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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말 한마디가 소비자의 마음을 울린다

정재승 | 26호 (2009년 2월 Issue 1)
이탈리아의 유명 제과회사 페레로는 자사의 명품 초콜릿 라파엘로의 포장지 뒷면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었다.
 
라파엘로는 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방식으로 가공한 초콜릿입니다. 최고급 탈지유로 만든 밀크 크림에 흰색 아몬드를 살짝 담그고 그 위에 바삭바삭한 와플과 부드러운 코코넛을 둘렀습니다.’
 
라파엘로는 우리에게 ‘공항에서 판매하는 선물용 초콜릿’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제품에 대한 설명에서 ‘엄선한’ 대신 ‘값비싼’이란 단어를 넣었다면 그 효과가 어땠을까.
 
독일의 신경마케팅 전문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저서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흐름출판, 2008)를 통해 이 초콜릿 소개 문구 중 ‘엄선한’이 ‘값비싼’으로 대체됐다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뜻 보기에는 ‘엄선한 재료’나 ‘값비싼 재료’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총 매출액 측면에서는 그 효과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엄선한 재료’란 표현을 접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들은 당연히 그런 행복감을 자주 경험하고 싶어 한다. 물론 ‘값비싼 재료’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값이 비싸다는 정보가 표면에 드러날 경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제품’이란 인상을 준다. 이런 차이는 사람들이 구매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장벽을 높이는 ‘값비싼’을 사용한 경우 ‘엄선한’을 사용했을 때보다 매출액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호이젤 박사는 주장했다.
 
샴페인 이름을 ‘팝(Pop)’으로 정한 까닭
설처럼 특별한 날에 특별한 분들께만 드리는 선물용’으로 만든 제품은 광고와 상품 설명에서 고귀하고 배타적인 인상을 줘야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제품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프랑스의 샴페인 제조업체들은 이런 ‘고가 선입견’이나 ‘배타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의 샴페인 메이커 포메리다. 이 회사는 모엣샹동·뵈브클리코·볼랭저 등과 함께 프랑스 샴페인 제조업을 대표한다.
 
포메리는 푸른색 병에 담긴 팝(Pop)이란 이름의 샴페인을 이용해 고가 및 배타성의 함정을 피해가려고 시도했다. 팝이란 이름은 샴페인이 특별한 날에만 먹는 술이 아니라 평소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이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붙인 것이다. 실제로 이 제품은 샴페인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단어의 뉘앙스가 구매심리에 영향
비슷한 뜻을 지닌 단어라도 그 뉘앙스나 함의는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미세한 차이가 소비자의 구매 심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사람들이 언어를 처리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근래들어 신경언어학을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가 기업과 함께 마케팅 연구를 수행하는 이유다.
 
최근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터치스크린을 가진 ‘햅틱형’ 차세대 휴대전화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삼성 애니콜의 티옴니아, 구글의 구글폰, 애플의 아이폰, 모토로라의 모토프리즘 등이 있다. 이전에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등을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23년 주기로 교체하는 ‘일상 소비재’가 되면서 제품 이미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름이 주는 뉘앙스와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티옴니아(T-Omnia)와 아이폰(iPhone)이라는 단어를 흰 종이 위에 써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또 소리 내어 읽어보면 티옴니아보다 아이폰이 소비자가 좀 더 선호할 만한 뉘앙스와 이미지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옴’이라는 단어가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예가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영어에서 옴니아의 의미는 매우 긍정적이다) 반면에 ‘아이’라는 단어는 첨단의 느낌과 순수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함께 지니고 있으며, 애플의 흰색 이미지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말이다.
 
A가 U보다 가벼운 느낌
심리학자들이 즐겨 하는 실험 가운데 ‘Maluma’와 ‘Takete’란 단어를 소리 내 읽고 의미를 유추해 보라는 것이 있다. 두 단어는 모두 뜻이 없는 조어(造語)다. 그러나 Maluma에서는 왠지 따뜻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감정이 느껴진다면, Takete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성 이미지가 배어 있다. 이런 감정은 철자에도 담겨 있다. A는 U보다 가벼운 느낌이며, K나 T보다는 M이나 L이 좀 더 온화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기업이 제품 이름을 지을 때 그 성격에 맞게 이런 언어적 요소를 고려한다면 소비자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신경언어학에 대한 고려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곳은 포장지나 상품 뒷면에 들어가는 제품 설명이다. 독일 뮌헨 인근에 있는 님펜부르크대 연구팀에 따르면 슈퍼마켓에서 제품을 살 때 포장지나 제품 뒷면의 소개글을 자세히 읽어보고 구매하는 고객은 0.1%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에 제품을 구매한 뒤 집에 와서 제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 뒷면의 설명을 읽어보는 고객은 1520%에 달했다.
 
그렇다면 포장지나 제품 뒷면에 쓰인 제품 설명은 ‘내가 오늘 이 물건을 산 것은 잘 한 선택일까’나 ‘이 물건을 사는데 과연 그렇게 많은 돈을 지출해야만 했을까’란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에게 어떤 답을 해주고 있을까.
 
실망스럽게도 제품 대부분은 내용물의 구성 성분과 사용 방법만을 여러 나라 말로 깨알같이 소개하고 있다. 그 속에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화학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제품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제품의 겉 포장지는 과연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까. 이 언어적 노하우는 다음 호에서 계속 논의해 보자.
  • 정재승 정재승 |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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