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미니홈피로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좀 더 높은 성장률과 수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됐다. 2003년 당시 싸이월드의 점유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국내 시장 규모가 워낙 협소한 데다 성장세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특허를 보유한 싸이월드의 기술력과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의 성공 경험은 해외 진출 포부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4년 11월 싸이월드 해외사업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하고 싸이월드 창립멤버이자 사업본부장인 이동형 상무를 총책임자로 지명했다. 당시 세계 주요 시장에서는 마이스페이스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이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 존재하는 인터넷 산업 특성상 해외 진출에서도 시장 선점 효과가 중요했다. 네트워크 외부성은 제품 사용의 효용이 개인 소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의 소비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전화나 팩스처럼 혼자만의 사용으로는 효용을 창출할 수 없으며, 사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사용가치와 편리함이 더욱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싸이월드 글로벌사업부는 해외 진출을 결정한 이상 가능한 빨리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단계적 진출 방식을 취할 경우 경쟁업체들에 시장을 선점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진출 대상 국가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동시다발적 진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현지화(localization)를 손쉽게 하기 위해 싸이월드는 ‘GSP(global standard platform)’ 전략을 세웠다. GSP는 하나의 표준 플랫폼을 가지고 이를 현지 사정에 맞게 조정해 국가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본사는 초기 기획에서 프로토 타입의 GSP를 개발한 뒤 로컬 TFT에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국 문화와 네티즌 성향에 맞는 시장별 버전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획, 디자이너, 클라이언트 및 데이터베이스(DB) 개발, 서버 제작 인력 등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제반 업무와 베타테스트의 기술적 지원을 수행하기로 했다.
로컬 TFT는 현지 법인 또는 합작투자법인의 설립에 대한 제반 사항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시장 및 고객 수요조사, 서비스 수용도 테스트 등을 통해 현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로컬 TFT는 대부분 현지 인력으로 구성했으며, 본사의 기획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기로 했다.
‘한류’로 중국 시장을 두드리다
지역별로 로컬 TFT의 치열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마침내 2005년 4월 SK커뮤니케이션즈 차이나를 시작으로 싸이월드 글로벌호의 항해가 시작됐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SK차이나의 자회사 비아텍(Viatech)을 인수해 단독 법인을 설립했다.
싸이월드가 중국을 첫 번째 진출 국가로 선택한 이유는 △2004년 현재 인터넷 이용 인구가 9400만여 명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데다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웠으며 △‘한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선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이유였다.
당시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서비스는 가입자 수 5700만 명의 포털 사이트 큐큐닷컴(qq.com)이었다. 큐큐닷컴은 ‘큐큐 메신저’를 통해 84%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였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와 비슷한 ‘큐큐 존’을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중국 싸이월드는 초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한류 스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국 가수와 배우 등 한류 스타들의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싸이월드의 ‘전진 홈페이지’나 ‘이준기 인터뷰’ 등은 중국 네티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인터넷 산업인 동시에 문화콘텐츠 산업, 즉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복합 서비스 산업이다. 따라서 기술력과 함께 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중국 싸이월드의 이러한 초기 전략은 큰 효과를 거뒀다. 서비스 개시 6개월 만인 2005년 12월 중국 싸이월드의 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또 중국 IT 업계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정보관리자(CIO)가 선정하는 ‘2005년 인터넷 10대 혁신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경쟁 양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로컬 기업들의 반격이 거셌다. 큐큐닷컴은 메신저 서비스와 연계해 미니홈피 서비스인 큐큐존의 점유율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싸이월드가 미니홈피와 네이트온을 연계한 전략과 같은 방식이었다. 또한 페이스북 지분의 11%를 보유하고 있는 로컬 기업 사오네이(xiaonei.com)가 중국판 페이스북을 자처하며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마이스페이스가 중국 로컬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중국 시장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마이스페이스는 뤄촨(羅川) 전 MSN차이나 사장을 전격 기용하면서 브랜드와 핵심 기술을 제공하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로컬 기업에 일임하여 본격적으로 시장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