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시대가 묻고 일터가 답하다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팬데믹으로 직장인들은 늘상 일하던 사무실을 떠났거나, 들락날락하거나, 두려워하게 됐습니다. 함께 일하는 공간을 떠나 재택근무 등의 리모트워크를 시작한 것이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공존하는 가운데 이렇게 만족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연구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 일견 업무 효율성이 크게 증대됐을 것 같지만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뉴욕대 교수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무실 전면 폐쇄로 인한 각 개인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50분까지 늘어났습니다.

2013년, 재택근무를 선제적으로 실험했던 야후도 이 제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최고의 결정과 통찰 중 대부분은 복도와 카페테리아에서의 토론, 즉흥적인 팀 회의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재택근무의 장점은 하나도 없다”고 단언하고 나서면서 리모트워크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분산 근무 체제로 전환하며 잃게 되는 가치는 ‘휴먼 모멘트(human moment)’입니다. 뉴욕대, IMD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신 호(2021년 3•4호)에서 사람들이 대면하는 순간인 ‘휴먼 모멘트’는 유대감을 향상시키고, 구성원 간의 헌신과 협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재택근무가 사무실을 대체할 만한 완벽한 대답이 아니란 사실이 증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묻고, 미래의 일터가 응답해야 할 정답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모습의 사무실로 그대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업무 공간은 어떻게 변해야 하고, 또 변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 DBR가 찾은 키워드는 ‘다이내믹(dynamic)’과 ‘하이브리드(hybrid)’입니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듯 직원들이 머무는 장소와 형태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분산 근무 체제와 보다 진화된 업무 툴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술이 일터의 안전성과 효율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솔루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는 업무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할 전망입니다. 서울에 있는 취재기자가 VR 헤드셋을 쓰고 뉴욕에 있는 이진하 스페이셜 대표를 3차원 가상 사무실인 ‘홀로그래픽 오피스’에서 만났는데 두 사람의 실제 얼굴 모습을 한 아바타가 함께 자료 화면을 보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 이상의 생생함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실재감이 덜한 ‘줌(zoom)’에 비해 몰입감이 강하기에 기존의 오프라인 환경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자신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무실은 최대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바이오필릭(biophilic, 자연 친화적) 오피스 연구자인 앤서니 클로츠 텍사스 A&M대 교수는 “팬데믹 이후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 실내 감염을 낮추기 위한 위생 시스템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인간의 본능인 자연 친화를 강조하는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커피숍, 공유 오피스 등이 제2의 사무실로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속속 등장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안경에 장착된 센서로 사람들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파악해 최적의 온도와 습도, 조명, 향을 조성해주는 일본의 워킹 스페이스, ‘싱크랩’은 스타벅스 내에 퍼스널 업무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

한편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는 ‘집무실’이 초기 인기몰이에 성공한 비결 중 하나는 집에서의 육아가 얼마나 전투적인지 절감한 사람들이 창업 멤버 중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감염병이라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생활밀착형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각광받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용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콘페리헤이그룹의 멜리사 스위프트 디지털 책임자의 말처럼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일터는 어떤 모습이 돼야 할지,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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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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