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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패러다임 전환

평생 전문가 시대…직무 중심 인사를 도입하라

최현아 | 26호 (2009년 2월 Issue 1)
● 201X
년. 6개월 전 ‘꿀벌’ 상사에서 ‘게릴라’ 상사로 옮겨온 김고참 매니저는 요즘 살 맛이 난다. 승진과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 없이 본인이 원하는 구매 업무를 정년퇴직 때까지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꿀벌 상사에서 일하던 때 그는 회사의 실적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연차가 높은 자신이 행여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부장이라 불러주고 웬만한 실무는 다 알아서 하는 부하들, 매년 인상을 거듭하는 두둑한 월급 봉투가 가끔 그립긴 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생각은 별로 없다.
 
같은 회사 마케팅팀의 이핵심 직원은 요즘 해외 네트워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전 세계 지사에 있는 마케팅 담당 직원들과 매일 전화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회사가 직무 중심 인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녀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독립 업무를 맡았다. 지금의 일은 이전보다 훨씬 보람있고 재미있다. 그녀는 때때로 이전에 어떻게 직장생활을 했을까 궁금해지곤 한다. 전에는 동료들과의 업무 구분이 거의 없었고, 상사가 수시로 던져주는 일을 수동적으로 처리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녀의 업무 ‘내공’은 일취월장해 이제는 안팎에서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맡았던 재무에서 영업으로 직무를 바꾼 박이동 직원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소 영업이 꿈이던 그는 게릴라 상사가 인사 제도를 직무 중심으로 바꾸면서 직무 이동의 꿈이 사라질까 우려했다. 그러나 회사가 오히려 직무 이동에 필요한 기준과 절차를 상세하게 제시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 덕에 영업에 대한 실무 능력을 체계적으로 익혔고, 직무를 전환할 수 있었다.
 
IMF 이후에는 성과급, 팀제 도입
경제 위기는 기업의 인사 제도와 조직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전장의 상황이 바뀌면 군대가 배치와 진법을 바꿔 변화에 대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앞다퉈 성과 위주의 보상 및 연봉제, 팀제 도입 등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그렇다면 이번 경제 위기는 인사 조직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필자는 직무 중심 인사가 기존의 인사 체계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위기는 기업 효율성의 극대화를 요구하며, 우리나라는 주요 산업국 가운데 직무 중심 인사체계를 도입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의 경력 채용이 많이 늘긴 했지만 공채로 입사해 근무 연한이 늘어감에 따라 고급 관리자 또는 임원이 되는 직급 중심의 인사 체계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직무 중심 인사 체계는 채용을 직무 단위로 하고, 업무도 해당 직무의 테두리 안에서 하며, 보상은 직무의 시장가치로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직무 중심 인사 도입의 이유
기업들이 직무 중심 인사를 도입하거나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이유는 ‘혁신’에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창업 100년을 넘긴 기업도 쉽게 도태될 만큼 어렵다. 가진 것이 사람밖에 없는 한국 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뛰어난 인재와 그들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이다.
 
문제는 기존의 직급 중심 인사 시스템 아래에서는 인재 개개인이 최고의 성과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팀원은 팀장의 지시, 팀장은 임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창의성 및 성과 극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 방식만을 꿀벌처럼 열심히 좇다가는 멀지않아 수익 체감의 벽에 부딪힌다. 창의성과 성과 극대화는 자율성과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직위 고하나 조직 위계를 넘어 기존의 제도나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고 새로운 실험을 가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직급을 우선시하는 현재의 인사 시스템으로는 혁신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꿀벌’처럼 일하는 직원들을 ‘게릴라’처럼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는 혁신가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도 직무 중심 인사가 필요하다.
 
둘째, 직급주의 인사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인건비 및 고용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직무 중심 인사가 주목받을 것이다. 직급주의 인사 아래에서는 개인이 고위직에 오를수록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이 경우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개인의 고용 안정도 위협받는다.
 
인구 구조 변화 측면에서도 직무 중심 인사가 직급주의 인사보다 낫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통계를 보면 노령화로 국내 노동 시장에 유입될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것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마당에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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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현아

    - (현) 왓슨와이어트 상무
    - 맥킨지 전략 담당 컨설턴트
    - 싱가포르 국립대 산하 품질생산성본부 책임연구원
    -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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