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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가족 부양용 제품, 효율성 너머를 봐야

이승윤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Based on “Consumers Value Effort over Ease When Caring for Close Others” (2022) by Ximena Garcia-Rada, Mary Steffel, Elanor F. Williams and Michael I. Norton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48.



무엇을 연구했나?

누군가를 부양(Caregiving)할 때 사용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효율적이고 손쉽게 제공하기 위해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밀키트 제품을 미리 주문해 이용할 수 있다. 어린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새벽에 일어나 매번 분유를 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 것이다. 이때 버튼 한 번으로 분유를 만들어주는 자동 분유 제조기가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간병인과 요양 보호사를 매칭하는 케어닥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삶에서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때론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 엄청난 노력을 손쉽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부양 제품과 서비스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부양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늘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론 부양 제품을 사용할 때 감정 비용(Cost)을 일부 지불하기도 한다. 식기세척기가 처음 시장에 출시됐을 때 한동안 판매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높은 가격이 아닌 주요 타깃인 주부들의 심리적인 우려였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주변에서 나를 ‘게으른 주부’라고 볼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기를 흔들어 재워주는 스마트 침대 ‘스누(SNOO)’도 마찬가지다. 아기들은 성인처럼 침대에 누워 스스로 잠들지 못한다. 아기를 잘 재우기 위해서는 매번 아기를 안아 보듬고 살살 몸을 흔들며 달래야 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기를 직접 안아 흔들며 잠들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맞벌이 부부에게 엄청난 노동이다. 스누는 이런 수고를 덜어준다. 부모가 아기를 살살 흔들며 달래는 것처럼 스마트 침대가 자동으로 흔들려 아기가 자연스럽게 잠들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런 혁신 제품에 대한 기사가 뉴욕타임스와 같은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자 많은 독자가 이를 ‘게으른 부모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폄하했다. 실제로 스누나 식기세척기처럼 가족을 잘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부양하는 대상에게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느껴 일종의 감정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소비자는 자신의 삶에서 다양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살아간다. 그 대상이 부모, 배우자, 자녀일 수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지는 소비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부양 제품 대부분은 사랑하는 이들을 부양하는 데 들어가는 엄청난 노력을 줄여준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부각해왔다. 문제는 ‘부양에 들어가는 노력이 줄어드는 것’이 ‘좋은 부양자가 되는 것’과 일치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학계에서는 부양 제품을 사용할 때 소비자들이 왜, 어떤 경우에 불편한 감정 비용을 지불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텍사스 A&M대, 노스웨스턴대, 하버드대, 워싱턴대 공동 연구진은 부양 제품 사용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 연구를 통해 부양 제품을 사용할 때 소비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알아봤다. 특히 두 가지 측면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부양 제품 사용을 통해 자신의 수고가 줄어든다는 이득(Benefit)’과 ‘부양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미안함으로 인한 심리적 비용(Cost)’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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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부양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부양 대상을 돌보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수록 자신이 더 좋은 부양자(Caregiver)라고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501명이 참여한 실험에서 임의적인 실험 조건 두 가지를 설정했다. 수고를 덜어주는 부양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두 조건 중 하나에 참가자들을 할당하고 실험 마지막 단계에서 각각의 조건에 따라 자신이 얼마나 더 좋은 부양자였는지를 자가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부양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들이는 노력이 줄어들수록 스스로를 좋은 부양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부양 제품은 수고를 덜어준다는 이득을 주지만 동시에 사용자는 자신이 좋은 부양자가 아니라는 죄책감 등의 감정 비용도 지불하는 것이다.

또한 부양 제품 사용자들이 스스로가 좋은 부양자라고 느낄 수 있도록 때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조건을 선택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그들의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사전에 출력된 카드보다는 손으로 직접 쓴 카드를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위해 요리할 때도 동일한 퀄러티의 도넛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계가 아닌 직접 손으로 도넛 밀가루를 반죽하는 옵션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스스로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수고를 크게 덜어주는 부양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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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는 다양한 부양 제품, 서비스가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효율성만으로는 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인간이기에 부양에 있어 효율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부양 제품이나 서비스가 부양에 들이는 수고를 지나치게 덜어주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부양 대상과 가까울수록, 부양을 통해 단순히 물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정서적인 지지를 제공할수록 부양 제품을 통해 수고를 더는 것에 더욱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본 연구는 부양과 관련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준다. 부양 제품, 서비스를 마케팅할 때는 단순히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양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얼마나 수고를 덜 수 있는지가 아닌 소비자들이 부양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광고에 부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스마트 침대 스누의 광고를 만든다면 ‘스누를 사용하세요. 잠을 재우는 것이 더 쉬워집니다’보다는 ‘당신은 아기에게 포옹과 키스를, 스누는 좋은 잠을 줍니다’라는 문구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부양 제품, 서비스를 판매할 때는 기능적인 가치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의 감정, 심리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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