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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질책의 덫

김남국 | 262호 (2018년 12월 Issue 1)
‘부하직원이 잘못하면 리더는 질책해야 한다.’

오랫동안 많은 리더가 당연한 상식으로 여기고 있는 생각입니다. 질책을 하면 부하직원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성실하게 업무에 임할 것이란 게 이런 생각의 기본 가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안타깝게도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온 소박한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바로 두려움입니다. 인류는 자연재해나 맹수의 위협은 물론이고 집단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생존해야 했습니다. 집단에서 배제되면 심각한 생존 위협이 생기고 간신히 살아남더라도 DNA를 물려주기 어렵게 됩니다. 두려움이란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자들의 발견대로 인간은 불확실성이나 손실 등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 때문에 리더가 질책하면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변명을 하거나, 아니면 잘못했다고 빠르게 인정하고 순응해 조직으로부터의 퇴출 위협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하지만 두 반응 모두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

변명하는 조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적 대안이 논의되지 못합니다. 나중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도 조직원들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가급적 문제를 덮기에 급급할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의료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응급실은 문제가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료사고가 자주 보고되는 등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된 응급실이 더 탁월한 성과를 낸다고 합니다. 반면 질책하는 문화에서는 평소에 사고가 잘 드러나지 않다가 결국 치명적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금처럼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순응 역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게리 하멜 교수는 현재의 경영 환경에서 성공에 공헌하는 요소는 열정(35%), 창의력(25%), 추진력(20%) 등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순응이나 복종 같은 요소는 성공에 얼마나 기여할까요. 그에 따르면 0%입니다. 본래 새로운 사고와 혁신적 시도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에서는 절대 혁신적 시도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의도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직원이거나, 아니면 철저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질책을 발전을 위한 격려로 느끼는 관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질책은 조직에 부정적 영향만 축적시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더는 지시하고, 평가하고, 질책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리더는 부하직원과 현실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 과정에서 부하직원의 역량을 키워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제 리더는 지시나 명령이 아닌 공감과 경청을 기반으로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며 부하직원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코치 혹은 멘토가 돼야 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코칭과 멘토링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한 대기업에 외부 인사가 CEO를 맡았는데요,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회사였기 때문에 경직된 조직문화 변화와 관련한 절박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코칭과 멘토링 개념을 토대로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번 리포트가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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