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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영업 목표 달성을 위한 협상-설득 기술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 필요한 것?
숨겨진 니즈 파악이 영업의 첫발

김의성 | 344호 (2022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성공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고객의 숨은 니즈를 알아차리고 요구 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또한 고객과 영업 담당 사이 상호 간 책임을 명확하게 나눠야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되지만 상대방의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의사결정 시 발생하는 인지 편향을 이용해 ‘앵커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라포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 조건 없는 양보를 하게 되면 호의로 인식될 우려가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협상 항목을 가격 이외 항목까지 확장하면 손해 보지 않고 협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영업과 협상은 그 경계가 서로 맞닿아 있다. 혹자는 협상이 영업 스킬 중 하나라고 하지만 협상 기술의 범주가 영업 기술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또한 영업 스킬에는 설득 요소가 포함돼 있는데 협상과 설득은 갈등 해결 방법 8가지 중에 포함된 서로 다른 방법이다.1 변화의 시대에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영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협상 기술과 설득 기술 7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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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객이 원하는 요구가 아니라 필요로 하는 것을 보라.

고객은 많은 것을 요구한다. 다양하기도 하지만 때론 과도해서 수용하기 어렵다. 고객은 왕이니까 무조건 최선을 다해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할까? 어렵다면 죄인처럼 불가능하다고 머리를 조아려야 할까? 필자가 글로벌 제약기업의 일반의약품사업부 대표로 근무할 때 약국 채널을 대상으로 활동하던 영업 사원이 전한 고객 요구 사항을 예로 들어보자.

“공급가는 낮아야 하고, 주문에 필요한 최소량은 지금보다 적어야 하고, 주문 후 하루 안에 배송됐으면 한다. 마진이 줄어들지 않도록 시장의 판매가가 형성돼 있어야 하며, 주변 약국과 판매가 차이로 인한 고객의 불평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른 약국엔 없는 독점 제품이 있었으면 하고, 판촉물이나 기념품은 많이 지원해줄수록 좋으며, 반품은 조건 없이 쉬워야 한다.”

이 모든 요구사항을 물론 들어줄 수도 없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의 많은 요구(What They Want)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실제 니즈(What They Need)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고객이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보다 근본적인 시각이 필요하단 뜻이다. 위의 케이스로 돌아가보면 고객의 실제 니즈는 이렇게 이해해 볼 수 있다.

“보건 의료 전문가로서의 평판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입을 이어 나가는 것. 찾아오는 환자 고객으로부터 불만을 들을 일이 없게끔 신뢰를 구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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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 사원은 고객의 요구와는 상이하지만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안을 준비하기가 쉬워진다.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고객은 요구하는 데는 전문가이지만 영업 사원이 판매하는 제품과 해당 세그먼트, 그리고 관련 소비자에 대해서는 영업 사원이 전문가이다. 제품의 입점을 제안하거나 판촉을 제안할 때 고객의 요구와는 달라도 고객의 니즈에 부합되면 영업 사원의 설득력은 강해진다. 스캇워크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때 사용하는 도구는 ‘BPLN(Behind Proposal Lies Need)’이다. 다시 말해 ‘고객의 요구와 제안은 숨겨진 니즈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기에 영업 사원은 그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모든 요구에는 니즈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데 집중하면 ‘Win-Lose’의 결과를 초래할 뿐이고 이는 지속적이지 못하다. ‘Win-Win’을 장기적으로 원한다면 요구 뒤에 숨겨진 니즈를 알아야 한다.

그럼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왜?’라고 물어보자. ‘가격을 인상하자’는 공급자의 실제 니즈는 현금 흐름 때문일 수 있다. 결제 조건을 일시적으로 변경해줄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면 가격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 컨설팅 회사 엘리베이트(Elevate.to)의 창업자인 로니카 로스(Ronica Roth)는 고객과의 대화, 시장과 업계의 인사이트,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인사이트 등의 조합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인사이트와 가정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신이 들면 고객의 요구를 뛰어넘을 수 있다.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열매는 달다.

2. 협상이 막힐 때는 고객의 회사가
아닌 사람을 보라

영업 활동 중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양측 입장의 차이가 커서 ‘나의 한계 목표와 상대방의 한계 목표가 교차해 합의가 이뤄지는 구간’인 바게닝 어레나(bargaining arena)2 가 없거나 수용할 수 없는 요구로 인해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때다. 선제적으로 조정안을 제안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회사 대 회사의 구조를 사람 대 사람의 시각으로 전환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영업 담당 입장에선 바이어 개인으로의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 고충은 무엇인지, 꺼리는 부분은 어디에 있는지, 교착 상태를 부른 안건이 바이어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등의 상황을 파악하면 뜻하지 않은 해결책이 생길 수 있다.

필자가 주니어 시절 W할인점 채널 팀장을 맡았을 때 카운터파트였던 대형 할인점 바이어는 공포 그 자체였다. 말 한마디로 제품의 입점과 프로모션 행사 및 제품의 진열 위치와 공간을 결정하는 결정권을 가진 바이어는 항상 경쟁 유통 매장에서의 판촉 행사에 대해 큰 불만을 쏟아냈다. 판촉 행사를 하지 않을 순 없고 누구나 최저가를 내세우는 입장에선 어느 한 고객의 입장을 들어주기 어렵다. 판촉 행사 내용을 내부적으로도 알리지 않고 진행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던 때다. 다른 유통사에서의 판촉 행사가 공개될 때마다 바이어에게 불려 가는 악순환을 겪고 있을 때쯤, 바이어 개인에 대한 정보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바이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경쟁 유통사에서의 판촉 행사 그 자체가 아니었다. 모든 판촉 행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다만 바이어는 경쟁 유통 업체의 판촉 행사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해 상사에게 질책을 받는 상황을 싫어했던 것이다. 바이어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판촉 행사도 진행하고, 질책도 듣지 않을 수 있는 해결책이 떠올랐다. 타 유통 업체의 판촉 행사 정보를 전단 배포 직전에 알려 주고 며칠 안에 대응 행사를 제안할 수 있다면 우리 입장에선 행사 매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듯했다. 또한 바이어로서도 경쟁사 정보를 미리 듣고 대응 프로모션을 기획했다고 상사에게 보고할 수 있게 되니 일석이조의 상황이었다.

바이어도 사람이다. 회사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며 요구를 하지만 사람으로서 이해하면 대응 방법을 찾기가 좀 더 쉬워진다. 무엇이 그에게 기회가 될지, 위협이 될지, 어떤 부분을 꺼리는지, 관심이 있는지 등 정보에 따라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갈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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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가치로 프레이밍
(HMHY - Help Me Help You)

(A)“열심히 준비했으니 이번 신제품 입점을 꼭 부탁드립니다.”

(B)“저희에게 직원 교육의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위에 제시된 (A)와 (B)는 모두 문제가 있는 대화법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체가 본인이다. 고객에게 나는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이 된다.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혜택을 받는 수혜자를 영업이 아니라 바이어로 바꿔보자. 상대방을 도와줘야 하는 프레임보다 본인이 직접 혜택을 받는 프레임은 매우 강력하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cguire)’에서 에이전트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가 스포츠 스타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과 논쟁을 벌이다 제리가 간절하게 “헬프 미 헬프 유(Help me help you)”를 외친다.

“네가 나를 도와줘야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어!”

제안을 수용했을 때 최종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영업 담당이 아니라 고객이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마음을 움직여 나를 도울 수 있다. 위 두 가지 문장의 프레임을 HMHY(Help me help you)로 바꿔보자.

(A)“이번 신제품 입점을 통해 귀사의 매출과 이익이 30% 증대되고 경쟁 업체에 소비자 고객을 빼앗기지 않도록 할 자신이 있습니다. 발주를 도와드릴까요?”

(B)“귀사 임직원의 협상 역량을 배양시켜 신유통 채널에서 협상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HMHY 대화법은 고객과 영업 담당 사이의 ‘상호 간 책임(Mutual Responsibilities)’을 더욱 명확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고객이 요구하는 프로젝트에서 막상 고객 자신이 어떤 세부적인 항목을 실행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HMHY 대화법은 고객이 해야 할 일을 책임지고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귀사의 부서별로 할당된 업무를 기한 내 완료해 주셔야 전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의 완수 기한에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객의 비즈니스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선 프로젝트의 성공이 담보돼야 하고, 고객이 맡은 업무를 기한 내에 완료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는 프레임은 고객의 성공과 당신의 성공 모두를 도울 수 있다. 잊지 말자. 당신이 나를 도와 줘야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다는 프레임을.

4. 설득과 협상은 다르다

상대방과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할 때 설득과 협상 중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까? 밥 본템포(Bob Bontempo)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교수에 따르면 협상과 설득은 서로 반대의 심리 프로세스다. 협상은 상호적인 이익을 위해 서로 가진 자원을 교환하는 것에 비해 설득은 어떤 자원이나 결과의 가치에 대해 상대방이 믿는 것에 변화를 주는 기술이다.

협상은 빠르고, 설득은 느리다. 하지만 설득은 말로 하는 것이니 공짜(No cost)지만 협상에는 어느 형태로는 양보(Concession)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협상은 매우 명확한 언어(목표나 제안, 그리고 양보 등)를 사용해 상대방에게 ‘당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설득은 모호해야 한다. 누구도 회의에 들어가서 “지금부터 그 사안에 대해서 당신이 믿는 바를 바꿔 주겠습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이렇게 협상과 설득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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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콘거(Jay A. Conger) 클레어몬트 맥케나대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설득에 필요한 기술(The Necessary Art of Persuasion)’에 따르면 설득에는 필수적인 단계가 있다.

• 신뢰성 수립

•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 프레이밍

• 선명한 언어와 설득력 있는 근거 수립

• 감정적인 연결

이 방식으로 브로콜리를 먹기 싫어하는 어린 딸을 설득해보자.

• ○○아, 비타민 섭취가 부족하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니? (신뢰성)

• 우리 가족이 감기로 자주 고생했는데 이번 겨울에는 누구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생각했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를 프레이밍)

• 오늘부터 매일 우리 가족 밥상에 브로콜리 스프를 포함시킬 거야. 그렇게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게 된단다. (제안과 근거)

• 그래서 누구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아빠의 기분이 너무 좋을 거야. (감정적인 연결)

이렇게 해서 브로콜리를 먹으면 이상적이다. 설득이 된다면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입을 틀어막고 저항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목표를 협상으로 풀어 보자.

• 아빠: ○○아, 오늘부터 브로콜리 스프 잘 먹으면 이번 달 말에 원하는 게임 사줄게. 어때?

• 딸: 음… 좋아!

협상과 설득 중 무엇이 더 뛰어난 갈등 해결 방법일까? 모범 답안은 없다. 서로 쓰는 기술이 다르고 써야 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설득을 먼저 시도하기를 권한다. 프레이밍 등의 기술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단, 설득이 과하고 같은 프레임이 반복되면 상대방이 짜증을 낼 수 있고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 설득이 통하지 않을 때는 협상으로 바로 전환하자. 협상은 교환의 과정이니 양보라는 비용이 소요됨을 잊지 말자.

5. ‘제안해 보세요’의 리스크
- 먼저 하는 제안의 강력한 힘

‘조건을 먼저 제안해 주시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가격 조건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위 문장의 공통점은 내가 먼저 하는 제안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제안을 요구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먼저 제안하도록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포지션을 선점할 기회를 주는 것과 같아 바람직하지 않다. 시카고 부스대학원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먼저 제안한 가격의 근처에서 최종 합의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먼저 하는 제안은 앵커링효과(Anchoring Effect)를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앵커링 효과는 의사결정을 할 때 먼저 접한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비논리적인 추론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다. 앵커링 효과는 앞에서 언급했던 바게닝 어레나가 없을 때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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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90일 안에 100달러의 자본금으로 100만 달러를 만드는 도전을 하는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언더커버 밀리어네어(Undercover Billionaire)’에서 주인공 글렌 스턴스는 중고차를 수리한 뒤 재판매하는 협상을 한다. 8900달러를 목표로 생각한 글렌은 구매자에게 8900달러를 목표대로 제안했고 상대방은 7000달러를 역제안해서 결국 중간 언저리인 7600달러에 합의를 한다. 구매자가 앵커링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글렌이 앵커링 효과를 보기 위해선 어떻게 했어야 할까? 목표한 8900달러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9050달러를 제안했다면 어땠을까? 상대방에게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안함으로써 ‘제안한 금액이 단단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주면서 조금 깎아주더라도 8900달러 근처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앵커링 효과를 기대할 때 조건이 있다. 나에게 정보가 더 많아야 하며 나의 앵커링이 현실적이어야 한다. 상대방이 이 제안의 근거를 물어봤을 때 신빙성 있는 제안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비현실적인 앵커링은 역효과를 부른다. 불신을 야기하며 오히려 상대방도 반대급부의 비현실적인 제안을 하게 만든다. 현실적인 앵커링으로 바게닝 어레나에 먼저 점을 찍어보자.

6. 라포와 선의의 양보를 구분하자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것은 영업 초기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재니스 내들러(Janice Nadler)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라포에 대해 “조화와 친밀감을 통해 서로에게 가지는 긍정적 감정 상태로, 라포를 구축하면 자신과 상대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 상대와의 교류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표현했다. 라포는 최소의 신뢰를 구축하고, 관심을 유발하며, 정보가 원활하게 교환되는 건설적인 관계로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협상 이론의 대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와튼스쿨 교수는 그의 저서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는가(Getting More)』에서 ‘수만 가지의 협상을 분석한 결과, 협상의 성공 요인 3가지인 내용, 절차, 사람 중 가장 큰 요인은 의외로 사람(56%)이었다’며 ‘공감’을 성공적인 협상의 핵심 요소라고 했다.

라포를 형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단, 선의의 양보(Unconditional Concession), 즉 상대방에 대한 조건 없는 양보는 피해야 한다. 협상의 정의는 ‘갈등 상황에서 덜 중요한 항목을 더 중요한 항목과 교환함으로써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3 이기에 반드시 교환의 과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교환의 과정(Trading Process)이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의의 양보’와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가 더 큰데 이는 조선 시대에서 비롯된 유교적 사고방식과 연관이 있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중시하고, 상업을 천시했으며,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맥락을 전달하는 방식은 거래와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서양의 사고방식과 차이가 있다.

선의의 양보는 상대방에게 ‘호의’로 인식된다. 조건 없는 양보가 쌓이면 주는 쪽은 기대치가 커지지만 받는 쪽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주는 쪽에서 요구를 했을 때 상대방이 거절하면 그때야 여태 해줬던 양보가 떠오르며 감정 컨트롤이 어렵게 되고 상대방은 오히려 당황한다.

양보에는 조건이 수반돼야 한다. 나에게 비용이 낮거나 유연한 항목을 양보로 내어 주면서 반드시 나에게 더 중요한 항목을 요구해야 한다. 이 양보와 요구는 동시에 일어나야 비로소 교환의 과정이 성립되며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럼 라포와 조건 없는 양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이걸 해주면 나의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갈까?’

‘상대방이 내 조건을 거절해도 차분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보면 라포 형성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아래와 같다. 생일을 기억하고, 어떤 관심사와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기억하고, 고향, 학교와 같이 공유할 점을 찾아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활동에 높지 않은 비용이 수반되는 음료와 식사 제공 등이다.

협상은 상대방과의 거래의 과정임을 잊지 말자. 상대방도, 나도 목표가 있으니 서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래를 해야 한다. ‘교환’이 불편하다면 협상은 시작도 말아야 한다. 협상에서 조건 없는 양보란 없다. 선의가 있든지, 없든지 말이다.

7. 가격 이외의 복수 항목으로 협상하는 법

가격 조건은 영업 협상에서 중요하다. 원하는 가격을 관철하려고 양측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가격의 조정에도 치열한 협상이 필요하다. 영업과 커머셜 직무를 경험할 때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다만, 가격 이외의 협상 조건은 없을까? 대표가 되고 보니 가격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 많은 경우를 보았다. 어떨 때는 현금 흐름의 이유로 결제 조건이 중요할 때가 있고, 가격과 큰 관계없이 거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때로는 장기적인 계약의 기간이 중요한 경우도 있었다. 가격은 중요하지만 가격 조건 하나만을 놓고 대치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해글링(Haggling•흥정)이다. 가격에 입장 차이가 있을 때 조금씩 양보해 중간에서 합의하는 해글링은 목표를 부분적으로만 달성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가격을 고수하면서 영업 협상의 목표를 달성할 방법은 없을까? 협상 항목을 확장해서 복수의 항목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항목 간의 조정을 통한다면 나에게 덜 중요한 항목을 양보하면서 더 중요한 항목에 대해선 내 입장을 고수하는 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협상 8단계 접근’4 중 하나인 패키지(Package) 단계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상 항목을 확장해 협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예전에 근무하던 글로벌 음료 기업에서 겪은 일이다. 고객사가 진행하는 수십억 규모의 입찰을 준비하던 중에 단가 면에서는 우리 회사나 경쟁사가 별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될 만한 어떤 항목을 추가할지 고민하던 중에 고객사 입장에서 어떤 것이 가치가 있을지 생각했다. 고민 결과, 미국에서 열리는 전문 박람회에 견학 트립을 떠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면서 기업 임원들과 미팅을 하고, 주변 대도시에 시장 조사까지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로 제안했다. 이 제안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 결과 입찰을 따낼 수 있었다. 가용할 수 있는 예산 범위 내에 있었던 프로그램 비용을 만약 가격에 반영했다면 경쟁사 대비 큰 차이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선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라는 점에서 큰 가치를 느낀 고객사는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경험은 결국 가격 이외의 항목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된 계기가 됐다.

바이어는 무조건 최저가를 선택할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바이어 입장에서는 가격은 여러 항목 중 하나일 뿐이고 복수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5 을 잊지 말자. 구매부를 만난다면 구매부 또한 실제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는 부서의 의뢰를 받아 협상을 하는 것이다. 구매부의 내부 고객인 엔드 유저가 원하는 급한 납기를 맞춰줄 수 있는 공급자가 없다면 고객에게는 가격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납기, 결제 조건, 계약 조건, 배송 조건, 계약 시작일, 유지보수 계약 등 가격 이외 상대방에게 중요한 항목을 찾아보자. 당신에게 더 중요한 목표 달성을 도와줄 것이다.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info.kr@scotwork.com
필자는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그리고 BAT코리아 등에서 사업부 대표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네슬레와 펩시 등의 글로벌 기업서 영업 사원(Sales Rep), 신유통 영업팀장(Key Account Manager), 지역 영업팀장(Area Manager), 영업 총괄(Head of Sales),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총괄 등 다양한 커머셜 직무를 경험했다.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협상 전문 교육기업인 스캇워크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 김의성 |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필자는 BAT코리아 대표이사와 베링거 인겔하임, 사노피에서 사업부대표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네슬레와 펩시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총괄(Head of Sales), 지역 영업팀장(Area Manager), 신유통 영업팀장(Key Account Manager),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총괄 등을 맡아 다양한 커머셜 직무에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다.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협상 전문 교육 기업인 스캇워크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info.kr@sco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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