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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다양성 추구와 여성 역량 강화가 성장 비결”

이복실 | 286호 (2019년 12월 Issue 1)
일본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의 최고경영자(CEO) 우오타니 마사히코는 회사 창립 이래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에서 발탁된 최초의 CEO다. 일본 코카콜라 사장을 지낸 그는 지난 2014년 매출 감소와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활력을 잃어가던 시세이도의 수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정체기에 빠진 회사를 살려낼 구원투수로 영입된 셈이다.

5년이 흐른 지금 그의 성적표는 어떨까. 현재 시세이도는 연평균 9% 매출 성장률과 41%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왕년의 전성기를 다시금 구가하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에 주로 집중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글로벌화를 꾀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창립 3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열린 국제포럼 연사로 나선 우오타니는 시세이도의 성장 비결에 대해 “다양성 추구와 여성 역량 강화에 집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세이도에 합류했을 당시 고객의 80% 이상이 여성인데도 사내 여성 간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며 “고객 니즈에 맞는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여성 인재 발탁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각별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령, 승진시켜야 하는 직원 후보군을 추려내라고 하면 남자 이름만 적어내는 부서장들에게 “여성 후보는 없냐”고 일일이 따져 물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 결과 한때 0%였던 사내 여성 이사(감사) 비율은 현재 45%로 크게 늘었고, 이는 시세이도가 다시 성장 동력을 찾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다양성이 기업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음은 시세이도 같은 개별 기업 사례뿐 아니라 글로벌 연구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국가, 사회적으로 여성 인력에 대해 개방적이고 공정한 문화를 형성하고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장려할수록 경제적 성공도가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현실은 OECD 평균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 7월 발표한 여성가족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매출 500대 기업 기준 전체 임원 1만4460명 중 여성 임원은 518명(3.6%)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에서도 롯데처럼 그룹 차원에서 여성 인재 발굴과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롯데그룹의 신입사원 중 여성은 5% 수준이었으나 2019년에는 42%로 크게 뛰었다. 또 간부사원 중 여성은 2005년 1%였으나 지금은 14%로 늘었다. 여성 임원 숫자도 2004년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2019년에는 3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여성 임원 확대는 CEO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 없이는 달성하기 힘들다.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위험을 줄이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등의 조치 역시 병행돼야 한다. 침체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다양성을 토대로 한 기업 혁신에 성공해 우리나라 경제가 또 한 번의 경제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회장
필자는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대 교육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8회에 합격해 1985년부터 30년간 공직에 재직했으며 여성가족부 대변인, 보육정책국장, 차관을 역임했다. 지금은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추구하는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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