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관리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는 조직 구성원이 성과목표를 달성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조직에서 성과 목표가 결정되면 구성원이 자율성을 가지고 추진하는데 목표의 달성 여부를 측정해서 향후 사업과 보상에도 반영한다. 기업에서 실무적으로 접근하면 ‘리더와 구성원이 사전에 합의한 목표에 대해 리더가 전략과 방법을 알려주고 실행을 구성원에게 위임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이미 합의한 목표를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성과관리의 개념에는 ‘자율책임 경영’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게리 하멜(Gary Hamel)은 저서 <경영의 미래(2008)>에서 ‘관리혁신(management innovation)’이란 개념을 제안했다. 자율성을 담보로 더 큰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성과주의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하부 개념인 성과관리, 성과주의 보상, 성과주의 역량 등의 개념도 함께 기업에 유입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성과관리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업무관행에 따라 성과목표를 설정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한국형 성과관리의 나아갈 길에 대해 모색해본다.
성과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1) 한국 기업의 성과관리 실태
필자가 2007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13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성과관리 유형을 분석해봤다. 유형 분석의 기준은 재무관리 등에서 중장기 성과관리 실시와 성과관리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여부였다. 44.5%(61개)는 중장기적 성과관리를 잘했으며 구성원에 대한 보상 등의 체계도 잘 이뤄져 있었다. 그러나 32.1%(44개)는 성과관리와 보상 모두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10.9%(15개)는 성과관리는 잘하고 있으나 직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2.4%(17개)는 중장기적인 성과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보상 등은 제대로 이뤄졌다. 조사대상인 137개 기업은 모두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었다. 절반 이상의 기업들(55.5%)이 성과관리와 이와 연동된 보상체계에서 부실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32.1%는 성과관리와 보상 체계 모두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 한국 기업이 성과관리에 실패한 이유
먼저 직원의 직책별 임무와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했다. 사업 담당 임원은 3∼5년 뒤 중장기적인 성과를 책임지고 팀장은 연간 사업계획에 바탕을 둔 단기성과(1년)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업 대부분의 업무시스템은 명확한 역할과 책임에 근거한 성과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임원과 팀장 모두 단기성과 등 ‘업무관리’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짙다. 직책에 따른 적절한 역할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하는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구조다.
국내 L기업은 CEO와 임원들이 팀장과 직원을 믿지 못하고 사사건건 간섭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장들은 열정적으로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기보다 뒷짐만 진 채 책임을 모면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임원과 팀장 사이에 동료애와 유대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원들은 불만이 커졌다. 회사에 실망한 직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여기에다 경영진이 최신 경영 추세를 반영한다고 해서 외부 컨설팅회사의 용역을 받아 연봉제 등을 도입했으나 성과관리의 기준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운영하는 바람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타성에 따라 관행대로 세운 목표도 성과관리를 어렵게 했다. 국내 대부분 대기업들은 연간 사업계획을 세울 때 팀원이 전년도 실적을 취합해서 팀장에게 보고하면 팀장은 팀원이 정리한 내용을 약간 고쳐서 본부장에게 보고한다. 본부장은 팀장들이 보내 준 자료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CEO에게 보고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CEO조차도 자신의 전략을 올해 사업계획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전년 실적과 대비해서 수치로만 목표치를 일부 조정한 뒤 연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사례가 많다. 이를 토대로 기획부서와 사업본부 등에 매출액과 이익 등을 할당량을 내려보내고 있다.
미래의 특정시점에 대한 목표는 중장기적인 성과 예측치를 토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과거 실적을 근거로 한 목표설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성과목표 매출액이 50억 원인 회사는 2015년 매출액으로 150억 원을 예상한다면 이를 토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재무상태와 고객, 내부 프로세스 등을 고려해서 올해 할 일과 투자액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2012년 매출액을 근거로 약간 늘어난 2013년의 목표치만 잡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친 중앙집권형 조직 운영 방식도 성과관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한국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직 운영 형태는 최고경영자나 임원진이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조직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 고객 접점에 있는 실무자들에게는 작은 의사결정 권한도 없이 결과에 대한 책임만 주어지기 때문에 고객의 의사가 실무자에게 전달되더라도 실무자가 재량껏 처리하기 어렵고 전략에 반영할 수도 없다.
중견 화장품업체인 H사는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CEO에게 쏠려 있다. CEO가 자리에 없을 때는 결재도 당연히 늦어진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CEO 집중형 수평조직을 구상해서 디자인부서와 제품개발부서, 홍보부서 등을 묶어 CEO 직속으로 두고 나머지 인력들을 모두 현장 직영점으로 배치했으나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업무의 자율성을 존중받지 못한 우수 인력들이 퇴사하기 시작했고 이 회사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급기야 한 바이오 벤처회사에 넘어갔다.
회사가 직원을 목표 달성을 위한 자원(resource)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상하는 것도 성과관리를 실패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직원을 함께 성장해가는 파트너로 여겨서 평가하고 보상해야 하는데 업무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회사가 아직도 많다. 삼성과 LG, SK 등 대기업도 연말 평가에서 팀장이 평가 등급에 따른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팀원에 대한 상대평가를 진행한다.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 등에서는 성과관리와 무관한 연공서열식의 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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