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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 겪은 일본의 교훈

혁신 소매점이 日 ‘10년 불황’ 날렸다

최상철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일본 소비자들은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전후 일본의 최장기 경기확장 국면이 최근 막을 내렸다. 일본 경제재정성은 지난 8월 관계각료회의에 제출한 월례경제보고를 통해 2002년 2월에 시작된 경기확장 국면이 지난해 말부터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인정했다. 이전 최대 기록인 ‘이자나기 경기(1965년 11월
1970년 7월)’의 지속기간(4년 9개월)보다 훨씬 긴 6년의 경기확장이 끝나고 새로운 경기후퇴 국면이 도래한 것이다.
 
일본 경제 상황은 어둡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일본 역시 악영향을 받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로 일본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경기확장을 견인하던 수출 및 민간 설비투자도 부진하다. 일본 정책당국과 기업은 긴장과 불안 속에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비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왜 일본 소비자들은 다시 도래한 불황기에 대해 그다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버블경제의 종언과 함께 시작된 1990년대의 대불황기를 겪으면서 일본 소비자가 본능적으로 불황을 예견하고 자기방어적 행동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 끝이 안 보이는 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한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기침체를 알리는 정부 당국이나 이코노미스트의 발표보다 매일 접하는 실물 경제의 흐름에서 ‘잃어버린 10년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을 이전부터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덕택에 그들은 변함없이 지혜로운 소비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일본 기업들은 전통 백화점과 종합양판점의 쇠락을 오히려 새로운 사업 기회로 판단, 잃어버린 10년을 통해 매력적인 소매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이들은 불황기 일본 소비자들에게 소비 의욕을 환기했고 결과적으로 최근 새로운 경기 후퇴기에도 현명한 소비자가 일본 경제의 버팀목으로 남아있도록 만들었다. 이들 ‘소매 이노베이터’의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
 
일본 소매업계의 대마필사(大馬必死) 교훈
올해 9월 13일 미국 갭과 스페인 자라에 이어 세계 3위 캐주얼 의류 체인점인 스웨덴의 헤네스 앤 모리츠(H&M)가 도쿄 긴자에 일본 1호점을 열었다. 개점일에 8000여 명의 고객이 쇄도해 점포 안에 들어오는 데만 4시간 이상이 걸렸다.
긴자는 오래 전부터 일류 백화점들이 즐비한 도쿄 최고급 쇼핑타운이다. 그러나 이 특급지에 입지한 일류 백화점들의 점포는 대부분 한산하다. 실제로 H&M이 출점한 바로 옆에 명문 백화점인 마쓰자카야(松坂屋) 긴자 점이 9월 23일에 신규 개점했지만 고객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H&M의 점포는 여전히 입장 제한을 해야 할 정도로 붐빈다.
 
H&M이 출점한 뒤 9월 25일에는 일본 최대 가전 양판점인 야마다 전기가 이미 2009년 5월에 폐쇄가 정해진 미쓰코시(三越) 이케부쿠로점 건물에 출점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저가격을 무기로 하는 일본 최대 대형가전 양판점이 도쿄 한복판, 그것도 전통의 명문 백화점이 철수한 곳에 점포를 여는 것이다.
 
마쓰자카야 긴자점과 미쓰코시 이케부쿠로점을 산하에 두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백화점 그룹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와 J. 프론팅 리테일링은 이후에도 계속 그룹 산하 국내 백화점의 점포 폐쇄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영업 부진의 영향으로 양대 그룹의 주력 백화점인 다이마루, 미쓰코시, 이세탄의 해외 철수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는 유명 백화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종합양판점(GMS)을 주력으로 하는 일본의 대표적 소매재벌 그룹 세븐&아이와 이온도 점포 폐쇄를 서두르고 있다. 이온은 내년까지 자스코 등 산하 양판점 약 60개 점포를, 세븐&아이는 산하의 GMS인 이토요카도 약 5개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다. 미국 월마트의 산하로 편입된 세이유(西友)도 전체 점포의 약 5%에 해당하는 20개 점포를 내년 중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각 GMS 그룹은 그 동안 자사 브랜드(PB) 제품을 크게 확대하는 등 불황 타개책을 폈지만 소비자 이탈에는 속수무책이다. 이것이 잇따른 점포 폐쇄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일본 최대 백화점이던 소고는 2000년, GMS 4위 업체이던 마이칼은 이미 2001년 도산했다. 일본 최대 유통그룹 다이에조차 2004년 말 파산 직전에 몰렸다가 산업재생기구(2003년 4월 설립된 반관반민의 한시적 조직으로, 도산시킬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큰 기업에 한해 채무 탕감 및 자금 대출 등의 지원을 담당) 지원으로 겨우 연명할 수 있었다. 당시의 매스컴은 이들 대형 소매기업이 천문학적 과잉 채무 때문에 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잉 점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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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철

    - (현) 일본 유통과학대 상학부 교수 겸 부설 아시아 유통연구센터 소장 - 가가와 대학 교수
    - 산업연구원(KIET) 미국 및 일본 담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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