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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기업의 리브랜딩에 스토리를 담아주는 ‘모베러웍스’

팬과 함께 만드는 브랜딩 추구
가벼움•솔직함•참여감이 성장 비결

김윤진 | 331호 (2021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MZ세대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로 입소문이 나며 오뚜기, 롯데월드, 뉴발란스, 신한카드 등과의 다양한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모베러웍스’는 2019년 8월 등장과 동시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기록의 매체가 된 유튜브 채널 ‘모티비’는 약 5만 명의 충성 구독자들을 확보하며 팬덤을 구축했고, 이들이 2021년 5월 펴낸 책 『프리워커스』는 출간 하루 만에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볍고 솔직하게 풀어내면서 팬들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모베러웍스의 공동 창작 실험은 자사를 넘어 디자인 마케팅을 고민하는 타사, 나아가 새로운 음악, 공간 등을 기획하는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이 같은 탄탄한 팬덤은 파트너 업무에서도 △신뢰와 존중 기반의 수평적 관계 구축 △레거시와 새로움 사이의 균형 탐색 △IP 결합을 통한 메시지 파급력 증폭을 가능케 하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면 재미있지 않을까?”

2019년 8월, 라인프렌즈 출신 디자이너인 ‘모춘’과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기획자 ‘소호’가 안정적인 회사를 뛰쳐나와 유튜브 채널 ‘모티비(MoTV)’를 개설했을 때도 이들의 포부는 그리 크지 않았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인간극장’처럼 ‘쟤네는 저러고 사는 구나’를 솔직하게 보여주자는 게 목표의 전부였다. 각자 번아웃과 무기력에 시달리다 퇴사했으니 이왕이면 재미있게 일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브랜드 활동을 기획하고 전개하고 결과물을 내는 일련의 과정, 실패담이든 성공담이든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하자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시작은 유튜브 첫 화 제목대로 ‘고군분투 브랜드 제작기’였다.

그렇게 초창기 이들의 유튜브 채널과 브런치 등 소셜미디어 활동은 모춘과 소호 두 사람의 일상을 기록하는 수준이었다. ‘모빌스(Mobills)그룹’의 탄생, 신생 브랜드 ‘모베러웍스(Mobetterworks)’의 론칭 과정을 A부터 Z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브랜드의 이름을 짓고, 마스코트 캐릭터를 그리고,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거나 조력자를 찾아 헤매는 등 맨땅에서 발로 뛰는 과정이 고스란히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이렇게 카메라 하나만 들고 크리에이티브 업계를 들쑤시고 다니자 약 10년간 라인프렌즈의 캐릭터 사업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별동대가 무언가 새로운 일을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브랜드 기획, 디자인, 마케팅 종사자들 사이에서 서서히 번져 나갔다. 제도권 안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실력, 소위 ‘영업 비밀’을 대방출하면서도 제도권 밖에서 관성 타파를 외치는 모베러웍스의 행보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특히 ‘자유 노동자(Free Workers)’를 자처하는 이들의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메시지에 일터 안팎에서 크고 작은 반란을 꿈꾸던 MZ세대가 호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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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형성된 팬들은 단순히 관찰자 시점에서 모베러웍스라는 신생 브랜드를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 대신 ‘모쨍이’라 불리는 이 팬덤은 유튜브 충성 구독자로서 브랜드의 성장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개입했다. 구독자 수는 이제야 5만 명이 됐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대부분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 마케팅 관련 종사자들 혹은 관련 전공 학생들인 만큼 팬덤의 힘은 숫자 자체보다 의미가 컸다. 언제든지 SNS에 입소문을 퍼뜨리고 트렌드를 만들 준비가 된 ‘얼리어댑터’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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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인 및 기업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예비업자나 준전문가로서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종업계 선배들이 물밑에서 작업하는 방식을 속속들이 엿볼 기회가 잘 없다는 점에서 모베러웍스의 기록이 가치 있었다. 이들에겐 유튜브가 일종의 ‘학습 도구’였던 셈이다. 팬들의 니즈를 간파한 모베러웍스는 ‘현실 조언 시리즈’를 통해 프릳츠 커피 김병기 대표가 말하는 카페 브랜딩, 문구 큐레이션 편집숍 오르에르 김재원 대표가 말하는 공간 기반 브랜드 기획 등 학습을 돕는 콘텐츠를 강화하고 라인프렌즈, 배달의 민족, 페이스북, 애플 등 브랜드 마케팅 관련 임원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처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갈증은 모베러웍스 멤버들에게 창업의 계기가 된 동시에 같은 꿈을 꾸는 팬덤의 유입을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됐다.

실제로 모쨍이들의 화력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증명됐다. 2020년 5월1일 노동절을 기념해 서울 경의선 숲길에 문을 연 브랜드 모베러웍스의 첫 팝업스토어에는 열흘간 7000명의 방문객이 긴 행렬을 이뤘으며, 2021년 5월1일 홍대 무신사테라스에서 연 팝업스토어에도 오픈과 동시에 1만 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매해 큰 행사 때마다 굿즈는 완판 행렬을 기록했고, 올해 팝업스토어에서 첫선을 보인 뉴발란스와의 컬래버이션 상품은 4시간 만에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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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기업 내에 숨어 있던 모쨍이들이 러브콜을 보내면서 모베러웍스와 기성 기업들의 협업도 물꼬를 텄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전통 브랜드들이 MZ세대 사이에서 ‘힙함’의 대명사로 떠오른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다. 오뚜기를 시작으로 롯데월드, 이랜드(뉴발란스), 디아지오(싱글톤), 신한카드 등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면서 젊은 소비자들과 교감하고 싶은 기업들의 의뢰가 이어졌다. 모베러웍스는 이런 요청에 기꺼이 화답하면서도 과거 기업들이 외주사와 일하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거부했다. 파트너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작업도 암실에서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게 아니라 팬덤인 모쨍이들과 소통하면서 진행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파트너사와의 협업 과정을 전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모베러웍스는 자사 브랜드 제작뿐만 아니라 외주 브랜드 제작에까지 팬들이 참여하는 청사진을 구상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탄탄한 팬덤을 등에 업은 이들의 브랜딩 실험은 이전까지 ‘갑을 관계’로 알려져 있던 클라이언트사들과의 협업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과거에는 외주 디자인 회사가 일방적으로 기업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구조였지만 프로젝트의 전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팬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선 클라이언트들도 모쨍이들의 반응을 살피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기업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최종 소비자이자 홍보대사로서 활약하게 될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양사가 윈윈(win-win)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MZ세대와의 적극적인 교감, 연결을 무기로 크리에이티브 그룹이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 모베러웍스의 브랜딩 전략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살펴봤다.


DBR mini box I
모빌스그룹 소개

모빌스는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전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는 과정을 유튜브 채널 ‘모티비’에 기록한다. 상품 카테고리는 모자, 양말, 슬리퍼, 의류, 가방, 노트, 컵, 테이프와 스티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각 브랜딩 에이전시, 디자인 스튜디오, 일러스트레이터 등에서 활동하다 2013∼2014년 네이버 라인에서 만난 소호, 모춘, 대오를 중심으로 7명의 멤버가 뚜렷한 개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그룹사운드’ 형태를 지향한다. ‘A Little Joke for Free Worker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모베러웍스’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를 테마로 온라인과 온라인, 제품과 콘텐츠의 영역을 넘나들며 더 나은 일의 방식을 제안한다. ‘모티비’는 모빌스의 활동을 기록하고 생각을 보여주는 미디어로 ‘모춘 브랜드 제작기’ ‘현실 조언’ ‘누브랜딩’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재한다.

팬과 함께 만드는 유기적 브랜딩

모베러웍스를 만든 ‘소호’와 ‘모춘’, 뒤이어 합류한 ‘대오’는 라인프렌즈 캐릭터가 탄생해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로 확장되고 독립 법인이 되는 과정을 함께한 직장 동료들이었다. 이들은 라인프렌즈의 태동기부터 성숙기에 이르는 브랜드 생애주기를 지켜보고 글로벌 테마파크형 스토어나 라이선싱 쇼, 전시회 등 오프라인 기반의 공간과 제품을 기획하면서 사랑받는 캐릭터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 덕에 단기간에 스타트업에서 거대 기업으로 커버린 일터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피로감’에 시달리던 이들은 각기 다른 시점에 퇴사를 택했다.

그랬던 셋이 다시 뭉친 이유는 창업이란 거창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통했기 때문이었다. 브랜드 제작은 이들이 할 줄 아는 유일한 일이자,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었다. 회사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기존에 하던 일을 하되 일하는 방식을 비틀고 기왕이면 유쾌하게 풀어보고 싶었다. ‘일에 대한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발상도 여기에서 나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 안건과 보고 체계, ‘ASAP(As Soon As Possible)’를 독촉하는 e메일,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량 대비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보상에 지친 사람이 그들뿐일 리 없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어루만지는 메시지를 던지면 누군가는 공감해줄 것이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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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브랜드를 단 두 명, 세 명이 만드는 게 아니라 제도권 안팎의 모든 ‘자유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고 싶었다. 어차피 홍보에 쓸 수 있는 비용도 없었기에 입소문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유기적 성장을 추구하려면 SNS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이들은 유튜브 채널 모티비를 통해 브랜드 제작기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각한 브랜드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요소는 ‘가벼움’이었다. 직장 내에서 금기시될 법한, 다소 노골적이고 천박한 생각도 너무 무겁지 않게 꺼내려면 웃음을 유발하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욕망을 반영한 ‘Small Work Big Money’ ‘ASAP(As Slow As Possible)’, ‘No Agenda’ ‘TMI(Too Much Income)’ 등 농담과 진담을 절묘하게 섞은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 이유다. 캐릭터의 힘을 알기 때문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화자이자 브랜드의 대표 얼굴인 마스코트도 디자인했다. 가능한 한 천천히 일하고, 별다른 안건 없이 지내면서,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자유로운 철새 ‘모조’를 브랜드의 페르소나로 설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가상의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히고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실제 존재하는 노동절, 즉 5월1일 행사에 모조를 등장시키고 모조를 박은 의류나 생활용품도 제작해 판매하는 등 현실과의 연결고리도 만들었다.

이렇게 메시지 제작부터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 설정, 행사의 기획과 준비, 제품 생산 등 매 단계를 실행에 옮기고 조력자를 찾는 일련의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됐다. 이런 노력에서도 엿보이듯 모베러웍스가 강조한 브랜드의 두 번째 요소는 바로 ‘솔직함’이었다. 이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란 근사한 결과물이나 시각적인 로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고 정의했다. 회의 안건을 없애자면서 숱한 회의를 거듭하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밤샘 일을 하는 모순적인 모습도,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경계를 오가며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모베러웍스 그 자체였기에 숨기지 않고 인정했다.

소호는 “보통의 브랜드들이 멋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서 ‘짠’ 하고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면 우리는 조롱을 당하거나 비웃음을 살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캐릭터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별것 없어 보이는 브랜드에도 응원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를 통해 작업의 전 과정을 공개하자 메시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재미와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여정을 응원하는 팬들도 하나둘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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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모베러웍스의 차별점이자 브랜드를 완성하는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참여감’이었다. 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건 모베러웍스의 철학이었다. 그리고 이런 철학은 브랜드 모베러웍스의 로고를 디자인하기 위해 시작한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실험인 ‘누브랜딩(Nu-Branding)’ 프로젝트에서 빛을 발했다. 새로움을 뜻하는 ‘누(Nu)’와 브랜딩(Branding)의 합성어인 누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모베러웍스는 팬 모쨍이들의 힘을 총동원했다. 브랜드의 상(像, 눈에 보이거나 마음에 그려지는 마음의 형체)을 디자인하는 접근법 자체는 학교와 직장에서 배웠던 것과 유사했지만 팬들이 이 방법론을 적용하는 주체가 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이 차별화됐다.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직접 생산하면서 성장하길 원하는 MZ세대와 공동 창작에 나선 것이다. 디자이너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과 디자이너가 함께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하면서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실험이었다.

누브랜딩 프로젝트를 이끈 디자이너 ‘대오’는 유튜브를 코크리에이션의 무대로 삼았다. 모베러웍스라는 대상(오브젝트)에서 연상되는 키워드(서브젝트)를 모쨍이들에게 마음껏 던져달라고 요청한 뒤 댓글을 받았고, 이 키워드들을 합치고 분해하고 변형하면서 브랜드의 상을 구체화했다. 변화구, 관성 깨기, 이야기꾼, 모순, 노동자, 일, 자유, 놀이, 연결, 솔직함, 위트 등 다양한 키워드가 나왔다. 이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도 영상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반복됐다. 오브젝트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인 서브젝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팬 커뮤니티의 의견을 백분 반영한 셈이다. 모베러웍스는 이렇게 팬과 함께 만든 로고를 명함에 넣었을 뿐만 아니라 모쨍이 145명의 이름으로 세계 최대 디자인어워드인 iF에까지 출품했다. 대오는 “수백 명의 모쨍이가 모베러웍스에 대해 가지는 인상을 댓글로 달아주는 것을 보면서 팬들이 단지 우리 프로젝트의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우리를 잘 이해하는 팬들 덕분에 역으로 브랜드를 돌아보고 더욱 선명하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모베러웍스는 모쨍이 개인이 ‘나’라는 오브젝트에서 서브젝트를 찾고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킷도 출시했다. 구독자들을 단순히 시청자 혹은 소비자 위치에 머물게 하지 않고 브랜드의 공동 창작자로 끌어들인 누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가이드북, 수첩, 포스트잇 등 학습 도구들을 제공하고 펜을 쥐여 주면서 브랜딩 대상을 ‘개인’으로 넓힌 것이다. 이 같은 실험은 모베러웍스가 팬덤을 공고히 하고 채널을 성장시키는 기폭제가 됐으며 궁극적으로는 팬과 함께하는 유기적 브랜딩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함으로써 그룹의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실험의 확장

이렇듯 모베러웍스는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고 팬과 함께 브랜딩을 하는 참신한 시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제 막 팬덤을 생성하기 시작한 신생 그룹이었기에 대중성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콘텐츠나 굿즈 판매 수익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자생력을 기르기까지는 디자인 에이전시로서 클라이언트가 발주한 업무도 병행해야만 했다. 라인, 카카오 출신으로 업계에서 10년씩 몸담은 브랜드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의기투합한 집단이었던 만큼 다행히 알음알음 브랜드 제작을 해달라는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자사 브랜드 구축 과정에서 마음껏 발휘되던 모베러웍스만의 참신하고 자유분방한 색깔이 외주 업무에서는 거의 발휘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기존에 일하던 방식을 뒤집어보고 관성을 깨자면서 야심 차게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났지만 막상 클라이언트의 요청대로 문제 해결에 집중하다 보면 ‘갑’인 기업에 눈치를 보거나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며 자유노동자를 자처한 게 무색해질 정도로 자유가 제한됐다. 당연히 컬래버레이션에 따른 시너지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멤버들은 고객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모베러웍스의 개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 파트너와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호는 “처음 물밑 접촉해 온 클라이언트들은 우리가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무슨 콘텐츠를 제작하고, 팬들과 어느 정도로 교감하는지 등은 전혀 모른 채 개개인의 경력만 보고 핏(fit)이 맞지 않는 업무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의 강점을 살리고 진정한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내려면 외주 업무도 누브랜딩 실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팬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코크리에이션하는 것이 모베러웍스의 차별점인데 외주 브랜드 디자인이라고 해서 물밑에서만 진행하라는 법은 없었다. 고객과의 협업도 모베러웍스가 하는 일의 일부이기에 얼마든지 콘텐츠로 녹여내고 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새로운 브랜딩 실험을 타사로 확장하고 협업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1. 오뚜기 × 모베러웍스
- 신뢰와 존중 기반의 수평적 관계 구축

하지만 이런 실험은 기업 파트너의 동의 없이는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꺼이 모베러웍스의 계획에 동참해준 오뚜기와의 협업은 회사의 큰 변곡점이 됐다. 오뚜기의 ‘누룽지’ 제품을 재해석하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발단은 숨은 모쨍이였던 강호준 오뚜기 E-biz(온라인사업부장)의 제안이었다. 온라인 환경에 맞는 제품 기획과 영업,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오뚜기의 E-biz 사업부는 전략적으로 누룽지란 상품을 온라인 전용으로 리브랜딩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브랜드와 관련해 오뚜기 차원의 고민은 아무리 품질에 공을 들여도 가공식품, 즉 인스턴트라는 꼬리표를 떼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E-biz 사업부는 99% 이상을 식재료에만 의존하는 완전식품인 누룽지를 앞세워 오뚜기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해보자는 취지에서 누룽지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통 식품으로서 오래된 이미지를 버리고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강 부장이 선택한 방법은 모베러웍스와 협업하는 것이었다. 제품의 구성이나 패키지 등을 바꾸고 SNS나 온라인몰에서 파급력을 가질 만한 굿즈 세트를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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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와의 프로젝트는 모베러웍스의 기존 외주 업무와는 출발부터 달랐다. 모베러웍스의 색깔을 명확히 이해하고 신뢰하는 파트너와의 협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창기 구독자로서 모베러웍스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강 부장은 유튜브를 통한 소통, 팬들에 의한 참여와 콘텐츠 재생산이 모베러웍스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룽지의 리뉴얼 과정을 전부 모티비를 통해 송출하는 데도 기꺼이 동의했다. 구구절절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줄 때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양사 모두에 부담이 따르는 실험이었다. 사내 결재 프로세스를 거치지도 않고 최종 승인을 받지도 못한 디자인 시안들이 노출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모베러웍스가 제안한 디자인이 오뚜기로 넘어간 뒤 중간 개발, 생산 단계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엎어질 수도 있고 결재 승인이 안 떨어질 수도 있었다. 또한 오뚜기의 개발, 생산 역량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 감춰진 문제점이 속속들이 드러날 위험이 컸다. 더욱이 누룽지는 오뚜기가 굳이 모험을 감행하지 않아도 이미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제품이었다는 점에서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모베러웍스 입장에서도 파트너사의 이견에 부딪히거나 결과물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공개된 이상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과정과 결과가 낱낱이 ‘박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모베러웍스는 팬과 함께하는 유기적 브랜딩, 코크리에이션 실험을 확장한다는 본래의 기획 의도를 밀어붙였고, 오뚜기 E-biz 사업부 역시 모베러웍스의 문법을 신뢰하고 존중했다. 전략 상품인 누룽지에 ‘힙함’을 불어 넣고 타깃 세대인 MZ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라는 실무진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호는 “오뚜기 기존 제품의 디자인과 결이 180도 달랐는데도 E-biz 사업부에서 직접 회장 보고 등 내부 프로세스를 다 처리해가면서 모베러웍스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라며 “우리를 이해하는 파트너와 일할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베러웍스는 식품 브랜딩을 잘하는 동료 ‘주연’에게 누룽지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긴 뒤 킥오프 미팅부터 PT, 상품 출시에 이르기까지 주연이 일하는 모습을 전부 영상으로 촬영해 모티비에 공개했다. 주연은 리뉴얼 제품의 콘셉트를 ‘코리안 스타일 시리얼’로 정하고 여러 파격을 시도했다. 젊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에 콘플레이크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듯이 누룽지를 물에 말아 먹게 하자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제품에 ‘밥플레이크’라는 이름을 붙였고, 포장재도 시리얼을 연상시키는 직사각형 박스와 스틱형 소용량 봉투로 바꿨다. 이어 누룽지 캐릭터인 ‘뚜룽지’의 외형과 세계관을 디자인하고 아침 식사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식기와 테이블보 등 굿즈도 함께 제작했다. 소비자가 누룽지란 제품을 사용하는 새로운 상황(context of use), 즉 아침 식사라는 ‘장면(scene)’을 구성해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모베러웍스와 오뚜기 간 협업 과정을 담은 3회의 편집 영상과 실시간 제작 공유, 뒷이야기가 전부 팬들에게 공개됐고, 팬들의 피드백은 다시 프로젝트에 반영됐다. 중간에 밥플레이크의 영문 표기 등 규제 문제로 난항을 겪고 포장재의 규격과 재질을 고심하는 모습, 주연이 부담감을 호소하고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들도 여과 없이 노출됐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우여곡절과 기업 내부 프로젝트의 속사정을 엿본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상은 매회 1만5000뷰 안팎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회 차를 거듭할 때마다 댓글이 쏟아졌다. 이렇게 제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누룽지 리뉴얼 제품은 오뚜기 온라인몰에서 출시와 동시에 하루 만에 완판됐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실제 아침 식사로 시리얼 대신 누룽지를 먹는 장면이 연이어 태그되는 등 양사 모두 만족할 만한 바이럴 효과를 거두면서 판매가 종료됐다.

소호는 “누룽지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주연이 프로젝트를 멋지게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중간에 힘들어하거나 좌절하는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공개되면서 팬들의 공감을 유발하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된 것 같다”며 “결과가 아닌 과정을 공개하고 소통할 때의 실보다 득이 크다는 것을 양사가 함께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 롯데월드 × 모베러웍스
- 레거시와 새로움 사이의 균형 탐색

오뚜기 누룽지 사례가 화제를 모으면서 모베러웍스에 브랜딩을 의뢰하는 기업은 더욱 많아졌다. 하지만 멤버들이 오뚜기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고 얻은 깨달음은 오히려 “모든 의뢰를 수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모베러웍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아야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수평적 협업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모베러웍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정도만 알고 찾아오는 기업들과의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소호는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파트너 선정에 앞서 ‘모티비 보셨어요?’가 가장 많이 던지는 필수 질문”이라며 “유튜브 콘텐츠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우리의 주력 무기인데 모티비를 보지 않고 해결할 숙제만 던져주는 기업의 요구에는 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파트너의 저변을 넓혀가던 모베러웍스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된 프로젝트는 롯데월드와의 협업이었다. 롯데월드는 2020년 코로나 이후 잠실 테마파크 방문객이 줄어들자 고객과의 접점을 오프라인 공간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YTB(Young & Trend Band)’라는 팀을 새로 조직했다. 이 같은 임무를 받은 YTB가 처음 착수한 프로젝트가 바로 롯데월드의 대표 캐릭터 ‘로티’와 ‘로리’의 리브랜딩이었고, YTB는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베러웍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모쨍이였던 롯데월드 내 한 팀원이 캐릭터 마케팅에 강하고 Z세대와 활발히 소통하는 모베러웍스와의 브랜딩 실험을 제안하면서 성사된 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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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의 주된 고민은 로티, 로리같이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잠실 테마파크 밖에서도 계속해서 소비할 만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로티와 로리는 롯데월드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Z세대에게 어필하려면 장소적 배경의 변화, 젊은 세대에 걸맞은 디자인 변형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롯데월드에 모베러웍스는 최적의 파트너였고 오뚜기 등과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는 리브랜딩 프로젝트 전 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사내 인사들을 설득하는 데 좋은 근거가 됐다.

김영주 롯데월드 YTB 책임은 “처음 프로젝트 기획 과정에서는 모베러웍스의 대중성이 조금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롯데월드 캐릭터가 변화하는 과정이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돼 송출됐을 때 젊은 세대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결과 내부 설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여기에 ‘밈(meme)’1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효과까지 작용하면서 내부적인 반발 없이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로티와 로리가 롯데월드가 1989년 개원할 때부터 30여 년간 기업의 얼굴이 돼준 오래된 상징이라는 점이었다. 기본적인 성별이나 외관만 남기고 완전히 이미지 변신을 하자는 게 프로젝트 기획 의도였지만 너무도 사랑받는 캐릭터에 변화를 가하다 보니 사공이 한둘이 아니었다. 롯데월드 사내에도 이 캐릭터의 역사를 함께한 직원들이 너무 많았다. IP 콘텐츠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노력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형이었고 사내 캐릭터 협의체와도 긴밀하게 협업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모베러웍스의 개성을 살리는 것만큼이나 롯데월드 캐릭터 고유의 색깔을 훼손하지 않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 관건이었다. 가령 캐릭터 디자인에서부터 원형을 얼마나 보존할 것인지, 기본 형체를 인지하게 하더라도 표정이나 행동 등은 얼마나 다양하게 할 것인지를 두고 회사 안팎의 의견이 분분했다. 한 예로, 캐릭터 세계관 확장을 위해 놀이공원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던 로티와 로리가 일터 밖으로 ‘퇴근’해 아파트에 산다는 스토리텔링 요소를 가미했다가 “놀이공원에 사는 로티와 로리가 왜 갑자기 퇴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접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베러웍스와 YTB만 뜻을 모으면 되는 게 아니라 고객사 내 많은 유관 부서 및 협의체와 논의를 거듭해야 했기에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시안이 제작, 수정되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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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모베러웍스는 리브랜딩 과정에서 자사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이 깊은 레거시 기업과 일할 때는 기업의 오래된 자산에 담긴 정서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에 달린 수백 가지 댓글 중에도 여러 가지 시안 중 로티와 로리의 원래 원형에 가까운 버전을 선호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오랜 기간 살아남은 캐릭터는 다르다’는 게 모베러웍스가 얻은 깨달음이었다.

이렇듯 양사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1안, 2안, 3안 등이 거듭 출현하는 등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해결의 열쇠는 결국 팬들과의 소통에서 나왔다. 모베러웍스는 물론이고 롯데월드 내부 직원들 역시 댓글들을 통해 소비자 선호를 가늠하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하면서 의견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었다. 즉, 캐릭터 디자인과 세계관을 정하고, 굿즈를 제작하고,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등 의사결정의 고비마다 모쨍이들의 피드백에서 실마리를 찾았던 셈이다. 그리고 이 팬덤의 화력 덕분에 로티, 로리를 잠실 테마파크란 한정된 공간에서 꺼내 새로운 공간인 ‘아파트먼트’로 옮겨놓는 콘셉트의 롯데월드 성수동 팝업스토어는 약 4주간 1만 명의 방문객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대오는 “의사결정이 바뀌고 중간에 일이 엎어지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협업 과정의 일부이고, 팬들이 답을 찾아주기도 한다”라며 “이 과정까지도 솔직하게 보여주면 콘텐츠가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3. 뉴발란스 × 모베러웍스
- IP 결합을 통한 메시지 파급력 증폭

모베러웍스의 파트너 업무에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뉴발란스 프로젝트였다. 그전까지는 파트너사의 지식재산권(IP)에 모베러웍스의 개성을 더하는 작업이었다면 뉴발란스와의 협업은 파트너사뿐만 아니라 모베러웍스의 IP까지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양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업하고, 레거시와 새로움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서 나아가 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 사명(mission)을 하나로 합쳐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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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뉴발란스 마케팅부는 너무도 익숙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넘어 새로운 형식의 협업으로 브랜드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파트너를 물색하다가 모베러웍스에 연락을 했다. MZ세대에게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고객들이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생산하는 모베러웍스 콘텐츠의 가능성을 눈여겨봤기 때문이었다. 콘텐츠 트렌드에 민감한 뉴발란스 마케팅부 구성원들이 당시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던 콘텐츠가 모티비였던 점도 협업에 힘을 실어줬다. 뉴발란스 내부 모습을 콘텐츠화해 외부 채널에 공개한 시도는 처음이었지만 모베러웍스 콘텐츠의 힘이 ‘과정의 공유’라는 것을 인지한 내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협업은 급물살을 탔다. 특히 한국 뉴발란스를 총괄하는 조동주 이사가 모티비에 직접 출연하면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선 것도 협조적인 촬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이 됐다.

김유정 뉴발란스 MD는 “모베러웍스가 컬래버레이션을 성공시킨 사례들을 이미 봤기 때문에 IP 활용에 대한 부담이 없었고 모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메리칸 빈티지 무드가 뉴발란스 상품에 녹여지면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조직 내부에 있던 ‘모쨍이’들의 지지 역시 프로젝트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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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두 회사 모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사명이 뚜렷하고 MZ세대에게 이런 메시지가 잘 알려져 있다는 게 탄탄한 협업의 발판이 됐다. 모베러웍스는 ‘일(WORK)’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이고, 뉴발란스는 ‘운동(WORK OUT)’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라는 데서부터 접점이 있었다. 양사에 직관적이고도 명확한 메시지가 있다 보니 ‘팀워크(TEAMWALK)’ ‘홈런(HOMERUN)’ ‘킥오프(KICK OFF)’ 등 일과 운동의 중의적인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위트 있는 캐치프레이즈도 쉽게 연상됐다. 발을 묶은 채 어깨동무를 하는 2인3각의 이미지, 집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공을 놓고 헛발질하는 킥오프의 이미지도 캐릭터 디자인에 더해졌다. 양사의 IP를 결합한 로고도 생겼다. 서로 손을 맞잡은 형태로 재해석된 재활용 마크가 모베러웍스가 추구하는 ‘연대’의 가치, 뉴발란스가 원하는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의 가치의 상징이 됐다.

대오는 “직관적이면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메세지, 키워드가 명확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모베러웍스와 뉴발란스는 일과 운동이라는 축이 명확했기에 그 핵심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발란스가 2021년 4월 모베러웍스에 파트너십을 처음 제안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5월1일 노동절 행사에서 양사의 협업 상품인 WORK&WORK OUT 컬렉션을 론칭할 수 있었던 것도 두 회사의 목표가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의사결정이 이례 없이 빠르게 이뤄졌다. 보통 두 브랜드가 만나서 진행하는 협업은 2배의 시간이 드는 게 일반적인데 실무진의 의지와 리더급의 의사결정, 글로벌 본사와의 의사소통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결과 기간이 오히려 단축됐다. 콘텐츠 스토리텔링에 강한 모베러웍스, 생산과 품질 관리 등에 강한 뉴발란스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애자일하게 움직인 결과였다. 이렇게 뉴발란스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5월1일 노동절 행사에서 상품들이 조기 품절되고 완판되면서 성공의 불씨를 확인했고, 이후 2차 물량을 뉴발란스 전 매장에 출시하면서 이런 성공은 매출로도 연결이 됐다.

김유정 MD는 “매출 측면에서도 만족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베러웍스와 함께 콘텐츠 중심 일하기 방식을 시도하고 SNS 및 유튜브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이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점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특히 유쾌하게 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브랜드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양사 IP의 시너지가 잘 발휘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이 아닌 스토리를 판다

모베러웍스가 현재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브랜드와 캐릭터에는 ‘수명’이 존재한다. 모베러웍스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잦은 소통은 결국 잦은 노출을 의미하고 캐릭터 수명을 필연적으로 깎아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조직의 크리에이티브를 과연 큰 조직이 돼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관성을 거부하는 이들이 과연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새로움을 원하는 팬들의 열망을 계속해서 채워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에 대해 모베러웍스의 입장은 분명하다. 특정 브랜드, 특정 캐릭터의 인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식을 수 있지만 그걸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극장 같은 일상의 기록,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며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듯이 브랜드 모베러웍스가 설령 위기를 겪더라도 그 또한 스토리로서는 얼마든지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소호는 “브랜드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일과 관련된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하지만 그렇다 해도 브랜드와 만드는 사람을 동일시하지는 않는다”면서 “모베러웍스가 망하는 과정조차 콘텐츠가 될 수 있으며 모베러웍스이 자랑하는 메인 상품은 브랜드가 아니라 콘텐츠”라고 말했다. 결과 자체만 따로 놓고 봤을 때는 사람에 따라 취향이 아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결과물과 별개로 즐거움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모베러웍스의 설명이다.

또한 이미지 소모를 막기 위해 영업 비밀을 꽁꽁 감추기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최대한 드러내고 그 대신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게 처음부터 모베러웍스의 영업 방침이다. 주는 만큼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전략이다.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가감 없이 모베러웍스의 모든 것을 보여줬더니 팬덤도 생기고 기업들이 먼저 협업 제안을 했듯이 파트너들이 모베러웍스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신뢰와 존중도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21년 노동절 행사는 뉴발란스뿐 아니라 원티드(채용 정보), 프릳츠(커피), 마지언타이틀(가방) 등 다양한 분야의 14개 업체가 자발적으로 프로젝트 동참을 제의하면서 완성된 협업의 결과물이었다. 소호는 “우리가 가진 것을 먼저 주면 그만큼,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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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러웍스가 회사를 단순히 브랜드 마케팅 에이전시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방식을 깨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정의하고 유튜브 제작에 이어 책 출간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도 콘텐츠 생산자로서 시장에 포지셔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실제로 지난 1년 6개월간 모베러웍스의 행보를 담은 이들의 책 『프리워커스(Free Workers)』는 경영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출판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브랜드 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일을 찾기 위한’ 자신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책을 펴낸 것도 이야기를 판매하는 회사로서 이들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또 책을 통해 모티비를 구독하지 않던 사람들이 역으로 모티비로 유입됐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늘어났다. 그런 의미에서 책 출간은 텍스트든 영상이든 과거와 현재의 행보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의 힘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노력의 연장선에서 모베러웍스는 브랜딩에 대한 협소한 정의에서 벗어나 음악, 공간 운영 등 더 넓은 크리에이티브 신(Scene)으로 진출하고 있다. 처음 안정된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실험을 도모한 것처럼 이번에는 디자인과 마케팅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전혀 다른 장르의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는 실험을 기획하는 중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음악 TV쇼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에서 멘토와 프로듀서로 활약한 힙합 프로듀서 팀 ‘그루비룸’과 손을 잡고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이 같은 브랜드 기업과 뮤지션 간의 컬래버레이션은 음악 프로듀싱을 넘어 힙합 레이블 ‘AREA’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스트리트 문화를 조성하길 원하던 그루비룸이 모베러웍스에 먼저 관심을 표시하고, 크리에이티브 신의 확장을 꾀하던 모베러웍스가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이들이 기획하는 성대한 연말 파티와 오프라인 공간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다만 모베러웍스는 앞으로도 단순히 ‘디자이너 그룹’ ‘마케터 그룹’이라는 한정된 수식어를 떼고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컬래버레이션 대상을 예술가, 건축가, 작가 등으로 계속해서 넓혀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런 모베러웍스의 다양한 변주를 지탱하는 변하지 않는 축은 이들이 파는 이야기, 즉 ‘콘텐츠’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과정으로 전달되게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테크노디자인대학원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모베러웍스는 얼핏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일을 내가 함께하는’ 협업을 수행한다. 다만 기존의 일반적인 협업과 다른 점은 협업의 결과뿐만 아니라 협업의 과정을 제3자인 일반 소비자에게 노출한다는 점이다. 단순 노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협업의 과정에까지 소비자를 참여시켜 참여감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협업 과정에 노출되거나 참여하는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또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수행하면 소비자들이 협업의 결과물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결과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와의 협업이 쉽지만은 않다. 소비자와의 의사소통 과정 중 의도하지 않은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전문성이 부족한 소비자의 제안이 최종 결과물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원하지 않는 소비자가 전체 방향을 다르게 가져가서 업계 프로나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실패 확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릴 때 정확하게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까? 언제 소비자가 기업을 더 좋아하고 협업의 결과물을 구매하게 될까? 본 사례의 흥미로운 점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협업의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련 마케팅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에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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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다른 누군가가 참여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델, 레고, 스타벅스 등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일반 소비자에게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리고 대다수 실무자는 어떻게 하면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이디어와 관계없이 크라우드소싱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환영을 받고 매출을 높이는 효과가 있음이 나타났다.

2017년 일본의 한 연구팀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지(Muji)’의 크라우드소싱 활동을 연구했다. 당시 무지는 크라우드소싱 대회를 열고 ‘한 번 누르면 울리고, 다시 한 번 누르면 꺼지는’ 비상용 알람을 최종 수상 아이디어로 선발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실제 개발돼 1500엔에 팔리면서 상용화됐다. 연구자들은 비상용 알람이 판매되기 시작한 직후 67일 동안 일본 전역에 있는 46개 무지 매장에서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조사 대상인 매장을 무작위로 둘로 나눈 뒤 비상용 알람 옆에 전시하는 128 x 91㎜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의 문구를 다르게 조작했다. 23개 매장에 전시된 디스플레이에는 신제품이라는 점만 단순하게 명시했고, 다른 23개 매장에 전시된 디스플레이에는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무지 고객들이 개발한’ 신제품이라는 점을 추가로 명시했다.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POP 디스플레이에 “무지 고객들이 개발한 신제품”이라는 점이 추가로 명시된 경우 총 48개의 비상용 알람이 더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우드소싱 표시가 있는 경우 330개, 없는 경우 282개가 팔렸다. 개별 매장으로 환산하면 매장당 17%의 추가 판매가 일어났으며, 일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67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58일간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정 매장이나 특정 날짜에 판매가 갑자기 차이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판매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둘째, 우리가 노력한다는 점을 알리자

전통적으로 소비자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즉, 품질이 좋거나 배송이 빠르거나 가격이 낮으면 기업의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제품을 좋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예를 들어 가게에 과일이 예쁘게 진열된 경우, 과일 진열에 들인 노력에 감동하며 그 노력에 보상하려고 노력한다. 즉, 과일이 예쁘게 진열됐다고 해서 과일이 더 신선하거나 가격이 더 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과정에 들이는 노력에 보상하려는 심리가 생긴다는 의미다. 이러한 보상 심리는 과일이 아니라 다른 제품에 대한 구매에도 연결돼 식료품이 아니라 다른 제품을 사더라도 매장 담당자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려는 마음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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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국의 한 연구자는 소비자가 다른 사람의 노력에 얼마나 가치를 매기는지 연구했다. 모든 참가자에게 부동산 중개인 두 명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두 명의 중개인이 같은 아파트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서 다르게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중개인은 컴퓨터를 사용해 1시간 만에 정보를 정리했다고 알려줬고, 다른 한 명의 중개인은 수작업으로 9시간이 걸렸다고 알려줬다. 응답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수작업으로 오랫동안 노력한 중개인(68점)을 컴퓨터로 금방 일 처리를 끝낸 중개인(50점)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셋째, 우리가 전문가라는 점을 알리자

유럽의 냉동식품 브랜드 이글로(Iglo)라는 회사가 판매하는 냉동 시금치 뒷면에는 “이 시금치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문구와 함께 바코드가 있다. 바코드를 스캔하면 농장 주인의 나이와 언제부터 시금치 농장을 운영했는지가 나온다. 이처럼 식료품에서 주로 적용되던 제조업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 최근에는 기업 대표에 대한 정보 전달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이조스가 운영하는 기업에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창립자 연구에서도 와이너리 창립자에 대한 정보가 와인 구매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결국 와인에 대한 구매 의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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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필자는 캘리포니아의 공동 연구자와 함께 와이너리 창립자 연구를 수행했다. 가상으로 미국 나파밸리의 레드와인을 만든 뒤, 와인 병 뒷면에 붙는 와인 레이블을 조작해 25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다. 한 그룹에는 포도 품종을 알려줬고, 다른 그룹에는 와이너리 창립자인 ‘오페란젤리’라는 가상의 인물을 소개했다. 실험 결과, 와인 지식이 부족한 초보자의 경우 창립자 정보를 접하면 와인 구매에 자신감을 얻어 와인 구매 의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와인 지식이 충분한 전문가의 경우 창립자 정보가 구매 자신감이나 구매 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모베러웍스는 소비자와의 협업이 가진 본질적인 힘을 보여준 사례다. 핵심은 협업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협업의 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소비자와의 협업을 처음 시도하는 기업에는 이 과정이 쉽지 않고 결과가 불확실하며 성공하더라도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값비싼 협업을 수행할 때는 최종 소비자가 가치를 느끼는 협업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알려진 마케팅 연구 결과에 따르면 1) 다른 누군가가 참여했다는 소식을 알리고 2) 우리가 노력한다는 점을 알리고 3) 우리가 전문가라는 점을 알릴 때 소비자가 기업을 더 좋아하게 만들고 협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모베러웍스의 놀라운 점은 결과물의 인기는 식더라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기업들도 이러한 철학을 받아들여서 ‘전문가의 노력이 과정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i. Nishikawa, Hidehiko, Martin Schreier, Christoph Fuchs, and Susumu Ogawa (2017), “The Value of Marketing Crowdsourced New Products as Such: Evidence from Two Randomized Field Experiment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4 (4), 525-39.
ii. Morales, Andrea C. (2005), “Giving firms an ‘E’ for effort: consumer responses to high-effort firm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1 (4), 806-12.
iii. Choi, Beomjoon and Jaewoo Joo (2021), “Authentic Information on the Back Label of Wine Bottle,” Asia Marketing Journal, in press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테크노디자인대학원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주재우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디자인싱킹, 신제품 개발,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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