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대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더운 기후와 가난, 기아, 불안한 정치 상황 등의 이미지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 아프리카가 ‘모바일 뱅킹/머니’의 신천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10여 개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기존 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대체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모바일 뱅킹/머니 서비스의 폭발적 인기는 은행업과 유선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휴대전화 사용자 수는 2003년 5000만 명에서 2007년 2억7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커피 농장주들이 휴대전화로 임금 지급
현지 언론인 메일&가디언의 6월 기사에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28세 케냐인 메리 완지쿠에게는 휴대전화가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니다. 이전에는 어머니에게 생활비 40달러를 전해주기 위해 직접 시골집까지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로 순식간에 돈을 보낸다.”
케냐의 엠페사(M-Pesa)와 같은 업체들은 휴대전화 자체를 ‘지갑’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지갑(wallet phone)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지’로 알고 있는 나이로비에서도 지금은 현금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심지어 커피 농장의 주인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휴대전화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서비스는 안전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며, 은행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머니 서비스가 2012년까지 매년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경제 2.0 시대
여기서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드러나는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IBM은 매년 발표하는 GTO(Global Technology Outlook) 2009년 보고서에서 이를 ‘디지털 경제 2.0’이라고 명명했다.
디지털 경제 1.0은 사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경제 활동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하는 데 머물렀다.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인구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디지털 경제 2.0 시대에는 모바일 머니 같은 새로운 가치 전달 수단이 일반화되고,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받게 될 것이다.(표1)
모바일 뱅킹/머니를 통한 디지털 경제 2.0이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우선 모바일 신원(mobile identity)을 인증해주는 기술 및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보안 기술이 필요하다. 글로벌 규모로의 확대를 위해서는 개방형 표준과 유연한 시스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이상 감지 기술이 결합돼야 할 것이다. 또 이동통신 회사와 은행이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면서도 이윤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의 이동통신사들은 현재 문자메시지(SMS)를 이용한 송금 시스템으로 단가를 낮추고 있다(Mail & Guardian Online, IBM GTO 2009 참조).
필자는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동 대학 공학대학원에서 석사(전자계산 전공)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IBM에서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 및 소프트웨어솔루션 연구소 소장(상무)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