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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미래의 경쟁력

<5> 美, 선회하는 국토정책

DBR | 1호 (2008년 1월)
“집적-연계가 성장발판”… 美 대도시 교통인프라 대대적 투자
세계 경쟁력 1위 뉴욕주… 올해만 41억달러 쏟아부어
LA 대중교통 활성화 전력… 美전역 11개 리전화 구상도
 
2일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뉴욕 시 월스트리트. 이날 미국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이뤄지자 월스트리트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조업 파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뉴욕의 땅 위에서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이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땅 밑에선 희망찬 미래가 건설되고 있었다. 72억 달러를 투자해 뉴욕 맨해튼 도심과 롱아일랜드 지역을 철도로 잇는 대형 터널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2015년 이 공사가 완공되면 외곽에서 뉴욕 도심으로의 통근시간이 40분 정도 단축돼 통근자 16만 명이 혜택을 본다. 롱아일랜드 시와 뉴욕 시의 동반 성장도 기대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인 뉴욕권은 금융위기에도 도시개발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 뉴욕 주는 도시 인프라 개선에만 모두 41억6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의 연방 예산을 쏟아 붓는다.
 
뉴욕의 대대적인 투자는 올 2월에 의회를 통과한 78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경기부양법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경기부양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의 새로운 국토 비전이 녹아 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국가나 주 정부가 아닌 대도시권 단위로 계획하고 집행하도록 한 ‘대도시권국가(MetroNation)론’이다.
 
 
○ 대중 교통인프라가 지속 성장의 발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의 세계 20개 MCR 조사에서 뉴욕권 시카고권 로스앤젤레스권 등 미국의 3개 대도시권이 각각 1, 4, 8위에 포진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대도시권은 집적과 연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교통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로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로스앤젤레스권에는 2035년까지 대중교통 이용률을 40%로 끌어올리기 위한 12개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화물운송량 2위 구간인 롱비치-버넌 구간은 상습 교통체증에 따른 운송 지연과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트럭 전용도로로 바뀔 예정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더 나아가 대도시권 중심의 국토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경기부양법에 8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향후 5년간 130억 달러(16조2500억 원)를 투입해 일본과 유럽에 뒤지지 않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메가시티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 추월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메가시티를 넘어 미국을 11개 메가리전(Mega Region·초광역경제권)으로 묶겠다는 ‘아메리카2050’ 프로젝트도 고속철 건설 발표로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 제안을 내놓은 미국 지역계획협회(RPA)의 크리스토퍼 존스 연구담당 부사장은 “집적도 높은 대도시권을 성장시킨 뒤 추가 투자를 통해 인근 도시권을 광역교통망으로 묶겠다는 메가리전 구상이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점은 더욱 강하게, “지식산업 클러스터로 승부”
 
뉴욕권의 최대 강점은 금융과 첨단 제조업 등 지식기반 산업을 고루 보유한 탄탄한 산업 클러스터다. 뉴욕 맨해튼 23번가 서쪽의 플래티런 구역과 소호 지역.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경기침체로 빈 사무실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실리콘앨리(Silicon Alley)’로 불린다. 인터넷 및 콘텐츠 소프트웨어 업체가 하나둘 몰려들어 서부의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견주는 첨단산업 클러스터가 등장한 것. 주 정부와 뉴욕뉴미디어협회(NYNMA) 등 민간 비영리조직이 함께 저렴한 임대 제도와 24시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인 세제 지원에 나선 결과다.
 
뉴욕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뉴욕대,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와 125개가 넘는 바이오기업이 바이오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한 계획에 나서고 있다.
 
뉴욕 주의 클러스터 관리 기구인 엠파이어스테이트개발(ESD)의 샘 나타포프 수석부사장은 “월스트리트와 패션 거리 등 13개 클러스터가 뉴욕 주에 있다”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의 클러스터를 더 육성해 신경제(New Economy)의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문화관광산업도 뉴욕권 경제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크리스토퍼 헤이우드 뉴욕관광청 수석부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700만 명의 관광객이 뉴욕을 찾아 300억 달러를 소비했으며 이는 사상 최고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 “뉴욕도 만장일치를 하는데 못할 나라는 없다”
 
거점도시와 주변 지역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광역경제권의 ‘컨트롤타워’도 독특하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주로 교통 인프라를 설계하지만 미국은 민간, 지자체, 정부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384개의 대도시권계획기구(MPO·Metropolitan Planning Organization)가 주도한다. 지역별로 20∼25년 장기 교통계획을 세우고 3, 4년 단위로 이를 수정한다. 연방정부는 이에 맞춰 예산을 배정한다.
 
뉴욕 주를 중심으로 뉴저지, 코네티컷 주 일부 등 3개주 1200만 명 거주지역을 관할하는 뉴욕메트로폴리탄교통협의회(NYMTC)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진다.
 
리사 데길란 NYMTC 홍보관은 “다민족 다문화 사회구조로 이해관계 갈등이 세계 최고인 뉴욕도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다른 나라가 못할 리 없다”고 말했다.
 
 
뉴욕·LA=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동행취재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
 
 
▼Smart▼
IT기술 이용 지속-효율적 성장
대도시개발 또다른 키워드 부상
 
미국 연방정부의 국토정책이 대도시권 육성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덧붙여 미국 정부와 시민단체, 학계 등이 대도시권 육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스마트(smart)’이다.
 
스마트성장의 핵심은 크게 환경 보호와 에너지 효율성 등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과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효율적인 도시 관리로 모아진다.
 
크리스틴 배 미국 워싱턴대 교수(도시공학)는 “도시는 경제성장의 기반일 뿐 아니라 인간 생활의 공간이라는 두 축에서 봐야 한다”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걷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인간친화적인 도시 설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를 위한 메가시티 간 협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뉴욕과 뉴저지 등 동북부 9개 주는 ‘지역온실가스협약(RGGI·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에 최근 서명하고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 줄이는 데 합의했다.
 
올해 주요 사업목표로 ‘스마트 시티’를 설정한 IBM은 미국 정부의 협조 아래 미국 도시개발에 IT의 힘을 보태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뉴욕 주 허드슨 강 전체에 촘촘하게 센서를 부착, 실시간 감시를 통해 하천 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스마트 수자원관리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 시카고경찰청과 뉴욕경찰청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스마트감시 시스템 등도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시애틀=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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