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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Strategy

세계적 불황이 쌓을 자국 고용의 벽 제품 아닌 파트너십으로 넘어야 산다

최재원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1.글로벌 경제 차원에서의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시대의 도래

글로벌 경제는 향후 수년 동안 하방 리스크가 크게 우세할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 들었다. 이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에게 익숙한 짧고 급격한 V자형 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의 패턴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모니터그룹의 에이먼 켈리(Eamonn Kelly)는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1

 

첫째, 지난 4∼5년 동안의회복경로를 보면 2008년 위기 이후의 경기 패턴은 세계 2차 대전 이후의 전통적인 경기 패턴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경기침체 또는 불황기가 기껏해야 절반 정도 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성장에 기여하는 낮은 시설 가동률, 실업률, 수요 저하 등 모든 요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역시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혼란을 겪은 후 다시 예전 상태로 단순히 복귀하기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상황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지난 20년 동안의 글로벌 경제 성장의 단점과 불균형은 제일 먼저 금융 분야, 특히 공공 및 국가 채무를 다루는 재정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특히 유럽에서 널리 인지되고 있지만 미국 국채는 현재까지 준비 통화로서의 역할과 무위험 자산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돼 왔다. 그러나 기대감의 변화에 따라 채권시장의 심리가 종종 변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의 상태, 특히 무위험 자산이라는 특성은 그 한계를 드러낼 수 있고 한계에 도달하는 속도도 빠를 것이다.

 

셋째, 과잉 부채 해소는 불가피하다. 과잉 부채가 국채 쪽으로 이동하고 응집되었기에 더 이상 부채를 재구성하거나숨길곳이 없어졌다. 한 곳 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부채를 이동하는 것과는 달리 부채 축소 작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제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높은 부채 수준, 거대한 구조적 재정 적자, 낮은 성장률과 높은 차입 비용 등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시장은 이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르면 향후 6개월에서 1년 안으로 또 한 차례의 신용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 현재 몇몇 유럽의 국채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들로 인해 리스크에 노출된 다른 시장들도 생겨나고 있다.예를 들면 중국 부동산과 중국 지방채 시장 등에서 동반가격 재조정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미국 국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 GDP 성장과 자산 가격의 유의미한 하락은 부채 감소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불행히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림]

넷째, 실제 전쟁을 제외하면 부채 축소는 정치적으로 가장격한과정이다. 분명히, 그리고 단순히 누가 부채 탕감의 수혜자가 되고 누가 피해자가 되는지에 대한 싸움이 되면 권력 구조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로 인해 사회 간 또는 국가 간의 진정한 권력 구조가 분명해진다. 이 분명한 구조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그러기까지가 문제다. G20 협력의 부재가 이를 반증한다. 무역, 표준, 일자리, 통화 시장, 그리고 천연자원에 대한 분쟁에서부터 즉각적인 전쟁에 이르기까지 더 냉혹한 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것은 너무나 낙관적인 시각이다.

 

다섯째, 현 수준의 불균형 속에서 금융 부문으로부터실물 경제를 보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차대조표 불황은 강력한 일련의 외부 경제 요인들로 인해(일부 경기 순응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로 확대될 것이다. 2011년 말과 2012년 초의 유로존의 위기가 이를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여섯째, 세계 경제가 향후 적어도 몇 년 동안 성장을 하지만 경기는 침체하고 디플레이션이 유발될 수도 있는롤링 리세션 (Rolling Recession)’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모든 지역과 부문들이 일시에 경기 침체에 빠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는 없다. 신흥 경제들은 변동성은 심하겠지만 비교적 높은 경제 성장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거시 환경은 전반적으로 이 기간 동안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일곱 번째, 2012년 공공 재정, 그중 특히 실업 현황을 감안하면 선진국들은 기존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경기 후퇴적인 저성장을 경험할 것이다.

 

여덟 번째, 이렇게 미끄러운 길에서는 누군가가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정책적 실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재무 당국은 미지의 세계로 첫 발걸음을 내닫고 있는데 이는상식에 대해 건전한 회의론을 유지하고 합의의 지혜를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적어도 벼랑 끝 협상은 최후의 순간에 본질적으로 안정을 저해하고 시장을 크게 변동시키는 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리스의 채무 조정, 미국의 채무 한도 등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커다란 정책적 실수는 무역 제한 조치, 경쟁적 평가절하, 불황, 그리고 심지어는 주요 국제 분쟁 등과 같은 상당히 큰 충격을 주는 현상이나 동향을 야기시킬 수 있다. 반면 행운이 깃든 올바른 정책은 사회가 천천히 부실 채권을 갚아나가고 떨쳐 버리는 동안 하방 리스크를 억제시킬 것이다. 낙관적으로 이 과정에 필요한 기간을 측정한다면 4∼5년이다.

 

켈리는 특히 4∼5년이라는 기간조차도 낙관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복 과정이 와해돼 현재의 어려운 성장 환경이 기간이나 정도로든 더 지속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으며 낙관적 또는 비관적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현실화되든 간에 확실한 것은 적어도 향후 4∼5년 동안 서구권의 성장률은 지난 25년간 경험했던 수준의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고 이것이뉴노멀(New Normal)’의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장기적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기조하에서 국내 경제의 위협 요인

그렇다면 글로벌 차원에서 예견되는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의 기조하에서 국내 경제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이며 국내 기업들에는 어떠한 경영상의 위협을 가할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는 (비록 현상적인 효과라 하더라도) 선진국 중심으로저성장 시대를 불러왔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아 보였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당시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 경제 상황은 매우 양호했으며, 특히 1998년도 금융위기에 비한다면 오히려 조용히 지나간 듯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2008년도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부실화된 기업 수는 1997년도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부실화된 기업 수의 35% 수준에 그쳤다. 해당 기간 국내 실질 GDP 성장률도 1997년 금융위기 때 대비 1.5배 수준이었다.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2008년 이후 선진국은 확연하게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전통적인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여왔다. 중국은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9%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왔고 동남아시아 지역도 동기간 선진국 대비 세 배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보여왔다.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소비 시장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철강, 화학과 같은 국내 주력 산업재 분야의 경우 글로벌 시장이 아닌 지역 시장(regional market)의 성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 운송비용이 원가 구조상의 기업 간 차이를 상쇄하므로 생산 기지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 내의 권역(통상적으로 5000㎞ 내외)에서만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중국, 동남아 시장이 같은 지역 시장 내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국내 경제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 2008년도 중화학 제품의 중국/동남아시아에 대한 수출 비중이 30% 수준이었던 데 비해 현재는 40%까지 높아졌다.

 

둘째, 선진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꾸준히 전개했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돼 왔던 것도 수출을 통한 성장 유지 또는 성장 하락 저항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2008년 이후, 2011년 중반을 제외하고 원화의 달러 환율은 꾸준히 1100원대 이상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에 의한 시장점유율 상승을 통해 수출이 꾸준히 유지 또는 증가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 시스템상에서의 체질 개선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 현재 국내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은 1997년도 금융위기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세대이며 2008년에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과거 획득한 위기 상황에서의 학습 경험을 토대로 침착하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기업의 생존(survival)을 위한 주요한 수단들, 즉 다양한 파이낸싱 기법, 부실 자산 매각 경험과 이해의 정도는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이는 위기 상황 대처에 큰 도움을 줬다. 한편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한 손실도 물론 있었으나 국내 금융기관의 체질이 1997년 금융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거치면서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국내 경제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 앞선 얘기한 이점들이 완충 역할(buffer)을 하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의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을 수년간 지연시키는 효과(lagging effect)를 가져왔을 뿐이며 그러한 이점들이 약화되는 순간 국내 경제는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수출을 살펴보면 과거 수년간 선진국 시장 위축에 따른 감소 효과를 상쇄해왔던 주요 수출 대상 국가인 중국 및 동남아시아도 과거 대비 낮은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과거 고성장 시대의 구조적 문제를 수정하며 향후 7∼8%대의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측되며 당장 2012년 경제 성장률은 전년도 대비 하락한 7%대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월별 수입 변동 추이를 살펴봐도 지난 3월 이후 계속해서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 환율도 과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내수도 마찬가지로 높은 가계 부채 수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로 침체를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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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원

    - 모니터그룹 부사장
    - 모니터그룹 서울 오피스에서 부사장으로 재직중
    - 현재 기업 및 사모 펀드 대상 M&A practice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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