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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하라, 고령화 사회가 두렵지 않다

이지평 | 49호 (2010년 1월 Issue 2)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소비시장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제조 현장의 활력을 저하하는 문제도 가져온다. 세계 최고령 국가(2008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 22%)로 꼽히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인구 고령화의 파고를 뛰어넘고 제조업 강자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 이후 일본 제조업을 뒷받침해왔던 기술자나 현장 기능 인력들이 고령화되면서 이들이 보유한 노하우가 소멸되고, 결과적으로 일본 제조업의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이셀 화학공업은 고령화 대응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일본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19년 미쓰이와 미쓰비시 그룹 계열의 셀룰로이드 제조사 8개가 합병해 설립됐다. 주요 사업 분야는 셀룰로오스와 합성수지 등이다. 다이셀은 숙련 기술자의 암묵적 작업 노하우를 객관적인 지식으로 활용하도록 한 ‘다이셀 방식’으로 유명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이셀 방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어, 관련 지식을 일본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미쓰이화학, 스미토모화학, 다이킨공업, 일본제온 등 다이셀보다 매출액이 몇 배나 큰 기업들도 다이셀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4단계 과정을 통해 ‘다이셀 방식’ 도입
다이셀은 인구 고령화 및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 팀을 1996년에 구성해 다이셀 방식을 고안해냈고, 1997년부터 공장 개혁에 나섰다. 개혁과 혁신의 목표는 구체적으로 △숙련된 인력의 은퇴에 대비해 이들의 노하우를 조직적으로 흡수하고 △글로벌 경쟁에 대응해 비용을 줄이고 납기의 신속성을 제고하는 것에 맞춰졌다.
 
다이셀 생산 방식은 크게 4단계에 걸쳐 도입됐으며, 결과적으로 ‘싱글 윈도우 오퍼레이션 시스템(Single Window Operation System)’으로 완성됐다. (▶DBR TIP 새로운 방식 도입으로 생산성 3배로 높여 참조)
 
①개혁에 대한 공감대 형성:다이셀은 우선 조직 내부에서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작업 방식을 통일해야 하는 이유와 업무 표준화가 가져올 이익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아울러 각 공정의 불량 원인 등의 문제점과 잠재적 문제 요인을 명확히 분석해 보여줌으로써 조직 내부의 저항을 사전에 차단했다.
 
②‘볼 수 있게 하는 활동’에 중점:다이셀은 2단계로 모든 생산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파악해 ‘볼 수 있게 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은 마치 파이프 속의 중간생산물까지 보고 있는 것처럼 생산 과정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다이셀은 숙련된 근로자가 보유한 암묵적인 품질 관리 및 상황 판단, 문제 대처 노하우를 객관적인 수치나 정보로 전환했다.
 
③작업의 표준화를 위해 불필요한 업무 제거:그런데 숙련 근로자의 지식을 그대로 표준화하면 중복 또는 낭비 요소가 많아진다는 문제점이 대두됐다. 다이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명 이상의 오퍼레이터가 숙련된 오퍼레이터의 작업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3개월간 밀착해 지켜보면서 의문점이 생길 때마다 인터뷰를 하게 했다. 이들은 숙련된 근로자들이 경험이나 감으로 대응하고 있는 행동을 케이스별 데이터로 정리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생략할 수 있는 동작과 작업을 추출했다. ‘군더더기’를 제거한 데이터에는 업무 수행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지식과 정보만이 남았다.
 
④새로운 방식의 시스템화:마지막으로 다이셀은 3단계까지의 과정을 통해 확인된 업무 정보와 지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이것이 바로 ‘싱글 윈도우 오퍼레이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모니터에 집약적으로 표현해 오퍼레이터들이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센서에서 경보가 감지되면 모니터에 이상 상태를 알리는 표시가 나오고, 오퍼레이터가 이를 클릭하면 잠재적 이상 원인들의 리스트가 표시된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면 보통 수준의 인력도 숙련된 오퍼레이터와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이셀 생산 방식’ 도입 시 유의점
다이셀의 사례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산업화 시대에 크고 작은 사고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암묵적 지식을 축적한 연령층이 은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다이셀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데 있어 조직원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직원들의 반발이 있으면 개혁은 결코 뿌리 내릴 수 없다. 지금까지 많은 국내 기업들이 조직원을 설득하지 않고 하향식 개혁을 시도하다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이셀의 경우처럼 조직원의 저항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경영진이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특정 조직원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반감을 없앨 필요가 있다.
 
[DBR TIP]새로운 방식 도입으로 생산성 3배로 높여
석유화학과 같은 장치산업은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생산 단계에 있는 중간 가공물이 잘 보이지 않으며, 설비 운영 중단이나 교체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설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 라인의 중단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 오퍼레이터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이셀은 현장의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상황 변화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재빨리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의 ‘싱글 윈도우 오퍼레이션 시스템’은 과거 경험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비상 상황의 원인 분석과 대처 방법을 하나의 모니터에 동시에 표시한다. 따라서 오퍼레이터는 사고를 예방하면서 생산 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최적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아울러 다이셀 생산 방식은 수만 개의 센서를 활용해 생산 흐름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생산 차질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다이셀은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을 3배로 높이고 제조 원가를 20% 낮췄다. 공장 종업원 수는 740명에서 290명으로 60% 줄이고 삭감된 인력을 고부가가치 분야로 전환 배치했다.
 
참고 문헌
오가와(小川義美) 다이셀화학 하리마 공장장, <다이셀화학의 생산혁신> / 다이셀 홈페이지 / 일본 경제산업성 생산혁신연구회, <화학/프로세스 산업에서의 혁신적 생산시스템의구축>, 2008. 3 / 이지평, ,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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