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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고객 ‘해고’가 정답 아니다

DBR | 3호 (2008년 2월 Issue 2)

매우 정교한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이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수익 기여도가 낮은 불량 고객을 차별대우하는 관행을 제도화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충성도가 높고 많은 돈을 쓰는 이른바 ‘고가치 고객(high value customers)’들에게 특권을 부여하거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저가치 고객(low value customers), 즉 서비스나 제품에 거의 돈을 쓰지 않으면서 전화를 붙잡고 질문과 불만만 쏟아내 비용만 높이는 고객은 오히려 기업에 손해를 끼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상당수 기업들은 이런 불량 고객들을 버리거나, 아니면 고수익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와튼 스쿨 마케팅 학과의 재그모핸 라주 교수, 존 장 교수 등이 최근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저가치 고객들을 버릴 경우 기업의 이윤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이들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또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이 나지 않는 고객들을 버리는 것이 현명한 조치라는 발상은 고객관계관리(CRM)로 일컬어지는 마케팅 기법이 널리 확산되면서 나타났다. CRM을 도입한 기업들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고객 개개인의 가치를 정량화한 뒤 높은 가치를 지닌 고객들에게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라주 교수와 장 교수는 이런 CRM의 핵심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고객가치기반관리(Customer Value-based Management·CVM)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CVM은 기존 고객만족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고객가치 관리 모델이다. 종합적인 만족도를 최종 산출 지표로 하는 대다수 고객만족 조사와 달리 CVM은 고객이 각 평가 항목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가를 개별적으로 집중 조사한다. 가격 조사의 경우 단순히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가격에 어느 정도 불만을 느꼈는지를 규명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고객을 이런 방식으로 분석할 경우 수익의 대부분을 기여하는 고객은 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상당수 고객들은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저가치 고객과 고가치 고객을 뚜렷하게 차별화해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콜센터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고객들의 전화를 후순위로 받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컨티넨탈 항공은 비행 시간이 지연될 경우 고가치 고객들에게만 사과 이메일을 보내고 보상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카지노 체인 하라스 엔터테인먼트는 고객의 가치에 따라 하루 숙박료를 무료에서 199달러까지 다양하게 책정하고 있다.
 
대놓고 수익성이 낮은 고객을 차별하는 기업들도 있다. 2007년 7월 CNN에 따르면 스프린트는 고객 서비스 센터에 너무 자주 전화하는 고객 약 1000명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의 월별 전화 건수는 평균 고객의 40∼50배에 달했다.
 
경쟁 심한 업종에서 불량고객 버리면 위험
‘고객가치기반관리: 경쟁적 함의’라는 제하의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CVM을 경쟁적 환경이라는 상황 속에서 분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들은 불량 고객들을 버리는 전략이 경쟁 강도가 매우 약한 업종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모든 고객들에게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고객을 끌어들이거나 유지하는데 자원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또 우수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까지 줄어 이들의 불만이 높아지거나 이탈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영업하는 기업의 경우, 저가치 고객을 버리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업이 저가치 고객들과의 관계를 끊거나 저가치 고객을 고가치 고객으로 변모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경쟁사들이 이를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어떤 기업이 저가치 고객 상당수나 전부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경쟁사들은 그 기업의 나머지 고객들이 고가치 고객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 고가치 고객을 빼앗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라주 교수는 “기업은 경쟁회사들이 자사 고객들에 대해 헷갈리게 하는 방법을 통해서도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고객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고객 분류 체계가 비슷해지고 업계 경쟁도 격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제 미래 고객 기반의 이질성, 경쟁회사가 특정 시기에 보유한 고객들의 양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가치 고객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야
일부 기업은 수익성이 낮은 고객을 버리기보다 이들을 고가치 고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지출을 늘리거나 저비용 창구를 이용하는 등 이들 고객의 성향을 바꾸기 위해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와튼 연구진들은 이러한 조치 역시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라주 교수는 “저가치 고객들을 가치 있는 고객으로 만드는 것 역시 역효과를 낼 수 있는데, 경쟁회사들이 이들 고객을 가로채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가치 고객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가치 고객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 좋은 접근법”이라고 라주 교수는 말한다. 전체 고객의 가치가 늘었다고 해도 이는 어떤 고객의 가치가 늘었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가치 고객으로 인한 전체 가치 증가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고가치 고객들의 가치를 더욱 늘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라주 교수는 기업들이 저가치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적은 비용으로도 할 수 있는 저가치 고객관리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테면 저가치 고객들이 자동응답 시스템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이들에게 할인 등 혜택을 최소한만 제공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경쟁회사들이 자사의 우량 고객과 불량 고객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라주 교수는 “기업들은 고객 기반을 갈아 치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저가치 고객들이 경쟁사들을 혼란스럽게 하며 언젠가는 우량 고객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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