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 5달러에 육박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각광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장착해 연료 효율성이 높은 차다. 도요타의 프리우스처럼 인기 하이브리드 차는 이미 물량이 달려 판매를 못할 정도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앞다퉈 수십 개의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 차량이 주류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 최근 급등하고 있는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판매가 다시 줄어들지는 않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자동차 시장의 혁신 및 역사 이론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심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이르면 2010년쯤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의 17%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 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은 이보다 훨씬 빨리 늘어날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의 시장점유율 증가를 추정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 가운데 하나가 S커브 모델이다. 이 모델은 처음에는 생물학에서 생명체의 성장률을 예측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경제학자들과 관리 이론가들이 혁신 제품의 성장 경로를 설명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S커브는 말이 주도하던 운송 시장에서의 자동차, 석탄 시장에서의 석유처럼 다양한 혁신 제품의 기하급수적이고 점증적인 발전 속도를 정확히 예측해냈다. S커브 모델에서 혁신 제품은 상용화, 도입, 성숙이라는 3개의 성장 단계를 거친다.
연구 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장 보급률은 그래프로 그렸을 때 거의 완벽한 S커브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이브리드의 점유율 확대 과정들도 S커브 이론 단계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예를 들어 상용화 단계에서는 주로 얼리어답터나 마니아들만 제품을 샀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0.1%에서 1%로 서서히 올라간다. 도입 단계에서는 제품이 더 많이 알려지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빠른 속도로 대중의 인정을 받는다. 생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제조 비용도 낮아진다. 이 단계에서 시장점유율은 0.1%에서 1%로 올라간 상용화 단계와 같은 기간 동안 1%에서 10%로 늘어난다.
하이브리드의 상용화 단계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첫선을 보인 2001년부터 시장점유율이 1%를 넘어선 2005년까지로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빨리 늘어난 시기는 포드가 이스케이프 SUV를 출시한 2004년이다. 이를 계기로 하이브리드 기술은 완전히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약 4년 동안 상용화 단계를 끝냈다. S커브는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이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4월 처음으로 3%를 넘어섰고, 휘발유 가격 급등에 힘입어 여름 판매 실적도 엄청난 호조를 보였다. S커브는 2009년 말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약 10%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년 동안의 성장률과 시장점유율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하이브리드 시장점유율은 2009년에는 9%, 2010년 말에는 17%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실제 판매가 S커브의 예상치를 약간 밑돈다 해도 이는 고객이 외면해서가 아니라 공급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의 베스트셀러인 도요타 프리우스는 현재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6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일부에서는 최근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른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하이브리드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최근 연료 가격이 대대적인 급등락을 보였던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연비가 높은 소형차들의 판매가 줄던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주장은 2가지 이유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선 휘발유 가격 급등이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S커브를 긴밀히 따르고 있었다. 즉 새로운 기술 도입과 연료 가격 간의 상관성은 그리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