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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원칙

관계중심의 한국, 돈만 따지면 잡음 난다

가재산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성과주의 인사제도란 개인이나 팀, 조직 등의 성과에 따라서 임금, 인사 등의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한국 기업들은 해방 이후 50여 년 동안 일본의 연공서열과 능력주의를 일부 가미한 인사제도를 유지해왔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미국식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을 도입했고 현재 공기업과 정부 기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 당시 성과주의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국 기업과 조직문화에 잘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한국 기업 특유의 문화와 한국인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도 자체만을 받아들여서 부작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성과주의는 외환위기 이후 긴박한 경쟁력 회복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적 성과와 인력관리의 효율을 중심으로 하는통제와 실적주의의 성과관리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주의는 전통적인 연공주의를 파괴하면서 불합리한 인사 관행과 군살을 제거하는 등 인력효율과 재무성과를 달성해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글로벌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 성과주의는 기업의 혁신적 창조능력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성과주의

일본의 연공형 인사제도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100여 년 이상 일본 인사제도의 근간을 이룬 고유의 인사제도다. 연공형 인사제도의 임금 체계는 생활수준을 안정적으로 향상했고 직장인들에게 평생직장도 보장했다. 하지만 일본 근로자의 임금이 미국의 2배에 달하는 등 고임금 부담이 지속돼 이 제도를 유지하면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장기불황이 지속되자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과연동형 인사시스템이 절실하게 요구됐다. 일본의 성과주의는 운영 미숙과 문화적 차이 등 부작용과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비판이 강력하게 대두되기도 했다.

 

후지쯔는 1993년 미국식 성과주의를 전면 도입한 뒤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2005년 성과 평가방법을 고쳐서 업무성과가 아니라조직에 대한 공헌을 최우수 평가항목으로 정했다. 후지쯔는 개인의 성과를 평가기준으로 삼은 뒤 임직원의 연대감이 사라지고 마음을 다치게 했다는 반성이 나왔다. 이후 제도를 변경했다. 이처럼 일본의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일본의 제도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서구식 성과주의를 단순하게 이식하면서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생했다. 임직원 사기와 팀워크를 저하시켰고 임직원은 이를 구조조정 및 인건비 삭감의 구실로만 받아들이면서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성과주의 패망>의 저자인 다카하시 노부오(高橋伸生) 일본 도쿄대 교수는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성과주의를 부정한다. “성과주의는 학문적인 근거가 없다. 성과주의를 버리고 일본형 연공제로 돌아가라!” 그는 지난 100년간 경영학 연구에서 성과주의를 입증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생산량 비례임금제(프레드릭 테일러)와 기대이론(브룸), 동기-위생이론(허즈버그), 내발적 동기이론(데시) 등 사람이 일을 하는 동기에 관한 학문적 연구경과를 상세히 소개했다. 성과와 돈이 연결되면 사람은 일 자체에 흥미를 잃고 더 이상 일에 몰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에서 의미를 찾고 재미를 경험하게 만들려면 성과와 돈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에서는 일본형 인사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되 미국식 성과주의의 장점을 가미한신일본형 성과주의1 가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장기고용으로 안정감을 주고 동시에 성과주의로 긴장감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캐논과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의 40%신일본형 성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신일본형 성과주의도입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일본 기업 성과주의의 주력 모델로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에 성과주의 도입은 현재진행형이며 일본형 인사모델은능력 및 성과주의로 축약될 수 있다.

 

미국의 성과주의

미국은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구성된 국가라서 인간관계보다는 계약과 법에 따른 사회 통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인사제도도 직무중심으로 형성됐다. 미국 기업은 1960년대 후반부터 성과주의의 하나로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를 확산시켰다.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는 합리성에 기초를 두고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면서 목표를 관리하는 성과주의였다. 그러나 직무중심 인사제도는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웠다.

 

일본의 경쟁력에 밀리고 미국 경제의 구조조정기였던 1980년대에는 전통적 직무중심 인사제도에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일본식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직무중심 인사제도의 골격은 유지하되 직급체계 조정과 성과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 직무중심의 다단계 직급체계를 줄이고 직무등급 상승보다는 개인의 역량발휘와 성과창출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IBM 27개의 직급 급여 체계를 10개로 통합하고 직무개념에 기술, 리더십, 공헌도 등을 승진항목에 추가했다. 직무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역량제고와 성과창출을 위한 동기부여를 강조하기 위해서 목표달성 수준과 보상을 직접 연결시키는성과연동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1990년대는 성과관리 방식도 단기·재무적 성과지표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을 반영한다원화된 성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과주의 제도에 역량과 역할의 개념을 도입해서 직무급 비중을 축소하고 성과급·역량급 비중은 확대하면서 역량등급제를 도입했다.

 

일본과 미국의 성과주의가 주는 시사점

< 1>처럼 미국과 일본의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역사적 배경과 국민성 등을 감안해 발달했기 때문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장단점을 깊게 검토하지 않고 도입했다. 한국의 성과주의가 해외에서 들어온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제도와 기술을 바탕으로 더 좋은 제도와 기술을 만들어 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57년 구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해 미국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이면에는 독일 과학자의 활약이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추진돼 마침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으로 이어진 아폴로 계획도 독일 과학자 폰 브라운의 작품이다. 1970년 중국이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도 미국에서 활동하던 전학삼 박사의 역할이 컸다. 기술은 미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결국 정체성과 자부심은 갖되 다른 나라에서도 배우려는 개방적 자세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성과주의를, 미국은 동양적 사상을 일부 가미한 인사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전 제도에 얽매이기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인사관리를 유연하게 대응시키고 있다. 한국의 성과주의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기도 하다.

 

한국 기업의 성과주의 문제점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자의와 타의에 상관없이 인사 전반에 걸쳐서 급격한 변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팀제 확산과 맞물리면서2  < 2>에서 보듯이 인사파괴(人事破壞) 현상이 급증했다. 그러나 인사파괴 현상은 업종과 조직문화, 종업원 역량 등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도입됐다기보다는 구조조정의 수단이나 충격요법으로 시작한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외국 컨설팅회사의 컨설팅이나 다른 기업의 제도를 여과 없이 도입한 사례가 많았다.

 

 

 

CJ는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 인사혁신을 위해 다국적 HR 컨설팅 기업의 컨설팅을 통해 서구식 성과관리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했다. 새로운 성과관리시스템은 직원의 목표와 회사의 사업목표를 연계시키는 방법으로 성과관리 및 평가가 이뤄졌다. 하지만 운영과정에서 순탄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직무중심의 미국 기업과 달리 관계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또 노사문제도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본사 인사팀장과 공장 총무팀장의 직무가치를 단순하게 비교하기가 어렵다. 직무가치에 의한 승격이나 차등보상도 한국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CJ는 상대방을 부를 때도을 붙여 부르는 등 기업문화를 과감히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한국적 사회인식과 풍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과장, 차장, 부장 등 대외 호칭을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각종 보고서3 나 현장 컨설팅에서 국내 기업들에서 드러난 성과주의의 문제점을 분석하면 대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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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재산

    가재산

    -(현) 한국형인사조직연구회 회장
    -(현) (주)조인스HR 대표 -이브자리 사외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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