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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X세대 여성 사로잡은 패션 플랫폼 ‘퀸잇’의 비결

‘4050’‘엄마’‘중년’은 금기어
세련된 퀸 내세워 킬러 앱으로

이랑주 | 347호 (2022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050 여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 퀸잇이 2년도 안 돼 이들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대표 앱으로 등극한 비결은 충분한 경청과 빠른 실행에 있다. MZ세대를 공략하는 패션 앱 일색인 시장 분위기 속에서 퀸잇은 처음부터 X세대 여성을 타깃 고객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눈높이와 니즈에서 제품 및 서비스를 설계했다. 두 남성 창업자는 ‘중년 여성은 이럴 것이다’라고 짐작하지 않고 가족, 친구, 지인부터 카페에서 마주친 여성들에게까지, X세대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로고 서체와 브랜드 색상, 입점 브랜드와 리뷰 노출 방식 등 모든 요소에 이들의 요구를 반영해 서비스를 빠르게 개선해 나갔다. 그 결과 퀸잇은 4050 여성들이 잠들기 전에 넷플릭스나 인스타그램 대신 몇 시간씩 사용하는 킬러 앱으로 자리 잡아나가고 있다. 퀸잇은 지금도 격주마다 X세대 여성 사용자들을 회사로 초청해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SNS 대신 퀸잇해요”

“김희선이 ‘퀸잇’한다.” 40대 여성들이 김희선과 함께 돌아왔다. 요즘 대세로 통하는 4050 여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 퀸잇(Queenit)은 2020년 9월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이후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출시 2년도 안 돼 누적 다운로드 400만 건을 돌파했고 월 거래액은 100억 원이 넘는다. 지난 2월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36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은 515억 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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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잇에는 과거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국내 여성복, 골프웨어, 신발, 화장품 등 1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BCBG, 쉬즈미스, 메트로시티 등 4050 여성들이 20대 때부터 즐겨 소비하던 친숙한 브랜드가 대다수다. 퀸잇은 보통의 쇼핑 앱보다 사진과 글자 크기를 키웠고 상품 구매 시 따라오는 추가 옵션이 단순해 보다 편리하고 간편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특장점을 가진다.

그런데 이보다 더 주목할 것은 이용자들이 ‘퀸잇한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오늘 저녁은 배민하자”(배달의민족), “당근이세요?”(당근마켓) 같은 말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또 4050 여성들 사이에서 “잠들기 전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쓰는 대신 퀸잇한다”는 말까지 나오고도 있다. 필자는 금요일 밤에 새벽 3시까지 퀸잇 앱에서 쇼핑했다는 한 이용자가 남긴 리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퀸잇이 고등학생 때 읽던 순정만화보다 더 재밌다”며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퀸잇이 출시 2년 만에 X세대 여성이 열광하는 패션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가 꼽는 퀸잇의 성공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서비스 설계에 4050 여성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는 동시에 X세대 여성의 감성 역시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또 스스로를 단순한 쇼핑 앱을 넘어 ‘쇼핑 콘텐츠’를 소비하는 OTT(Over The Top) 성격의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컬러 마케팅 역시 인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성공 요인① ‘4050 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퀸잇을 서비스하는 라포랩스의 최희민, 홍주영 공동대표를 만나 이들에게 주요 고객층인 4050 여성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갖고 있지도, 잘 알지도 못한다”고 답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08학번 동기로 만난 둘은 30대 남성이다. 여성 패션을 잘 알지 못하는 게 사실이었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았다. 최 대표와 홍 대표는 모두 “4050 여성에게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만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모르면 물어야 하는 법. 이미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겪은 두 공동대표는 퀸잇 창업 초기부터
4050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만났다. 가족은 물론 가족들의 친구들에게도 의견을 구했고,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는 4050 여성들에게 다가가 온라인 패션 쇼핑과 관련해 다양한 취향과 니즈에 대해 마구 물어봤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서비스 론칭 후에는 이용자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퀸잇 앱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듣고, 이들이 말하는 불편한 점들을 빠르게 개선해 나갔다. 가설을 세우고 시장조사를 한 뒤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 시간을 쓰기보다는 실제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를 경청하고 재빠르게 해결해 나갔다. 책상에서 머리를 짜내 만든 전략이 아닌 실시간 반응형 전략인 셈이다.

로고 디자인을 바꾼 것이 좋은 예다. 퀸잇의 초기 로고는 Q자를 왕관 형태로 만들고 곡선을 연결한 필기체 스타일이었다. 이용자들은 한목소리로 “우리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이 들거나 촌스럽지 않다. 우리도 심플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한다. 퀸잇 로고의 곡선이 과도하고 촌스럽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을 적극 반영해 퀸잇의 로고는 심플하면서도 트렌디하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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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전문가인 필자가 보기에도 퀸잇 로고에 대한 이용자 피드백은 정확했다. 수많은 앱이 모바일 세상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미지도 문자처럼 가독성이 좋아야 클릭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퀸잇은 초기 로고의 부드러운 곡선을 직선으로 바꾸고 색상도 보라색에 파란색 계열을 섞음으로써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오프라인에서야 화려하게 치장한 매장들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혼자서만 힘을 뺀 콘셉트를 택한다면 부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 화면에서 이러한 전략은 그리 유효하지 않은 법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의 후발주자는 튀어야 한다. 이미 앞서고 있는 경쟁 앱과 유사한 색상 등을 내세우면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퀸잇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역시 퀸잇 이용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고정관념보다는 모바일을 능숙하게 사용했지만 MZ세대에 비해서는 모바일 쇼핑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에 퀸잇은 간단하고 편리한 쇼핑 환경을 설계했다. 제품 이미지 사이즈와 글자 크기를 키워 화면에 한두 개 제품만 노출되도록 했다. 또 꼭 필요한 버튼만 최소한의 개수로 배치했다.

제품의 구성 및 부가 서비스도 4050 여성들의 니즈에 맞췄다. 이들은 의류 디자인이 너무 영(young)해도, 올드(old)해도 안 된다고 했다. 적당히 품위 있으면서 ‘아줌마스럽지’ 않아야 했다. 그렇다고 ‘애들처럼’ 입는 것은 꺼렸다. 특히 소재는 좋아야 하고 가격은 합리적이어야 했다. 이들은 소비에 적극적이지만 자기 세대만을 위한 모바일 패션 플랫폼이 없다고 여겼다. 이에 퀸잇은 4050 여성에게 익숙한 브랜드 위주로 입점시키면서 너무 길이가 짧거나 타이트한 제품은 제외했다.

‘프리사이즈(F)’를 구체화한 것도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 사례 중 하나다. 사실 ‘누구나 입을 수 있다’는 뜻의 프리사이즈는 그 개념이 모호하다. 88사이즈인 사람에게도 맞는 옷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퀸잇은 프리사이즈로 나온 제품에도 ‘55∼66사이즈 가능’ 등의 문구를 정확히 기재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온라인몰에서는 직접 옷을 입어 보고 살 수 없다. 고객은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품은 잘 맞는지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용자 니즈를 반영해 퀸잇은 제품 리뷰에서 이용자와 사이즈가 동일한 사람이 남긴 리뷰를 우선적으로 노출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사이즈를 77로 사전 입력해 놓으면 55나 66사이즈의 이용자 후기가 상단에 노출되지 않는 식이다. 나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의 후기는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고 구매할 때 유용한 정보가 된다.

퀸잇의 전략은 광고나 프로모션 등 ‘마케팅 망치’로 소비자를 자극해 리드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대신 실제 이용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요구를 서비스에 빠르게 반영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팬을 확보해나간다. 퀸잇은 현재도 정기적으로 앱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최소 2주에 한 번 3명 내외의 40∼50대 여성 사용자를 회사로 초청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특히 모든 사용자 인터뷰는 퀸잇 직원들을 대상으로 생중계한다. 또한 녹화된 인터뷰 영상을 간략하게 요약해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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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② 퀸들의 속마음을 이해하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팔리려면 의도적으로 작고 미세한 신호를 심어 둬야 한다. 이 신호는 타깃 고객의 감성을 이해하고, 그러므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한다. 퀸잇에는 4050 여성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적 감정 신호들이 심겨 있다.

‘몇 살이시라고요?라는 말, 자주 듣는 요즘’ ‘이렇게 입을 수 있어서 내 나이가 좋거든요’ ‘이 나이에 내게 패션은 너무 쉽다’…. 퀸잇의 이러한 카피들을 필자 주변의 4050 남녀들에게 보여줬다. 여성들은 “내 속마음을 그대로 써놨다”며 적극 공감한 반면 남성들은 대부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렇듯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특정 집단의 감정 세계와 연결된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공감을 일으키는 말들을 만나면 둘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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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이라고 해서 옷만 팔아선 안 된다. 먼저 감성을 팔아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공감하며 충성심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퀸잇은 4050 여성들의 속마음을 제대로 이해한 카피를 구사함으로써 타깃 고객층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퀸잇을 현시점에서 나이키가 보유한 ‘시대정신’의 상징성에 비견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어느 정도는 퀸잇이 ‘4050 스피릿(spirit)’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4050 여성들은 ‘4050세대’라고 불리기 싫고 ‘엄마’ ‘중년’이라는 타이틀도 떼고 싶어 한다. 이들은 국가보다는 개인, 조직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한국에서 최초로 개인주의 시대를 열었던 X세대다.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여긴 기성세대와 달리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즐거움과 자기표현을 위해 소비하는 첫 세대였다. 하지만 이렇게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개성파인데도 MZ세대의 출현으로 소비 시장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어쩌면 퀸잇은 소외됐던 X세대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최초의 플랫폼이다. 그 때문에 4050 여성들이 퀸잇에 강한 연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퀸’들이 스스로 마케터가 돼 “나, 퀸잇한다”고 입소문 내는 것은 이러한 연대감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 요인③ ‘쇼핑 콘텐츠’ 공간으로 확장하다

이용자가 퀸잇 앱을 사용하는 평균 체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18개월 전 대비 체류 시간이 3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퀸잇이 단순히 모바일 쇼핑 툴을 넘어 쇼핑에 기반한 콘텐츠를 즐기는 OTT(Over the Top)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여성의 쇼핑 행태는 남성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남성의 쇼핑은 구매 목적성이 강한 반면 여성의 쇼핑에는 다양한 감정이 동반된다. 그래서 특정 제품군이 아닌 이상 남성의 쇼핑이 단번에 끝나기 마련인 반면 여성은 실제 구매하지 않더라도 쇼핑 그 자체를 즐기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백화점이나 상점가에서 아이쇼핑(Window Shopping)하는 여성들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퀸잇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이러한 여성의 아이쇼핑 욕구를 플랫폼에 제대로 이식했기 때문이다. 퀸잇 앱의 여러 기능 및 성격으로 인해 이용자는 아이쇼핑을 할 때와 유사한 즐거운 감정을 느끼며 계속 퀸잇 앱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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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퀸잇은 이용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한다. 매일 새로운 제품이 업로드되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온라인 쇼핑이므로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도 많은 옷과 신발 등을 구경할 수 있고, 매일 달라지는 할인가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지금 당장 구매하지 않더라도 장바구니에 마음껏 담아둘 수 있는 것도 온라인 쇼핑의 장점이다. 반품이나 환불 또한 편리하다. 내가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제품에 ‘품절’ 마크가 붙으면 ‘아, 진작 구매할 걸’ 하고 탄식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옷을 고르는 내 식견이 틀리지 않았어’ 하는 안도감도 보상으로 따라온다.

퀸잇은 ‘특가’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특가는 이용자로 하여금 얼른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동시에 누가 먼저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채 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들게 한다. 쇼핑의 기회라는 반가움과 위기감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더 자주, 오래 앱을 사용하게끔 유도한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는 안전한 것에 대한 선호를 높였다. 쇼핑으로 한정하자면 익숙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 성향이 강해졌다. 이 점에서 퀸잇은 매우 유리하다. 퀸잇에 입점한 대다수 브랜드는 4050 여성이 20, 30대 시절에 경험해보고 신뢰하는 것들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이미 소재와 착용감, 가격대를 알고 있다. 퀸잇이 4050 여성에게 ‘안정감’이라는 감정 역시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 등의 패션 플랫폼이 OTT를 접목하기란 쉽지 않다. 방송 시간 등의 제약으로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도 퀸잇은 모바일 서비스로서 우위를 점한다. 온라인 쇼핑몰의 여러 기능에 감정을 적절하게 부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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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④ 여왕의 컬러, 보라색 마케팅

하루에도 수만 가지 정보를 접하는 현대인의 뇌는 어떤 것은 오래 기억하고, 어떤 것은 금방 잊어버리는 전략적 선택을 한다. 또 어떤 것은 빠르게, 어떤 것은 느리게 인지한다. 그렇다면 빨리 인지하되 오래 남는 정보란 무엇일까? 바로 시각 정보다. 시각 정보는 그 어떤 형태의 정보보다 빠르게, 또 오래 기억된다. 그런데 여러 시각 정보 중 가장 강력한 정보 요소는 색깔이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 중 87%가량이 시각 정보에 해당하는데 시각 정보에서 67% 이상을 차지하는 게 바로 색깔이다. 따라서 제품과 서비스의 대표 색상은 빠르게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핵심 자산이 된다.

퀸잇은 브랜드 컬러로 보라색을 택했다. 식품 앱의 강자, 마켓컬리의 색상도 보라색이다. 퀸잇의 보라색과 마켓컬리의 보라색 사이에는 톤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소비자 눈에는 동일한 보라색이다. 하지만 느낌은 분명 다르다.

마켓컬리는 기존 시장에 개념조차 없던 새벽배송을 내세우며 등장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브랜드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익숙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파격적인 것을 내세우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후자를 택했다. 만약 마켓컬리가 신선 식품을 대표하는 녹색을 사용했다면 이용자가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인지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다른 식품 앱과 유사한 것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이에 마켓컬리는 식품 분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보라색을 내세우는 파격적 선택을 한 것이다.

퀸잇의 상황은 마켓컬리와는 다르다. 사실 퀸잇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온라인 패션몰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4050 여성을 타깃한다고 해서 무조건 새롭게 보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상위권에 있는 패션 앱들이 즐겨 사용하는 흰색, 검정 등 무채색을 택한다면 이들 앱과 차별화하기 어렵다.

눈에 띄는 대표 색상은 빨강과 노랑이다. 하지만 퀸잇은 보라색을 택했다. 보라색에 특별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보라색은 신비로움, 고귀함, 예술성, 희소성을 상징한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좋아했던 색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보라색은 ‘왕족의 색’으로 불린다. 4050 퀸들을 위한 서비스가 여왕이 사랑했던 색, 보라색을 브랜드 컬러로 삼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출발선에 선 스타트업일수록 자신만의 컬러 취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유리한 전략이다.

충분한 경청과 빠른 실행

특정 세대를 공략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제품, 서비스에도 해당 세대의 니즈를 반영하려면 해당 세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제품, 서비스 창업자 혹은 기획자가 반드시 해당 세대의 일원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퀸잇은 증명했다. 퀸잇의 두 30대 남성 창업자는 ‘충분한 경청과 빠른 실행’이 X세대 여성을 공략하는 성공 열쇠임을 보여줬다.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임을 증명한 퀸잇은 앞으로 4050 고객 타깃에 더욱 주력하면서 취급하는 제품 카테고리도 넓혀나갈 계획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상 스케일업(Scale-up)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만 지금의 퀸잇을 있게 한 4050 여성들이 그 중심에 계속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 brandvisualizer_lab@naver.com
필자는 대한민국 1호 비주얼머천다이징(VMD) 박사로 비주얼브랜딩 전문회사 위박스브랜딩 대표이자 VMD 전문회사 VMD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여러 기업의 비주얼 전략 자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등이 있다. 2022년 5월 『위닝컬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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