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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성과, 경쟁력 세 마리 토끼 잡는 마케팅

안상훈 | 36호 (2009년 7월 Issue 1)
기업의 마케팅 및 영업 담당 임원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어디서나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판매 실적 현황표를 볼 수 있다. 판매 실적은 기업 성과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다. 하지만 마케팅 성과를 오로지 판매 실적만으로만 측정하고 관리하면 곤란하다. 판매 실적보다 매출 성장성과 이익 건전성이 더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의 현황판에는 오직 판매 실적 그래프만 있을 뿐, 매출액이나 이익률 그래프는 보이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 제품 만족도, 실질 판매 가격, 유통 생산성 등의 변화 추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마케팅 최적화의 핵심은 기업의 마케팅 목표 및 활동을 ‘양(volume)’에서 ‘가치(value)’ 중심으로 바꾸는 데 있다. 무작위로 다수 고객에게 모든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판매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핵심 고객에게 맞춤화된 제품을 최적의 가격 및 유통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알맞은 섭생과 운동으로 불필요한 체지방을 연소시키고 근육량을 늘려 체중 감량(원가 절감), 멋진 보디라인(성과 향상), 건강(경쟁력 제고)을 한꺼번에 이뤄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마케팅 의사결정 최적화는 제품 개발, 제품 출시, 제품 판매의 3단계에 맞춰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 신제품 출시로 얼마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사전 검증하고,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최적 가격을 책정하며, 제품 판매 시 이익 누수를 사전 통제하기 위해서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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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품 개발 단계에서는 혁신 아이디어가 과연 얼마만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치밀하게 검증하는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 혁신을 과대평가하거나, 막연히 파악한 고객 요구에 기초해 성급하게 제품을 선보인다. 많은 신제품들의 평균 성공률이 20
30%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패한 신제품은 그 자체로도 기업에 커다란 손해를 입히지만, 생산과 영업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식품회사인 A사는 조리 편리성을 새로운 가치로 내건 신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고객 반응은 냉담했다. 조리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조리 편리성이라는 장점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A사는 높은 원가 부담 때문에 제품 가격을 내릴 수도 없었고, 많은 돈을 투자한 생산 설비를 폐쇄할 수도 없어 이중고에 처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 제품을 유지해야만 했다. 신제품의 특징에 관한 고객의 추가 지불 의향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아 겪은 실패였다.
 
반면 농축 섬유 유연제 개발을 시도했던 B사는 고객 조사 끝에 신제품 출시를 포기했다. B사는 농축 유연제가 일반 유연제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상당한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제품 출시 전 대대적인 고객 조사에 돌입했다.
 
<그림2>는 그 분석 결과다. 고객들의 반응은 B사의 자체 예상과 판이하게 달랐다. 소비자들은 농축이라는 신제품의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했다. 제품 용량에 대해서도 커다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저렴한 가격만이 중요한 요소였다. 결국 B사는 신제품 출시를 포기했다. 그간의 연구개발 노력이 아쉽기는 하지만, 더 큰 재앙을 피할 수 있었던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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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례에서 나타나듯, 신제품 출시 전에 신제품의 가치에 대한 고객의 추가 지불 의향과 소요 원가를 검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전자 부품업체인 C사는 이에 관한 체계적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다.

C
사는 혁신 기술에도 불구하고 제품 차별화에 실패해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경영진은 자의적인 제품 출시나 제품 출시 후 소요 원가에 기초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 간의 연계를 강화해 새로운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개발 부서가 새로운 연구 과제를 선정하거나 기술 혁신을 이뤄내면, 혁신 가치의 내용과 소요 원가에 관한 정보를 마케팅 부서에 상세히 제공하도록 했다. 동시에 마케팅 부서는 해당 가치에 대한 고객의 추가 지불 의향을 사전 검증했다. 두 부서의 업무 연계를 강화하는 간단한 정책 변화가 가져온 성과는 상당했다. C사는 연구개발에서 신제품 출시에 이르는 기간을 10% 줄였다. 마진율 또한 30% 늘었다.

둘째, 제품 출시 단계에서는 목표 시장점유율이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신제품에 대한 고객의 지불 의향을 사전 검증했다 해도, 출시 시점의 시장 환경이나 기업의 목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출시 시점에 최적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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