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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원칙

관계중심의 한국, 돈만 따지면 잡음 난다

가재산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성과주의 인사제도란 개인이나 팀, 조직 등의 성과에 따라서 임금, 인사 등의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한국 기업들은 해방 이후 50여 년 동안 일본의 연공서열과 능력주의를 일부 가미한 인사제도를 유지해왔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미국식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을 도입했고 현재 공기업과 정부 기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 당시 성과주의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국 기업과 조직문화에 잘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한국 기업 특유의 문화와 한국인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도 자체만을 받아들여서 부작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성과주의는 외환위기 이후 긴박한 경쟁력 회복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적 성과와 인력관리의 효율을 중심으로 하는통제와 실적주의의 성과관리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주의는 전통적인 연공주의를 파괴하면서 불합리한 인사 관행과 군살을 제거하는 등 인력효율과 재무성과를 달성해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글로벌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 성과주의는 기업의 혁신적 창조능력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성과주의

일본의 연공형 인사제도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100여 년 이상 일본 인사제도의 근간을 이룬 고유의 인사제도다. 연공형 인사제도의 임금 체계는 생활수준을 안정적으로 향상했고 직장인들에게 평생직장도 보장했다. 하지만 일본 근로자의 임금이 미국의 2배에 달하는 등 고임금 부담이 지속돼 이 제도를 유지하면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장기불황이 지속되자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과연동형 인사시스템이 절실하게 요구됐다. 일본의 성과주의는 운영 미숙과 문화적 차이 등 부작용과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비판이 강력하게 대두되기도 했다.

 

후지쯔는 1993년 미국식 성과주의를 전면 도입한 뒤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2005년 성과 평가방법을 고쳐서 업무성과가 아니라조직에 대한 공헌을 최우수 평가항목으로 정했다. 후지쯔는 개인의 성과를 평가기준으로 삼은 뒤 임직원의 연대감이 사라지고 마음을 다치게 했다는 반성이 나왔다. 이후 제도를 변경했다. 이처럼 일본의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일본의 제도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서구식 성과주의를 단순하게 이식하면서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생했다. 임직원 사기와 팀워크를 저하시켰고 임직원은 이를 구조조정 및 인건비 삭감의 구실로만 받아들이면서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성과주의 패망>의 저자인 다카하시 노부오(高橋伸生) 일본 도쿄대 교수는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성과주의를 부정한다. “성과주의는 학문적인 근거가 없다. 성과주의를 버리고 일본형 연공제로 돌아가라!” 그는 지난 100년간 경영학 연구에서 성과주의를 입증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생산량 비례임금제(프레드릭 테일러)와 기대이론(브룸), 동기-위생이론(허즈버그), 내발적 동기이론(데시) 등 사람이 일을 하는 동기에 관한 학문적 연구경과를 상세히 소개했다. 성과와 돈이 연결되면 사람은 일 자체에 흥미를 잃고 더 이상 일에 몰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에서 의미를 찾고 재미를 경험하게 만들려면 성과와 돈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에서는 일본형 인사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되 미국식 성과주의의 장점을 가미한신일본형 성과주의1 가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장기고용으로 안정감을 주고 동시에 성과주의로 긴장감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캐논과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의 40%신일본형 성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신일본형 성과주의도입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일본 기업 성과주의의 주력 모델로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에 성과주의 도입은 현재진행형이며 일본형 인사모델은능력 및 성과주의로 축약될 수 있다.

 

미국의 성과주의

미국은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구성된 국가라서 인간관계보다는 계약과 법에 따른 사회 통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인사제도도 직무중심으로 형성됐다. 미국 기업은 1960년대 후반부터 성과주의의 하나로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를 확산시켰다.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는 합리성에 기초를 두고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면서 목표를 관리하는 성과주의였다. 그러나 직무중심 인사제도는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웠다.

 

일본의 경쟁력에 밀리고 미국 경제의 구조조정기였던 1980년대에는 전통적 직무중심 인사제도에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일본식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직무중심 인사제도의 골격은 유지하되 직급체계 조정과 성과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 직무중심의 다단계 직급체계를 줄이고 직무등급 상승보다는 개인의 역량발휘와 성과창출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IBM 27개의 직급 급여 체계를 10개로 통합하고 직무개념에 기술, 리더십, 공헌도 등을 승진항목에 추가했다. 직무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역량제고와 성과창출을 위한 동기부여를 강조하기 위해서 목표달성 수준과 보상을 직접 연결시키는성과연동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1990년대는 성과관리 방식도 단기·재무적 성과지표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을 반영한다원화된 성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과주의 제도에 역량과 역할의 개념을 도입해서 직무급 비중을 축소하고 성과급·역량급 비중은 확대하면서 역량등급제를 도입했다.

 

일본과 미국의 성과주의가 주는 시사점

< 1>처럼 미국과 일본의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역사적 배경과 국민성 등을 감안해 발달했기 때문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장단점을 깊게 검토하지 않고 도입했다. 한국의 성과주의가 해외에서 들어온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제도와 기술을 바탕으로 더 좋은 제도와 기술을 만들어 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57년 구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해 미국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이면에는 독일 과학자의 활약이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추진돼 마침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으로 이어진 아폴로 계획도 독일 과학자 폰 브라운의 작품이다. 1970년 중국이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도 미국에서 활동하던 전학삼 박사의 역할이 컸다. 기술은 미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결국 정체성과 자부심은 갖되 다른 나라에서도 배우려는 개방적 자세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성과주의를, 미국은 동양적 사상을 일부 가미한 인사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전 제도에 얽매이기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인사관리를 유연하게 대응시키고 있다. 한국의 성과주의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기도 하다.

 

한국 기업의 성과주의 문제점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자의와 타의에 상관없이 인사 전반에 걸쳐서 급격한 변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팀제 확산과 맞물리면서2  < 2>에서 보듯이 인사파괴(人事破壞) 현상이 급증했다. 그러나 인사파괴 현상은 업종과 조직문화, 종업원 역량 등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도입됐다기보다는 구조조정의 수단이나 충격요법으로 시작한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외국 컨설팅회사의 컨설팅이나 다른 기업의 제도를 여과 없이 도입한 사례가 많았다.

 

 

 

CJ는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 인사혁신을 위해 다국적 HR 컨설팅 기업의 컨설팅을 통해 서구식 성과관리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했다. 새로운 성과관리시스템은 직원의 목표와 회사의 사업목표를 연계시키는 방법으로 성과관리 및 평가가 이뤄졌다. 하지만 운영과정에서 순탄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직무중심의 미국 기업과 달리 관계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또 노사문제도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본사 인사팀장과 공장 총무팀장의 직무가치를 단순하게 비교하기가 어렵다. 직무가치에 의한 승격이나 차등보상도 한국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CJ는 상대방을 부를 때도을 붙여 부르는 등 기업문화를 과감히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한국적 사회인식과 풍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과장, 차장, 부장 등 대외 호칭을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각종 보고서3 나 현장 컨설팅에서 국내 기업들에서 드러난 성과주의의 문제점을 분석하면 대개 유사하다.

 

 

 

 

 

1. 국내 기업 특성이나 문화를 감안하지 않았다

단기간에 미국식 성과주의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마찰을 일으켰고 제도 정착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다. 성과관리가 쉽지 않은 교직원까지 2001년 성과급제도를 도입했으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12년 교원 업무를 서열화하고 경쟁을 조장하려는 의도라며 성과급을 모아 자체적으로 균등하게 분배하기도 했다. 성과주의 임금은 기업특성, 경영전략, 조직문화, 산업별 특성, 직군·직종에 따라 달라야 한다. 제조업은 반기 내지 연간 생산성이나 실적에 따라 개인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집단적 임금이 적합하다. 반면 판매부서는 개인별로 매월 내지 분기별 성과관리가 중요하므로 개인 차이가 큰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 생산기술직, 관리직, 영업직 등 직종에 따라 연봉 구성, 인센티브 방식도 달라야 한다. 성과주의의 실패는 성과주의 도입에 있어서 준비 부족과 운영상 잘못이 그 원인이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 없이 유행을 따르거나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고과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조직문화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2. 단기성과에 집착해서 비재무적인 성과에 소홀했다

국내에 도입된 성과주의는 단기 경영실적이나 효율을 높이고 개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매출액, 자본, 자본이익률 등 재무성과지표들을 중심으로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이 운영돼 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8성과주의 인사의 진화 방향을 조사한 결과4 장기성과보다는 1년 이내의 단기성과에 치중한 비율이 85.3%에 달했다. 핵심성과지표도 당해 연도의 매출과 이익 등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반면 지속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과 교육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러나 기업경쟁력은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품질, 서비스, 혁신 등 비재무적인 성과도 중시되고 있어서 기업과 구성원의 다양한 활동을 촉진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구성원도 눈앞의 이익과 성과만 추구해서 자신의 업무와는 관련이 적은 일에는 무관심하고 단기 업적을 둘러싼 경쟁과 한탕주의가 발생한다. 일 자체에 대한 보람도 줄어서 우수 인재의 이탈이 속출하기도 한다.

 

3. 지나친 경쟁이 부서 간 협력을 어렵게 했다

단기간에 도입된 성과관리과정에서 평가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회사 차원에서의 전략과 연계되지 않는 목표와 지표 설정, 성과 측정의 공정성, 평가과정 및 결과 피드백 미흡 등으로 성과주의의 필수조건이라 할 평가의 공정성이 아직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성과주의의 문제점으로 평가의 공정성이 60.4%로 가장 많이 꼽혔다. 국내 기업에는 승진과 승격에도 연공서열적인 요소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승진 대상자 중심으로 상위평가를 부여하거나 중간평가를 중심으로 집중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더 심각한 것은 성과평가와 보상 차별화 등 과도한 경쟁의식이 구성원과 부서의 협력을 저해하는 것이다. 다른 부서와의 협력과 팀워크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데도 개인별 보상 격차를 과도하게 설계하거나 개인 간 경쟁을 조장해서 구성원 간 협조와 팀워크를 해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4. 지나친 성과급 격차가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성과주의 보상 과정에서 연봉제와 성과배분제 등 금전적 보상에만 치중해5 장기적인 인재육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07년 증시호황기에 한 증권회사의 영업사원은 높은 실적으로 성과급 20억 원을 받기도 했다. 직원들은 성과배분 같은 집단 인센티브도 단기성과 중심으로 짜여져 협력과 팀워크보다는 단기성과에 치중했다. 더 큰 문제는 개인별 임금의 과도한 격차다. 연봉제 등 성과주의 임금 등급폭이 도입 초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직급별 임금격차는 1994 5%에서 2001 20∼40%로 커졌다. 과도한 임금격차는 구성원 대부분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쉽다. 삼성전자도 최근 비누적식 방식에 따른 과도한 급여 변동에서 누적식 연봉제로 바꿔 장기적 성과주의로 전환했다. 장기적인 인재육성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단기보상에 치중하다 보면 부하육성에 소홀하게 된다. 과거에는 상급자는 직원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여왔으나 자신의 업무에 쫓기고 후배들을 경쟁자로 인식하다 보니 후배지도에 소홀하게 됐다.

 

5. 미래 경영환경 대응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성과주의는 우수 인력을 사장시키는 결과도 초래했다. 성과주의라고 해서 무조건 나이를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하거나 조기퇴직을 시키기보다는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하게 활용하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캐논과 도요타는 지나친 경쟁보다는 장기고용을 통한 직원의 안정감과 성과주의의 장점인 긴장감을 동시에 도모하는 방향으로 연봉제와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현재까지도 종신고용의 틀을 유지하고 임금피크제 등으로 만 65세까지 정년연장제를 운영하면서 장기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형 성과주의 모델

1. 한국 기업과 한국인의 특성을 감안하라

한국형 성과주의는 한국 기업의 강점과 정서, 특성을 잘 감안해서 성과관리방식을 설계하고 성과주의 문화로 정착시켜 한국 기업의 차별적 경쟁력 요소로 만들어야 한다. 운동장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달리기 시합을 할 때 미국 사람들은 항상 선착순을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인은 다 같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어떨까? 해답은 쇼트트랙과 양궁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은 개인 경쟁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집단의 힘을 모을 때 가장 많은 능력을 발휘한다. 한국인은 서로가 한 뿌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으며 혼자 하기보다는 함께해야 안정된다. 또 집단 내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우리 의식이 강하다. 즉 관계적 문화가 강하다. 목표를 설정할 때부터 개인적 요소를 강조하기보다는 팀 중심의 목표나 평가를 주로 하되 개인평가는 적게 해서 팀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보상도 성과에 따라 지나치게 차등을 두는 방식보다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로 조정해야 한다.집단성과급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조직의 응집력을 높이고 팀워크를 높이는 방법이 가능하다. 또 기술, R&D, 생산 등 분야와 업종, 직군 등에 따라 평가방식을 다르게 하고 보상도 개인과 조직, 사원과 간부,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2. 업무 몰입을 지원하라

성과주의의 목적은 결국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국 직장인의 업무 몰입도는 여전히 낮다. ‘타워스 왓슨이 한국·미국·영국 등 22개 국 직장인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직원 몰입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은 자신의 업무에 별로 몰입하지 않거나 마지못해 회사에 다니는 비율이 48%에 달했다. 세계 평균 수준인 38%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 기업들은 특히 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한국인들은 외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자신이 유능하고 자기결정 능력이 있다면 일에 몰입한다.6 몰입형 성과주의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은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책임과 권한의 확대, 팀워크와 협조를 바탕으로 자발적 헌신을 유도해야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일에 임하는 자세나 열정을 중시하는 역량중심의 평가방식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3. 인본주의 인사철학과 원칙을 세워라

포스코 사내 벤처1호로 출발한 건설업체 마이다스아이티에서는 2년 차 사원도 팀장이 될 수 있다. 이 회사 조직체계가 사장에서 팀장, 팀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이기 때문에 사원부터 부사장까지 누구나 팀장을 맡을 수 있다. 이런 제도의 배경에는 이형우 사장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영의 목적은직원의 행복을 돕고 세상의 행복 시너지를 늘리는 것으로 규정했다.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으로 생각해서 사람 키우기를 근본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과관리와 평가제도도 성과보상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인재를 키우기 위한 평가로만 활용하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결국 창업 이후 11년간 매출액이 무려 37배 늘었다.임직원의 회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최고급 사내식당과 이발소까지 운영하는 등 복지제도에도 힘쓰고 있다.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자연히 업무에 대한 몰입과 성과로 이어진다. 정년도 따로 없다. 열정과 역량만 갖추면 채용에서 무덤까지가 원칙인무정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성과주의에 인본주의나 인간존중의 인사 철학과 원칙이 반영돼야 한다는 사고는 앞으로 더 요구되는 경영의 필수요건이다.7 인간존중과 인본주의에 제도의 근간을 두고 무한한 인적자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과 인재육성의 측면에서 제도가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 창의적 혁신기업일수록 금전적 보상과 함께 인정과 격려 등 비금전적 보상을 적극 활용하고 경력개발 및 교육기회 제공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직차원의 핵심역량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4. 직원의 다양성을 받아들여서 창의력을 극대화하라

한국 기업은 최근 인력구성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직원이 500명 이상인 기업체의 비율은 30.2%에 달하고 국내 체류 외국인 수도 거의 100만 명을 넘고 있다. 조직 다양성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한국 기업은 아직 다양성을 수용하는 인사제도가 미약하다. 일본에서는 호리바제작소, 닌텐도, 니치콘, 옴론, 교세라,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등교토식 경영이 새로운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이 기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톨레랑스(tolerance)’ 경영이다. 톨레랑스의 정의는내가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즉 상대방을 인정하고 다른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다양한 인력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조직 내에서 잘 융합하고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유연하고 통합적인 조직문화 구축이 필수적이다.

 

5. 인재육성형 성과주의를 구축하라

재무지표 중심의 성과주의는 장기적으로 구성원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촉진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지 지난 업적만을 평가하기보다는 역량중심의 성과관리를 통해서 업적과 역량이 종합적으로 연계된 제도구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인재육성과 역량개발을 통해 조직의 역량이 강화되고 개인의 능력이 향상됨으로서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지표에서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과지표를 도입하고 합당한 보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대상에서 재무적 결과나 실적만이 아니라 품질, 서비스, 혁신, 학습 등 비가시적이고 질적인 성과지표들이 동시에 중시되는 성과지표가 개발돼야 한다.

 

6. 고용안정과 고령화를 감안하라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00세 시대가 접어들고 있는데 고용불안과 조직불신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성과주의 인사의 결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713만 명에 이르는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 출생)’가 퇴직자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령자 채용은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교육훈련 강화,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등으로 고용불안을 줄여주면 장기적으로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적은 비용으로 고령자의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림그룹은 직원들은 물론 CEO나 임원들의 나이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김홍국 회장은지혜는 나이가 들어도 갈고 닦으면 계속 짜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성과주의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도 건전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용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한 제도를 운영해서 직장에 대한 불신감을 덜고 구조조정 회피 노력, 임직원의 역량강화 등으로 인사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재산 한국형인사조직연구회8 회장 jska@unitel.co.kr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5년간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자동차, 회장 비서실에서 인사, 교육, 경영혁신 등을 담당했다. 현재 인사 관련 종합서비스회사인 ㈜조인스HR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브자리 사외이사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 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형 팀제>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중소기업 인재가 희망이다> 등의 저서를 썼다.

 

 

  • 가재산 가재산 | -(현) 한국형인사조직연구회 회장
    -(현) (주)조인스HR 대표 -이브자리 사외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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