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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팟캐스트가 살아난 비결

눈이 피곤한 세상, 듣는 즐거움에 ‘푹’
유튜브도 팟캐스트를 없애지 못했다

장재웅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TV의 등장이 라디오를 죽이지 못했듯 유튜브의 폭발적 인기도 팟캐스트를 없애지 못했다. 오히려 팟캐스트 시장은 스트리밍 기술의 발달, AI 스피커의 대중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수요 증가 등의 원인으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방식의 변화로 인한 고립감, 화상회의 등으로 인한 시각적 피로도 증가 등으로 인해 보는 즐거움 대신 듣는 즐거움을 선택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스포티파이, 애플, 아마존 등이 팟캐스트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듣는 콘텐츠 시장은 새로운 격전장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시장에서 했던 일을 오늘날 팟캐스트가 라디오 업계에서 수행하고 있다.” (What Netflix did for video is what podcasts are doing for radio today.)

1970년대 북미 1위 라디오 프로그램 공급 업체 ‘웨스트우드원’을 설립해 미국 라디오 산업을 이끌던 놈 패티즈(Norm Pattiz)가 35년간의 라디오 산업 관련 커리어를 정리하고 팟캐스트 플랫폼 ‘팟캐스트 원(Podcast One)’을 설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그는 2010년 팟캐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발 빠르게 팟캐스트 플랫폼 팟캐스트 원을 세웠고 이 업체는 미국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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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팟캐스트 열기

패티즈의 예상대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팟캐스트의 인기가 뜨겁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0년 10억 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팟캐스트 시장은 2025년 33억 달러로 성장할 예정이다. 5년 만에 3배 이상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경우 서비스하는 팟캐스트가 200만 개에 육박한다. 또한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팟캐스트 제작 및 유통사 더링어를 흡수 합병한 데 이어 최근에는 팟캐스트 광고 퍼블리싱 플랫폼 메가폰을 인수했다. 최근 한국에도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공공연히 “스포티파이는 더 이상 음악 회사가 아니라 오디오 회사”라고 밝히며 팟캐스트 등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팟캐스트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애플 역시 2014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꾸준히 팟캐스트 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을 진행 중이다. 2017년에는 팟캐스트 검색 텍스트 ‘팝업 아카이브(Pop Up Archive)’를, 지난해 초에는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선정해주는 서비스 ‘스카우트 FM’을 인수하는 등 팟캐스트 서비스 개선에 나서며 스포티파이에 빼앗긴 팟캐스트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1년 4월에는 팟캐스트 스트리머가 청취자 대상으로 과금할 수 있는 플랫폼, ‘애플 팟캐스터스 프로그램(Apple Podcasters Program)’을 선보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아마존이 팟캐스트 스튜디오 ‘원더리(Wondery)’를 3억 달러에 인수하며 팟캐스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시장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팟캐스트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10년간 국내 팟캐스트 시장을 선도해온 ‘팟빵(podbbang)’이 있다. 팟빵은 2012년 ‘나는 꼼수다’로 팟캐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 발 빠르게 온라인 공간에 산재해 있던 팟캐스트 채널들을 모아 청취자에게 제공하는 팟캐스트 플랫폼을 선보이며 국내 대표 팟캐스트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덕분에 현재 팟빵의 국내 팟캐스트 시장점유율은 약 70%에 육박한다. 팟빵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 건을 넘어섰고 매일 50만 명 정도가 팟빵을 통해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2만3000개가 넘는 팟캐스트 방송이 팟빵에 올라와 있고 지난해 누적 청취 시간이 2억4000만 시간을 넘었다. 연간 팟캐스트 콘텐츠 다운로드 수도 2012년 20만 건 수준에서 2016년 300만 건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후 유튜브의 영향으로 정체를 보이다 지난해 360만 건을 넘어서며 반등 중이다.

팟캐스트의 부활 원인

초대형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출현 이후 ‘한물간 콘텐츠’ 취급을 받았던 팟캐스트의 부활 원인은 크게 기술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 경제적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기술적 요인으로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무선 헤드셋 등 팟캐스트를 듣는 장애물을 없애주는 기기들이 크게 늘었다. 이들 기기는 멀티테스킹에 강점이 있는 팟캐스트와 맞물리면서 출퇴근 시 대중교통에서 혹은 운전을 하면서, 집에서 집안일이나 다른 취미 생활을 하면서 쉽게 팟캐스트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실제 팟빵은 AI 스피커나 커넥티드카와 제휴를 통해 청취자들과의 접점도 넓혀가고 있다. 현재 SKT 누구, KT 기가지니, 네이버(웨이브, 프렌즈), 카카오 AI스피커, LG 유플러스, 르노삼성자동차 QM3, 쌍용자동차 ‘올 뉴 렉스턴’, CJ헬로를 통해 팟빵의 오디오 콘텐츠를 들을 수 있다. 또한 향후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다양한 콘텐츠 기업이 사람들의 이동 시간을 두고 경쟁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팟캐스트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심리적 원인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국내 팟캐스트 청취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엔 1월부터 11월 15일까지 무료 콘텐츠 청취 시간이 1억4650만 시간이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1억9821만 시간으로 약 35% 증가했다. 팟빵 측은 “재택근무와 휴교 등으로 개인의 고립감이 평소보다 커진 상태에서 팟빵을 미디어로서, 또 소통 창구로서 청취자들이 활용하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적인 요인도 크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로 이용자들을 많이 뺏기게 되자 팟캐스트 시장 내부적으로 투명한 청취 지표와 정산 시스템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때 국내 팟캐스트 콘텐츠 트래픽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다. 팟빵 역시 지난 2019년부터 ‘팟빵 광고센터’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실시간으로 체계적인 광고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뚜렷한 정산 시스템이 없어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유튜브에 대거 빼앗겼던 경험을 교훈 삼아 최근 팟캐스트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들과의 투명한 정산 기준을 마련하고 나섰다.

이렇게 최근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가 한국의 팟캐스트 시장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네이버와 아프리카TV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이 시장에 진출했다.1 팟캐스트 플랫폼 시장이 새로운 콘텐츠 격전장이 되면서 성장성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TMT 전망 2020(Technology, Media, and Telecommunications Predictions 2020) 보고서에서 최근 기업들이 팟캐스트 시장에 진출하는 원인에 대해 ‘팟캐스트를 활용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매출을 거둘 수 있다. 광고와 협찬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고 이 밖에도 유료 구독, 굿즈(MD) 판매, 이벤트, 브랜드 홍보용 콘텐츠 제작•채널 유치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DBR mini box I : Interview: 정경훈 ‘팟빵’ 콘텐츠제작2본부장
“힐링과 감성을 채워줄 수 있는 매체가 팟캐스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오디오북, 오디오 SNS 등 음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팟캐스트 전문 업체 팟빵도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디오 PD 출신으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잔뼈가 굵은 정경훈 팟빵 콘텐츠제작2본부장을 만나 오디오 기반 서비스들의 인기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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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빵이 국내 1위 팟캐스트 플랫폼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

2011년 국내에서 정치 풍자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인기를 끌었는데 정제된 방송 언어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 상당히 충격적이고 재밌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초기 화제작에 힘입어 현재 팟빵을 이끌고 있는 김기록 대표가 팟빵의 모회사인 ‘코리아센터’의 사내 벤처 형태로 팟빵을 설립한 이후 2012년 코리아센터에서 독립하면서 팟빵이라는 별도 법인이 탄생했다. 당시에는 팟캐스트에 대한 개념도 정확하지 않았고 이 시장을 주목하는 투자자나 광고주들이 많지 않았다. 제일 먼저 시작했다는 초기 선점 효과와 그만큼 많은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인 결과, 지금의 팟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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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빵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팟빵은 온라인 공간에 산재해 있는 팟캐스트 채널들을 모아 청취자에게 큐레이션하고, 팟캐스트 제작자에겐 호스팅(음원 파일용 서버 대여)을 제공하는 팟캐스트 종합 플랫폼이다. 또한 이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수주, 팟빵 내 팟캐스트 채널에 광고를 탑재하고 수익을 크리에이터와 나눠 갖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하는 라디오와 달리 팟캐스트는 다운로드 수, 재생 횟수, 청취 시간 등 데이터가 명확하게 나오다 보니 광고주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팟캐스트는 장르의 제약이 없는데다 오히려 다루는 분야가 더 세분화돼 있고 뚜렷하다 보니 충성 청취자가 많고 팬덤이 형성되기 쉽다. 그 때문에 광고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i

설립 초기에는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초창기엔 팟캐스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크리에이터들이 무료로 팟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줬고 유튜브처럼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게 된 이후에도 최소한의 수수료만 받고 수익을 배분해줬기 때문이다. 초창기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팬덤을 활용해 광고를 본인이 직접 소싱하는 방식이 대세였다. 그나마 최근 국내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팟빵을 중심으로 광고 수익 등 수익 구조를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팟캐스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단 소리가 주는 매력이 있다. 소리는 시각적 정보에 비해서 정보가 제한되기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눈으로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상상력을 제약한다. 또한 불안의 시대엔 소리가 주는 감성이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일례로 유튜브에서도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끄는데 그 원조가 팟캐스트다. 힐링, 삶의 여유를 찾는 사람들의 감성을 채워줄 수 있는 매체다. 대표적 오디오 콘텐츠인 라디오와 비교하면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어 청취자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라 생각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대 강점인 ‘온디맨드’ 요소를 살려 시간, 장소, 분량 등을 알아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정규 방송에선 느낄 수 없는 ‘날것’의 느낌 역시 장점이라 생각한다. 팟캐스트는 라디오와 달리 전파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훨씬 자유롭게 기성 미디어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고 표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콘텐츠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IT나 AI 스피커, 무선 헤드셋 등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일단 IT가 없었다면 팟캐스트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최근 AI 스피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마트 TV 등이 대중화되면서 오디오 스트리밍 콘텐츠들을 이용할 수 있는 경계가 넓어졌다. 그 덕을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이 많이 보고 있다. 여기에 에어팟과 같은 무선 헤드셋의 대중화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팟빵도 청취자의 취향을 파악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을 한다. 이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국내 경쟁사들의 동향과 팟빵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현재는 팟빵의 시장점유율이나 영향력이 지배적이라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NHN이 만들었다가 아프리카TV가 인수한 ‘팟티’라는 업체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 들어온 것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로 생각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느니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또 다른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팟빵은 최근 자체 제작 콘텐츠를 대폭 늘렸는데 이런 투자를 통해 팟캐스트 시장의 전체 콘텐츠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체 제작 콘텐츠로는 ‘매불쇼’ii 와 ‘행쇼’iii 등이 있다. 매불쇼는 편당 6000만 재생 수 정도 나온다. 또한 최근에는 ‘팟빵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집중 투자에 나섰다. 매월 선보이는 ‘오디오 매거진’으로 국내 최초의 오디오 매거진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팟빵의 전략은 무엇인가?

앞서 말한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 증가가 팟빵의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싶다. 콘텐츠 서비스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비율을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는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퀄러티를 담보할 수 있다. 팟빵은 이미 지난해 오디오 방송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가 15개 정도로 웬만한 지상파 라디오 수준이다. 또한 서울 홍대 팟빵홀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공개홀과 스튜디오로 꼽히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팟빵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흥행도 중요하지만 일반 크리에이터들에게 ‘팟캐스트의 표준’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팟빵만의 콘텐츠 제작 원칙이 있다면?

딱 한 가지다. 바로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콘텐츠 제작자들이 타깃 청취자나 시청자에 대해 집착하는데 이 회사에 오자마자 PD들에게 ‘타깃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어떤 콘텐츠는 10대가 많이 듣고, 어떤 콘텐츠는 50대가 많이 듣고, 이런 식으로 구분하면 대부분 맞지 않다. 요즘은 트렌드가 나이와 상관없이 이뤄진다. 결국 만드는 사람이 가장 즐겁고 좋아하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만들면 이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 ‘누가 들을 것 같으니 그런 걸 만들자’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재밌는 걸 만들면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성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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