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Editor’s Letter

자율 경영 혁명

김남국 | 268호 (2019년 3월 Issue 1)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는 넷플릭스입니다. 과감한 투자와 강력한 콘텐츠, 높은 가성비와 사용 편의성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경영 관점에서는 독특한 조직문화가 단연 관심사입니다. 통상 인사 조직에서는 근무, 휴가, 성과평가 등 복잡한 제도를 운용하는 데 주력하지만 넷플릭스 인사팀은 이런 규정을 폐지하는 게 주된 활동입니다. 실제 넷플릭스 직원들은 별도 승인 절차 없이 휴가를 사용하고 경비도 집행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연간 단위의 로드맵이나 전략, 예산 계획 등도 없습니다.

관리와 통제를 경영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보면 이런 방침은 재앙을 유발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별다른 부작용 없이 혁신을 주도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자율적인 문화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자율의 이면에는 놀랄 만큼 확고한, 그래서 매우 경직된 원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인재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최고의 인재와 함께 일하게 하는 것’이란 원칙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는 역량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냉정하게 퇴사를 유도합니다.

한국에서는 노동규제 등으로 넷플릭스 같은 인사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국 조직의 특성에 맞는 나름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유니콘 스타트업 토스에서는 동료들이 역량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직원에게 개선의 기회를 주지만 결국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퇴사를 권유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게리 피사노 하버드대 교수의 말대로 탁월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실패는 봐주지만 무능함은 봐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은 피사노 교수의 조언과 반대의 모습, 즉 무능함은 봐주면서 실패는 잘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자율 경영을 도입하면 도덕적 해이와 생산성 저하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이란 이념을 받아들이지 못한 기업은 변화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며, 이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창간 11주년을 맞은 DBR은 경영계에 ‘자율’이란 화두를 제시합니다. 관리와 통제의 이념을 자율로 대체하기 위한 경영 대가의 혜안과 통찰, 다양한 사례, 성과관리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리포트를 계기로 자율 경영 혁명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또 창간 11주년을 맞아 한국의 지성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의 인터뷰와 한국 경영학계의 원로급 인사들 및 벤처기업가들의 좌담을 통해 한국 경영의 미래를 조망해봤습니다. 특히 이어령 이사장이 전해준 날치 이야기가 깊은 인상을 줍니다. 날치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수면 위로 날아올라 30초 이상 길게 비행하며 생존합니다. 이때 지느러미가 날개 역할을 한다는군요. 덕분에 날치는 바다 밖의 세상을 훤히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위협적인 경영 환경은 우리의 역량을 새로운 생존의 무기로 활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더 크고 넓은 지혜도 가질 수 있습니다. 창간 기념 특집 섹션과 함께 미래를 조망해보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