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자연과 건축이 유기적 결합을 이루는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을 주장했다. 그는 자연 자체의 형상에서 나온 구조와 형태를 발견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건축이라고 제안했다. 자연에서 뽑아낸 그의 건축적 모티브는 가장 원초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탐구는 미래 사회를 바꾸는 다양한 기술을 만들어낸다. 엉겅퀴 씨앗의 갈고리 구조를 모방해 일명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 테이프를 개발한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연구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게코도마뱀, 소금쟁이, 연꽃잎 등과 같은 생물체의 기본 구조와 작동 원리를 모방해 기술을 재창조하고 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듯, 인간을 모델로 하는 인간 중심 사고에서 더 나아가 자연의 모든 생명체 원리를 탐구하는 ‘자연 모사 테크놀로지(nature inspired technology)’가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건축에서도 주름이나 카오스, 프랙탈과 같은 자연 형상을 형태와 공간으로 접목하는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과 수학적 알고리즘 등 다양한 기술의 접목이 이뤄지면서, 자연 생태계를 직접 모사해 자연의 속성과 인공적인 건축을 교묘하게 결합한 ‘신유기적 건축(new organic architecture)’이 주목받고 있다. 즉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건축적 가능성이 구조, 재료, 공간, 풍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현되고 있다.
건축가 자크 헤르초크와 피에르 드 므롱이 디자인한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과 건축가그룹 PTW가 완성한 아쿠아센터는 이러한 건축 경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은 새집의 형상을 본뜬 건축물이다. 새집을 추상적인 기하와 구조적 해석으로 변화시켰다. 새집을 이룬 나뭇가지처럼 통로가 수직과 수평, 대각선으로 교차하며 공간을 만들어낸다. 레스토랑과 바, 호텔, 상점들은 수직, 수평, 대각선으로 교차되는 통로들이 이룬 복합적 공간에 들어서 있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옆에 위치한 아쿠아센터 또한 자연 모사 건축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워터큐브(Water Cube)’로 불리는 아쿠아센터는 거품이 상자 안에 갇힌 모습과 구조를 하고 있다. 2만2000개의 빔과 1만2000개의 마디를 연결해 거품이라는 자연의 형상을 3차원적으로 모사함으로써 ‘거품 상자’를 완성했다. 비눗방울 거품을 완벽하게 재현한 외형은 물과 거품이라는 자연적 현상에 추상적 이론인 기하학이 접목돼 독특한 구조로 완성됐다.
세포 구조처럼 자연에서 발견되는 비선형적 기하학이 적용된 이 방식은 위성 내비게이션, 동물 서식지 추적, 도시 계획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보로노이 알고리즘(voronoi algorithm)’으로 불린다.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집합적 형태 속에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알고리즘을 형상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거품 상자 형태의 워터큐브는 자연을 재현한 외형적 특징 외에 지진을 견뎌내는 구조적 안정성과 태양 에너지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혁신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태양 에너지로 수영장 물을 데우고 내부 공간을 밝힘으로써 조명에 쓰이는 에너지의 55%와 온열 에너지의 30%를 절감하고 있다. 또 외벽에 쓰인 반투명 재료 ‘ETFE 쿠션’은 시끄러운 소음을 흡수해 음향적으로도 기술적 발달을 보여준다.
벨기에 건축가 빈센트 칼보가 제안한 가상 프로젝트 ‘릴리패드(Lilypad)’도 흥미롭게 자연을 모사했다. 이는 2100년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물에 잠겼을 때를 가정해 만든 파라다이스 도시의 건축물로, 절반은 수중 도시이고 절반은 육상 도시인 지구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다닐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부유(浮遊)식 구조는 아마조니아 빅토리아 레기아에서 250배로 불어난 릴리패드의 잎에서 영감을 얻었다. 릴리패드는 이산화탄소와 쓰레기를 재활용해 자체적으로 산소와 전기를 만드는 친환경적 구조로, 바다 생태계에 적합한 생태적 라이프스타일과 에코폴리스적 환경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