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외재적 동기유발이 위험한 이유

72호 (2011년 1월 Issue 1)


 
‘신바람 야구’를 앞세워 1990년대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LG트윈스 야구단은 2003∼2010년 8시즌 동안 가을 야구(포스트시즌)를 경험하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구단은 LG 뿐이다. 결국 최근 LG 구단은 성과주의를 강화한 새로운 연봉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타개책을 내놨다.
 
새 제도의 핵심은 ‘LG가 진 경기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이긴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들에게 연차를 불문하고 많은 돈을 주겠다’는 데 있다. 가령 LG가 어떤 경기에서 5대 0으로 승리했다면 5점을 내는 데 역할을 담당한 타자 몇 명, 0점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한 투수 몇 명에게 대부분의 승리 공헌 점수(win share)가 할당된다. 여기에다 개인 성적을 5대 5의 비율로 합산해 최종 고과를 산출한다. LG구단은 이름값과 서열에 치우쳤던 과거와 달리 선수 개개인의 동기부여를 극대화하고, 건전한 내부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방식으로 가장 높은 고과를 받은 선수는 고졸 2년차 유격수 오지환이다. 오지환은 올해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1, 13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LG가 승리한 경기에서 3할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결승타도 종종 날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덕에 오지환은 올해 연봉 2400만 원보다 무려 313% 오른 1억 원의 연봉을 제시 받았다.
 
하지만 오지환의 성적에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넓은 잠실 구장에서 베테랑도 힘든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는 점은 분명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는 어떤 포지션보다 수비 능력이 중요한 유격수다. 오지환은 올해 27개의 실책을 저질러 8개 구단 유격수 중 실책 1위를 기록했다. LG가 앞서던 경기를 오지환의 실책 때문에 내 준 사례도 꽤 있었다. 장타력은 인상적이지만 2할4푼이라는 타율도 높은 수준은 아니다.
 
새 연봉 체계는 여러 면에서 팀 스포츠인 야구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투수는 잘 던졌지만 야수의 실책 때문에 질 수도 있고, 선발 투수는 잘 던졌지만 이후 등장한 불펜 투수나 마무리 투수가 승리를 날릴 수도 있다. 박빙의 상황에서 번트를 대거나 볼넷을 얻기보다는 본인이 해결하려고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 병살타를 칠 수도 있다. 승리한 경기에서 활약한 몇몇 선수가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게 과연 정당한 기준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G가 유난히 팀워크 문제가 많았다는 점도 새 제도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 작년 8월 포수 조인성과 투수 심수창은 마운드에서 언쟁을 벌여 잔여 경기 출장을 금지 당했다. 투수 서승화는 야구 배트로 후배 이병규를 때렸다. 올해는 에이스 봉중근의 아내와 신인 투수 이형종이 미니홈피에 감독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표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금전적 보상이 반드시 조직원 개개인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에드워드 데사이(Edward L. Deci)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지적 평가 이론(cognitive evaluation theory)을 통해 돈 등 외재적 수단으로만 조직원의 동기를 유발하려는 시도에 관한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인간은 반드시 금전적 보상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며, 외재적 동기유발(extrinsic motivation)로 업무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에 의해 통제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 오히려 해당 업무에 대한 몰입과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논리다. 그는 외재적 보상이 인간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피평가자의 인지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며, 타인의 인정과 같은 내재적 동기유발(intrinsic motivation) 요인의 중요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LG구단은 고과 체계 변경에 대해 충분한 사전 공지도 하지 않았다. 특히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해외 마무리 전지훈련장에서 새 연봉 협상을 진행하는 바람에 더 큰 문제를 노출했다. 일부 선수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선수단 전체의 훈련 집중력에도 영향을 끼쳤다.
 
새로운 연봉 체계를 도입한 2011년 LG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 구단의 기대대로 선수단 전체의 건전한 경쟁과 동기부여를 극대화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야구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다른 시즌보다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많다. 변화에는 항상 반발이 따른다. 그래서 변화의 속도와 폭이 매우 중요하다. 개혁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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