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대량 감원, 잡 셰어링, 임금 동결, 임금 피크….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우리는 이런 단어를 맨 먼저, 그리고 자주 듣게 된다. 왜 위기 상황에 처하면 ‘사람에 대한 비용 조정’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사람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우리가 사람을 제대로 활용하고 대접하는 노하우를 모르기 때문일까?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 사람을 ‘푸대접(다양한 인력 조정 행위를 뜻함)’하면 조직과 개인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확실히 배웠다. 하지만 이번 위기 국면에서 또다시 사람을 비용의 일환으로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인력 관리는 어떤 수준에 와 있는 걸까? 현 상황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주제다. 사실 인력 관리 방법에 대한 고민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현대 경영학은 ‘인사 관리(Personal Management·PM)’ ‘인적 자원 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HRM)’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SHRM)’라는 이름으로 진화해왔다. 초기 인사 관리가 인력 확보와 관리 활동에 집중됐다면, HRM이 등장한 후에는 자원으로서 사람의 개발에 비중을 뒀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SHRM은 조직의 전략과 인력 관리를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SHRM에 따르면 인사 관련 부서의 활동 범위와 내용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실 SHRM은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또는 High Performance Work Practices 등으로 불림)의 활용과 설계 방법(상황적 접근[contingency approach] 또는 구성체적 접근[configurational approach]) 등에 있어 이론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 조직은 여전히 베스트 프랙티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왜 기업 현장에서 인력 관리 분야의 발전이 더딘 것일까.
<그림1>에서 보듯 인력 관리의 수준을 정교화하는 것과 직원 1인당 시장 가치는 계단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즉 주먹구구식 인력 관리를 하던 조직이 일정한 투자를 통해 HR 제도를 정교화하면 구성원의 시장 가치를 상당히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중간 정도의 정교화 수준에 이르면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중간 고원 단계). 대부분의 조직이 이 단계에서 인력 투자에 회의를 느끼고 제도 개선 의욕을 잃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3단계(HR 구조 양식의 정교화 수준 60 이상)로의 진입을 위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경영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HR을 고도화할 때 조직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동안 전략 분야에서 널리 사용돼온 ‘차별화’를 한번 생각해보자.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 제품, 시장, 서비스 등 많은 영역에 적용했던 차별화를 인력 관리에 적용시키자는 얘기다. 인력 관리의 차별화는 전략으로서, 그리고 조직의 비용과 위험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가.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조직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일 중에는 조직 가치 창출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있다. <그림2>처럼 조직이 추구하는 산출물 생성 과정 중 ‘A Position(핵심적 업무)’을 파악하고, 이 자리에 일명 ‘A Player(핵심 성과자)’로 구분되는 우수 인력을 배치하며, A Player에게 차별화된 인력 관리 제도를 적용하면 된다.
IBM은 ‘A Position’을 잘 활용한 대표적 기업으로, ‘One IBM’이라는 이름의 전략을 집중적으로 실행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등 조직 내부의 자원을 활용해 개별 고객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샘 팔미사노는 맞춤식(on-demand) 사업의 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이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직원 47만여 명 중 1%도 안 되는 300명을 ‘전략적 리더십 팀’으로 구분했으며, 이들을 위해 별도의 인력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IBM의 인력 차별화 전략 내용은 <그림3>과 <그림4>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A Position과 A Player를 구분하는 인력 관리 설계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오늘날 우리는 뛰어난 전략 수립이나 차별화된 역량 보유 또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과 같은 전략적 인사 제도의 설계가 곧 조직의 성과와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략이나 역량 및 인사 제도가 실제 성과를 창출하도록 관리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조직의 전략 실행을 위해 인사부서가 해야 할 역할을 HR 스코어카드(scorecard)로 구체화했던 베커, 휴슬리드, 얼리치1
가 2006년 좀더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한 ‘인력 성과표(workforce scorecard)’2
가 바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많은 조직들은 매출 이익률(Return on Sales·ROS)이나 총자산 이익률(Return on Assets·ROA) 등 재무적 지표를 포함해 시장점유율, 고객 만족도 등 다양한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표는 모두 결과물(또는 목표)이다.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표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인력 성과표다. 목표와 연계된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데이터로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설계된 인력 성과표는 로버트 캐플란 교수와 데이비드 노튼 박사의 균형 성과표(Balanced Scorecad·BSC)에서 많은 개념을 빌려왔다. BSC가 투입물→과정→산출물의 내용을 ‘관점(perspective)’으로 구분하고 인과관계를 표시하듯, 인력 성과표도 동일한 체계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