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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같은 건축, 가난을 구한다

장윤규 | 31호 (2009년 4월 Issue 2)
한때 ‘러브하우스’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건축가의 역할은 아름답고 멋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마치 사회사업가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생성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으로 빠르게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제3세계의 빈곤, 환경 파괴에 따른 가뭄·홍수·지진 등 천재지변, 그리고 전쟁과 테러 등의 재해에 노출되기도 한다. 거주 환경이 극도로 열악할수록 ‘사회적 건축’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진다. 건축은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건축은 도시와 환경, 문화를 이해하며 스스로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구현할지를 고민하는 접점에 놓여 있다.  

일본의 건축가 시게루 반은 ‘페이퍼 프로젝트’에서 임시 재료를 재활용해 만든 사회적 공간을 제안했다. 그는 종이로 공동체 시설과 주택을 만들고, 가장 손쉽고 값싸게 만드는 건축의 전형을 제시했다. 특히 1995년 고베 지진이 일어난 후 사용했던, 종이 튜브로 만든 임시 주거는 겨울과 여름에도 모두 견뎌내는 내구성까지 갖췄다.

건축학계에서는 빠르고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텐트 구조나 간단한 조립식 구조에 대해 연구해왔다. 특히 컨테이너는 운송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박스인데, 다양한 형태의 간편한 시스템으로 적용될 수 있다. 즉 컨테이너는 공사장의 현장 사무실이나 농가 창고 등으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건축이라고 여겨지지 않던 부분을 건축으로 치환해내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컨테이너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로 변모한다. 건축가 그룹 ‘오피스 오브 모바일 디자인’이 제안하는 ‘포터블 하우스(Portable House) + 에코빌(Ecoville)’은 개량된 컨테이너의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해 생태 마을로 탈바꿈한다. 특히 도어 시스템, 바닥 시스템, 태양열 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템이 기본적인 컨테이너와 결합한다. 이는 거주와 대피소 기능이 모두 갖춰져 있던 선사시대의 건축 모델을 참고로 하며, 변화된 환경에 맞는 이동식 주거와 연결돼 모든 주거 기능을 포함한 경제적인 임시 구조물이 된다. 즉 이동식 집과 생태 공원을 결합하는 새로운 주거 형태다.
 
건축가 그룹 ‘슈필만 엑슬레’가 제안하는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Freitag Flagship Store)’는 컨테이너 박스를 수직적으로 조합해 27개의 컨테이너로 만든 26m 높이의 타워다. 오직 선박 산업의 재료로 쓰이는 컨테이너만 사용해 겹쳐 쌓고 고정했다. 만들어진 건축물은 녹슬고 속이 빈 화물 컨테이너를 재생하고 재창조한 하나의 모델이 된다.
 
건축가 푸이가 제안하는 ‘어린이 활력 센터 프로젝트’는 주거물로서의 컨테이너의 개념을 넓혀준다. 카펫으로 바뀐 내부 리모델링 등 컨테이너를 적절하게 바꾸고 조합해 어린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한다.
 
건축가 다쿠야 오니시가 제안하는 ‘페덱스(Fedex) 포장지 프로젝트’는 건축이 더욱 진보적 으로 사회에 개입함을 보여준다. 이는 건축물 구축보다는 국제적 시스템의 생성을 보여준다. 즉 건축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어린이 구호를 위한 기증품을 페덱스 포장을 통해 받고, 페덱스 포장지를 이용해 건축물의 외관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재활용 재료와 방수재로 만들어져 실용적인 페덱스 포장 박스는 기증품을 운송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필요한 병원, 어린이 시설, 회의실, 시민회관 등을 구성하는 레고 블록과 같은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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