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선발을 위해 인적성검사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신입 및 경력 사원을 채용할 때 인적성검사를 많이 사용한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임원 및 최고경영자(CEO) 선발에 인적성검사를 긴요하게 활용한다. 주로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지원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채용 과정의 과학적·논리적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적합자를 선별해내는(screen-out) 도구로도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인적성검사를 잘못 활용하고 있다. 정신과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도구를 채용 과정에 사용하거나, 신입 사원 선발에 쓰는 인적성검사 도구를 중간 관리자나 임원 선발에 활용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평가 대상자나 평가 목적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인적성검사를 남용하면 오히려 기업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인재를 평가할 때는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명확히 정의 내려야 한다. 또 각각의 측면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가 필요하다. 이는 의사의 역할과 비슷하다. 환자가 호소하는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고통의 원인이 되는 부위와 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동시에 이를 파악하는 데 쓸 진단 도구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차별화된 특성을 파악하라
그렇다면 임원 선발을 위해서는 각 개인들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춰 진단을 해야 하며, 진단 도구들이 갖춰야 할 특성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헤이그룹 창업자인 데이비드 매클러랜드 박사는 기업에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특성을 기술, 지식, 가치, 자기 이미지, 특질, 동기 등 6가지로 정의했다. 이러한 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HR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역량(competency)’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 기술(skills): 개인이 할 수 있는 것
- 지식(knowledge): 개인이 알고 있는 것
- 가치(values): 사회적으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자기 이미지(self image): 자신이 되고자 하는 기대상
- 특질(traits): 장기간 형성된 성격
- 동기(motives): 천성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
이것이 개인 특성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빙산 모델이다.(그림1) 각각의 개인 특성들이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다르다. 직무 특성에 따라 기술과 지식이 강조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개인 가치가 업무 성과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예술가처럼 개인적인 창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업무라면 동기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헤이그룹에서는 개인의 내면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의 가치와 동기를 진단하는 검사를 사용한다. 특히 개인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자신만의 즐거움의 원천을 파악하기 위해 다소 독특한 방식을 활용한다. 이는 ‘그림 이야기 검사’라는 방법으로, <그림2>와 같은 그림들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성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즉 등장인물들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짧은 소설을 쓰듯이 이야기하는 것이다(물론 실제 검사에서는 이 그림 하나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6개 이상의 그림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어야만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림2>가 어떻게 보이는가? 여기 등장한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이며, 어떤 얘기를 주고받고 있을까? 간단하게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 적어보자. 이 검사에서 대표적으로 나오는 3가지 응답 유형을 소개한다.
①둘 다 사업가인데, 신규 투자하기로 한 사업에서 투자 이익을 어떻게 뽑아낼지 상의하고 있다.
②왼쪽에 있는 사람이 아들, 오른쪽이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상심한 아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며 조언해주고 있다.
③왼쪽에 있는 사람은 젊은 CEO이고, 오른쪽은 나이 많은 임원이다. 젊은 CEO가 나이 든 임원에게 뭔가 부정적인 인상을 주자 임원이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첫째 유형은 성취동기가 강한 편이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항상 도전과 성장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 한다. 반면 상황을 관조하거나 기다리는 일을 참기 어려워하고, 한번 정한 목표는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둘째 유형은 친화동기가 강한 편이다. 사람들과의 친밀성을 높이는 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삶의 에너지를 얻는 사람으로,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들 간의 갈등을 일으키거나 거절이 예상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
셋째 유형은 권력동기가 강한 편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타인에게 어떻게든 관철하고 설득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의 말이나 의도가 타인에게 쉽게 전달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권력이나 권위를 추구한다. 반면 자신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으면 상당한 심리적 불편을 느낀다. 소위 기 싸움에서 기가 세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권력동기가 높은 사람들끼리 부딪혔을 때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