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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흐르는 조직

조던 이후 침체됐던 NBA,
다시 흥행한 비결은?

강양석 | 376호 (2023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NBA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꼽은 5가지 명장면과 교훈

1. 딘 올리버는 농구계 출신이 아니라 성공한 팬 - 업계 출신이 아닌 데이터 전문가가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2. 모리볼을 통해 강팀의 반열에 오른 휴스턴 로케츠 - 새로운 시스템은 실질적인 결과로 검증돼야 한다.

3. 축구를 위해 개발했지만 농구 시장을 공략한 Sports VU -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기술 자체의 혁신성뿐만 아니라 기술과 업의 궁합을 잘 고려해야 한다.

4. 데이터팀에는 현장의 경험, 현장에는 데이터 리터러시 - 데이터 인력과 현장 인력이 모두 하이브리드형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5. 지나친 로드 매니지먼트를 강력히 반대한 애덤 실버 총재 - 리더는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 역할뿐 아니라 조직원들의 지나친 데이터 우선주의를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대형 건물의 천장에는 삼성전자가 제작한 총면적 9302㎡의 초대형 스크린이 무려 2600만 개의 LED를 환하게 빛내며 매달려 있다. 벽면 곳곳에 설치된 최첨단 비디오카메라가 1초당 25컷 속도로 촬영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처리돼 오라클이 만든 온라인 대시보드에 정리되고 실시간 업데이트된다. 이곳은 실리콘밸리의 어느 대형 IT 회사의 사무실 얘기가 아니다. 바로 2021/22 NBA 시즌 우승팀인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의 홈구장, 체이스센터 경기장의 모습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머니볼(Moneyball)’ 흥행 이후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스포츠로 흔히들 야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미국 프로농구(NBA)에도 데이터 물결이 거세게 불었다. 매 경기 중 양 팀 선수의 모든 세부 동작에 대한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수집돼 다음 경기를 위한 전술 수립에 활용되며 경기 이후에도 훈련, 건강관리, 스카우팅 등 팀 매니지먼트의 모든 과정에 데이터가 활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 스케줄링, 티켓 가격 책정, 마케팅, 부가 수입 창출 등 사실상 모든 백오피스 기능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1 특정 구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NBA에 소속된 모든 구단이 데이터 분석팀을 운영하며 최첨단 디지털 촬영 툴, 클라우드 컴퓨팅, AI,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승리를 다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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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고 일컬을 만한 지난 10년간의 빠르고 드라마틱한 데이터화의 결과로 NBA는 미국 프로야구(MLB)와 미국 미식축구 프로리그(NFL)가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스포츠로 젊은 세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예전보다 더 박진감 넘치고 숨 막히는 경기력으로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MZ세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서베이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스스로를 스포츠팬이라고 답변한 미국 16∼25세 응답자 중 NBA 팬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40%로 NFL 33%, MLB 25%를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2 SNS 팔로워는 NBA가 7820만 명으로 MLB 970만 명, NFL 2740만 명을 합친 수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전국 중계권 계약에서도 2016년 ESPN과 TNT 등은 2024/25 시즌까지의 NBA TV 중계권을 MLB보다 약 2배 높은 매년 약 26억 달러에 계약했다.3 이런 인기 덕분에 NBA 선수들의 위상도 크게 높아져 2022/23 시즌, NBA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무려 970만 달러로 2012/13 시즌 480만 달러에서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4 또 MLB와 NFL가 미국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것과 달리 NBA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중계권, 광고, 브랜드 파트너십, 용품 판매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남기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NBA 리그 매출은 2012년 약 37억 달러에서 2022년 약 100억 달러로,5 각 구단의 평균 가치는 2012년 약 4억 달러에서 2022년 29억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6

숫자로 감히 측정할 수 없는 천부적 재능과 본능적 직감의 세계로 여겨졌던 NBA에서 소수의 데이터 ‘긱(Geek)’들이 과감하고 우직하게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을 쌓아 올린 과정은 오늘날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NBA 열풍이 불었던 1980∼90년대 전성기 이후, 쇠퇴의 길을 걷던 NBA가 데이터의 힘으로 어떻게 다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됐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1. 슈퍼스타의 시기: 불안한 전성기

2000년 이전의 NBA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소수의 스타 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스포츠였다. 1980년대 초반이 매직 존슨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엔 마이클 조던이라는 슈퍼스타의 등장으로 NBA는 유례없는 최전성기를 누린다. 80년대 최고 스타인 매직 존슨조차 90년대 NBA를 “조던과 나머지(Jordan and the rest of us)7 ”라고 표현할 정도로 경기력뿐 아니라 대중의 인기도 조던 한 사람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 시기 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술은 경기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팀의 경기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조던 같은 천재를 발굴하는 일이었다. 당시 그나마 존재하던 데이터는 단순한 박스 스코어 통계 외에 모두 스카우팅을 위한 선수 평가 지표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스카우팅조차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스카우터 개인의 직관이나 머릿속에 저장된 ‘휴먼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이뤄졌다.8 그야말로 리그의 흥망사가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소수 선수와 스카우터들의 개인기에 좌지우지되는 아슬아슬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2. 조던의 은퇴와 NBA 침체

1990년대 후반 조던의 은퇴를 앞두고 제2의 조던을 찾지 못한 NBA에 위기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선수들이 모두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9 결국 1998년 조던의 은퇴 선언으로 NB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급격히 식어 버렸다. 조던의 마지막 시즌 당시 경기당 630만 명이었던 TV 경기 시청자 수가 다음 시즌 약 400만 명으로 35% 이상 하락하고, NBA 리그의 주요 수입원인 TV 중계료 매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CBS 스포츠 방송의 닐 필슨 전 회장은 “스포츠 경기 특성상 유명 선수의 은퇴 후 시청자 이탈은 당연하지만 이번엔 시청률 감소가 너무 급격해 상당수 사람이 조던 한 사람만을 보려고 경기를 봤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10 2000년대 초반 조던이 복귀를 선언하며 리그의 인기도 부활하는 듯했지만 그의 2차 은퇴 선언 때까지 제2의 마이클 조던은 나타나지 않았다. 코비 브라이언트, 앨런 아이버슨, 케빈 가넷 등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들의 성장으로 NBA도 어느 정도 활기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런 선수들의 노쇠화와 새로운 슈퍼스타의 부재로 경기는 활력을 잃어가고 NBA는 또다시 침체기에 빠진다.

3. 딘 올리버, 데이터 긱(Geek)의 출현

2003년 출간된 책 『머니볼(Moneyball)』의 영향으로 야구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스포츠 리그에서도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MLB 최약체 팀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할 자금도 없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단장이 된 빌리 빈이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과 반대를 무릅쓰고 업계 최초로 데이터 애널리스트를 고용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수 기용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기적 같은 이야기가 스포츠인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연히 NBA 리그와 각 구단 리더들 사이에서 머니볼 효과가 과연 농구에서도 통할 것인지 궁금증이 커졌다.

딘 올리버(Dean Oliver)는 NBA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놀랍게도 그는 농구계 출신이 아닌 시대를 잘 타고난 ‘성공한 팬’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농구를 아주 좋아했던 그는 대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며 아마추어 농구부의 선수와 코치로 활동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통계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당시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보조 코치인 빌 버타가 운영하는 스카우팅 회사에서 근무했다. 졸업 이후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도 농구 관련 연구를 계속하며 프로농구 관련 글을 기고하고, 후에 농구계에서 큰 화제가 된 책 『Basketball on Paper』를 집필한다. 그는 그간 농구계에서 쌓은 인맥들을 동원해 NBA에 지속적으로 데이터 관련 포지션을 만들기 위해 설득을 하던 중 2004년 드디어 NBA 최초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들어가게 된다. 이후 덴버 너겟츠, ESPN, 새크라멘토 킹스 등의 데이터 분석 포지션을 맡았으며 현재는 워싱턴 위저드의 수석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딘 올리버는 2004년 출간한 책 『Basketball on Paper』에서 농구 최초로 ‘팀 우선, 선수는 그다음(Team First, Players Second)’11 관점으로 팀의 성적과 개별 선수들의 가치를 정량화해 분석할 수 있는 통계 지표들과 이에 기반한 우승 전략을 제시했다.12 농구 분석의 가장 기초 지표로 알려져 있는 ‘포 팩터스(Four factors)’ 가 바로 이 책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개념이다. 그의 책은 곧 모든 농구인의 바이블이 됐고, 책의 내용을 토대로 경기 분석뿐만 아니라 트레이드, 계약 협상, 선수 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통계적 지표들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잘 알려진 유효 슈팅률(EFG), 실슈팅률(TS%), 대체 선수 대비 가치(VORP), 선수 효율 지수(PER) 등이 모두 이 시기에 만들어진 지표들이다. 딘 올리버로 인해 데이터 불모지였던 농구계에 처음으로 고도화된 지표들이 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농구계 전체에 ‘데이터 분석의 혁명’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대릴 모리(Daryl Morey)의 ‘모리볼(Moreyball)’

딘 올리버가 NBA에 데이터 분석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인물이라면 대릴 모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팀 경쟁력 강화를 실제 성과로 증명해 보인 인물이다. 딘 올리버와 마찬가지로 대릴 모리 역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MIT경영대학원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어니스트앤영의 스포츠 애널리틱스 컨설턴트로 재직한 비농구계 출신이다. 2002년 보스턴 셀틱스의 오퍼레이션팀으로 합류하면서 NBA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07년, NBA 최초로 농구 출신이 아닌 단장으로 휴스턴 로키츠에 부임하게 된다. 부임 후 그는 팀의 우승에 가장 중요한 경기 전략과 스카우팅 전략을 짤 때 기존 담당자들이 ‘단순한 관찰’에 기반해 ‘엄청나게 주관적인(awfully subjective)’ 평가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분석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체계를 다져 나간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집중한 것은 숫자상으로 가장 확실한 공격 루트에 집중함으로써 팀의 득점 확률을 최대화하는 전략이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공격을 단순한 득점이 아닌 기대 점수(득점 확률×점수) 기반으로 분석해 팀의 모든 공격을 기대 득점이 가장 높은 세 가지 슛인 3점 슛, 니어포스트 슛, 자유투에 집중시키고, 3점 슛 대비 득점 확률은 높지만 기대 점수는 더 낮은 중거리 2점 슛은 피하는 전략을 취했다. 2012년 모리의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인 제임스 하든을 영입하면서 그의 전술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제임스 하든은 2017/18 시즌 MVP로 등극했고, 휴스턴은 모리의 재직 기간 동안 10번의 플레이오프 진출, 2번의 결승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달성했다. 이후 정도는 다르지만 NBA의 사실상 모든 팀이 비슷한 전술을 도입했고, 이는 ‘모리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기반한 NBA의 대표적인 전술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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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농구 시장을 공략한 Sports VU

2008년 NBA에 ‘Sports VU’라는 획기적인 동작 트래킹 툴이 도입되면서 NBA의 데이터 분석은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사이언스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Sports VU는 경기장 내 설치된 6개의 카메라를 통해 선수들과 공의 움직임을 1초당 25컷 속도로 촬영해 이를 데이터로 기록하는 툴이다. 초기엔 휴스턴 로키츠, 댈러스 매버릭스 등 데이터 분석에 적극적인 4개 구단이 먼저 설치했고 시장 진입 5년 만인 2013년 NBA 전 구단에 설치됐다. Sports VU의 도입으로 경기당 수집되는 데이터 포인트는 과거 약 1000개에서 100만 개 이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기마다 쌓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전문 인력의 수요가 급증해 구단들은 앞다퉈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NBA의 모든 구단이 데이터분석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그 전체적으로 약 150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일하고 있다.13

Sports VU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트래킹 전문가인 갤 오즈와 광학 인식 전문가인 미키 타미르가 축구 경기 분석을 위해 최초 개발했으나 2008년 미국의 스포츠 데이터 회사인 스태츠에 기술이 이전되면서 NBA 시장을 우선 공략하게 됐다.14 Sports VU의 기술이 여러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농구 경기 분석에 가장 효용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농구는 타 스포츠 대비 빠른 경기 전개로 인해 육안으로 동작 데이터를 세세하게 추적하기 어렵고 시간 단위당 추적할 동작 데이터도 많다. 또 경기장이 실내에 위치해 카메라의 설치와 관리뿐만 아니라 날씨, 계절 등 환경적 요인의 통제도 용이하다. 마지막으로 경기장의 규모가 작아 소수의 카메라로도 포괄적인 뷰를 얻을 수 있어 타 스포츠 대비 초기 투자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강점들을 기반으로 초기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진입 단 5년 만에 NBA 전 구단으로 확대된 Sports VU는 NBA가 데이터 기반의 운영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조력자(Enabler) 역할을 했다. 이는 성공적인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간의 궁합을 잘 고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Sports VU는 이제 농구 시장에서 쌓은 탄탄한 트랙 레코드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축구, 테니스, 야구 등 다른 스포츠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만약 Sports VU가 초창기 계획대로 축구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면 효과성을 입증하기도 전에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로 외면받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6. 데이터로 달라진 NBA: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뒤집고 변화를 확산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경기 운영의 가장 대표적인 산출물은 최근 10년간 눈에 띄게 증가한 3점 슛이다. 과거 3점 슛은 가드 선수들이 던지는 슛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요즘엔 포지션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가 3점 슛을 던지도록 훈련받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이전에는 경기당 평균 15개 미만이었던 3점 슛 시도가 2021, 2022년에는 평균 35개가 넘을 정도로 3점 슛은 핵심 득점 루트로 부상했다.15 연봉 순위를 살펴보면 이런 변화가 더욱 눈에 띈다. 1990년대엔 연봉 톱10 중 8명이 센터였던 반면 현재는 톱10 내 센터가 단 한 명도 없다.16 스테판 커리나 제임스 하든 같은 장거리 슈터들이 NBA의 새로운 주류 세력으로 떠오르며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이것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만들어진 다분히 의도적인 변화다.

지금은 NBA 선수들에게 필수적 옵션으로 여겨지는 3점 슛은 사실 1970∼80년대에 NBA에 처음 도입된 슛으로 2000년대까지만 해도 3점 슛은 ‘잘하면 좋지만 못해도 그만인’ 옵션 정도로 여겨졌다. 센터는 물론이고 포워드 중에서도 3점 슛 옵션이 없는 선수들이 많았고, 가드 중에서도 3점 슛을 옵션으로 갖춘 선수들은 많았지만, 3점 슛이 주력인 선수는 거의 없었다. 3점 슛은 “들어가면 좋지만 기본적으로 성공률이 낮은 슛이기 때문에 많이 던지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오히려 3점 슛을 많이 시도하면 공을 ‘난사’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NBA에 데이터 기반으로 경기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증가하면서 ‘기대 득점으로 보면 2점 슛보다 3점 슛이 더 효율적인 슛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겼고, 3점 슛 성공률이 34% 이상이 되도록 선수들을 훈련할 수 있으면 2점 슛을 50%의 확률로 넣는 것보다 기대 점수가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기대 점수=3×34%>2×50%). 이론적으로는 득점 확률을 가장 높이기 위해서는 골 밑에서 던지는 레이업슛과 덩크슛을 제외하면 모든 슛을 3점 슛으로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주요 득점 루트였던 2점 슛을 포기하고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은 3점 슛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2점 슛 기회마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전술이었다. 데이터 분석으로 나온 결과가 기존의 관행과 상반되는 방향을 가리킬 때 NBA의 데이터 긱(geek)들은 어떻게 상황을 돌파해 나갔을까?

2014∼15년 ‘르노 빅혼스 실험(Reno Bighorns Experiment)’은 초창기 NBA 데이터 긱들의 집념과 괴짜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17 2014년 딘 올리버가 새크라멘토 킹스에 재직하던 시절, 그는 구단의 D-리그팀인 르노 빅혼스를 킹스의 다양한 전술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테스팅 그라운드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한다. 데이터 분석으로 나온 전술을 D-리그팀18 에서 먼저 증명해 보고, 적절히 수정과 보완을 거쳐 킹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구단주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딘 올리버는 아이오와주의 한 작은 대학교 농구부의 수석 코치인 데이비드 아르스노를 빅혼스의 헤드코치로 영입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아르스노의 팀은 당시 정신없이 경기를 몰아붙여 쉴 새 없이 레이업슛과 3점 슛만 던지는 실험적인 전술로 대학 농구부 사이에서 잠시 화제가 된 팀이었지만 전혀 인지도가 없는 작은 팀이었고 아르스노도 프로 농구 경험이 없는 28세 파트타임 코치에 불과했다. 지방 소도시의 무명 코치가 가져온 낯선 전술에 적응하지 못한 빅혼스의 선수들은 실험 첫해인 2014년, 2015년 최악의 성적으로 험난한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딘 올리버의 뚝심 있는 지원하에 이뤄진 지속적인 훈련과 프로팀 경기를 고려한 전술 보완을 통해 빅혼스는 바로 다음 시즌 서부 콘퍼런스를 1등으로 마무리했다. 빅혼스 실험은 극단적이고 어수선한 전술로 당시 많은 농구인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NBA 팀들의 과거 대비 현저히 빠른 속도의 포지션이 불분명한, ‘2점 슛 대신 3점 슛’ 방식의 플레이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또한 빅혼스 실험을 벤치마킹해 지금도 NBA의 많은 팀이 리그 소속의 G-리그팀을 전술 실험을 위한 테스팅 그라운드로 활용하고 있다. 빅혼스 실험은 기존의 관행과 상반되는 데이터 분석 기반의 전략을 입증하고 이에 대한 조직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살아 있는 실험실까지 만든 초기 개척자들의 과감한 실행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직 내 어떤 변화를 시도하든 저항하는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가장 ‘빠른 승리(Quick-win)’가 가능한 곳을 선별해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 조직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저항을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

7. 변화에 대한 저항

1) 변화를 원치 않는 사람이 변화에 민감

천부적 재능, 직관, 열정, 감동 드라마….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스포츠에서 기대하는 것들은 마치 데이터 분석과 반의어 같은 느낌을 준다. 선수단, 코치진, 팬들, 언론 등 NBA의 여러 구성원이 데이터 분석에 반감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스타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농구는 데이터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천부적 재능(Innate Talent)’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또 데이터 분석은 숫자로 정량화할 수 없는 선수들의 본능적 직감, 열정, 투혼 의지 등의 감정적 요소를 반영하지 못한 로봇공학으로 여겨졌다. 르브론 제임스, 찰스 바클리, 케빈 듀란트, 브래들리 빌, 코비 브라이언트 등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두 데이터 애널리틱스의 확산을 우려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적이 있다. 특히 찰스 바클리는 모리볼을 “재능으로는 농구에 낄 수 없는 바보들이 농구 경기에 개입하려고 만든 쓰레기 같은 헛소리”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19 이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자신의 직관, 또는 사업적 감각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는 기업의 CEO들이나 임원들 사이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2) 기존 성공 방정식이 새로운 시스템의 장애물

데이터가 경기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이는 비단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자신의 직관에 따라 코칭 결정을 해 온 일부 감독과 코치들도 데이터 분석을 자신들의 방식에 대한 도전, 또는 쓸모없는 조언으로 여기며 무시했다. 2014∼16년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감독을 맡은 바이런 스콧은 당시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강하게 거부한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힌다. 레이커스 선수 출신이기도 한 그는 “데이터팀이 갖고 온 내용을 듣기는 하지만 의사결정에 반영을 하진 않는다”며 자신은 예전부터 하던(old school) 방식을 고수한다고 입장을 밝혔다.20 2000년대 초반 뉴저지 네츠(지금의 브루클린 네츠)를 두 번이나 결승으로 이끌고, 2008년 뉴올리언스 호니츠(지금의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감독 시절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실력파 감독이었기에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스템이 더 효율적인 업무 방식과 더 나은 경영 성과를 약속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사용해 온 오래된 시스템과 관행적 습관을 극복하는 것이 변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3) 현장 경험 없는 분석은 어설픈 숫자 놀이

NBA에서 데이터분석가들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통계학, 수학, 컴퓨터공학 등 예전엔 NBA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분야의 전공자들이 데이터 분석 내용을 들고 선수들과 코치진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력을 지닌 인재들이었지만 현장 경험이 없는 데이터팀 인력은 실제 코트에서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자신들의 분석이 코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다차원적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분석이 제대로 이뤄진 경우에도 이를 코치진과 선수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야말로 통역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데이터팀의 개입이 늘어날수록 선수들 사이에서도 농구 경험이 없는 데이터분석가들이 자신들의 플레이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졌다.21 데이터팀의 분석 내용이 그들에게는 농구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사람들이 갖고 온 어설픈 숫자 놀이로 느껴졌던 것이다. 디지털 조직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현장에서는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심해지는 것은 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8. 데이터 문화의 안착

1) 성공 사례를 통한 검증

경영 환경에서도 그러하듯 새로운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회의론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성공 사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규 시즌에만 25주에 82경기를 치르는 NBA는 일반 기업보다는 확실한 승패로 성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연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유리함이 있었다. 팀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역량도 경기마다 새롭게 평가된다. NBA 데이터 애널리틱스의 성공 신화로 여겨지는 휴스턴 로케츠 사례 외에도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가 스티브 커 감독의 지휘 아래, 데이터 기반의 전략을 적극 활용해 2015, 2017, 2018년 총 3번의 NBA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데이터 분석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팀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팀 성적뿐만 아니라 선수 차원에서도 데이터의 효과가 검증됐다. 2017∼18 MVP 제임스 하든은 모리볼이 낳은 가장 대표적인 스타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NBA의 최정상 자리에 있는 스테픈 커리 역시 천부적인 재능과 데이터 애널리틱스가 만나 만들어진 농구 역사상 최고의 슈팅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22

반면 우연의 일치인지 앞서 언급한 바이런 스콧 감독의 경우 데이터 분석 기반의 경기 전략이 확대된 2010년 이후로는 지도하는 팀들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레이커스 역시 스콧이 지도하던 2014~16년 사이에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얻었고 결국 스콧은 2016년에 경질되면서 NBA에서의 커리어를 종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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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이터팀과 현장의 가교 인력 투입

데이터팀과 현장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NBA가 선택한 방법은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현장에서 데이터에 대한 거부가 특히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는 2015년 데이터팀에 현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포지션을 새로 만들고 팀의 어시스턴트 코치인 클레이 모저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23 새크라멘토 킹스 역시 2015년 댈러스 매버릭스의 어시스턴트 코치 출신인 롤런드 비치를 애널리틱스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24 더 나아가 토론토 랩터스는 2022년 NBA 최초로 데이터 애널리스트 출신의 에릭 커리를 팀의 헤드 코치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결정을 내렸다.25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데이터팀을 만들고 외부에서 우수한 데이터 인력을 다수 영입한다고 해서 조직이 데이터 역량이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데이터 분석이 기업에서 제대로 효용을 갖기 위해서는 데이터팀 내에도 산업 전문성과 현장의 경험이 심어져야 한다. 반대로 현장 인력들에게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리터러시(Literacy)와 데이터 기반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심어 줘야 한다.

3) 데이터를 모두의 문화로 만들다

NBA가 데이터 기반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리그 차원에서 추진한 중요한 이니셔티브 중 하나는 NBA 경기에 관한 사실상 모든 데이터를 대중에게 오픈해 팬들이 이를 마음껏 분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한 일이었다. 데이터를 리그의 전유물로 만들지 않고, 팬들이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토이(Toy)’로 만들어 NBA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증가시키는 전략이다. NBA는 2013년 오픈한 NBA Stuffer라는 공식 기록 관리 사이트를 통해 모든 팀과 선수들에 대한 세부적인 데이터인 NBA Stats 자료를 대중에게 모두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원래 내부 데이터 관리 툴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애덤 실버 총재의 제안으로 대중들을 위한 공개 웹사이트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NBA는 데이터 공개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NBA 해커톤 콘퍼런스’를 열어 학생, 통계학자, 개발자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각자가 분석한 내용을 토론할 수 있게 하고, NBA는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 리그 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제 NBA 팬들에게 농구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농구’가 아닌 데이터 분석가가 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농구’가 된 것이다.

9. 균형을 찾는 시기

1) 분석과 직관의 균형

데이터 기반의 사고에 대해 흔히들 갖는 오해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직관과 주관적 판단이 아예 배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주관적 편향을 경계해야 하듯이 데이터 분석의 결과 역시 인간의 직관으로 그 적절성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과한 데이터 의존주의로 현실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결정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NBA에서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로드 매니지먼트(Load management)’ 문제다.26 여기서 ‘로드’란 선수들이 경기나 훈련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 부담을 뜻하는 용어로 로드 매니지먼트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부상 예방을 위해 촬영 툴로 얻은 선수들의 세부 동작 데이터와 웨어러블 장치에서 얻은 바이오 데이터를 활용해 피로도 높은 선수들을 휴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감독의 판단하에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선수들을 컨디션 관리 목적으로 벤치에 앉히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를 데이터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2015∼16년 선수들의 벤칭 수가 과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인기 선수들의 잦은 결장으로 팬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리그에서도 경기 흥행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다. 하지만 일부 구단에서는 오히려 신체적 데이터를 넘어 정신적 스트레스 레벨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결국 데이터 기반의 팀 운영을 적극 지지했던 NBA의 애덤 실버 총재마저도 일부 팀의 과한 로드 매니지먼트를 강하게 경고하며 건강한 선수들을 불충분한 이유로 경기에서 쉬게 하는 팀에 최소 10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로드 매니지먼트의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리그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기준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2) 사고의 자발성 상실 위험

데이터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과 이를 위한 자동화된 솔루션 사용이 증가하면서 알고리즘적 업무 프로세스로 인해 조직원들의 자발적 사고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BA에서도 데이터 분석 기반의 경기 전략을 선수들에게 강하게 강요하면서 경기 중 선수들의 상황적 판단에 의한 자발적 슛 결정 권한이 과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증가하고 있다. NBA 대스타 르브런 제임스는 사실 2011∼12년 챔피언십 전까지는 ‘재능은 출중하지만 승리에는 약한 선수(gifted loser)’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가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반의 훈련을 통해 지금의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임스조차 경기 중에 선수가 최적의 슛이라고 생각이 되면 수학에 상관없이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반의 전술을 선수들에게 과하게 강요하는 분위기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27

3) 데이터 윤리의 고민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8000만여 명의 데이터가 불법으로 수집돼 정치 목적으로 활용되는 등 데이터 활용의 증가와 함께 이를 남용하는 사건들도 증가하면서 데이터 윤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NBA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로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의 신체적 활동 및 컨디션까지 모니터링하게 되면서 선수들의 개인 생활에 대한 과한 모니터링 및 프라이버시 침해가 논란이 됐다. 특히 ‘Athletes biometric data(ABD)’로 불리는 선수들의 바이오 데이터는 의료 목적이 아닌 정보로, 미국에서 개인들의 의료 정보 유출을 규제하는 기존의 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보 유출 및 남용에 대한 우려로 웨어러블 기기 착용을 거부하는 선수들도 늘어났다. 유명 선수들의 정보가 외부에 유출돼 대중에게 공개될 가능성뿐만 아니라 로스터 구성이나 계약 협상 시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 착용을 둘러싼 선수와 구단 간 갈등이 잦아지자 결국 2017년 NBA와 선수협회 간 단체 교섭 계약인 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에 웨어러블 기기 관련 조항이 추가돼 1) 경기 중 웨어러블 데이터 수집 금지 2) 계약 협상 시 웨어러블 데이터 사용 금지 3) 선수와 사전 협의되지 않은 목적의 웨어러블 기기 및 데이터 수집 금지 등의 조항과 이를 위반하는 구단에 대한 2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마련됐다.28 하지만 여전히 구단이 규제를 피해 데이터를 남용할 가능성이 크며 벌금이 계약 협상에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사용해 아낄 수 있는 연봉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효과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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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끝없는 혁신의 단맛 즐기는 NBA

지난 10년간 성공적인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의 역사를 만든 NBA는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여전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솔루션 도입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 데이터 솔루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NBA가 보여주듯 혁신의 체계가 갖춰지면 연속된 혁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생긴다. 즉, 데이터 기반 혁신은 만들기가 어렵지만 한 번 구축되면 무궁한 확장성을 가진다는 것이 큰 핵심이다. 이는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결코 향유할 수 없는 소득일 것이다.

2022년 7월, NBA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의 힘을 빌려 완전히 새로운 팬 경험이 가능한 앱 ‘NBA: Live Games & Scores’를 출시한다. 이 앱은 지난 10년간의 데이터 기반 혁신의 산물로 데이터에 대한 선수, 코치, 팬, NBA 운영진 모두의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요 기능은 첫째,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경험 제공으로 팬들이 게임에 참여하며 그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각 팬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둘째, 머신러닝을 활용해 게임의 결과를 예측하고 팬들에게 해당 결과에 따른 추가 정보나 콘텐츠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팬 참여 강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 팬들은 게임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게임 중에 발생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참여한다. 이를 통해 팬들은 게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모두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이 십수 년간 쌓이면서 만들어진 인프라와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을 만드는 긴 여행을 시작한 국내 기업들에 NBA가 지난 10년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얻은 변화 관리 전략의 노하우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 강양석 | 딥스킬 대표

    강양석 대표는 대표는 딜로이트컨설팅 전략팀장, 글로벌 1억 명 사용자 비즈니스 플랫폼의 최고전략임원(CSO), 인공지능 서비스 상장사 최고운영임원(COO)을 거친 경영자 출신 데이터 전략가이다. 현재 딥스킬(deepskill.io)의 대표로 강의, 출판, 컨설팅을 통해 데이터 사고력(Soft skill)과 툴을 다루는 힘(Hard skill)의 균형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KT그룹, 현대자동차그룹, KB금융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및 데이터 관련 강의를 했다. 2021년 국가인재원 데이터 리터러시 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2022년 행정안전부 장관상(데이터 사고력 공적 인정)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데이터로 말하라(2015)』, 국회도서관 추천 도서인 『데이터 리터러시(2021)』가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stephen.kang@deepskil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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