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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보상 없으면 무늬만 세계 경영

박귀현 | 31호 (2009년 4월 Issue 2)
해외 시장 진출은 기업의 성장·발전에 필수적이다. 해외 진출은 보통 단순 수출로 시작한다. 수출이 늘면 기업은 사업 중점이 되는 국가에 영업이나 생산을 위한 사무소(법인)를 설치한다. 이후 조인트벤처나 인수합병 등 다양한 형태의 진출 방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해외 진출의 궁극적 단계는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은 연구개발(R&D)은 한국에서, 물류는 싱가포르에서, 디자인은 미국에서 주도하는 식으로 전 세계적 관점에서 개개의 기능을 운영하고 조합한다.
 
왜 글로벌 보상 제도인가?
많은 경영자들이 “인사 관리는 글로벌 사업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 중 해외 법인의 인사 관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인사 관리는 영업, 생산, 재무 등 다른 기능보다 단기적 성과가 나지 않으며, 사업의 성패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해외 조직의 영업과 생산 등 기능을 모두 결정한 후 맨 나중에 인력을 뽑아 배치하곤 한다.
 
인사 관리 중 가장 중요한 보상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아직도 국내 여건에 맞춰진 본사 기준을 따르거나, 현지의 주요 기업을 모방해 보상 제도를 마련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선진 기업들은 글로벌 차원의 통합적 보상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왔다. 타워스페린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보상 제도 마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기업은 조사 대상의 17%에 불과했다.(‘이미 글로벌 보상 제도 채택’ 44%, ‘글로벌 보상 제도 고려 중’ 39%)
 
기업이 글로벌 보상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얻는 장점에는 크게 다음 4가지가 있다.

종업원의 사기와 회사 브랜드 관리 차원의 이익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보상 정책은 다양한 지역의 직원들에게 일체감과 만족감을 준다. 또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해당 기업이 ‘공정한 파트너’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의 전략적 정합성(alignment) 글로벌 보상 제도는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한눈에 바라보는 ‘큰 그림’을 제공해준다. 이런 시각을 갖고 있으면 라이프 사이클(도입-성숙-쇠퇴) 등 각 시장별 특성에 맞춰 보상을 전략적·일관적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특정 시장이 도입기에 속해 있다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그 지역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 인센티브를 도입할 수도 있다.
 
글로벌 핵심 인재의 유지·확보 현재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핵심 인재를 유지·확보하기 위해 (일반 직원들의 경우는 지역별, 국가별 차이를 둔다고 해도) 이들의 보상과 평가 구조를 글로벌 차원에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또 대다수 선진 기업들은 글로벌 핵심 인재를 위한 보상 재원을 별도로 설정한다.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정보와 자료 제공 일관된 기준에 따라 성과와 역량을 평가, 보상하면 경영진이 세계 여러 곳에 흩어진 인력의 수준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글로벌 보상 전략
그렇다면 제대로 된 글로벌 보상 제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보상 제도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 보상 제도의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글로벌 보상 전략 수립을 위한 프레임워크는 제도의 내용(차별화된 제도 vs. 글로벌 공통 제도)과 운영(본사 중심 운영 vs. 현지 중심 운영)을 두 축으로 한다.(그림1)
 
타워스페린의 컨설팅 경험에 따르면, 프레임워크의 4개 사분면 중에서 어느 하나를 ‘최선의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최선의 선택은 해당 회사가 지향하는 바와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의 성격이 단일 비즈니스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진출 지역이 적을수록 글로벌 공통 제도를 도입하거나 본사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제1사분면 각 지역별로 현지에 적합한 보상 제도를 구축하되 운영은 본사 중심으로 하는 방안으로, 본사가 제도 입안에서 운영에 이르는 제반 활동을 모두 총괄한다.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지만, 운영과 관련해서는 강력한 중앙 집권이 필요한 경우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46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월드앳워크(WorldatWork)가 2008년 실시한 글로벌 보상 조사는 이 방식의 이점을 잘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현지 제도 구축/본사 중심 운영 방식은 관리 비용 감소(9점 만점에 6.2점), 핵심 인재 관리(5.2점), 공통된 기업 문화 유지(4.8점) 등에서 효과적이었다.
 
제2사분면 글로벌 공통 보상 제도를 본사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으로, 역시 강력한 중앙 집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 1사분면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 물론 모든 것을 글로벌 공통으로 직접 운영한다면 본사 기능이 매우 비대해지므로, 특정 대상 또는 특정 제도를 중심으로만 공통 보상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정 대상은 임원이나 해외 주재원, 핵심 인재 등이다. 제도적 적용 대상은 이익 공유제나 스톡옵션, 특별 보상(special recognition bonus) 등이다.

제3사분면 글로벌 공통 제도를 현지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으로, 해외 지사가 본사에서 정한 글로벌 보상 제도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현지 실정에 맞게 운영하는 형태다. 만약 본사가 직원의 기본급을 시장 중위값(median)에 기반해 운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고 하자. 글로벌 공통 제도/현지 중심 운영 방식에서는 지사가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만, 비교 대상 기업 선정이나 기본급 변동 폭 등 세부 사항은 현지에서 주도해 설정한다. 물론 최초 제도 설정은 본사가 주도해야 한다. 이 방식은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본사가 보상 제도의 운영에까지 관여하면 제도의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채택된다.
 
제4사분면 차별화된 제도를 현지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으로, 이때 해외 지사는 최소한의 글로벌 보상 원칙을 유지하되 철저하게 현지 중심으로 제도 입안과 운영을 책임진다. 이것은 현지화에 가장 충실한 방식이며, 당연히 사업의 현지 정착에 가장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글로벌 보상 원칙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는 부수적인 비용과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대개 4사분면에 속한다. 하지만 현지의 자율성 최대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글로벌 공통 보상 제도나 현지 인사 운영을 제대로 할 역량이 없기 때문에 이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 4사분면은 많은 글로벌 기업이 지향하는 매력적인 방안일 수는 있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이 쌓인 후에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글로벌 보상 제도 설계 프로세스
기업은 보상 제도의 전략적 방향을 정하고 난 뒤에는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들어가야 한다. 글로벌 보상 제도를 설계하는 구체적 프로세스에는 보상 제도가 강화할 사업 요소에서부터 전략 수립과 현지화 등이 포함된다.(그림2)

글로벌 보상 제도 설계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것은 보상 전략이 사업의 어떤 요소를 강화해야 할 것인지 정의하는 작업이다. 이런 목표는 제도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보상 제도 수립 단계에서는 반드시 인력별 차등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는 운영과 내용 축으로 정의된 글로벌 보상 전략을 대상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작업이다.(그림3)
 

<그림을 클릭하시면 상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같은 주요 경영진은 글로벌 공통 보상 체계의 적용을 받지만, 일반 직원들의 보상은 현지 관행의 영향을 보다 많이 받는다. 주요 경영진은 조직이 반드시 확보하고 유지해야 할 핵심 인력이며, 글로벌 단위 또는 글로벌 기업 차원에서 영입 경쟁을 벌이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직원들은 주로 현지의 다른 기업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한국 기업에의 제언
타워스페린의 연구 조사와 컨설팅 경험에 입각해 한국 기업들에 제언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무엇보다 먼저 제대로 된 글로벌 보상 일관성부터 갖추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는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 글로벌 공통 제도를 구축하고 본사가 주도해 나가는 제2사분면 접근 방식을 고려하도록 제안한다.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경험은 이미 수십 년에 이르지만, 아직도 지역이나 법인마다 다른 원칙과 제도를 적용해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다. 물론 글로벌 보상 일관성을 확보한 후에는 다른 사분면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기업들이 현지 경영자 및 관리자들의 인사 관리 지식과 스킬을 향상시킬 것을 권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 경영자 및 관리자 중에는 리더의 기본인 인사 관리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심지어 현지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도 영업 관리나 회계, 생산 같은 다른 업무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조직 구성은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마찰을 부르기 쉽다. 또 컨설팅 경험에서 보면 글로벌 보상 제도의 성공은 제도가 30%, 운영이 70%를 좌우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인프라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보상과 관련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이나 글로벌 공통 양식 및 프로세스는 글로벌 보상 제도 성공에 꼭 필요하다. 본사에서 보상 관련 데이터를 요청할 때 조직에 따라, 또는 시기별로 다른 형식의 자료가 제공된다면 일관성 있는 글로벌 보상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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