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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 Leader Interview : 닐스 플래깅 인터뷰

언리더십: 직원을 경영의 대상으로 보지마라

조진서 | 110호 (2012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최근 국내 HR 전문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독일인 경영컨설턴트가 있습니다. “리더십이 아니라 언리더십(Un-leadership)이 중요하다” “직원들을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라고 외치며 기존의 피라미드형, 중앙통제형 기업구조를 파괴할 것을 주문한 닐스 플래깅(Niels Pflaeging)입니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한국 내 팬클럽까지 있는 그는 지난 달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스마트워크 국제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받기도 했습니다. DBR은 국내 30여 명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플래깅의 비공개 워크숍 내용을 요약 소개하고 이후 진행된 인터뷰 내용도 함께 전합니다.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세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성진원(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Case: ‘Un-leadership’ ‘베타 기업모델로 성공한 사례들

 

스벤카 한델스은행(Svenska Handelsbanken)




스톡홀름에 본사가 있는 스웨덴 제2의 은행으로 전 세계 약 750개의 지점에서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2011년 금융정보업체인 블룸버그가 선정한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은행랭킹에서 2(유럽 내 1)에 올랐다. 한델스은행의 강점은 철저한 분권화(decentralization). 1960년대부터 조직구조를 단순화해 부사장과 이사 직급은 없애고 지역본부장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췄다. 본사 차원의 매출목표나 예산을 잡지 않고 전사적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대신 각 지점이 나름대로의 목표와 전략을 세워 자유롭게 영업한다. 그 결과 창구직원이 대형 법인영업까지 맡고 대출 여부의 96%가 지점 레벨에서 결정되는 등 철저히 현장 위주로 업무가 이뤄진다. 콜센터도 없다. 항상 그 지역의 지점에서 직원이 전화를 받는다. 직원과 동네 주민이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불량대출의 비율이 낮고 고객만족도는 높다.

 

한델스은행의 직원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지만 연말 성과급은 없다. 대신 은행이 업계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는 해에는 초과수익의 3분의1 CEO부터 말단까지 균등하게 분배한다. 이 돈은옥토고넨(Oktogonen)’이라는 펀드에 넣어졌다가 퇴직 시에야 지급된다. 직원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일하도록 동기부여하는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

 





미국 최대의 영화 DVD 대여/스트리밍 업체. DVD 대여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려주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평정했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표면상 놀랄 만큼의 자유와 혜택을 누린다. 휴가 일수나 출퇴근 시간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며 법인카드 사용도넷플릭스를 위해 쓰라는 원칙만 말해줄 뿐 어디에 얼만큼 쓰든 회사가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한대의 자유에는 무한대의 책임이 따른다. 동료들에게평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해고된다. 멘토링이나 연수 같은 회사차원의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넷플릭스의 직원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스스로 회사에 공헌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인재여야 한다는 것이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지론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한 달 이상의 장기 휴가를 떠나더라도 e메일로 최소한의 업무는 처리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1 CEO 헤이스팅스가 DVD 렌털 회원 가입비 인상을 결정한 후 석 달 만에 80만 명(5%)의 고객이 떠나고 주가가 72%나 하락하는 위기를 맞았으나 2012년 들어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호조로 위기 이전의 회원 수를 넘어섰다.



 

닐스 플래깅 강연

 

테일러리즘을 벗어나라

 

현대의 경영자는 직원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제어하고 싶어 한다. 당근은 보상(reward), 채찍은 공포(fear). 경영자들은 한편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승진이나 보너스 같은 보상을 제시하기도 하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해직에 대한 공포, 감동이나 승진누락에 대한 공포, 그리고 남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 등을 불어넣어 나태해지지 않도록 몰아세운다.

 

이렇게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경영하는 기업은 사실상 노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직원들을 자유의지가 없는 노예 혹은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이다. 어린 아기들은 달래거나 혼내야만 부모의 말을 듣는다. 그러나 성인이라면 부모가 뭐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인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그런데 유독 기업경영에서는 성인이 된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아이 취급하는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엔 효율적이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억지로 시켜서 일하는 노예보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시민의 작업 효율이 더 높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현대의 기업들은 이렇게 야만적이고 비효율적인 수직적 경영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 비난은경영(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20세기 초의 경영학자 프레데릭 테일러(Frederick Taylor)에게 돌아가야 한다. 테일러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해야 하는 각각의 작업들을 정확하게 조직화된 단순 동작들로 세분화하고 표준화했다. 이러한 테일러리즘(Taylorism)은 기업의 직원을 생각하는 사람(Thinkers), 즉 관리자와 행동하는 사람(Doers), 즉 노동자로 명확하게 구분 지었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내는 지적인 작업만 했고, 노동자는 현장의 반복적인 육체 업무만을 하며 서로 간의 업무가 완벽하게 분리돼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부문장 이상의 매니저들은 기업의 전략과 실행 방안을 연구하고 조직구조상 그 밑에 있는 중간관리자급 이하 직원들은 하달되는 작업만 기계적으로 하는 이분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테일러리즘은 현재 전 세계의 모든 조직에 걸쳐 표준이 됐다.

 

이 테일러리즘을 극복해 낸 회사가 바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일본의 경제상황에서 도요타는 제한적인 자원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Thinker Doer를 분리해 운영할 만한 여력이 못됐다. 따라서 하는 수 없이 현장 근로자인 Doer Thinker의 역할을 같이 해야만 했고 현장의 노동자가 제품을 개선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라인 전체를 멈출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우리가 잘 아는 칸반(Kanban)시스템과 JIT(Just-In-Time) 같은 혁신이다. 그들은 Doer Thinker가 합쳐진 Thoer 역할을 해낸 것이다. 동기야 어찌 됐던지 간에 도요타의 Thoers들이 1960∼70년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꿔놓았다. 도요타의 성공은 똑똑한 관리자 덕이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역량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 이렇게 Doer Thinker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Thoer의 등장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기업은 대부분 Thoer들에 의해 운영됐다.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방에서는 모두가 기획을 하고 모두가 노동을 했다. 제공해야 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복잡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드는 제품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고 생산과 판매가 소비자와의 11 거래를 기본으로 형성됐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이러한 가치 복잡성이 급격히 하락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얼마나 비용을 낮출 수 있는가가 유일한 관심거리가 됐고 규격화된 생산만이 성패의 척도가 됐다. 표준화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가치의 척도는 단순해진 것이다.

 

이후 1970년대 들어 다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공급능력이 수요를 월등하게 넘어서게 됐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대두됐고 가치의 복잡성은 다시 산업혁명 이전의 수준으로 반등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산업혁명에 도입된 테일러리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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