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해안 지역에는 광활한 잔디가 펼쳐진 수천여 곳의 골프 코스가 있다. 미 중서부에 위치한 한 잔디 관리용품 제조업체는 이 지역을 완벽한 신규 시장으로 평가했다. 서해안 지역에 처음 진출한 이 회사는 초기에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고, 막강한 시장 침투력을 과시했으며, 26%의 매출 총 이익을 거뒀다. 그런데 왜 이 회사의 재무 상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이 회사가 관행에 따라 무료로 상품을 배송했기 때문이다. 중서부 지역에서 서해안 지역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경영진은 회사가 서해안 지역과 거래를 할 때마다 실질적으로 6∼8%의 손실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서해안 지역으로 사업장을 확대할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고객의 실질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면 이 회사는 파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객 수익성을 잘못 파악하고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회사는 없다. 특히 조금만 원가를 잘못 계산해도 수익과 손실이 뒤바뀔 수 있는 경기 침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즉 고객 수익성 분석 방법을 개선하는 건 회사의 재무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적은 투자만으로도 이러한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직원들은 경기가 위축됐을 때 조직 내 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지금 바로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 경기 침체는 매출 증진과 더불어 향후 경기 회복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다.
회사 주머니로 수익 챙기기
올바른 고객 수익성 분석은 어떤 고객이 수익성이 높은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특정 고객이 다른 고객보다 왜 수익성이 높거나 낮은지를 파악하도록 해준다. 전략적 측면에서 이 정보는 성장 전략에서부터 시장 세분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고객과의 거래에 드는 비용 절감, 영업 인력의 협상 조건 개선, 효과적인 단가 책정 및 프로모션 개발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여러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고객의 수익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믿는 대다수 기업들이 실제로는 그릇된 정보에 따라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 총 이익을 총체적 수익성 측정 지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지표는 환산하기 어려운 비용, 마케팅이나 유통 비용과 같이 개별 거래에서 추출할 수 없는 비용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설사 이러한 비용을 측정하더라도 이를 총체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특정 고객, 세분 시장,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생기는 차이를 무시하는 잘못을 범한다.
100억 달러 규모의 한 미국 유통업체는 각 거래별 매출 총 이익에서 거래에 드는 비용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거래 수익성을 계산했다. 그러나 매장별 효율성에 관계없이 모든 매장에 대해 일률적인 퍼센티지를 적용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즉 매장별 판매 비용이라는 중요한 변수를 간과했다. 이에 경영진은 이 계산법을 수정해 각 매장별 거래 비용을 반영했다. 그 후에야 어떤 매장을 폐쇄할 것이며, 어떤 장소에 지역 사무소를 개설할 것인지 등등 여러 유용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