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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한 우물 판 K이사가 승진에 실패한 이유

최효진 | 62호 (2010년 8월 Issue 1)

기업이 원하는 사람은?
대기업 계열 연구소에 근무하는 K이사는 얼마 전 연구소장 자리가 곧 바뀔 거란 소식을 접했다. 연구소 내에서 경력이 가장 길고 연구실적 또한 꽤 인정받고 있던 K이사는 이번 인사발령에 내심 큰 기대를 걸었다. 회사 안팎에서 연구소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로 자신이 거론되고 있었기에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소장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인사발령 결과는 뜻밖이었다. K이사보다 2년 후배인 J씨가 연구소장으로 지목된 것. 이는 K이사에게는 곧 사직을 의미했다. K이사는 실망을 넘어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 자신의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한순간에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당장 사표를 던지고 싶었지만, 일단 냉정을 찾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직을 하려니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정보를 구해야 할지 막막했고, 몇 군데 이력서를 보내봐도 반응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K이사는 커리어 코치를 찾아왔다. 코치를 만나기 전, K이사는 J씨와 자신을 샅샅이 비교해 봤다. 그런데 비교하면 할수록 왜 회사가 자신이 아닌 J씨를 선택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공분야는 화학공학으로 같지만 J씨는 핵심 연구 분야에서 정통파도 아니었고, 학벌도 해외유학파인 K이사에 비해 나을 게 없었다. 게다가 J씨는 연구소에 오기 전 신규사업 부서에서 이것저것 사업을 펼쳤던 이력이 있어, 전형적인 학자 풍인 K이사로서는 J씨 경력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조직의 가치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가?
오늘날 기업 경영은 소리 없는 전쟁에 비유되곤 한다. 계획이나 예측이 불가능한 돌발상황이 수시로 일어나는가 하면 영업, 관리, 연구개발, 생산 등 전 영역에 연관된 복합적인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곧 기업의 생존에 관한 문제로,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인재’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고위직으로 갈수록 인재의 학력이나 경력의 표면적 요소보다는 리더십, 협상력, 문제해결 능력 등 심층적인 요소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실무자 단계에서 시작해, 관리자를 거쳐 경영자(임원) 단계로 경력의 사다리를 오르게 된다. 이 사다리는 마치 피라미드와 같아서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가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에도 많은 직장인들이 이 사다리의 정점을 목표로 일을 한다.
 
중요한 점은 단계마다 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무자의 경우 말 그대로 실무를 얼마나 잘 처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때문에 동일 업무에 대한 경험이 길고 업무기술 수준이 높은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우수한 실무자가 곧 우수한 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는 실무자 시절의 경험을 통해 갈고 닦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을 조직하고 구조화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요구도 커진다.
 
관리자에서 다시 조직의 리더인 경영자(임원) 단계로 올라가는 것은 개인은 물론 조직 차원에서도 더 큰 도전이 된다. 경영자는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의 인재에게 기업이 원하는 바는 주어진 일을 꼼꼼하게 잘 처리하는 게 아니다. 전쟁과도 같은 경영환경에서 우리 조직에 승리를 안겨다 줄 수 있는 인재, 돌발적이고 복합적이며 다발적인 문제를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과 자원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즉, 자기 자신의 능력보다 여러 사람을 통합시켜 조직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선택된다.
 
K이사가 연구소장 인사에서 고배를 마신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연구’라는 직무상의 과제만 놓고 본다면 K이사가 J씨에 비해 부족한 점이 없었다. 그런데 ‘조직 전체의 성과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했는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떨까? 커리어 코칭을 통해 K이사는 그간 자신의 경력 관리 실태를 살펴 봤다. 인사발령 전에 가졌던 몇 차례 경영진과의 미팅에서도 그는 “내가 무슨 무슨 일을 했고, 그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이었고,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J씨는 “자신이 조직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현장의 아이디어를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이는 비단 조직 내 승진이나 평가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경력 계발을 위해 이직을 하거나 전직을 할 때에도 회사에 어떤 가치를 기여했는지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체로 기업들은 철새처럼 잦은 이직을 하는 사람을 꺼린다. 그러나 한 곳에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 그 자체가 특별한 강점이 되지는 않는다. K이사는 한 조직에서 한 우물만 팠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한 우물을 판 결과가 무엇인지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다른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K이사의 사례는 한 조직에서 오랫동안 경력관리를 해온 사람과 잦은 이직을 한 사람 모두에게 시사점을 준다.
 
실무자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외부의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런데 실무자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들을 관리자나 경영자 단계에서도 그대로 고수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인재상의 변화와 경력관리
HR코리아를 통해 임원을 채용하고 있는 한 제조기업은 최종 면접 단계에서 회사의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잡세미나(Job Seminar)’를 실시한다. 이 세미나는 자신의 직무영역에 대해 얼마만큼의 전문적인 경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또 어떠한 성과를 도출했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후보자가 업무에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성과가 조직에 기여한 바를 구체적으로 피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업이나 후보자 모두에게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임에 틀림없지만, 이 세미나의 효과는 상당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채용한 임원은 이직률이 낮고 만족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부 영입 과정에서만 적용하던 잡세미나를 얼마 전부터는 내부 발탁 과정에도 도입, 운영하고 있다.
 
과거 일반적으로 서류전형과 몇 차례의 면접으로 이뤄지던 채용과정이 이처럼 다양하게 바뀌는 것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한 인재, 즉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선호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또는 제너럴-스페셜리스트(General-specialist)가 선호됐다. 그러나 경영환경의 복잡성은 다양한 특성의 인재를 요구하게 만들었고, 융합의 일상화는 전혀 다른 영역을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게 했다.
 
이러한 변화는 꼭 경영자(임원) 단계가 아니더라도 경력관리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입사원이나 실무자 단계의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경력 관리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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