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간 협업

실력 있는 中企, 기능 연계 협업으로 도약하라

51호 (2010년 2월 Issue 2)

기업 성장의 3대 전략 중 하나인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가 국내 기업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국 기업과의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협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외부 자원의 활용보다는 내부 투자로 성장 동력을 강화하거나 확충하는 것을 중시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1980년대 이후 내부 투자뿐 아니라 분사, 외주, 제휴, 인수합병(M&A) 등의 전략을 적절히 운용하면서 성장해왔다. 특히 해외 기업의 전략적 제휴는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전략적 제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대기업보다 인적 물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3년부터 중소기업의 협업 모델로 전문기능연계형(ICMS·Integrated Contract Manufacturing & Service) 협업 모델이 추진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협업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
 
중소기업 간 협업의 의미와 중요성
중소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핵심 역량 강화와 협력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초경쟁(Hyper competition)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기업조차 개발부터 판매·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으로 총체적인 사업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어렵다. 하물며 자금, 인력, 기술, 조직 등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사업 프로세스 전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교 우위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화를 추진하면서 보완적인 기능을 보유한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성장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당면 과제로는 전문화, 국제화, 대형화를 들 수 있다. 전문화는 분업의 결과로서 생기는 기능 순화를 의미한다. 선진국은 연구개발(R&D),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구매, 생산, 마케팅, 유통, 판매 후 서비스 분야에서 수많은 중소 전문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대기업과 다양한 협업을 추진함으로써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분야에서 전문화된 국내 중소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들 대부분도 대기업과 장기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의 수출과 해외 직접 투자가 증가하면서 국제화가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종에서는 조립대기업의 해외 공장 조립용 부품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 역시 조립대기업과의 동반 진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중소기업의 외형은 대기업의 성장 및 국제화와 함께 커지고 있지만 내수 시장의 한계 속에서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 중국으로부터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 증가 및 외국 기업의 내수 시장 진출 확대로 인해 새로운 경쟁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진국의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가치 사슬(value chain)상의 전 영역이 아닌 일부 영역에 특화해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각 영역에 특화된 전문 기업의 등장으로 가치 사슬 상의 전 영역을 담당하는 개별 기업이 경쟁에서 도태할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용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을 담당하는 것은 불합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중소기업들은 네트워크 형태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면서 성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 간 협력이 투자비용을 줄이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협력 형태를 살펴보면 고객-공급 업체 간의 수직적 협력, 동종 업체 간의 수평적 협력과 산학연 협력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고객-공급 업체 간의 수직적 협력 형태는 가치 사슬상에서 상이한 위치에 있는 기업 간 협력으로, 고객 업체로부터 얻은 고객의 욕구 등에 관한 지식을 공급 업체가 활용하여 제품 개발에 사용하거나, 공급 업체로부터 얻은 기술 정보를 고객 업체가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종 업체 간 수평적 협력은 가치 사슬상에서 동일한 위치에 있는 기업 간 협력으로 유무형 자산의 공유, 비용과 위험의 분담,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 등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산학연 협력은 대학 혹은 연구소에서 발명된 기술 등을 활용하여 중소기업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형태의 협력으로 기업 내부 역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 간 협업의 중요성은 중소 및 벤처 기업 간 수평 연계를 통해 기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규모의 영세성과 내부 자원의 부족으로 독자 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 간 협업은 개별 중소기업으로는 불가능한 사업의 추진과 전문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조립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수직적 협력을 가치 사슬 각 단계의 기업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수평적 협업으로 개선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경우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또 대량 생산(Mass Production)에서 양산·주문(Mass Customization)의 시대로 접어든 현실에서 개방형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면 개별 기업 능력 이상의 주문도 소화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협업이 중소기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기업 간 협업이 부진하다는 사실에서 그동안 새로운 협업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ICMS 협업 모델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자 한국에서도 ICT 산업에서의 새로운 분업 모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에 따라 2002년에 산업자원부(산업기술재단)는 국내 전자 산업에서의 전자 제조 서비스(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사업의 도입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산업연구원에 의뢰했다. 산업연구원은 연구 결과 한국형 협업 모델로서 소위 ‘ICMS’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국내 중소기업은 세계화의 확산, 핵심 역량의 강화, e-전환(transformation)의 가속화,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의 확대, 협력적 공급망(Collaborative supply chain)의 구축과 신분업화 등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또 각국의 산업 구조와 기업 간 경쟁 행태가 변화하면서 정책적으로도 중소기업의 전문화·대형화·국제화가 재차 강조되었다.
 
ICMS 모델은 1980년대부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왔던 아웃소싱 모델, 전략적 제휴 모델, 네트워크 모델, 가상 기업 모델, 공급망 협력 모델 등을 한국 실정에 맞도록 통합·연계·개량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ICMS 모델은 비전속적인 수평 분업형 비즈니스 모델로 마케팅, R&D, 디자인, 금형, 구매, 제조, 물류 등의 분야에서 전문 기능을 보유한 기업들이 상호 보완성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별 혹은 사업 아이템별로 기능횡단형협업체(CF·Cross Functional Consortium Family)를 구성해 사업을 수행하는 일종의 전략적 파트너십(Strategic Partnership) 형태의 협업 모델이다. 국내 기업 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직 하청 거래는 대기업이 원청 기업이 되어 중소기업에게 발주함으로써 사업을 전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ICMS 협업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사업 프로젝트나 아이템을 확보한 기업이 CF의 주관 기업 역할을 수행하면서 협업 참여 기업의 전문 기능과 연계해 최소한의 투자로 사업을 전개하는 협업 방식이다. 이러한 협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연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적기에 생산하여 납품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회원사 간에 유기적인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자사 능력 이상의 주문도 협업을 통해 소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ICMS 협업을 통해 국내외 대량 주문에 대응할 수도 있으며, 사업 기회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매출 증대와 전문성을 높이고 상호 이해 증진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M&A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소싱에 적극 참여해 국제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ICMS 협업은 개별 기업의 전통적 영역을 포괄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시킬 수 있어 산업 구조, 기업 역량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협업체 구성이 가능하다. ICMS 모델에 의한 협업은 프로젝트 중심의 한시적이며 수평적인 협력이란 점에서 기존의 하도급 모델 등과는 차별적이다. 결국 ICMS 모델은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어 대기업 및 창업 벤처 기업과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미들업다운(Middle-up-down)형의 사업 모델이다. 다수 기업이 계약 체결 초기부터 활발한 대화를 바탕으로 사전에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조율함으로써 특정 기업의 기회주의적인 행동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으며, 유사 기능을 보유한 다수 기업이 협업 커뮤니티에 참여함으로써 계약 위반이나 공급 차질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대응이 용이하다. 협업에 참여하는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수평적인 협력을 확대해 상생 기반을 강화할 수 있고, 창업 벤처 기업은 초기 투자 비용과 위험을 분산하면서 기업화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은 사업 기회를 확대하여 대형 전문 부품 생산 및 전문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국내외 기업과의 ICMS 협업을 통해 비용 절감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수익을 제고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다.
 
ICMS 협업은 2003년에 국내 중소기업의 주도로 (사)한국ICMS협회가 출범하면서 시작되었고, 협회는 국내 중소기업 간 다양한 CF를 구성하여 협업 사업을 추진했다. 국내 중소기업 간의 자발적인 협업 의지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ICMS 협업 모델에 대한 전국 순회 설명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07년에는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하여 ICMS 협업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ICMS 협업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총괄 조직으로 (재)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선정되어 지난 3년간 50개 이상의 협업체를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CMS 협업 성공 및 실패 사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ICMS 협회가 2004년부터 협업 사업을 추진했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 이 협회는 2004년 2월 4개 시범 협업 사업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협업 신청 76건을 받아 이 중 26건은 협업 구성에 성공해 사업을 추진하여 종료했다. 그러나 나머지 50건은 협업 구성에 실패했다. 대표적인 협업 성공 사례와 구성 실패 사례를 소개한다.
성숙 시장 중소기업의 협업 성공 사례
ICMS 협업을 추진한 다수 기업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소형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했던 중소기업 A였다. 이 회사는 소규모로 제품을 자체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해왔지만 해외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은 후 협업체를 구성했다. 외국 업체가 발주한 물량을 단독으로 개발·생산하여 납기 내에 선적하기에는 초기 투자비와 원가에 반영되는 고정비 부담이 매우 컸기 때문에 협업을 모색한 것이다. A는 R&D와 판매에 치중하고 생산은 위탁하는 분업 전략을 추진했다. 협업 과정에서 협업 커뮤니티 참여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주택 건설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 위탁 생산 업체는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 절감으로 공급 가격을 낮출 수 있었으며, 이는 A의 수익 제고와 함께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었다.
첨단 기술 보유 벤처 기업의 성공 사례
벤처 기업 B는 협업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조기 개발하고 수출함으로써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었다. B는 신개발 제품의 양산을 준비했으나,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양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막대한 자금 조달 문제와 외주로 개발한 부품의 품질 문제였다. B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기업과의 협업체를 구성해 사업 전반에 걸친 품질 향상과 효율적인 분업을 모색했다. B는 주관 기업으로서 제품과 시스템의 스펙 결정, 프로그램 개발과 생산 순서 및 공정에 대한 흐름을 계획하고, 전체적인 관리 및 의견 조율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협업 참여 기업들은 다양한 의견 교환이나 제안, 적극적인 실행을 통해 B가 R&D와 마케팅에 전력하고 생산은 자신들이 책임지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B는 우수한 품질의 다양한 모델 제품을 낮은 가격에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협업체 구성 실패 사례
국내 중소기업 간 협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에 어떠한 형태로든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던 기업 간 협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협업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이 협업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례로 유압 공구 업체가 주관 기업으로 협업체 구성을 모색하다 실패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첨단 유압 기술을 이용해 고가의 일본산 철근 결속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 C는 협업체 구성을 모색했다. 자사 제품의 성능과 무게 등의 우수성을 잠재 협업 대상 업체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협업체 구성은 용이하지 않았다. 우선 제품 자체가 고가이고, 대량 생산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 잠재 협업 대상 업체들이 선뜻 협업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생산 원가 등에서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수한 제품성에도 불구하고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해 부족과 위험을 회피하려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속성으로 C는 협업체 구성에 실패하고 독자적인 성장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협업 추진 과정에서의 실패 사례
주방 용품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벤처 기업이 해외 대형 소매업체로부터 주문을 받고 협업체를 구성해 사업에 착수했지만 이 회사의 기회주의적인 행동으로 협업 참여 기업 일부가 피해를 입은 사례다. 오랜 기간 노력한 끝에 신제품을 개발한 회사 D는 해외 유수의 소매업체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았으나 소규모 연구 시설만 보유한 상황에서 위탁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생산 경험이 전무한 D는 협업체 구성을 협회에 의뢰했고, D를 주관 기업으로 금형, 부품, 조립 업체가 참여하는 협업체가 구성되었다. 공급 물량이 확보된 이상 협업체를 구성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특히 국내 유수 가전 업체의 협력 업체가 위탁 생산을 담당해 외국 소매 업체로부터의 신뢰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협업 참여 기업들이 부품 설계와 생산 등에 착수했지만 잠재 협업 대상 업체 중 하나가 기구성 협업체보다 좋은 조건으로 D에게 협업을 제안하자 D는 협업 커뮤니티에서의 탈퇴를 감수하고 기존 협업체 구성을 백지화했다. D와 제3의 제조업체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기존 참여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국내 중소기업의 협업 활성화 방안
ICMS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전문화를 촉진하려면 다음과 같은 지원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첫째, 협업 예산의 확대와 지원 시스템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국내 중소기업 간 협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 혹은 프로세스의 개발과 효율적인 생산이다. ICMS 협업은 이미 개발된 제품의 양산과 다양한 해외 수주 물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도 협업체의 구성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 지식의 제공과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의 저리 융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협업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의 발굴에 필요한 마케팅 지원과 기존 제품의 기능 및 성능 향상을 위한 R&D 자금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신연휴’ 지원 사업처럼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선정된 협업체에 대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원한 후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협업을 총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ICMS 협업 사업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협업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유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올해부터 ICMS 협업 사업은 2단계에 돌입한다고 볼 수 있다. 협업 목적이 개발, 상용화, 양산 중 어느 것이냐에 따라 지원의 내용과 규모를 차별화하고, 기존 지원 사업에서 지원할 수 있는 협업체는 동 사업에 연계시켜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업체 구성과 협업의 승인 및 최종적인 협업의 마무리라는 일련의 협업 라이프사이클(Collaboration Life Cycle)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관리하고 지원하면서 때로는 통제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셋째, 협업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중재자(Pro-ject manager)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협업 매니저는 협업 진행 단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이 안을 협업 참여 업체들에게 강제(enforce)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협업 매니저가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관련 제품이나 산업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또 고급 인력을 협업 매니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담 조직에서의 직위와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강력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협업 참여 대상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산업 분야는 ICT, 자동차 부품, 식품, 패션, 로봇,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 등을 들 수 있다. 5개 제조 산업 내 중소기업들은 협업을 통해 전문화, 국제화, 대형화를 이룰 수 있고, 디자인, 소프트웨어, 물류 등의 중소 비즈니스 서비스 업체들은 협업을 통해 제조 업체를 지원하거나 주관 기업이 되어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이와 함께 각종 중소기업 지원 센터와 연구소 및 대학을 협업에 참여하도록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지원 센터는 다양한 시험 장비와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를 보유하고 있어서 센터가 협업에 참여할 경우 중소기업은 첨단 장비와 시설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고, 센터는 자립화를 위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연구소와 대학은 보유한 지식 재산권을 협업을 통해 조기 상용화할 수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확보하여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협업 참여 대상을 중소기업뿐 아니라 이들 기관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협업을 통한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와 프로세스의 개발도 가능하다.
 
위에서 제시한 지원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 내부에서도 협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 경영자의 협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 경영자들은 기업 기밀 보호와 수익 독점을 통한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내부 투자에 의한 독자 성장 전략을 선호해왔다. 또 협업에 대한 장기적인 긍정적인 성과보다는 단기적인 비용을 우려해 협업을 회피해왔다. 국내 기업 경영자가 협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올바로 인지하고 강력한 추진 의사를 표명하지 못할 경우 협업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기업 역시 조직 내부에 협업 전담 부서가 있어야 한다. 협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최고경영자(CEO)의 고유 권한일지라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협업 분야와 최적 파트너를 선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담 부서를 설치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협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셋째, 협업 추진과 관련해서 예상되는 조직 내부의 반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특정 사업이나 기능 부문에서 협업이 추진될 경우 관련 부서의 반발에 따라 협업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 해당 부서의 역할이나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업 추진 초기에 CEO가 직접 나서서 협업의 필요성과 그 효과 그리고 해당 부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협업 성과를 공정히 배분할 수 있는 이윤 공유의 정신이 필요하다. 협업이 성공적으로 종료되더라도 이윤 배분에 대한 이해가 상충될 수 있다. 자사의 투입 자원이 협업 파트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 기업 간의 상시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해 협업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또 다른 협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단기적인 이윤 확보를 위한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