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패럴, 수잔 룬드
서구 국가의 정부 당국자들은 아랍 투자자들이 서구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오일달러 비축분은 그동안 세계 경제에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금융자산 가치를 부양하는 역할을 해 왔다. 유가급등에 따른 오일달러 증가는 앞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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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油價)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가는 2002년 이후 3배 이상 올랐다. 덕분에 산유국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의 큰 변화를 주도하는 중요한 존재로 부상했다. 고유가는 석유 수출국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줬으며, 덕분에 산유국들은 2006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자금원으로 부상했다.
‘오일달러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적어도 앞으로 5년 동안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맥킨지는 MGI(McKinsey Global Institute)의 글로벌 에너지 수요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유가의 흐름과 오일달러 자산의 방향성을 추정해 봤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일 때 2012년까지 ‘오일달러 국가’들의 연간 순자본 유출(net capital outflows)은 매년 37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수치는 매일 1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자금이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배럴당 유가 70달러 선에서는 연간 순자본 유출 규모가 이보다 훨씬 커서 2012년까지 연간 6280억 달러에 이르고, 매일 20억 달러 가까운 신규 오일 머니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라 할 수 있는 배럴당 30달러에서도 오일달러가 보유하는 해외 자산은 연간 6%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 2012년에는 4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산유국들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투입하게 될 자금 규모 역시 약 147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1990년대 전체 오일달러 흑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누가 오일달러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
맥킨지 추정치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석유 수출국의 투자자들은 3조4000억∼3조8000억 달러 규모의 해외 금융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자산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외에 투자된다.
석유 수출국의 중앙은행 오일달러의 일부는 석유 수출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수지 등락에 대응해 통화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 중앙은행들의 주된 투자 목적은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안정성 확보다. 따라서 이들은 현금이나 장기 정부채권(현재 대개는 미국 재무성 채권) 등의 형태로 외국 자산을 보유한다. 현재 석유 수출국 중앙은행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이 가장 많은 자금(2006년 현재 약 2500억 달러)을 보유하고 있다.
국부 펀드 대부분의 석유 수출국들은 석유수출로부터 나오는 흑자를 글로벌 금융 자산에 투자하고자 국영 투자 펀드(국부 펀드)를 설립했다. 이들 펀드는 주식과 고정 수익률(fixed income) 상품, 부동산, 은행 예금, 헤지 펀드 및 사모 펀드의 대안투자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부 펀드가 외국 기업의 다수 지분을 획득하는 경우는 드물다. 석유 수출국 최대의 국부 펀드는 아부다비 투자청(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AIDA)으로 자산 규모가 8750억 달러에 이른다.
정부 소유 소규모 펀드 운용사 석유 수출국들은 자신들의 돈을 두바이 국제 캐피털(Dubai International Capital·DIC)과 같은 정부 소유의 소규모 펀드 운용사에도 맡긴다. 이런 펀드들은 국부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접근 방식과는 달리 국내외 기업 자산에 직접 투자한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혹은 다른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관리, 운용하는 사모 펀드에 가깝다.
개인 자산가 노르웨이를 제외한 대부분 석유 수출국에서는 민간 부분의 부(富)가 소수의 ‘슈퍼 부자들’에게 집중돼 있다. 이 개인 투자자들은 영국과 스위스 및 세계의 다른 금융 허브 소재의 금융 중개기관들을 통해 부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투자한다. 이들은 주식 및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대안투자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MGI의 추정치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자산의 40%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국영기업 중동 석유 수출국의 일부 국영기업들은 정부의 직간접 자금조달을 받아 이를 다시 해외 기업에 투자한다. 이것은 중동 국가들의 국내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회사(Saudi Basic Industries)가 GE의 플라스틱 사업부를 116억 달러에 인수했는가 하면, 두바이 포트 월드(DP World)는 영국 여객선 대기업인 P&O를 82억 달러에 인수했다. 2005년과 2006년 2년 동안만 해도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GCC) 회원국의 국영 기업이 국제 M&A에 투입한 자금이 700억 달러에 달했다.
민간기업 마지막으로 석유 수출국의 민간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민간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익 잉여금과 자본 증가분을 이용, 해외 투자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쿠웨이트의 MTC(Mobile Tele-communications Company)와 이집트의 오라스콤(Orascom) 등이 대표적 기업들이다. 맥킨지는 국영기업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일머니의 부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는 이들 민간 기업들이 인수한 해외 기업의 가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