기피 문제 등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오는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업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잠재적 위기 요인, 사전에 관리하라
최고의 위기 대응 솔루션은 사전에 위기를 예방하는 일이다. 특히 잠재적 위기는 오랫동안 쌓여온 쟁점 요인이 어느 시점에서 위기로 나타나거나, 회사의 정책적 오류나 안이함으로 일어나는 사례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5가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위기 요인을 파악하라
위기 대응의 첫 단추는 위기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구단은 스포츠 팀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 계속되는데도 경기력이 좋아지기를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감독을 바꾸든지, 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든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팬들의 이탈, 언론의 부정적 보도 등 잠재적 위기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 관련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이 사전에 위기 요인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제도를 바꾸고, 조직을 개편하고, 시설을 보수하는 등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사전 법률 검토가 위기 요인을 줄여준다
스포츠 마케팅을 추진할 때 계약상의 권리 관계 등이 걸려 있다면 사전에 법률 검토를 받는 게 좋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수익금 배분 문제나 프로 야구단 히어로즈 파문 등은 철저한 법률 검토와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합의가 선행됐다면 논란이 적었을 수도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갈등이 벌어졌을 때 법률적 해석이 다르다면 이러한 위기는 소송으로 비화하게 된다. 소송에서 패하면 막대한 금전적 손해와 이미지 실추 등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적극적인 사전 법률 검토, 이해 당사자 간의 지속적인 토론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중계권이나 스폰서십, 매니지먼트 계약 등은 세금 문제, 이익 배분, 사적 비밀 조항 등이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폰서십 계약을 할 때 매복 마케팅에 대한 위험 요인이 크다면 사전에 이를 검토해 계약서에 반영함으로써 다툼을 줄이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변호사뿐만 아니라 세무사, 공인회계사, 의사, 홍보 대행사 등 전문가 그룹의 조언을 받아 위험 요인을 줄여야 한다.
 
선제적인 홍보 활동을 벌여야 한다
위기는 사회적 관계가 좋지 않은 기업일수록 커질 가능성이 많다. 스포츠 마케팅을 추진할 때는 현재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기부, 팬 관리, 주요 이해 당사자 초청, 경기장 주변 상인 초청, 선수단에 대한 사전 교육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설계하고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잠재적 위기가 돌발적 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며, 설사 잠재적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라
잠재적 위기나 돌발 위기관리에 모두 매뉴얼이 필요하지만, 특히 잠재적 위기 관점에서 매뉴얼은 사전에 위험 요인을 규명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뉴얼 작성은 사전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주변 위기 상황을 찾아 개선하고 이에 대해 보완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야구장의 안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아무런 대응 없이 시즌이 시작돼 사고가 나면 이는 잠재적 위기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사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보수 건의, 자체 보수, 경기장 일부 통제, 안내 고지문 설치 등을 통한 사전 위험 경고 등 다양한 방법을 매뉴얼에 넣어 사고 발생 확률을 사전에 낮출 수 있다. 물론 위기관리 매뉴얼은 돌발 위기에 대한 대비 성격도 포함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라
위기는 눈앞의 이익을 쫓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례가 많다. 현재의 작은 이익보다 미래의 큰 이익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방송사가 중계권 단독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면 다른 방송사에 대한 재판매 여부,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 인터넷 중계 권리와의 영역 구분, 지방 방송사나 케이블 방송 재판매권, 타매체 보도 시 취재 협조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요인들은 사전에 얼마든지 검토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런 요인을 뛰어넘어 결국 어떤 전략 아래서 중계권을 구매하게 되었는지를 광범위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방송사 입장에서 단독 중계권 계약은 이익 확보라는 차원도 있지만, 채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관점에 의미도 있다.
 
돌발 악재에 대한 초기 대응의 중요성
스포츠 스타나 대회를 후원하거나, 스포츠 팀이나 선수를 관리할 때 돌발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 이 악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위기 요인을 분석하고,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로 SK와이번스가 2007년 논란이 될 수도 있었던 이만수 코치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마케팅에 응용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만수 코치는 당시 기자들에게 “경기를 10번 하는 동안 3만 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이 다 차면 팬티만 입고 경기장을 뛰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야말로 농담이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구단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말이면서, 다소 외설적 요소가 있는 발언이기도 했다.
 
SK와이번스는 이를 스포테인먼트 관점에서 스포츠 이벤트로 확장시키고, ‘이만수 보러 문학야구장 갑시다’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관중이나 팬, 언론이 이를 제대로 된 의미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SK 프런트는 이를 의식해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의 경기장 자리가 빌 정도로 야구장에 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구 사랑을 주요 메시지로 내세웠다. 야구 보러 가기, 홈팀 응원하기 등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강화, 노출됐다. 언론도 좋은 화젯거리로 기사를 다루었다.
 
마침내 2007년 5월 26 기아와의 경기에서 1만 7000명이 예매를 했고, 당일 입장 관객까지 합쳐 만원사례를 이루자, 이만수 코치는 약속을 지켰다. ‘팬티 입고 경기장 달리기’를 긍정적인 마케팅 캠페인으로 잘 승화한 사례다. 이 같은 노력을 한 결과 SK와이번스는 2007년 국내 구단 중 최대 관중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는 섹스 스캔들이 일어난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 2009년 11월 27 우즈의 홈페이지(www.tigerwoods.com)에는 그에 관한 짧은 성명서(State-ment on Tiger Woods)가 게시됐다. 집 앞에서 간단한 교통사고가 났고, 타이거 우즈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게 발표문의 요지였다.
 
하지만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에 일어난 교통사고와 골프채로 유리창을 깨트려 우즈를 구했다는 부인의 설명이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사고 상황 설명과 1213시간의 침묵은 언론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우즈는 29일 두 번째 성명을 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성명서에서 우즈는 사고로 조금 다쳤으나 무사하고 전적으로 자기 실수이며, 사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아내는 자기를 구했고, 다른 모든 소문은 진실이 아니라며 추측이 난무하던 외도설을 일축했다. 또한 그는 관심은 고맙지만 사적인 일이니 보호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 이미 언론은 부인의 교통사고 연루 가능성과 우즈의 외도로 인한 부부싸움으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는 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11월 30일에는 코앞에 다가온 타이거 우즈 주최 쉐브론 월드챌린지 골프 대회에 타이거 우즈가 출전할 수 없다는 세 번째 성명을 내놨다. 이런 일련의 성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타이거의 연인들이 언론을 통해 외도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는 결국 12월 2일 외도설을 사실상 시인했다. 2010년 2월 19에는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나타나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공개 기자 회견도 열었다. 이상의 과정을 본다면 타이거 우즈 개인이나 타이거우즈재단 입장에서 나름대로 단계별로 메시지를 조절하며 대중과 의사소통을 시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응이 늦었고 과감한 사과를 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
 
이 같은 돌발 위기 상황은 후원 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스포츠 스타나 행사를 후원하는 후원 기업은 돌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타이거 우즈 사례에서 스폰서들은 현재 위기를 단발성으로 보느냐, 장기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행동을 보였다. 스폰서가 타이거 우즈의 선수 가치, 골프계의 위상을 감안해 지금의 스캔들이 사적인 영역이고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후원을 지속할 수 있다. 나이키나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가 이런 시각을 보였다. 미국골프협회(USGA) 등 골프 업계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골프 업계는 타이거의 복귀가 골프 시장을 키우고 미국남자프로골프협회(PGA)의 흥행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타이거 우즈의 주장처럼 골프를 공적 영역, 섹스 스캔들을 사적 영역으로 분리하려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AT&T, 엑센추어 등은 스캔들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후원 계약을 철회했다.
 
돌발 위기에 대한 10가지 솔루션
스포츠 마케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위기에 대처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몇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돌발 위기에 대한 10가지 대응 원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살펴보자.
 
사과와 위로가 최우선이다
구단이든, 선수든, 기업이든 위기 상황이 발생해 언론이 이를 보도하기 시작하면 원인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일단 대중에게 사과하고, 상대방을 어루만지는 일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소비자들이 입은 물질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심적이며 간접적인 피해까지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직접적이고 물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심적이며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해 빠른 시간 내에 사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타이거 우즈는 약간 템포가 늦긴 하지만, 계속해서 사과 성명을 발표해 대중을 어루만지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이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김동성 선수의 실격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안톤 오노가 한국인의 정서까지 이해하고 신중하게 발언했다면 어땠을까. 미국 선수인 오노가 굳이 한국인의 심정까지 헤아려 대응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24시간 원칙을 지켜라
위기가 일어나면 가능한 빨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이나 방송 보도가 여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23시간 내에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는 즉각 수정 요청을 하고, 명백한 잘못이라면 즉각 사과를 해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 중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의 해설을 맡았던 SBS 제갈성렬 해설 위원의 사례는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제갈 위원은 이승훈 선수의 1만 미터 스피드스케이팅 중계 때 선두 선수의 실격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 데다 특정 종교 편향적 발언으로 언론과 네티즌의 비판을 받았다. SBS는 제갈 위원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게 했다. 만약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대응하지 않았다면 논란이 더 커졌을 수도 있었다. 이 방송사는 해설 위원을 해임함으로써 신속하게 위기 상황을 정리한 셈이다.
 
최고 책임자를 움직여라
스포츠 마케팅을 추진하는 기업은 구단이나 선수, 계약 문제 등 위기가 생기면 빨리 내부 보고를 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CEO가 직접 나설 필요도 있다. 사회적 책임과 진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는 본인 명의의 해명이 너무 늦었다. 경기 단체도 마찬가지다. 선수 이적 문제나 구단 연고 문제, 신생 구단 가입금 문제 등이 있을 때 CEO가 나서서 언론과 소통하지 않으면 언론은 연맹의 무능을 지적하게 된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위기가 생기면 일시에 취재, 문의가 오고 대중의 비난이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는 일관된 메시지를 정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모든 대외적 대응은 홍보 대변인으로 일원화하고, 한 목소리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액, 사고 원인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일관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전 법률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연아 선수가 매니지먼트사를 IMG에서 IB스포츠로 옮겼을 때 여론은 양비론으로 갈렸다. 두 회사는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언론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선수의 스캔들이 터져 광고를 취소해야 할 때도 법적인 검토가 중요하다.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불리 대응하다가 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이나 열성적인 팬들의 역풍을 받을 수도 있다.
 
핫라인(hot line)을 확보하라
기업에서 파업이나 시위 등 단체 행동, 화재, 폭발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 기자실을 설치해 수시로 브리핑을 하고 기자들에게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야 오보나 추측 기사가 줄어든다. 또 고객 문의 등에 대비해 전화 회선을 대폭 늘리고 고객 응대 교육을 받은 상담원을 배치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해명, 성명 발표나 기자 회견도 좋은 방법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2010년 초 박찬호 선수는 자신의 이적 상황을 홈페이지로 알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싼 값에 모 구단으로 이적한다는 보도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추측성 비판 기사가 난무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양키스 이적 사실도 본인이 최고 구단인 양키스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기자 회견 없이 구단 발표에만 의존했다면 헐값에 이적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제3자의 지지를 확보하라
당사자의 해명보다는 제3자의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라이선싱 제품에 대한 모방 제품이 발견됐을 때 직접 비난을 하기보다는 대회 조직위나 소비자보호원, 경찰 등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한축구협회가 프로연맹의 대표 선수 조기 차출 거부로 일정에 차질을 빚자, 스스로 성명을 내기보다는 박지성, 이영표 등 귀국한 해외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기 차출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사례에서는 PGA가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라
구단 성적이 안 좋을 때 기업이 이를 타개하는 가장 정통적인 방법은 감독 등 코치진 개편, 선수 영입 등을 통한 팀 개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로운 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 스포츠 스타 영입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 따라서 위기 요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도움이 된다. SK와이번스의 이만수 코치 발언도 ‘야구사랑 캠페인’이라는 긍정적 아젠다로 전환시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미래에 대비하라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층 교체, 회사 브랜드 폐기, 새로운 CI를 통한 회사명 교체 등의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스포츠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면 새로운 팀 로고 제작, 새로운 비전 선포, 유니폼 교체 같은 것이 잠재적 위기를 일시에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구단 매각 등도 발전적 해체 개념의 긍정적 메시지를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위기 시나리오를 준비하라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하는 일이다. 위기 유형에 어떤 것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절차는 무엇이고, 내부 보고 조직은 어떻게 되는지를 면밀히 준비해 매뉴얼로 만들어놔야 한다. 필요하면 이를 토대로 가상훈련을 실시해 위기가 일어났을 때 재빨리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CEO나 홍보 책임자, 스포츠 스타, 구단 대표 등 관련자들이 이를 공유하고 같은 마인드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 대응 방법이나 인터뷰 요령을 숙지해 언론에 올바른 정보가 나가도록 할 필요도 있다.
 
스포츠 마케팅에서 위기관리는 일반 기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스포츠는 대중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팬들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팬들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유지 관리하지 않으면 스포츠 마케팅 투자는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독이 될 수 있다. 타이거 우즈는 스캔들이 확산되자 사태 수습을 위해 홍보의 귀재로 알려진 애리 플라이셔 전 백악관 공보 수석을 영입하기도 했다. 스포츠 마케팅을 추진하는 기업은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과 함께 위기 발생 시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면 스포츠 마케팅은 기업 성장을 도와주는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참고 자료
김영욱(2002) <위기관리의 이해>, 책과길
김주호(2005)<PR의 힘>,커뮤니케이션북스
김주호 블로그 ‘김주호의 PR의 힘’ (http://sugaso.com )
타이거 우즈 홈페이지( www.tigerwoods.com )
제일기획(2004) 사보 <Cheil Worldwide> 6월호 ‘특집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최윤희(2003) <현대PR론>, 커뮤니케이션북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