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데럴 릭비의 ‘Agile Scale up’ 방법론

“빅뱅 전환보다 단계적 전환 방식이 이상적
애자일팀과 협업 쉽게 체질 개선을”

259호 (2018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애자일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애자일 혁신팀을 신설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애자일 팀 운영으로 소기의 성과를 본 회사들의 경우 이를 전사적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 작은 부문을 애자일하게 바꿔 성과를 냈다고 해서 이를 쉽게 회사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조직의 리더가 애자일 방식이 적합한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잘 나누고 새로 조직된 애자일 부서가 행정적인 절차나 운영 팀 및 혁신 팀 간의 협력 부족 등의 문제를 겪지 않도록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또 애자일 팀으로 운영되지 않는 부문도 애자일 팀으로 운영되는 부문을 확실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애자일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최근 애자일 조직을 신설하거나 애자일 코치를 영입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보려는 회사들이 눈에 띈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 빠르게 성장한 글로벌 혁신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존 기업들에 조직을 발 빠르고 유연하게 만든다는 구상은 아주 매력적이다. 애자일 전략이 회사에 제대로 적용되면 전통적 방법에 비해 팀의 생산성 향상, 임직원 사기 진작, 시장 출시 시기 단축, 품질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자일 역시 다른 경영 기법과 마찬가지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애자일 도입이 실패로 끝나는 사례도 많고 무리하게 애자일을 조직에 이식하려다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와 같이 애자일에 적합한 1 분야가 아닌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같은 업무에 무조건적으로 애자일을 도입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또 같은 회사 내에서도 특정 업무에 애자일을 도입해 성공했다고 해서 이를 전사적으로 무조건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애자일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도입할까만큼 애자일 확장(Agile Scale u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기업 내 어떤 부문을 애자일 팀으로 개편하고 어떤 부문을 제외해야 할까? 애자일 조직과 비애자일 조직의 성과 평가와 보상 체계 구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여러 개의 애자일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조화나 행정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을 듣기 위해 DBR은 데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애자일 전문가이자 스크럼 마스터 2 로 애자일을 조직 전체로 확장하는 방법을 연구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6월 합본호에 ‘애자일을 확장하라 - 한두 개에서 수백 개 팀으로 애자일을 확장하는 방법’이라는 아티클을 기고하기도 했다. 또 오는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에 연사로 참가할 예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기업이 사업 부문을 애자일 팀으로 개편할 필요는 없다. 실제 애자일 방식이 적합하지 않은 회사나 사업 부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애자일 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면 장기적으로는 조직 전체를 애자일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새로 조직된 애자일 부서가 행정적인 절차나 운영 팀 및 혁신 팀 간의 협력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자일 팀으로 운영되지 않는 부문도 애자일 팀으로 운영되는 부문을 확실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데릴 릭비 시니어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서면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애자일 전략에 적합한 산업이나 직무가 있다고 보는가.
애자일 혁신 팀과 관련된 수만 건의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통적인 팀에 비해 애자일 팀의 성공률이 4배 정도 높았다. 특히 규모가 크고 복잡성이 높은 프로젝트의 경우는 성공 확률이 6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거의 모든 경우 애자일 팀은 전통적인 팀에 비해 팀 생산성과 직원들의 사기가 높았고, 시장 출시 기간이 빨랐으며, 제품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리스크는 적었다. 물론 애자일 혁신 팀의 구체적 활용 양상은 산업별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현재 IT 기반 기술기업의 애자일 팀 활용은 공공기업체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 성공률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애자일 팀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수의 팀에 적용했던 애자일 전략을 회사 내 수백 또는 수천 개의 팀으로 확대 적용하는 작업은 커다란 도전을 수반한다. 그중 가장 큰 도전과제는 애자일 팀을 조직 내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다. 임원들이 애자일 팀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아 유의미한 차이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애자일 팀을 엉뚱한 곳에 배치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팁을 주자면 애자일 팀은 회계처리와 같은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신제품 고안, 사업 프로세스 개선 등 혁신 프로그램에 더 잘 맞는다. 이외에도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가 발견된다. 변화에 대한 조직의 저항, 경영진이 애자일 팀을 도입해 놓고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 조직 내부에 애자일 방법론과 관련한 역량이 부족한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일관성 없는 관행과 부서 간 협업 미비로 인해 애자일 혁신이 실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도전 과제 중 하나라도 극복하는 데 실패할 경우 애자일 과제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애자일 도입 및 확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는 바로 ‘애자일 팀’ 자체다. 애자일 팀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고, 고객만족도를 대폭 개선하고, 조직 전체에 열의를 전파하면 조직 구성원들도 이에 주목하고 애자일 프레임워크를 열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통해 애자일이 기업 전체에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스며들고 퍼지게 되는 것이다. 과거 유행했던 다수의 경영기법을 생각해 보자. 새로운 기법들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CEO의 의지였다. CEO가 회사에 새로운 경영기법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이 기법들이 회사에 정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애자일은 다르다. 물론 고위급 임원의 참여와 지원은 언제든 환영할 일이고 이들의 참여가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애자일 실행가들은 임원진이 애자일을 또 하나의 ‘일시적 유행(fad of the month)’으로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기존에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관료주의자들이 참여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애자일 실행가들은 임원의 참여를 간곡히 부탁하거나 자세한 사업계획(business case)을 작성하는 것보다 애자일 활동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임원의 동기부여 수준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방법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업무에 착수해 솔선수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경영진이 전사에 애자일을 확대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애자일하지 않은 것 아닌가?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회사 내 고위급 임원이 애자일 역량을 학습하고 직접 실천한다면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촉매가 될 수 있다. 고위급 임원이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하고, 애자일 팀에 권한을 부여하고, 애자일 팀의 진척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본인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받아들인다면 성공을 견인하는 귀중한 주체가 될 수 있다. 반면 관리자들이 애자일 활동을 과거의 방식처럼 톱다운으로 찍어 누를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단순히 ‘위에서 시키는 업무를 예전보다 빠르게 수행하라’는 식으로 애자일 원칙을 왜곡할 경우 임원들의 압력이 실제로 애자일 팀의 효과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애자일 선언문(Agile Manifesto) 3 의 기본 원칙은 프로세스와 도구보다 개인과 개인 간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것이다. 애자일 프로세스 및 도구도 기본적으로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강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므로 고위급 임원이 애자일 방법론에 대한 열의를 조직 전체와 공유하는 것은 애자일 원칙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일이다. 하지만 고위급 임원이라고 해서 팀의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애자일 프로세스 및 도구를 사용하도록 팀에 강요해서도 안 된다. 조직 내 팀들이 애자일 관행 도입에 기뻐하며 진정으로 애자일한 마음가짐을 갖지 않는 이상 미리 정해진 애자일 행보를 단순히 따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 다양한 증거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애자일 도입에서 중요한 것은 기법이나 모델이 아니라 애자일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HR이나 회계 부서 같은 지원 부서에도 애자일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가?
애자일 접근법은 모든 기능 부서에 유효하다. 애자일을 통해 가장 큰 이점을 얻는 것은 혁신 활동이지만 극히 일상적인 업무라 하더라도 혁신이 필요한 경우가 때때로 있기 때문이다. 각 부서의 활동 중 그 활동이 창출하는 가치보다 소요되는 비용이 많은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탐구하는 한편 비효율적 프로세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애자일 팀은 모든 기능 부서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혁신 활동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애자일 방법론은 특히 HR팀에 잘 맞는다. 애자일 팀은 애자일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혁신적 방법론을 개발하는 한편 새로운 훈련 및 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성과 관리, 피드백, 보상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애자일 팀을 확대 적용하고 성공적인 애자일 기업을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을 보면 글로벌 기업 보쉬(Bosch)는 신규 사업 조직은 애자일하게 운영하고 전통 조직은 기존의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런 ‘이중 조직’을 운영하려면 성과 평가나 보상 체계도 차별화해야 하나?
아무래도 애자일 혁신 팀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는 기업은 해당 팀을 위한 새로운 성과 평가 제도 및 보상 체계를 개발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애자일 팀의 정신이나 문화가 기존 조직 문화와 다르기 때문이다. 애자일 팀은 개별 구성원의 노력보다는 팀 전체의 성과를 강조한다. 또한 애자일 팀은 통상 반기나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직원 평가 및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보다 신속한 수시 피드백 루프 확립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다른 구성원을 희생시켜 개인적인 성과를 내는 능력보다는 다른 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변화가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최고성과자가 이탈하거나 구성원들이 느슨해지면서 이전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자일 팀이 주도하는 변화가 결실을 낼수록 이런 우려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비애자일 부문에도 확장하려고 시도하는 경영진이 많다. 사실 애자일을 확장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결국 애자일 팀은 기존 방식대로 운영되던 비애자일한 조직과도 협업을 진행해야 한다. 공통적인 목적과 협업 없이는 애자일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공통적 성과 평가 및 보상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공식적인 애자일 팀으로 활동하지 않는 조직 내 부문도 프로세스보다 인력을 강조하고 계획 준수보다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애자일 가치 및 원칙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애자일이 조직 내로 확장된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구성원을 위한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가 애자일 문화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게 된다.

애자일 확장을 위해 ‘팀 분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규모가 큰 대기업은 이런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일 수 있을 것 같다.
애자일 조직에는 지향하는 방향을 설명하는 ‘로드맵’, 그리고 지향점으로 인도하는 ‘실용적 행동 단계 목록’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팀 분류 체계’다. 팀 분류 체계를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구성할 필요는 없다. 또, 상황이 바뀌면 팀 분류 체계 역시 그에 따라 조정되기 마련이다. 팀 분류 체계는 경영진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과제별 추진 순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리더는 일반적으로 전략적 중요도, 예산 제약, 가용 인력 유무, 투자수익률, 지연 비용, 리스크 수준, 팀 간 상호의존성 등 다수의 기준을 고려한다. 한편 중요도가 가장 높지만 많은 조직에서 간과하는 요소가 있다. 하나는 고객 및 직원이 체감하는 ‘고충점(pain point)’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의 역량 및 제약조건이다. 이들 요소를 바탕으로 전사적 확대 적용의 진행 속도, 조직에서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팀의 개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결정된다. 프로세스 모델링 소프트웨어의 도입으로 팀 분류 체계의 생성 및 조정이 훨씬 빠르고 쉬워졌으며 대규모 조직의 경우 그 효과가 더욱 크다.


빅뱅 전환 방식보다는 ‘실험-학습’을 통한 단계적 전환 방식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사례를 통해 설명해 달라. 또 ING의 QBR(Quarterly Business Review)과 같은 조직은 꼭 필요한가?
긴급한 전략적 위협 앞에서 급격한 변화를 필요로 하는 일부 기업에는 신속하고 광범위한 애자일 도입 추진을 위한 ‘빅뱅 전환 방식’이 가져오는 이점이 그로 인한 리스크보다 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ING 네덜란드는 2015년에 디지털 솔루션을 찾는 고객의 수요가 늘어나고 새로운 디지털 경쟁자들(‘핀테크 업체들’)의 공격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경영진은 공격적으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ING 네덜란드는 IT 개발, 제품 운영, 채널 관리, 마케팅을 포함해 회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능들의 조직 구조를 해체하면서 사실상 모든 사람의 업무를 없앴다. 그런 다음 소규모의 애자일 ‘특공대’를 조직해 약 3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각 특공대에 있는 2500개의 새롭게 설계된 직책에 다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그 직책들을 메운 사람들 중 약 40%가 업무를 새롭게 익혀야 했고, 모든 사람이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업이 위기 상황에 있을 때, 기업이 대규모 비용 절감과 완전히 새로운 조직구조를 필요로 할 때, 경영진이 얼마나 많은 애자일 팀을 언제 어디서 필요로 할지 알고 있을 때, 애자일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갖춰져 있을 때, 모든 팀에 재능과 경험을 갖춘 애자일 실행가를 충분히 배치할 수 있을 때, 구성원들이 새로운 직무를 학습하는 동안 기업의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 때, 그리고 경영진이 주요 리스크를 편안히 감수할 수 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애자일 확대 적용을 위한 보다 애자일한 접근법의 출발점은 신속하게 팀 분류 체계를 개발하고, 소수의 애자일 파일럿 프로젝트를 우선순위화해 출범시킨 다음 이벤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운영모델을 학습·조정하는 작업이다. 고위급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제약조건을 제거하면서 추가적인 팀을 순차적으로 출범시키게 된다. 이러한 접근법은 비용 절감보다 성장이 중요할 때, 혁신과 속도에 대한 니즈가 가장 클 때, 애자일 기업화를 어느 정도로 또는 얼마나 빠르게 추진해야 할지에 대한 경영진의 확신이 없을 때, 조직문화가 애자일 관행에 익숙하지 않고 경영진이 변화를 억지로 추진하지 않는 방향을 선호할 때, 조직의 과도한 트라우마가 성과와 조직의 민첩성(agility)을 저해할 때, 그리고 경영진이 주요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3M 건강정보시스템의 첨단기술그룹은 애자일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매달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8∼10개 팀을 출범시켰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운영 중인 팀이 90개가 넘는다. 더 나중에 시작한 3M의 기업 리서치 시스템 랩에서는 3개월 내에 20개의 팀을 출범시켰다.


애자일 전환팀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이들의 역할과 해서는 안 될 일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공식적인 전환팀을 두지 않고 애자일 접근법으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많다. 꼭 전환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환팀을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 해당 팀이 최소한의 ‘자립적 전문조직(center of excellence)’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전환팀은 십여 명 이하의 애자일 전문가를 구성원으로 두고 출발한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애자일 비전을 조직 내 최대 관심사(top of mind)로 유지하고, 애자일 팀 간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애자일 팀에 대한 훈련 및 코칭을 지원하고, 고위급 임원이 애자일 팀에 대한 장애요소를 제거하도록 하고, 고객과 팀 구성원으로부터 신속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도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환팀은 의사결정자가 아닌 코치 역할을 한다. 전환팀이 아닌 고위경영진이 우선순위 설정, 애자일 팀 설립 및 충원, 피드백 제공, 장애요소 제거를 담당한다. 애자일 전문조직은 팀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해당 팀의 요청에 따라 리소스를 제공하게 된다.

애자일 전환이 조직 내 갈등을 불러올 경우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지난 200년 동안 경영진의 주된 형태는 관료주의 구조였다. 우리 모두는 관료주의 구조를 정의하는 주요 특성을 잘 알고 있다. 엄격한 명령 체계, 고도의 분업화, 관리자가 업무를 계획하고 부하직원이 과업을 수행하는 상명하달식 구조, 문서화된 규칙과 규범을 갖춘 표준화된 운영 절차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구성원들이 기계처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철저한 통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의 문제점은 사람을 기계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와 다르다. 오늘날 전 세계 취업자 중 85%는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전체 취업자 중 절반 이상이 창의적이거나 전략적인 사고를 할 만한 시간이 없고, 한 번에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업무의 의미를 찾지 못하며, 소속 기업의 사명과 연계된 느낌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자율적이고 적응이 빠른 애자일 팀이 지휘 통제를 중요시하는 관료주의자들과 충돌하면 마찰이 생긴다. 일부 관료주의자 입장에서는 통제권을 내주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겠으나 애자일 기업은 힘의 중심추를 옮겨오는 것이 핵심이다. 임원들은 각 기능 부서에 진정한 고객이 누구인지 상기시킴으로써 이러한 전환을 도울 수 있다. 지원 부서는 자신들의 고객이 CEO나 이사회가 아니라 실제 고객을 위해 일하는 애자일 팀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지원 부서의 평가 기준은 애자일 팀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아닌 효과적 지원 여부가 돼야 한다. 기능 부서의 우선 과제는 전사적 전략과 완전히 연계돼 있어야 한다. 고객의 모바일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 우선 과제 중 하나인 상황에서 재무팀의 자금지원(funding) 목록이나 HR팀의 채용 목록에서는 해당 과제의 순위가 15위가 돼서는 기업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위계구조에 기반한 일상적 업무에도 보다 애자일한 마음가짐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재무팀은 앞으로도 항상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역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애자일이 문화로 조직에 자리매김할수록 더 이상 애자일 담당자의 의사결정에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할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끊임없는 토의와 상부에 대한 호소가 아닌 실험과 피드백을 통해 의견 차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익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자일 전략을 도입하게 되면 성과 평가와 피드백 등에서 큰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애자일의 규모를 확대하려는 기업은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스타급 플레이어들을 확보해야 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스타급 인재들을 불공평하게 대한다면 그들은 당장 더 매력적인 스타트업으로 달려갈 것이다. 또 기업은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고 결과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HR 절차들을 바꾸지 않고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요즘 직원을 고용할 때 순수하게 전문성만 고려하는 기업은 없다. 이제는 협업하는 팀에서 원하는 열정과 결합된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은 개인적인 목표의 달성 여부로만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이 여러 애자일 팀에서 달성한 성과와 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내리는 평가도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과 측정은 1년 기준에서 몇 주 혹은 몇 달 기준으로 적절한 피드백과 코칭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훈련과 코칭 프로그램에서는 개별 직원이 자신의 니즈에 맞춰 교차기능적 기술을 개발하도록 격려한다. 자율 경영팀들이 많아지고 위계적 단계가 줄면서 직책의 중요성과 변동성도 감소한다. 애자일 팀의 비전을 설정하고 성과에 책임을 지는 개인들(제품 오너)은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영향력을 높이고,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 개인보다 그룹의 성과를 보상하기 위해 보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수도 있다. 직원들의 기여를 바로 축하해 주는 포상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애자일 가치를 강화하는 데는 공개적인 인정이 비밀스러운 현금 보너스보다 더 낫다. 인정을 받은 사람은 거기서 더 발전하도록 격려받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할 동기를 부여한다. 또 리더들은 A급 플레이어들을 가장 중요한 기회에 참여시키고 가장 선진적인 도구와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들 분야의 재능이 뛰어난 멘토들과 연계해주는 방법으로 보상할 수도 있다. 애자일 기업은 관리자, 동료, 팀원부터 고객까지 다양한 인사이트를 훨씬 잦은 빈도로 제공하는 피드백 루프를 구축한다. 이러한 피드백 루프는 각 스프린트 4 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개별 구성원에게는 지속적이고 즉각적인 코칭이 제공된다.

기존 연간 계획 수립과 예산 수립 등의 과정은 불필요한 것인가?
애자일 기업에서도 연간 계획 및 예산 수립 주기는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자금 지원 대상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 애자일 기업에서는 이러한 주기를 단축하고 시간 소모를 줄이며,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예측하려 노력하는 대신 전략화에 역점을 두고, 유연성이 대폭 개선된 형태로 운영한다. 임원들은 계획이 추정치에 불과함을 잘 알고 있으며 분기별 또는 월별로 계획 및 예산을 조정하고자 한다. 애자일 기업은 연간 예산 준수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러한 예상치의 근거가 된 가정을 입증 또는 반증하는 데 역점을 둔다. 핵심 가정이 변하면 예산도 변경되며 기업은 신속한 인력 재배정을 통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줄이고 시의적절한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애자일 팀이 많은 기업은 자금 확보 절차도 다르다. 자금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성공적인 혁신이라도 60% 이상이 개발 과정에서 애초 구성안과 상당 부분이 바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자금 조달 과정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자금 조달 과정과 유사하게 진화한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통상적으로 자금 제공 의사결정을 더 나은 발견에 대한 옵션을 구매할 기회로 본다. 목적은 즉각적으로 큰 규모의 사업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궁극적인 해결책의 핵심이 되는 구성요소를 발견하는 일이다. 이런 시도는 수많은 명백한 실패로 이어질 수 있지만 속도를 높이고 학습 비용을 절감시킨다. 이런 접근방식은 애자일 기업에서 혁신의 속도와 효율성을 눈에 띄게 개선시키는 좋은 효과를 거둔다.

조직이 애자일해진다고 해서 재무적 성과가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닐 텐데.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애자일 전략을 지속하게 하기 위해서 어떤 평가지표를 활용해야 할까.

애자일 기업의 목표는 다음의 3가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무성과 개선(매출액 성장 및 수익률), 고객만족도 개선, 직원참여도 및 만족도 증대가 그것이다. 고객만족도와 직원참여도가 빠르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속도가 재무성과의 개선 속도보다 훨씬 빠른 사례도 많다. 고객만족도 개선은 진전의 확실한 증거다. 그러나 재무성과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무언가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 숙련된 임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무성과 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도록 다양한 애자일 과제로 구성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가 가장 좋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나 임원들은 단기 프로젝트를 활용해 신뢰를 구축하고 향후 혁신을 위한 자금 지원 원천을 확보한다. 또한 위계구조 내 지휘통제 계층의 수를 줄임으로써 비용 절감, 팀 동기 부여 증대, 재무성과 개선 등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투자자들은 혁신에 대한 경영진의 접근법에 확신을 갖게 된다. 이들은 아마존과 넷플릭스 같은 애자일 기업이 장기 투자를 위해 이익을 유보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주며 혁신 포트폴리오는 더욱 과감하고 수익률이 높은 과제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재편된다. 이러한 전환기에는 경영진과 혁신 투자에 대한 주주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행동주의 투자자의 위협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