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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시몬스의 ‘ESG 침대’와 가치 소비

판매액 일부를 소아병동에 자동 기부
고객들 “마음까지 편안한 침대” 화답

신민기 | 374호 (2023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MZ세대는 쓸모에 따라 지갑을 열지 않는다. 가성비보다는 ‘가심(心)비’를 따지고,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기(meaning out) 위해 소비한다. 이들의 가치 소비 트렌드에 맞춰 기업들도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E(환경)에 집중한 친환경 마케팅에 그치는 실정이다. 신선한 브랜딩 전략으로 MZ세대 팬덤을 만들어 온 시몬스 침대가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소아병동 건립에 힘을 보탤 수 있는 ESG 침대를 내놓으며 브랜드에 S(사회)라는 색깔을 입히고 있다. 침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누구나 무료로 각 분야 유명 인사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침대 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에서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등 남다른 브랜딩 전략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는 시몬스가 이번에는 ‘ESG 침대’를 내놨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화재 등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침대라서가 아니다. 환경과 안전은 물론 기업과 소비자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침대로, 최근 M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에 발을 맞춘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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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회사가 ESG 침대를 파는 이유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시몬스 갤러리. 매장 한쪽에 파란색 줄무늬의 ‘뷰티레스트 1925’ 매트리스가 놓여 있다. 한 고객이 매트리스를 만져보며 관심을 보이자 담당하는 슬립마스터는 “이 매트리스는 소비자가격의 일부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건립에 기부하고 있다”며 “침대를 사면서 아픈 환아들을 위한 침대와 병실을 마련하는 데도 손길을 보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어린아이와 손을 잡고 온 손님은 점원의 설명을 듣더니 자세한 상담을 받겠다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몬스 침대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ESG 침대인 ‘뷰티레스트 1925’를 내놨다. 시몬스의 인기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Beautyrest)’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다. 무엇보다도 이 제품은 팔릴 때마다 소비자가격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에 보탠다. 할인을 받더라도 할인 전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기부금을 적립하는데 제품 사이즈 등에 따라 13만8500원~29만8000원이 자동 기부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 소아병동은 위기에 내몰렸다. 저출산에 코로나까지 덮치며 진료량이 급감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화했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올해 상반기 15.9%로 급락했다. 낮은 수가로 진료를 볼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입는 구조에 더해 전공의마저 부족해지면서 중증 환아를 돌보는 상급 종합병원의 소아병동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이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혹여라도 아이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할까 노심초사다. 이런 상황에서 소아병동을 리모델링하는 데 기부하는 ESG 제품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게 됐고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월 출시 이후 다섯 달도 안 돼 1700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누적 기부금은 3억 원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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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침대와 삼성서울병원의 인연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의료 체계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 시몬스는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소아암 및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투병 중인 소아·청소년 환아를 돕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매년 3억 원의 치료비를 기부해왔다. 올해까지 누적 기부금은 12억 원에 달하고 시몬스 기부금으로 치료받은 환아는 100여 명에 이른다. 기부금은 수술이나 검사 등 외래진료와 입원치료비, 휠체어와 의료기기 구매 등에 다양하게 사용됐다. 병원으로서는 꾸준한 기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병상을 운용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침대를 기부할 수도 있었지만, 오랜 병상 생활로 오히려 침대가 지옥처럼 느껴진다는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새로운 공간과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시몬스 팝업 스토어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환아와 가족을 초청해 함께 공연을 보고 점심 식사를 대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해부터는 중증 질환을 겪고 있는 환아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완화의료’ 지원도 하고 있다. 완화의료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고 처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통증 조절을 통해 환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환아와 가족의 심리 지원, 환아의 신체적·정서적 발달 지원 등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투병 생활 중 발생하는 가족의 어려움을 돕는 것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안강모 소아청소년센터장은 “어린 환아를 둔 가족들은 치료비 부담에 더해 아이를 돌보는 데 매달리느라 경제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픔 속에서도 가족들이 와해되지 않고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완화의료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에 기부를 하면서 시몬스 침대는 국내 소아청소년과의 녹록지 않은 현실에 대해 알게 됐고, 이후 단순 기부를 넘어 기부에 시몬스 침대의 브랜딩 역량을 더해 지속가능한 기부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ESG 침대인 ‘뷰티레스트 1925’를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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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제품에 더 호감간다”는 소비자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업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가구 업계가 저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가격의 5%를 마진에 보태지 않고 기부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시몬스 침대가 이 같은 마케팅을 펼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울감을 겪는 현대인을 위한 멍때리기 광고, 오랜 거리 두기로 단절된 지역들을 잇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 등 그동안 시몬스는 MZ세대의 시대정신을 읽어내며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이번에 내놓은 ESG 침대 역시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읽어낸 결과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ESG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 착한 기업과 가게를 대상으로 하는 ‘돈쭐내기’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 소비에 사회적 의미를 담은 새로운 소비 형태가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MZ세대 소비자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1 에 따르면 응답자의 64.5%는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에 더 큰 구매의사를 나타냈다.

경영진 역시 이 같은 변화를 느끼고 있는데 베인앤드컴퍼니가 지난해 실시한 ‘S in ESG’ 서베이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글로벌 비즈니스 CEO들은 비즈니스의 주요 역할을 묻는 질문에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균형을 맞추는 것(39%)’에 이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21%)’이라고 답했다. 특히 비즈니스 리더의 85% 이상이 오늘날 사회적 문제가 시급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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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ESG에 앞장서는 기업일수록 여러 측면에서 더 나은 비즈니스 결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인 서베이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의 78%는 같은 산업계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매출 성장률이 높다고 답했고, 68%는 고객 유치에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업의 ESG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

물론 단순히 ESG의 가치만 더해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다. 소비자는 이미 품질과 가격, 건강과 편의성 등 여러 가지 우선순위를 놓고 제품을 결정하기 위한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소로 ESG를 활용해야 실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시몬스의 ESG 침대는 기존에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모델이 갖고 있는 우수한 품질에 더해 사회 문제 해결에도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매트리스와 비교해 우수한 제품력을 갖췄는데 동시에 좋은 일에도 동참할 수 있어 이 제품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선 ESG 채널 만들고,
오프라인에선 이천시 사랑방 역할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며 많은 기업이 E(환경)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몬스 침대는 한발 더 나아가 S(사회적 책임) 중심의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좋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누자는 취지로 ESG 채널인 ‘시몬스 스튜디오’를 지난해 3월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요즘 세대들이 궁금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강연자를 선정하는데, 유명 오피니언 리더는 물론 상업적인 콘텐츠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강연진을 섭외한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 정경호 씨가 맡은 흉부외과 전문의 김준완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분과 양지혁 교수를 비롯해 현재까지 경영과 미디어, 디자인, 인문학, 의학, 과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30여 명의 오피니언 리더가 출연했다. 양 교수는 시몬스 스튜디오에서 흉부외과 의사로서 겪은 경험과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 등을 전하며 “시몬스의 ESG 침대 판매 기금으로 리모델링 중인 소아청소년센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김영대 음악평론가를 초청해 케이팝의 성장 배경과 원동력 등에 대해 듣기도 했다.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시몬스 생산 공장, ‘시몬스 팩토리움’과 나란히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는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통하며 지역 경제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시몬스 테라스는 브랜드 체험 공간과 카페, 박물관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복합 문화 공간이다. 건물 벽면과 유리창 곳곳에 프랑스 출신 유명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이 남긴 그림은 포토존이 돼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남기려 줄을 선다. 2018년 9월 문을 연 이후 누적 방문객은 지난해 9월 기준 60만 명을 넘었고 인스타그램에 ‘시몬스테라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약 11만 개에 이른다.

시몬스 테라스는 지역 주민들과 시몬스를 이어주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은 이천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쌀과 채소, 과일 등을 판매하는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로 다채로운 공연과 볼거리, 먹거리를 한데 모아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로컬 경제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힙한’ 실천 방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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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뷰티레스트 1925’ 의 의미

시몬스의 역사는 1870년 젤몬 시몬스(Zalmon G. Simmons)가 미국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철물 제조공장을 만들며 시작됐다. 시몬스는 대량 생산 기술을 활용해 매트리스 가격을 기존 12달러에서 1달러 아래로 획기적으로 떨어뜨렸다. 이를 통해 미국 가정에 침대를 대중화하면서 ‘침대 업계의 포드’로 이름을 알렸다.

1910년 창업자의 아들인 젤몬 시몬스 2세가 회사를 이어받은 이후에도 시몬스의 매트리스 제조 기술 혁신은 계속됐다. 당시 캐나다에서는 천으로 된 포켓에 코일을 넣은 포켓스프링 매트리스가 제작됐는데 일일이 수작업으로 포켓스프링을 만들어야 해 극소수의 부자들만이 쓸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포켓스프링 침대는 스프링을 각각 부직포 포켓으로 감싸 삐걱거리는 소음이 적고, 옆사람의 움직임에도 흔들림이 없다.

시몬스는 1925년 독자적인 포켓스프링 제조 기계 특허를 취득하고, 같은 해 침대 업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매트리스 컬렉션으로 꼽히는 ‘뷰티레스트’를 탄생시켰다. 당시 뷰티레스트의 가격은 39.5달러로 보급형 매트리스 가격의 서너 배에 달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문에는 토머스 에디슨이나 헨리 포드, 조지 버나드 쇼 등 유명 인사들이 이 침대를 사용하고 추천하는 광고가 실리기도 했는데 당시 광고의 제목은 ‘Leading men agree that restful sleep(리더들은 숙면에 동의한다)’이었다. 무선 전신을 최초로 발명한 마르코니는 “Rest inspires me(휴식이 영감을 가져다준다)”라며 뷰티레스트를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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