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베팅하라, 연료 시장 판이 바뀐다

51호 (2010년 2월 Issue 2)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최근 자사 보고서인 ‘과학에 베팅하라: 수송 연료 시장의 변혁을 주도할 혁신적 기술’을 통해 향후 10년간 기존 수송 연료 에너지원의 수요와 공급에 큰 변혁을 일으키고,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12개의 혁신 기술을 선정했다. 이를 위해 액센츄어는 관련 업계의 100개 회사를 심층 분석했으며, 30개 회사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수행했다. 또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25개 회사의 기술 수준 및 10개국의 정책 지원 수준을 평가했다.

액센츄어는 규모, 온실가스에 대한 영향력, 가격, 상용화의 4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12가지 혁신 기술을 선정했다. 즉 △2030년까지 화석연료 수요를 2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가(‘규모’)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를 3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가(‘온실가스에 대한 영향력’) △상용화 이후 유가 45∼90달러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가격’) △향후 5년 이내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가(‘상용화’)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위 기준에 따라 선정한 12가지 기술은 ‘진화 단계의 기술’ ‘대변혁을 가져올 기술’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기술’의 3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
진화 단계의 기술(Evolutionary):현재의 자원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크게 감축시킬 수 있고 에너지 안보와 지역 자원의 최적화를 성취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대변혁을 가져올 기술(Revolutionary):현재의 연료 수송 및 판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대체 바이오 연료 생산 기술로, 빠른 속도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기술(The Game Changer): 전기를 통한 운송 시대를 여는 데 크게 기여할 기술로, 얼마나 빠르게 전기자동차의 상용화가 실현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기술이다.
 
진화 단계의 기술
①차세대 내연 기관(Next-generation internal combustion engine):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 기업들과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은 리터당 40km 이상의 연비가 가능하도록 자동차 내연 기관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인프라 확충 및 인센티브 부여가 필요한 전기자동차에 비해 기존 내연 기관의 효율화를 통한 연비 개선은 인프라 관련한 추가 투자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될 수 있다.
②차세대 농업 기술(Next-generation agriculture):차세대 농업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유전자 변형 농작물 재배 기술의 발달과 옥수수, 사탕수수 기반의 1세대 바이오 연료 산업의 혁신을 통해 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장 어려운 단계는 고비용을 초래하는 원료 분해(deconstruction) 단계로, 사전 처리 기술 및 효소 관련 비용을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원가 절감과 더불어 공급 원료 수확부터 생산 단계까지 전 시스템이 최적화돼야 효과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③폐기물의 연료화(Waste-to-fuel):폐기물을 활용한 연료 생산은 중요한 연료 공급원 중 하나로, 현재 실험실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고 상용화의 파일럿 단계에 있다. 폐기물 연료 공정의 대규모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저비용 및 저탄소 배출 재생 연료로 활용 가능하고, 쓰레기 매립지 감소라는 환경 이슈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④해양 스크루버(Marine scrubbers):해양 스크루버를 통한 유황 성분 정제 기술은 저유황 연료 생산을 위한 정유 시설의 업그레이드보다 경제적인 대안을 제공하며, 온실가스 감축 효과 또한 훨씬 크다. 관련 기술의 발전 가능성 및 상용화 가능성은 크나 해수를 이용한 자연 정제 기술과 담수 및 화학 제품을 활용한 인공 정제 기술 중 어느 솔루션이 더 적합한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변혁을 가져올 기술
①합성 생물학 - 사탕수수 원료 바이오디젤(Synthetic biology - sugar cane to diesel):사탕수수를 원료로 디젤을 생산할 수 있는 합성 생물학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매우 높였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에탄올을 생산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발전시킨다면 풍부한 사탕수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야자수, 콩, 유채 등 일반적인 바이오디젤 공급 원료에 대비해) 디젤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그림1)
②바이오 부탄올(Butanol): 부탄올 연료는 가솔린과 가장 비슷한 에너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어 연료 수송, 판매 등 기존 인프라의 활용이 가능하고 가솔린과 어떤 비율로도 혼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
③바이오 원유(Bio-crude):바이오 원유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동시에 여러 가지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현존하는 정유 및 유통 시스템에 최소한의 추가 투자만으로도 생산 가능하다는 명확한 이점을 갖고 있다. 바이오 원유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존재하지만, 적정 수준의 투자를 통해 수송 연료의 변혁을 가져올 혁신적인 기술로 거듭날 수 있다.
④녹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Algae):녹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 시장은 다양한 기술적 변동 요소들이 잠재돼 있다. 녹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의 생산성은 높지만, 복잡성과 비용 또한 높다. 상용화가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⑤항공 바이오 연료(Airline drop-ins):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였고, 다양한 기술적 문제점을 상당 부분 극복해왔기 때문에 항공 바이오 연료 기술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원료 공급의 제약 및 수송 차량용 바이오 연료와의 수요 경쟁에 직면해 어느 정도 규모까지의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기술
①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차량(PHEVs):정부와 업계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을 볼 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차량은 향후 5년 내 수송 연료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기술 중 하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차량은 적은 운영 비용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높은 배터리 비용과 충전 접근성의 한계는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다.(그림2)
②충전 기술(Charging):충전 기술은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낮은 비용의 심야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충전 기술은 전기자동차의 보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다수의 도시들이 충전소 시설을 적극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충전 기술 시장의 성장성은 플러그인 전기 차량의 보급과 정책 결정자와 기업의 인센티브 수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③V2G(Vehicle-to-Grid):현재 진행중인 데모 프로젝트를 볼 때 V2G 기술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V2G는 기존 수송 연료 시장 및 전력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V2G의 성장에는 전기차 시장의 발전,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협력, 소비자의 인식 변화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요 시사점 및 제언
첫째, 획기적인 대체 에너지 기술만 기다리기보다는 현존하는 기술의 효율성을 높여 상용화를 이뤄내야 한다. 초경량 차량 개발, 연료 분사 장치 혁신,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장치 혁신 등을 통해 기존 차량 엔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폐기물의 연료화는 특히 쓰레기 매립의 한계가 드러난 북유럽 등에서는 더욱 중요한 연료 공급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률 제정과 금융 인센티브 제공이 필수적이다. 농업에 있어서는 유전자 변형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농업 프로세스 혁신과 기술 개발로 물과 에너지 소비는 줄고 있다. 수확량이 낮은 지역에 이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둘째, 유전 공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에 필수 요소다. 유전 공학을 이용하면 생산되는 에너지의 밀도는 높은 반면, 적은 양의 물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연료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쉽게 분해되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사탕수수로 만든 디젤 및 부탄올은 현재 디젤과 휘발유의 대체 연료다. 해조류는 대두 대비 25배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상용화까지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조류를 활용한 바이오 연료의 현재 생산 비용은 리터당 2∼9달러로 품종의 다양성 확보와 재배 및 수확 비용의 절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유전 공학은 수확량을 높이고, 재배 및 수확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셋째, 전기 자동차 기술의 성공은 배터리 성능 및 안정성 향상에 달려 있다. PHEVs의 엔진은 기존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술이지만 제도적인 인센티브 없이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현존하는 배터리 성능의 한계로 인해 상용화가 어렵다. 공공 충전 인프라는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나, 전 세계적으로 협의된 기술 표준이 필요하고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접목해야만 한다. V2G는 사용 중이 아닌 차량의 에너지를 전력망에 되돌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완벽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또는 순수 전기자동차를 대규모로 확산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15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2개의 기술이 개발 단계에 있다고 해서 모두 성공적으로 상용화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과학 기술은 자체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정부가 직접 관여해 녹색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시켜야 한다. 즉 정부와 정책 결정자의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무 비율 혼합 제도, 세금 인센티브, 직접 투자를 통한 초기 설비 투자에 대한 보증 ▲주요 이슈(지적 재산 보호, 합성 생물학, 배터리 기술, 바이오 연료 생산에 필요한 물과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법 등)에 대한 명확한 정책과 가이드라인 제공 ▲단기 실용적 솔루션 지원 확대(장기적인 혁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내연 기관의 연비 개선 가이드라인 및 폐기물의 연료화) 등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수송 연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과학자와 기술자를 책임자급에 배치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 간 장단점, 상충 관계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구축하고 ▲배터리 산업과 전력 산업, 자동차 산업 간 협력 관계와 같이 여러 산업을 넘나드는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관리 능력 개선 및 공급망 최적화를 통한 비용 감소 및 마진 증대로 상용화를 촉진하고 ▲바이오 연료의 공급 원료 가격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전기 수요 등 미성숙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신기술 발전은 기후 변화에 따른 각 지역별 대응에 따라 집중하는 영역이 달라질 것이다. 대부분의 기술이 각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하게 되더라도, 브라질이 사탕수수 연료에, 한국과 일본이 전기자동차에, 중국과 미국이 대안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듯이 지역별로 집중하는 영역이 다르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그림3)
 
현재 한국의 수송 연료 산업은 디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연간 디젤 170억 리터, 가솔린 100억 리터, 바이오디젤 1억 리터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한국은 탄탄한 자동차 시장 및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리튬-이온 전지 생산 분야는 세계 3위 규모다. 한국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은 차량 연비 효율성 개선(2015년 기준 40mpg 목표)을 포함하는 차세대 내연 기관의 개발과 친환경 차량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포함하는 전기자동차 기술에 집중해 있다. 현대•기아, GM대우 등 자동차 회사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하거나 생산 계획 중이고, LG 화학은 GM Volt에 배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최대 정유 회사인 SK에너지는 바이오 연료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 배터리 등 미래 수송 에너지 자원은 기존 자본 집약적 장치 산업에서 핵심 기술 위주의 산업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단기적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과 중장기적으로 미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혁신 기술을 구분해 제도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관련 규제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가 발간한 보고서 ‘과학에 베팅하라: 수송 연료 시장의 변혁을 주도할 혁신적 기술(Betting on Science: Disruptive Technologies in Transport Fuels)’을 요약한 글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