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두 차례의 글에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부족한 것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 문제를 재해석하는 훈련, 두 가지 개념을 새롭게 결합시키는 훈련 등 세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전 글을 참고하려는 독자는 www.dongabiz.com을 방문하면 된다) 이번에는 네 번째 방법론으로 모든 것을 둘로 구분해서 접근할 때 새로운 인사이트(insight)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은 세상 모든 것을 둘로 구분할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사람은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간단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가장 큰 통찰을 준 역사서 중 하나인 사기(史記)를 보면 기가 막힌 역사적 사건들이 3000년의 흐름 속에 나열되어 있다. 사기라는 역사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두 명의 영웅이 나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 ‘오자서와 범려’, ‘구천과 부차’, ‘관중과 포숙아’, ‘백이와 숙제’ ‘유방과 항우’ 가 그 예다. 왜 이렇게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역사가 구성됐을까? 정말 두 명의 영웅만이 용호상박의 싸움을 했을까? 추론하건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명을 중심으로 싸움을 정리한 이유는 이렇게 두 개념으로 구분해야 말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을 둘로 나누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이것은 세상을 움직이기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장을 둘로 나눠라
세상에는 두 가지 렌트카가 있다. 1등 렌트카와 2등 렌트카다. 대부분의 마케팅은 자신의 제품이 우수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에이비스(AVIS) 렌트카는 스스로 1등이 아니라 2등이라는 점을 알려서 시장지위를 획득한 독특한 사례다.
에이비스는 1952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무려 13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1962년에는 적자규모가 125만 달러에 달했다. 한마디로 비전이 없는 회사에 불과했다. 바로 이 시점에 새로운 광고 캠페인이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세계 광고사에 빛나는 ‘우리는 2등입니다(We are number 2)’ 캠페인이다.
이 광고 슬로건은 지난 100년의 광고 캠페인에서 가장 빛나는 광고 슬로건 중 하나로 꼽힌다. 놀라운 점은 1962년 당시 에이비스가 2등에 훨씬 못 미치는 시장지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2등이라고 외쳐대니 일반 소비자들도 에이비스가 2등 회사인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캠페인으로 에이비스는 단박에 2등의 지위를 차지했다. 시장을 이원화해 순식간에 2위를 획득한 통찰력이 빛나는 사례다.
시장을 둘로 나누어 대단한 성공을 거둔 또 하나의 사례는 세븐업(Seven-Up)이다. 1968년 세븐업회사는 레몬타입의 청량음료를 만들었다.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세븐업은 사이다에 가깝다. 그런데 세븐업은 코카콜라를 공격해 소비자 주의를 끌고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의 카테고리를 ‘언콜라(uncola)’로 정했다. 언콜라란 코카콜라를 직접 겨냥해 코카콜라보다 더 좋은 제품임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 구체적인 제품의 장점은 콜라에 들어 있는 성분인 카페인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콜라 대 언콜라의 양대 구조로 소비자 기억을 구분하려는 세븐업의 시도는 정확하게 들어맞아 발매 첫해에 시장을 15%나 장악했다. 대단한 성공이다. 이후 ‘언콜라’ 캠페인을 벌인 세븐업은 10년 후 필립모리스에 5억2000만 달러라는 전대 미문의 가격으로 팔렸다.
이처럼 소비자 기억을 두 개의 카테고리로 만드는 것은 힘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필립모리스는 세븐업의 장점을 잃어버리게 된다. 필립모리스는 세븐업을 인수한 뒤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전개한다. 언콜라 캠페인을 하기보다는 노래하고 춤추는 발랄한 세븐업의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븐업이 갖고 있던 독립적인 이미지는 희석되었고 과거보다 매출이 떨어지게 된다. 왜 이런 효과가 발생했을까? 필립모리스는 발랄한 이미지를 원했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이미지는 코카콜라가 더욱 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세븐업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인이 없는 언콜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븐업의 존재의 이유였던 것이다. 재미를 줘도 언콜라의 범주에서 했어야 했다. 필립모리스는 이것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강점을 약점으로
사람은 세상을 간명하게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에서 본 것처럼 이분법을 잘 사용한다. 무엇보다 약점과 강점으로 분류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세상의 일은 그렇게 약점과 강점으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약점이 강점이 되기도 하고, 강점이 약점이 되기도 한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바뀐다. 이것을 만드는 것은 커다란 통찰을 만들어내게 된다. 예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