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변덕쟁이 10대,뜨겁고 무서운 고객

DBR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미국 뉴욕의 의류업체인 에어로포스테일 최고경영자(CEO)인 줄리언 가이거는 지난 4월 미국 방송사 P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처럼 10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들은 경제 트렌드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가이거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녀의 소비를 줄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소비를 억제하는 등 먼저 희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에어로포스테일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43%나 급증했다. 갭이나 아베크롬비&피치 같은 다른 의류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와튼스쿨의 전문가들은 10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들이 불황기에 과도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승자와 패자 그룹이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은 10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들이 더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 또는 성인 계층을 고객으로 하는 기업보다 불황을 잘 견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번 불황기가 기존 통념이 틀리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불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다.” 소매업을 연구하고 있는 와튼스쿨 ‘Jay H. Baker Retailing Initiative’의 에린 아멘딩거 상무의 말이다.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마케팅 컨설팅사인 ‘WSL Strategic Retail’이 지난 8월 초에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0대의 56%가 휘발유, 연료,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들이 자녀들의 구매 요구에 ‘안 된다’라고 말하는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절반 이상의 10대가 스스로 번 돈으로 소비를 해야 한다. WSL의 선임 소매업 컨설턴트인 실파 반 로젠베리는 미국인들이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과 같은 품목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어떤 업종도 ‘불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유통산업협회(NRF)는 올해 새 학기 준비를 위한 지출 규모가 가구당 평균 594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7월에 밝혔다. 이는 지난해 564달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NRF가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달러 증가분의 대부분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전자 제품 구입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 조사업체인 BIG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신학기 준비와 관련한 소비 규모는 과거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가구당 소비는 450달러 수준을 맴돌았다. 최근 들어 가구당 소비가 증가한 이유는 “10대들에게 필요한 물건이 특히 전자 제품 분야에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Jay H. Baker Retailing Initiative’의 스티븐 호크 이사가 지적했다. “오늘날 10대는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10대의 필수품에 휴대전화, 디지털 제품들이 포함된다.” 휴대전화나 전자 제품이 조용히 야금야금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 가정의 전기료 부담이 커졌고, 10대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
 
90달러 대 20달러 바지
경기가 좋지 않아 10대와 어른들이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10대들이 자신들의 외모에 신경을 덜 쓰는 것은 아니다. 10대 자녀를 둔 모든 부모는 이에 공감한다. 의류업체 아베크롬비&피치와 에어로포스테일의 최근 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가격과 스타일 사이의 새로운 균형이 미세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년 동안 10대 고객을 독차지한 아베크롬비&피치는 올해 2분기에 이익이 줄고 주가도 하락했다. 대표 브랜드인 아베크롬비의 판매는 2분기에 약간 늘었지만 아베크롬비&피치의 다른 브랜드인 홀리스터, 루엘, 아베크롬비키즈의 판매액은 감소했다. 홀리스터는 10대가 주 고객이고 루엘은 20대, 아베크롬비키즈는 어린이 자녀를 둔 부모가 주 고객이다. 브랜드 및 고객 충성도 컨설팅 회사인 브랜드키스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로버트 파시코프는 “아베크롬비가 호황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와튼스쿨의 아멘딩거 상무는 이 같은 침체 조짐이 상당 부분 가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려 한 반면 아베크롬비는 가격 인하를 하지 않았다. 아베크롬비의 전략은 다분히 위험하다.”
 
8월 말과 9월 초 아베크롬비의 웹사이트에는 새 학기 할인 이벤트가 공지되지 않았다. 여학생용 바지 가격은 90달러대였다. 아베크롬비&피치의 CEO 마이크 제프리스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제프리스 CEO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우리는 가격 할인이나 특판 이벤트 등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가격 할인 정책은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현혹되기 십상이지만 우리는 기존 전략을 고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에어로포스테일은 고유가와 경기 악화로 많은 업체가 어려움을 겪은 올 여름에도 큰 수익을 올렸다. 과거 아베크롬비보다 조금 뒤처지는 10대를 위한 저가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에어로포스테일은 최근 매장을 다시 단장하는 등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멘딩거는 “에어로포스테일이 좀 더 나은 상품을 제공하고 10대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의미가 아니다. 10대들의 구매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옷이어야 한다. 그러나 가격도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새 학기에 에어로포스테일은 웹사이트에서 바지 50% 할인 행사를 했다. 모든 여학생용 바지 가격이 20∼3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일부 10대들은 경제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쇼핑한다는 점을 감안해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뭔가 독특하고 차별화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아멘딩거는 지적한다. 그녀는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어번아웃피터스의 예를 들면서 “당신에게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번아웃피터스가 8월 초에 발표한 2분기 이익 규모는 무려 79% 증가했다. “어번아웃피터스는 매장 디자인과 상품 측면에서 거의 경쟁 상대가 없다. 운영을 대단히 잘하고 있다.”
 
부모를 유혹해야 10대 고객 유인
고가 의류 업체들의 치열한 판매 경쟁에도 불구하고 중저가 할인 매장과 백화점에서는 대규모 새 학기 쇼핑 이벤트가 열린다. NRF의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의 73%는 할인 매장, 57%는 백화점에서 각각 쇼핑하며 48%만이 고가 의류 매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멘딩거 상무는 “부모들이 JC 페니나 콜스에 자녀들을 데려가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멋져 보이고 싶어 한다”면서 할인점과 백화점이 ‘스타일’로 10대를 유혹하고, ‘가격’으로 부모들을 유혹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JC 페니와 위스콘신에 본사를 둔 콜스는 이번 여름 온라인에 초점을 두고 유명 인사를 동원해 새로운 전략을 실행했다. 이들의 전략은 10대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이들을 유혹하려는 공격적인 시도였다. 예를 들어 JC 페니는 모델 키모라 리 시몬스의 의류 라인인 ‘패뷸러서티’를 포함해 10대에 초점을 맞춘 네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JC 페니의 브랜드들은 존 휴의 유명한 1985년 영화 ‘블랙퍼스트 클럽’의 테마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콘테스트, 휴대전화 및 TV 광고를 통해 홍보됐다. 콜스의 경우 레니 크라비츠와 에이브릴 라빈과 같은 가수, 헤이든 파네티어와 같은 배우 등을 포함해 유명인사와 연계한 여섯 가지 의류 라인을 선보였다. 모든 상품의 태그에는 ‘예술가의 영감으로 만들어진 옷을 당신이 입습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와튼스쿨의 호크 이사는 “옷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10대 청소년 또는 어린이도 차별화한 패션과 상표를 인식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회적 신호가 오고 간다”고 지적했다. 유명인사가 디자인한 의류 라인은 한때 최고급 매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호크 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당신은 당신의 어린 자녀들과 같은 것을 보고 있다”면서 “요즘 특징이 없는 장난감은 팔리지 않는다. 구매자를 표현해 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 팔린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매장 투자 확대
NRF는 새 학기를 맞아 쇼핑하는 구매자의 4분의 1 정도만이 온라인에서 쇼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07년에 비해 약 3% 증가한 수치다. 브랜드키스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 파시코프에 따르면 새 학기 준비를 위한 여름 쇼핑에서 온라인 부문은 지난해 대비 15% 증가하는 등 성장이 예상됐다. 할인 매장의 경우 10% 성장, 명품 매장은 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여전히 가장 큰 판매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이번 시즌에 온라인에도 진출했다. 지난 8월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K 스위스, 시어스, JC 페니, 콜스 등이 10대들의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L Strategic Retail의 로젠베리는 “온라인 마케팅 전략은 구매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10대들은 쇼핑몰에서 친구들과 만나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현명한 기업들은 온라인 마케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온라인 세상에서 성장하는 10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마케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콜스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스타돌닷컴(Stardoll.com)에서 홍보를 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명성, 패션, 친구(fame, fashion, friends)’를 모토로 하고 있다. 스타돌 회원들은 ‘미돌(MeDoll)’이라는 자신의 종이 인형 스타일 아바타를 직접 디자인하고, 가상 화폐를 사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위한 패션 브랜드와 가구 등을 살 수 있다. 스타돌에는 현재 2000만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쇼핑은 스타플라자에서 하는데, 콜스는 여기에 유명 인사가 만든 브랜드 두 종류를 제공한다.
 
스타돌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인 매트 파머는 “콜스 브랜드의 장점은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라고 말한다. 스타들도 미돌 아바타를 가지고 있고, 회원들은 스타들에게 메시지와 선물을 보내거나 자신들의 아바타에 옷을 입힐 수 있다. 파머는 “하늘이 맺어준 결합”이라면서 “브랜드는 엄청난 힘을 얻었고, 회원들은 유명 인사의 옷을 즐길 수 있게 됐다”라고 평했다.
 
이 속에 감춰져 있는 전략은 온라인에서 시도하는 가상 종이 인형 옷을 실제 의류 판매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지난 8월 코스모걸이란 잡지는 니어바이나우닷컴(NearbyNow.com)이라는 웹사이트와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코스모걸 독자와 니어바이나우닷컴 사이트 방문자는 잡지에서 본 의상과 액세서리를 클릭 한 번으로 즉시 구매하거나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주변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스타돌 방문객들에게 실제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토록 하는 프로세스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파머에 따르면 스타돌은 직접 구매 옵션의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파머는 “우리는 스타돌을 패션을 계획하는 도구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먼저 확인해 보고 싶어 한다”면서 “이들은 도구를 활용해 여러 조합을 만들어 보고, 부모에게 보여주고, 쇼핑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시장분석 회사인 히트와이즈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콜스는 8월 중순 스타돌의 온라인 방문객 수가 급증했을 때 최고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방문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회의적 시각을 표명한다. 브랜드키스의 파시코프는 “그냥 그 달의 유행처럼 방문객이 많았을 뿐”이라면서 “투자수익률을 보여줄 수 있나요?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 기업들이 실험적 시도를 해보는 데는 비용이 들게 마련이라고 와튼스쿨의 호크 이사는 말했다. 그는 “전통적 방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다”면서 “특히 할인점과 백화점은 인쇄 홍보물, 삽입 광고 등에 거금을 투자한다. 가능하다면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크 이사는 “할인점과 백화점도 10대 고객을 상대하려면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상품을 보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이런 행위가 오프라인 매장 방문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