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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다양성 관리

여성•외국인•장애인 고용 쑥쑥 느는데… 뒤섞인 인력, 커가는 갈등, 내버려둬?

김기령 | 114호 (2012년 10월 Issue 1)

 

 

서울에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구내식당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기를 손질한할랄 요리를 내놓습니다. 스페인 전통 요리인파에야도 나오고 인도식과 유럽식 메뉴도 있습니다. 국내 임직원 6000여 명 중 2.3%의 외국인을 위한 배려입니다. 한국 기업들에게다양성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기업 내 다양성이 확대되면 창조와 혁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과거 여성 취업 비율이 늘어나면서 성별 다양성이 주목을 끌었다면 이제는 조직구성원들의 국적과 민족은 물론이고 성격 측면의 다양성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직이 잦아지면서 다른 조직문화에서 일해온 경력사원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양성 관리를 위한 실전 솔루션과 역사적 사례, 다양한 최신 연구 결과 등을 소개합니다.

 

 

 

직선과 원, 타원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공간을 빈틈없이 채웠다. 개별 요소들은 날카롭고 차갑다. 하지만 전체는 조화롭고 풍요롭다. 회화가 디자인을 만났고 기계적인 것과 수공이 조화를 이뤘다. 이성과 감성, 동양의 정신과 서구의 물질성이 결합했고 기하학과 추상이 교류한다. 창조는 경계를 흔들어야 한다. 다른 것들의 조화가 그 핵심이다.

이상남 _ Light + Right S023 Acrylic on Panel, 55 x 40.2 cm, 2011

 

 

 

대부분 경영자들은 창의성이 미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진 경제 성장의 50% 이상이 과거 20년간 지속된 사업이 아닌 신규사업에 의해 이뤄졌다. 요즘과 같이 상품과 서비스의 생명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는 신규사업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면 창의성과 인력의 다양성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기업 내 인력 다양성이 확대되면 창조와 혁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같이 증대된다. 그러기에 많은 경영자들은 다양성이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고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

 

인력 다양성은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고객 요구사항이 복잡해지고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인력 다양성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수민족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소수민족과 여성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더불어 조직 구성원 간의 차이는 필요 정보 및 네트워크 형성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력의 다양성에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저하시키기도 하고 차별로 인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사람들 간의 차이는 의사소통을 저해하거나, 조직융합을 해치거나, 상호 간의 이해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 다양성으로 인한 차이를 무시하거나 차별 대우하면 각종 민원과 소송이 발생하고 사업에 장애를 초래한다.

 

다양성 관리의 필요성

다양성(Diversity)다양성과 수용(Diversity & Inclusion)’을 의미한다. 인간은 인종이나 성별, 신체장애 등 외적인 측면뿐 아니라 종교 및 가치관, 사회적 배경, 성적 취향 등 내적인 측면에서도 상이하다. 다양성이란 개념에는 다양한 범주가 포함된다. 첫째, 사회적 범주로 연령, 민족, 인종, 성별, 종교 등과 같은 인구통계적 차이가 이에 해당된다. 둘째, 정보 관련 다양성으로 교육 정도, 직무 경험, 기능적 전문성 등과 같은 조직 내 차이를 말한다. 셋째, 가치 지향과 관련된 다양성으로 개인적 성격과 태도 등과 같은 심리적 차이를 의미한다. 이 중에서 첫 번째 인구통계적 차이에 기반한 다양성 범주가 현재 기업경영과 가장 연관이 많다. 다양성 경영은 개개인의 이러한 차이를 수용하고 인정하며 나아가 그 차이를 조직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한다. 조직 구성원에게 획일적인 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살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줌으로써 조직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고자 하는 경영방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1∼2010년 기간 중 여성, 외국인, 장애인의 고용이 각각 1.6, 4.0, 5.7배 늘어나는 등 한국 기업의 외형적 다양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기업은 각 개인들이 지닌 독특한 차이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가능한 경쟁우위 역량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도 인력의 다양성 관리와 관련된 사업기회와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해 나가 야 한다. 그러면 다양성 관리가 왜 국내 기업에 필요한 것일까? 이 문제는 기업이 현재 갖고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다음과 같은 내·외부 환경 요인이 존재한다. 먼저 외부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구조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인구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가져왔다. 감소로 인한 부족분을 성별, 장애 여부, 출신 국가와 관계 없이 우수한 인재들이 채워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2년 초 옥스퍼드대와 타워스왓슨이 공동으로 실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0년 뒤인 2021년에는 <1>과 같이 인력이 부족한 국가와 인력이 남는 국가로 구분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 1>은 인력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상황이 가장 큰 나라 10개 국만을 나타낸 것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2021년를 예측했을 때 인력 공급이 가장 부족한 국가를 빨강, 공급이 초과되는 국가를 녹색, 수급이 적절한 국가를 노랑으로 나타내 전체적인 조망을 해보면 <그림 1>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림에서 보듯이인재전쟁(talent war)’이 시작됐고 어떤 식으로 국가 및 기업 매력도를 높일 것이며 인재를 잘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둘째, 기업의 글로벌 인재전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시장에 이미 진출한 미국, 유럽, 일본계 기업들과의 인재 경합이었지만 최근에는 후발업체인 중국, 인도계 기업과도 인재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제는 내수시장을 지키는 것도 저가공세를 펼치며 들어오는 신흥국가 기업과의 싸움으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흥국가 기업에서는 자신이 부족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기술개발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해외진출, 특히 신흥국가에 대한 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그 지역의 잠재력이 뛰어난 인력을 끌어들여야만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다. 그러나 신흥국가의 교육시스템은 아직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정도로 잘 발달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더욱 한정된 인력에 대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고객의 변화다.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구매결정을 여성이 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기존의 서비스 대부분에 대한 여성고객의 증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소비의 성역은 무너졌다. 이에 따라 여성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개발, 마케팅 역량이 기업의 중요한 경쟁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더불어 여성을 중시하는 기업의 이미지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다음으로 내부 요인을 살펴보자. 첫째, 기업의 인력부족을 꼽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많은 베이붐 세대가 직장에 남아 있고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이 많기에 체감할 수는 없지만 앞서 언급한 10년 후 인력상황을 예측하면 인력부족 현상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은 퇴직연령을 늘리고 여성 및 외국인의 채용을 활성화하면서 인력부족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 되고 있는 국가이므로 그 진척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조직의 인력채용형태를 분석해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가 있다. 해마다 전체 채용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몇 년 주기로 불황을 겪고 있어 채용인력이 고르게 분포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구조는 추후에 경험이 풍부한 여성인력이 출산/육아로 인해 퇴직을 하거나 과거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가능하고 출산/육아휴직 이후에도 경력단절이 없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렇게 여성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생산성 증진을 위해 교육 및 계발에 투자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결국 다양성 관리이다.

 

둘째, 여직원의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500인 이상 기업체의 여성인력 비중은 2001 25.0%에서 2010년에는 30.8%로 상승했다. 더불어 과거에 비해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여성인력도 늘어나고 있기에 이들의 활약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진 상황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임원급으로 승진하는 여성인력 비율은 상상을 초월하게 낮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통계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등기임원 813명 중 여성임원은 12명에 불과했다. 비율로는1.5%에 해당한다. , 전체 등기임원을 1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단 1명에 불과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실상은 거의 0%에 가깝다. 현직 여성임원 가운데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있기에 여성 임원은 사실 11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여성 등기임원은 현 회장을 포함해 이화경 오리온 사장, 신영자 롯데쇼핑 사내이사 등 3명에 그친다. 전부 오너 일가다. 이들마저 제외하면 여성 전문경영인은 전혀 없고 대학 교수, 시민사회단체 출신의 사외이사뿐이다.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은여성에게는 남자가 갖지 못하는 숨겨진 힘이 있다. 앞으로 여성인력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했으나 아직 그것이 숫자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경영진으로 승진하는 여성임원이 거의 없기에 현 여성인력에게는 롤 모델(role model)이 될 만한 인물이 없고 직접 코칭을 해 줄 여성상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다양성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비즈니스 성과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IBM CEO였던 샘 팔미사노는다양한 인재로부터 최대한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경쟁우위의 기본이자 사업의 최우선 순위라고 다양성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영학의 석학 게리 하멜 교수는 그의 저서 <경영의 미래>에서적응력은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적응력을 키우려면 시스템도 다양해져야 한다. 생각, 기술, 태도, 역량의 다양성이 클수록 적응력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다양성이 높은 집단은 동질적 집단에 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 제안, 복잡한 문제 해결, 과업 성취도 등에서 더 높은 성과를 창출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다양성은 기업의 적응력과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다양한 인력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를 확보하면 다양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다양한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고 접근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인재가 필요하다. 모토로라는 신상품 출시 이전에 사내 소수계층 인력을 대상으로 호감도 등을 조사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포드는 여성 엔지니어로 패널을 구성, 여성 고객의 니즈를 제품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국내 현황 및 사례

국내 기업의 경영진은 조직 내 인력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성이 조직 성과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다양성 관리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먼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폐쇄적 문화가 글로벌 인재의 이탈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가장 문제되는 영역으로언어소통의 어려움유리천장(glass ceiling)’을 꼽을 수 있다. 언어소통의 문제는 본사, 현지 모두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중요한 사안이 있어 본사에 연락했으나 담당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면 본사와의 소통은 더욱 당황스러운 경험일 것이다. ‘유리천장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지법인에서 한국 주재원끼리 모여 결정이 이뤄지고 그 실행은 현지 채용인에게 맡겨진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외국인에게우리 회사라는 감정이 사라진다. 더불어 대부분 현지 채용인은 본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한정돼 있다.

 

실증적인 예를 들어보자. 2008년과 2010 2회에 걸쳐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Jobstreet라는 헤드헌팅 회사가 7개 국 아세안 국가(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대졸 이상의 21세부터 40세 화이트칼라 인력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미국계, 유럽계, 일본계, 자국, 한국계 기업순이었다. 한국계 기업이 꼴지를 한 이유는 경력개발의 한계, 의사소통 부재, 교육기회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진정으로 우수한 현지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까? 몇 년 전에 국내 모 기업의 중국법인을 자문한 경험이 있다. 해당 법인이 당시 당면한 문제는 꼭 채용하고자 하는 인력은 매번 다른 곳에 뺏기고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 인력도 정성을 들여 키워 놓으면 다른 곳으로 이직해 인력관리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이직 사유는 표면적으로는 더 높은 급여였지만 좀 더 심층 인터뷰를 해 보니유리천장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같은 식구라는 느낌도 없이 한국인만의 독단적 결정이 이뤄지는 곳에서 몇 명이나 남아 있을까? 결국 동일한 인사원칙과 제도를 적용하도록 자문을 했고 의사결정을 현지 채용인과 함께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여성인력에 대한 차별은 아직까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왜 여성인력이 관리직 또는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적을까요라는 질문에 그 임원은여성인력이 채용 초기에는 남성들보다 훨씬 뛰어난데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면 점점 남성들보다 뒤떨어지게 된다. 아마 직장보다는 가정을 더 중시하고 출산, 육아, 가사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회사에 몰입하기 어려워져서 여성인력의 낮은 승진율로 나타난 것 같다고 답했다. 더불어 여성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작동한다고 귀띔했다. 여성 상사와 여성 부하직원 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부하직원이 육아 및 가정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것을 빌미로 중요 업무에서 배제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또 아직까지 다양성 관리나 다양성 경영은 우리에게 너무 요원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여성인력이 회사에 가장 원하는 부분이 무엇일까? 순위의 차이는 존재하나 1)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 2)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 3) 탁아시설에 아이들을 맡기고 지각 걱정 없이 출근할 수 있게 하는 시간적/장소적 유연근무제 4) 출산/육아휴직 후 업무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복귀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5)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 교육, 평가, 보상, 공식적/비공식적 모임에 대한 참여 등에서 불이익을 없애는 것 6) 현재 다양한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여성 멘토 7) 원하지 않는 회식(특히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과 모임(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모두가 예외 없이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는 식)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및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 등이 거론된다.

 

그러면 우리 기업에서 상기 문제를 개선하고 다양성 관리를 강화하려면 어떠한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다양성 관리의 첫 단계는 현재 기업의 제도, 관행, 프로세스, 조직문화 등의 차원에서 차별적인 요건이 존재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차별성이 사라진 후에야 좀 더 적극적인 다양성 관리의 토대가 완성될 수 있다. 인적자원의 가용성(Availability), 공정성(Fairness), 시너지(Synergy)를 잣대로 상기에서 기술된 부분을 분석하는 것이다. 다양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는 채용, 육성, 평가, 보상, 승진, 근무형태 등이다. < 2>는 영역별 고려사항을 기술한 것이다.

 

 

국내 기업에서 가장 먼저 다양성 관리를 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0년 기준으로 해외 인력 비중이 49.8%에 이른다. 국내에서 일하는 1000여 명의 외국인 직원을 위해 내부 시스템을 영어로 번역하고 한국말을 익힐 수 있도록 한국어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수원사업장에 가면 외국인 직원을 위한 음식 코너를 운영하고 있고인도 크리켓 동호회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인력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의 재택·원격 근무를 위해 수유실을 갖춘스마트워크 센터를 서울과 분당에 설치했다. 대졸 신입사원 비중을 2010년 기준 22%에서 30%까지 늘리고 1.1%의 여성임원 비율을 10년 내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장애인 신입공채 전형을 신설하고 장애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디딤돌 인턴십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LG상사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출신 유학생 8명을 선발해 한 달 동안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들은 LG상사가 석탄광산사업 등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역 출신이다. 인턴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 중 희망자는 조만간 이들이 근무할 모국의 LG상사 법인에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한다. LG상사는 해외 60여 곳에 지사와 법인을 운영하며 꾸준히 현지 인력을 채용해 왔으나 외국인 유학생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다양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우수사례

미국에서 출간하는 <다이버스티잉크(Divesity Inc)>에서는 매년 직원 100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200여 개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을 기초로 다양성 관리에 뛰어난 50대 기업을 선정한다. 순위 결정에 다음 4가지 영역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CEO의 관여 여부(CEO Commitment). CEO가 다양성 관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지, 경영진의 인구통계적 구성이 다양한지를 근거로 이 부분을 점검한다. 둘째, 조직 내 인적 자산(Human Capital) 영역이다. 신규 인력 채용 시 인종, 민족, 성별, 나이, 장애 여부 등에 의한 차별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더불어 현재 직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누리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셋째, 조직 내 의사소통(Corporate and Organizational Communication) 여부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사 소통할 채널이 있는지, 조직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넷째, 공급자 다양성(Supplier Diversity)이다. 조직 내 다양성과 더불어 공급자 다양성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장애인, 성적 소수자, 여성, 외국인이 운영하는 공급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2009년 설문결과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존슨앤존스(Johnson & Johnson)으로 사례를 통해 이미 많이 알려졌다. 조직 내 비슷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모여 만든 직원자원모임(Employee Resource Group)과 다양성과 관련된 여러 정기적인 모임을 열어 직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성에 대한 교육을 위해 다양성 대학(Diversity University)이라는 온라인 교육장을 마련, 전 세계 직원들에게 다양성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조직 내 다양한 친화조직이 생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와 리더십을 위한 게이와 레즈비언 공동체’ ‘아프리카 계 미국인 지도자 회의’ ‘남아시아 전문가 네트워크 및 연합등이 활동 중이다. 마지막으로 공급자의 다양성을 중요시해 전미 소수민족 제조자 협회(National Manufacturing Institute)에도 가입해 공급자 개발에 힘쓰고 있다.

 

2010년 칼버트그룹(Calvert Group) S&P 100 인덱스(Standard & Poor’s 100 Index)에 포함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성 관련 프로그램, 정책 및 성과를 평가했다. 미 통계청 자료(2010 2)에 따르면 미국 내 직장에서 여성인력의 수가 남성인력 숫자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직장에서 여성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러 분야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10가지 영역을 평가했는데 각 영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균등한 고용기회 정책(Equal Employment Opportunity(EEO) Policy) 2) 조직내부 다양성 노력(Internal Diversity Initiatives) 3) 외부 다양성 노력(External Diversity Initiatives) 4) 다양성 노력의 범위(Scope of Diversity Initiatives) 5) 가족 친화 복리후생(Family-Friendly Benefits) 6) EEO-1 공개(EEO-1 Disclosure·정부기관과 일하는 기업 중 100인 이상 사업장은 균등한 고용기회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함) 7) 가장 보상이 높은 임원(Highest Paid Executives) 중 소수그룹의 비중 8) 이사회 구성(Board Representation) 9) 이사 선임 기준(Director Selection Criteria) 10) 기업의 관심도(Overall Corporate Commitment)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기준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한 기업은 씨티그룹(Citigroup Inc.)과 코카콜라(Coca-Cola Co.). 여기선 코카콜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코카콜라는 다양성, 특히 수용성과 공정성을 중시했고 이 영역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했다. 공정한 보상제도를 위해 연간 주식 관련 보상 보고서를 만들었고 성과에 따른 차별보상, 단기 인센티브, 스톡옵션이 적절히 실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이 평가를 통해 ‘경고(Red Flags)’가 나타나면 적절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로 시정에 들어갔다. 공정한 인력운영을 위해서 채용, 선발, 승진에 대한 관행을 분기별로 코카콜라 다양성 사무소(Diversity Office)에서 검토했으며 인력운영상황을 매주 보고했다. 성과관리 영역에서는 연간 평가에서 낮은 점수와 높은 점수를 받은 인력을 중심으로 그 평가를 받은 적절한 이유가 있는지를 분석했고 적절하지 못한 이유가 있거나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시정을 했다. 직원과의 관계 차원에서는 외부기관에 차별성이 존재한다고 소송하기 전에 직원이 갖고 있는 문제와 이슈를 사전에 처리했다. 이상 미국 사례들을 보면 코카콜라는 단순히 제도적 장치로 다양성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단계에서 일어나는 문제까지도 다루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 기업의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 우리에겐 공감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와 인사관행이 비슷한 일본 사례를 통해 현 우리조직의 위치와 향후 과제를 알아보도록 하자.

 

일본은행 사례

일본 기업들은 1980∼1990년대 이후 수익의 원천을 해외 부문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진출 국가의 시장, 특성, 기호, 생활 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채용했다. 그러나 내수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에는 다양성 경영이 다소 생소한 영역이었다. 특히, 순혈주의를 고수하던 일본 은행들에는 큰 변화다. 왜 갑자기 다양성 경영을 중시했을까?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외국인, 여성, 고령자 등 다양한 인재가 활약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이 기업전략의 핵심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고객의 증가로 여성의 니즈에 부응하는 상품개발 및 마케팅 역량, 그리고 여성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중요해졌다. < 3>은 일본 3대 대형 은행의 다양성 경영의 현황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다양성 관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일본정부는 2020년까지 여성 관리직의 비중을 30%까지 높이라고 권고함에 따라 은행들도 이 수준에 맞추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위 사항에 덧붙여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2년 육아휴직, 단축 근무(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 1일당 또는 1주일당 근무시간 단축), 간호휴가(자녀 1인당 연간 5일까지), 퇴직자 재고용(결혼, 출산, 간병 등을 이유로 퇴직한 직원의 재고용)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육아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로는 탁아보조금 지원, 탁아소 교통비 지급, 라이프 서포트 제도(선택형 복리후생으로 탁아소, 베이비시터 등의 할인 서비스 제공) 등을 도입했다. 더불어 육아휴직자의 직장복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고 최고경영진의 다양성 추진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상기 내용은 우리가 추후 추진해야 할 과제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전략적 경쟁우위 요소로서의 다양성

1960년부터 미국에서는 다양성 관리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제로 이를 전략적 우위 요건으로 실행한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를 실행한 기업은 다음과 같이 변화했다. 첫째, 이러한 기업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문화로 구축이 되면 여러 가지 관련 과제 수행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끊임없는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좀더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성과관리의 일부로 직접 측정하고 이를 평가결과에 반영했으며 보상도 이에 따라 제공했다.

 

둘째,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관리하기 위해 인턴제도 등을 활용해 채용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인재를 유인했으며 일단 채용 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영진은 이들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고 이사회 및 경영진 구성에도 다양성을 고려, 이들에게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셋째, 다양성 관리가 채용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수립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했다. 공식적인 조직뿐만 아니라 비공식 조직에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적절히 포진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직원자원모임(Employee Resource Group)을 적극 활용했으며 공식적인 조직의 일부로 구성했다.

 

넷째, ‘모든 의견은 중요하다는 문화는 모든 사람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나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며 이를 통해 창의성이 발현되고 새로운 혁신이 가능해진다.

 

다섯째, 다양성을 중요한 운영원칙으로 삼고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이렇게 되면부서 이기주의(Silo selfishness)’가 사라지게 되며 창의성과 혁신이 증진된다. 예를 들면, CNN, TNT, Cartoon Network 10여 개 기업으로 구성된 터너그룹(Turner Broadcasting)은 다양성을 회사의 중요한 운영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터너그룹의 방송을 보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돼 전혀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부여하고 있다. 더불어 소수민족을 지원하는 많은 단체들의 광고도 물 밀려오듯 들어오고 있다. 조직 내부적으론 9개의 다양한 직원자원모임을 활용해 문화, 채용 등 여러 부분에 의견을 개진하고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제공한다.

 

다양성 경영을 위해서는 임직원들에게다양성 관리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다양성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포용(Inclusion)’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개선해도 임직원의 마음속에 아직 다양성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경영진이다. 경영진이 다양성에 관한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하고 거기에 근거해서 행동해야 한다. 경영진 자체가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포용 정책은 역차별이다는 도전을 넘어서지 못한다. , 성과와 능력이 아닌 성별, 장애, 인종 등으로 인해 특혜를 받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이 때문에 많은 우수인력이 떠날 것이라는 조직 내의 심각한 도전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우리의 현 주소(현 다양성 실행수준, 다양성에 대한 임직원의 인식 수준, 조직 준비도, 목표 대비 실행수준 등)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이버스티잉크 또는 칼버트그룹의 설문을 활용해도 되고 각 회사를 위해 맞춤 진단을 해도 된다. 다만 맞춤 진단은 우리 조직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나, 다른 기업과의 비교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의 문제점을 진단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수준을 타 기업과 비교하는 것인지를 판단해 적절한 접근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두 가지 모두를 할 수도 있다. 일단 이러한 진단을 실시하면 우리가 관리해야 할 베이스라인이 생기게 된다. 이 베이스라인을 기초로 향후 개선목표를 잡고 이를 관리하면 된다. 다만 다양성 관리가 조직에 깊게 뿌리 박기 위해서는 실제 업무에서 다양성이 어떠한 성공을 이끌었는가에 대한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성공사례와 적절한 목표관리가 다양성 관리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김기령 타워스왓슨 코리아 대표 charlie.kim@towerswatson.com

필자는 뉴욕주립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머서, 헤이그룹, 에이온컨설팅, 씨엘오그룹 대표이사를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인사관리, 인재개발, 리더십과 조직개발 영역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글로벌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조직과 인사 전문가다.

  • 김기령 김기령 | - (현) 타워스왓슨 코리아 대표
    - 헤이그룹 한국사무소 대표 역임
    - 머서코리아 대표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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