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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인도 소비 트렌드

선진국 소비위축… 신흥시장에 살 길 있다

이효정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몰고 온 신사가 차에서 유유히 내린다. 레이밴 선글라스를 낀 그는 주차장 입구에서 발레파킹 직원에게 자동차 키를 넘긴다. 고급스럽게 치장한 아이를 안은 부인과 함께 대형마트 안으로 들어간 그는 2시간 후 마트 밖으로 나온다. 그의 양팔에는 쇼핑한 물건이 가득 들려 있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9월 19일 인도 뭄바이의 대형마트 하이퍼시티 앞의 단면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 이번 경제 위기는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사건’으로 불릴 만큼 파장이 상당하다. 그러나 국가와 지역에 따라 타격의 정도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소비의 왕국’이던 미국의 경우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각종 소비재의 판매가 부진하다. 과잉 소비를 대폭 줄여 허리띠를 졸라맨 미국인이 적지 않아서다. 직격탄을 맞은 서구권 국가와는 달리 이머징 국가 소비자는 글로벌 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산층과 부유층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린 글로벌 기업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중국과 인도를 각각 ‘세계의 공장’ ‘세계의 콜센터’로 여기는 대신 ‘전략적 타깃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 전역에 시시각각 파고드는 대형 몰에는 각종 글로벌 브랜드가 채워져 간다.
 
과거 재래시장에 만족하던 이머징 마켓의 소비자는 인도 K 라헤자 그룹이 세운 하이퍼시티와 같은 기업형 유통망(organized retail)을 접하면서 새로운 쇼핑 경험을 맛보게 됐다. 1만1520㎡ 규모의 초대형마트 하이퍼시티의 경우 2006년 뭄바이에 매장 문을 연지 90일 만에 100만 명의 고객을 끌어들였다. 가파른 성장세의 곡선을 그리는 하이퍼시티는 2010년까지 매장 수를 2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정도면 ‘불황이 따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개학 시즌 불구 … 백화점·대형마트 판매 늘지 않아
골이 깊어가는 미국의 경기 침체는 소비시장에도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단적인 예로는 지난 8월의 개학시즌을 들 수 있다. 8월은 미국의 대목 중 하나인 ‘백투스쿨(back to school)’ 시즌, 즉 개학시즌이다. 통상적으로 이때 소비가 늘어났지만 올해는 월마트를 제외한 적지 않은 미국 유통업체의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 9월 국제쇼핑센터위원회(ICSC)에 따르면 미국 대형 소매유통업체들의 동일 점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올해 3월 이래 최소 증가폭을 보인 것이다. 시장 전망치인 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할인점 타깃의 경우 지난 8월 매출이 2.1% 줄었다. 백화점 업체인 JC페니와 노드스트롬의 8월 매출 역시 각각 4.9%, 7.9%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유통기업이 울상을 지었다. 미국의 대형 의류유통업체인 갭과 리미티드 브랜즈의 8월 동일 점포 매출 역시 각각 8%, 7% 줄었다.
 
9월에도 이런 상황은 이어졌다. JC페니와 노드스트롬의 경우 9월 매출이 급감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2.4%, 9.6% 떨어졌다. 경기의 바로미터인 유통기업의 부진한 성적표는 경기 하강국면이 도래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미국의 최대 대목 연말 쇼핑시즌이 다가오고 있지만 유통·소비재 기업의 미국 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유통업체가 할인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펼쳐도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일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쇼핑시즌이 다가오면서 유통업체들이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펼치겠지만 소비가 크게 부양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 시장을 가격한 지난해의 크리스마스 시즌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계 기업인 KPMG의 미국 법인은 2003년부터 해마다 미국 소비자의 쇼핑 패턴에 관한 분석 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KPMG는 올 상반기 ‘2007 미국 소비자의 쇼핑 패턴 연구(2007 National Shopping Behavior Study)’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의 최대 대목인 홀리데이 시즌 중 지난해 12월 6
16일 815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미국 KPMG가 진행해 온 미국 소비자 쇼핑 패턴 연구의 20032006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설문 결과에는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이 여실히 반영됐다.
 
2006년 조사에서는 ‘전년 홀리데이 시즌에 비해 더 많은 지출을 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36%였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30%로 그 비율이 줄었다. 반면 지난해 홀리데이 시즌에 ‘2006년보다 적게 지출했다’고 답한 사람은 전년 대비 6%포인트 늘어났다. 2007년 지출을 줄인 이유에 대해 물은 질문에는 50%가 ‘지출할 돈이 줄어서’, 16%가 ‘올해의 지출 예산을 적게 잡아서’, 12%가 ‘경제 침체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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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정jennygogo@empal.com

    - (현)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소비자 연구, 유통 산업 및 소비재 시장 분석
    - 비즈트렌드연구회
    - 한국경제신문 경제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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