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추행 사건과 KPI(핵심성과지표)

7호 (2008년 4월 Issue 2)

어린이 성추행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예슬·혜진 양이 무참하게 살해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최근에는 경기 일산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전과자가 초등학생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쳤습니다.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제 주변에도 비분강개하며 “범인들을 중형에 처해야 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조건 경찰만 비판 해야 할까
경찰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탓입니다. 부실수사, 무능, 늑장 대응 등에 날 선 비난이 쏟아집니다.
경찰의 무사안일주의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경찰은 일산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납치미수를 애초에는 단순폭행으로 처리하려 했습니다. 많은 언론매체와 국민이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합니다.
 
경찰이 최근의 사건 처리를 잘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잘못의 원인인지를 밝혀야 앞으로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까요.
 
경찰의 평가제도가 문제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보입니다. 요즘 경찰청 직원 전용 게시판에는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지구대에서 사건을 축소, 은폐해 보고할 수밖에 없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서장과 직원들이 범죄발생률과 검거율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경찰로서는 범죄율이 높아지는 것 자체도 문제고, 범죄 건수가 늘어나 검거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일 것입니다. 이러니 웬만하면 보고를 ‘한 단계씩 낮춰서’ 하고 싶겠지요.
이것은 결국 경찰의 평가제도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설정이 문제라는 것이죠.
 
이 문제와 관련해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범죄 발생이 경찰의 잘못이 아닌 경우도 많은데, 단순 범죄율만 가지고 평가를 한다고 하니 일선 경찰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교수님에 따르면 외국 경찰들은 범죄율보다 검거율에 더 가중치를 두고 범죄율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평가척도(시민의 만족도와 불만 건수)를 개발하며 건물 내부 등 경찰이 예방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발생 건수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경찰이 발생한 사건을 축소하거나 숨기는 일이 줄어들겠지요.
 
기업 직원들도 평가기준 때문에 복지부동
지금까지 경찰 이야기를 드린 것은 기업에서도 올바른 평가제도 설계와 KPI 설정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회사의 평가기준 때문에 직원들이 복지부동하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괜히 손들고 나선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잘리지만, 가만히 있으면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울러 KPI는 단순한 평가가 아닌 조직의 목적과 전략을 달성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경찰의 경우 고객은 국민이며, 목적은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대한민국 경찰은 조직의 목표 달성과 고객 만족을 위해 평가제도와 KPI를 어떻게 재설정할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겠지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회사의 평가제도와 KPI는 어떻습니까? 혹시 조직의 목표와 고객의 이익에 방해되는 것이 들어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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