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회의실에서 국내 광역경제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김제국 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센터장과 김은경 책임연구원, 권원용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김원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 홍진환 기자
《한국 대도시권이 세계적인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과 경쟁하려면 소(小)지역주의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재와 자본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는 ‘메가시티, 미래의 경쟁력’ 기획 시리즈의 하나로 국내 MCR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이번 시리즈를 위해 해외 동행 취재한 김제국 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센터장과 김은경 책임연구원,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을 포함해 권원용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김원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다.》
글로벌 인재-자본 넘나드는 ‘국가대표 MCR’ 육성하자
―세계가 국가 단위 경쟁에서 MCR 경쟁으로 돌아선 배경은 무엇인가.
△김원배=세계화로 지구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변해가고 있다. 아래로의 분권화 경향도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MCR로의 집적이 심화되고 있다. 유럽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의 출범으로 국가를 초월하는 ‘슈퍼 내셔널’ 조직이 등장하고 도시끼리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앞으로 다수의 MCR가 연합하는 문제가 중요해질 것이다.
△김제국=세계화의 동력은 금융자본, 정보통신과 교통혁명이다. 19세기는 ‘80일간의 세계일주 시대’였다. 지금은 3일이면 충분하다. 과거에 80곳의 도시를 거쳤다면 지금은 3곳만 필요한 셈이다. 각 대도시권은 금융자본의 거점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한다. 최근 방문한 일본 도쿄는 10년 전과 너무 달랐다. 도심 초고층 빌딩은 금융기관이 속속 들어서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에 와 있는 듯했다.
△권원용=세계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1990년대 쇠퇴했던 도심이 부활하고 대도시권이 국가대표 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MCR의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 MCR는 글로벌 역량이 꼴찌 수준이었고 미래 성장잠재력도 뒤떨어졌다.
△박영훈=성장의 플랫폼이 달라져야 한다. 과거 40∼50년간 고도성장을 할 때는 잘 훈련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복사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따라할 상대가 없으니 ‘혁신 리더’가 돼야 한다. 서비스업 등 지식기반 산업이 성장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대도시권에 모일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
△김은경=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Openness)이 부족하다. 외국인이 기업이나 정부 조직의 고위층이 될 수 없는 문화다.
△김제국=대도시권 경쟁은 돈과 인재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오히려 인재를 잃고 있다. 미래에 어떤 인적 자원이 남아 있을까 두렵다.
△박영훈=돈과 사람 중에서 우선순위는 사람이다. 인재의 질이 나쁘면 자본도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은 인적자원 순유출국이다. 인도도 ‘브레인 드레인(인재 유출)’을 겪고 있지만 본국과 세계에 나가 있는 고급 인재들의 훌륭한 네트워크가 있다.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 중에서 본국으로 돌아오는 점이 다르다.
△김원배=중국은 2, 3년 전에 ‘국적 불문, 인종 불문, 자본 불문’의 3불(不) 정책을 썼다. 우리는 타지 사람이 동네에 들어오는 것조차도 두려워한다. 다른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받아주는 관용(tolerance)이 부족하다. 스포츠에서 배워야 한다. 축구, 야구, 배구 등 프로배구에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고 국내 스타들도 해외로 나갔다가 들어오지 않느냐. 스포츠에서처럼 인재들이 양쪽으로 자유롭게 흐르는 ‘혼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글로벌 전략이 빈말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권원용=외국인을 위한 기업 환경이 제일 낫다는 경인권도 외국과 비교하면 굉장히 열악하다. 5대 MCR 거점도시의 인프라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