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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 LG화학은 조직문화를 어떻게 피버팅했나

강점을 더 강하게 하는 ‘THE 좋은 회사’
스마트워크로 소통 늘리며 화학적 융합 시도

권혜진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LG화학은 사업 확장에 따라 늘어난 MZ세대, 글로벌 인재에게 소구할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해 ‘조직문화 피버팅(pivoting)’을 진행했다. 6500여 명에 달하는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업무 시간에 30%를 할애하는 보고 및 회의 문화를 간소화하고,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했으며, 글로벌 인재와의 업무 편리성을 증진했다. ‘스피크 업 테이블(Speak Up Table)’ 등 쌍방향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했다. 이 모든 과정을 경영진을 비롯한 리더들이 주도하며 캠페인 차원을 넘어 실제 구성원들이 만족하는 조직문화 개선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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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는 독자 여러분들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케이스 스터디 형태로 직접 기고할 수 있는 ‘DBR 브리프 케이스(DBR Brief-Case)’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원고는 dbr@donga.com 으로 보내주시면 심사 및 편집진의 윤문을 거쳐 DBR에 게재됩니다. DBR 독자들과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나누면서 국내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본 코너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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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문화의 아침 식사거리밖에 안 된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조직문화를 정비하는 것은 성장 가도를 달리던 2019년 당시의 LG화학에도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제로 느껴졌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의 안정성과 전지(현 LG에너지솔루션), 첨단 소재, 생명과학 등 신사업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미국 화학 전문 잡지 C&EN(Chemical&Engineering News)이 선정한 글로벌 톱 10에 국내 기업 최초로 진입했고, (현재 7위),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2019년 2월에는 영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브랜드 가치 4위의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선정했고, 국내 시가총액 3위로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LG그룹의 모기업으로 1947년 창립된 LG화학은 7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듯 고유의 기업 문화를 갖고 있었다. LG그룹 고유의 경영 철학인 ‘LG Way’의 실천 정도를 점검하는 ‘LG Way Survey’ 분석 결과, LG화학의 문화적 특징은 △일사불란하고 강한 실행력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미래 성장 동력 △인화와 인간 존중의 경영을 바탕으로 한 구성원 간 상호 존중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LG화학을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동력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강한 실행력은 내부 중심의 사고와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개와 본부별 책임 경영은 조직 간 사일로 현상의 심화로, 상호존중의 문화는 온정주의라는 그림자로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사업이 급격히 성장한 것만큼 조직의 면모도 크게 달라졌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만큼 MZ세대와 글로벌 인재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실제 조직의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MZ세대와 경력 직원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사업의 비중이 높아지자 17개국 59개의 지사에 걸쳐 해외 임직원 수가 1만6000명에 육박하게 됐다.

높은 성장세 속에서 흔들림 없이 회사를 지탱해줄 구심점으로써 MZ세대와 글로벌 인재가 선망할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일은 큰 화두로 떠올랐다. 2019년 신학철 부회장 취임 직후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4대 이니셔티브에도 글로벌과 조직문화가 포함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LG화학은 2019년부터 대대적인 조직문화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약 2년이 지난 현재, 가시화되는 성과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조직문화 관련 서베이 점수가 2020년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반전했고, 2021년에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LG화학이 지인들에게 직장으로 추천할 만한 기업인지 묻는 문항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한 구성원도 2019년 대비 4%p 상승해 77%를 기록했다. 이직 의향을 밝힌 인원 역시 2020년 대비 2%p가량 줄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도 전년도에 비해 크게 향상돼 80% 이상의 구성원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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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조직문화 피버팅(pivoting)

이처럼 조직문화 개선이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의 만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는 한 집단의 정신적, 물질적인 모든 역사가 응축돼 만들어진 것인 만큼 단기간에 강제로 바꾸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LG화학이 선택한 조직문화 피버팅(pivoting)의 방향성은 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 조직문화의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실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본질적인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실리콘밸리식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따라 사무실을 꾸미고 직원 모두가 청바지를 입는다고 조직문화가 바뀌지는 않는다. 근본적인 변화는 평범하고 느려 보일지라도 꾸준한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조직문화 피버팅을 이끈 ‘철학’이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LG화학은 ‘조직문화 개발 프레임워크’를 세우고, 조직에 맞는 비전과 핵심 가치를 수립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철저한 실행, 리더십, 일하는 방식, 제도 및 시스템의 변화가 모두 함께 맞물리는 실질적이고 확실한 변화를 실천해 나갔다.

‘화학’을 넘어 ‘과학’으로

조직문화 피버팅의 첫 작업은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는 일이었다. 조직문화, 경영 전략, 홍보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비전 수립 태스크포스(TF)’를 2019년 구성했다. TF의 명칭과 달리 핵심 역할은 ‘수립’이 아닌 ‘소통’에 있었다. 경영진의 지시로 구성된 소규모의 조직이 그럴싸한 비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의 참여와 목소리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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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2006년 수립한 ‘Solution Partner’라는 비전 체계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석유화학 외에 전지, 첨단 소재, 생명과학 등으로 성장축을 넓혔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흐름 속에서 회사를 둘러싼 경영 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했다. 이해관계자 역시 더욱 다양해지며 이들에게 기대받는 회사의 정체성과 제공해야 할 가치 역시 달라졌다. 화학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해진 것이다.

실제 조직에서 작동하는 비전을 만들기 위해 먼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경영진 및 구성원의 공감을 얻고 이상적인 조직문화의 모습과 현실의 괴리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시돼야 했다. 이에 TF팀은 6500여 명에 달하는 전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십여 개의 고객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원협의체, 경영진, 노동조합 대표와의 연이은 토론 등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또한 좀 더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해외법인에서 현지 채용한 직원들의 의견을 더욱 강하게 반영하는 한편 비전 수립 과정부터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소통과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몰입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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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력 끝에 2019년 5월7일,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를 통해 ‘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라는 새 비전이 선포됐다. 석유화학 중심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뛰어넘고 글로벌 화학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더 나은 미래(better future)’는 이윤 창출을 넘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인류의 삶에 기여하겠다는 회사의 정체성을 담은 표현이다.

하지만 새로운 비전은 구호나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비전을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기반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비전 스토리북’을 제작, 배포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강조해 새 비전의 핵심 가치와 요소들을 픽토그램으로 구성한 자료다. 또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명함 등 다양한 굿즈를 활용해 업무 중 자연스럽게 비전을 노출했다.

조직문화는 ‘일’이 돌아가는 방식

1. 장표 없애고 이메일로 보고해

새로 수립한 비전이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 일하는 방식, 리더십, 시스템과 제도/업무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 가운데 보고와 회의는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가 이뤄질 때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단골 주제다.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고와 회의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조직문화를 본질적으로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LG화학 임직원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보고와 회의에 사용하는 시간이 전체 업무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른 피로 또한 높은 상황이었다. 특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는 회의와 보고 등 형식을 강조하는 레드테이프 현상을 공감하기 어렵고 불필요한 것으로 이해했다. 심각성을 느낀 경영진은 논의를 통해 보고/회의 가이드를 직접 만들어 배포했다. 리더가 구체적으로 구성원들이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정해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자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쏟는 일을 예방하도록 했다. 이메일 보고를 장려하고, 데이터는 재가공 없이 시스템 화면을 캡처해 사용하는 등 임직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통점)으로 지적된 점들을 세심하게 반영했다. 무엇보다 경영진이 이러한 가이드를 직접 만들어 보고/회의에 적용한 점이 파급력을 높였다.

2. 솔선수범해 변화를 이끄는 리더

대부분의 기업은 조직문화팀을 구성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진이 조직문화에 관심은 있으나 바쁘니 조직문화팀을 만들고 “잘 변화시켜보세요”라고 미루는 용도로 쓰기 위해서다. 이러한 경우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리더로부터 시작해서 리더의 솔선수범으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화학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경영진부터 조직문화 변화를 필수 과제로 인지하고 독려했다. 신 부회장은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자질을 강조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며 변화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리더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솔선수범해 팀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나 변화에 LG화학 경영진이 가장 먼저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예컨대 CEO와 본부장들이 토크쇼 형식으로 직원들 앞에서 새로운 비전 수립의 이유와 과정을 설명했고, 각 조직의 리더가 직접 강사 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돼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비전 및 핵심 가치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실천을 위한 그라운드룰을 작성했다. 보고/회의 문화가 경영진 주도로 개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고자 2021년 9월부터는 국내 임원 총 99명에게 구성원 성장 지원을 위한 강사, 조언자, 멘토 역할을 부여할 예정이다. 경력이 풍부한 임원들이 임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경력 개발 조언자 역할을 하고, 해외 주재원 경험이 있는 임원은 지역전문가 과정의 강사를 맡는 식이다. 또 사원, 선임급 MZ세대와 임원이 서로에게 멘토가 되는 ‘코-멘토링(Co-Mentoring)’ 프로그램도 운영해 세대와 직급을 넘나드는 소통의 기회도 늘려갈 계획이다.

3. 편리함은 늘리고 장벽은 줄이는 스마트워크

조직문화의 변화는 제도 및 시스템의 변화가 수반되고 그것이 실행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갖춰질 때 진정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LG화학은 효과적인 보고/회의 가이드를 수립한 것과 동시에 협업 툴 ‘팀즈(Teams)’ 등을 도입해 스마크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혁신의 토대를 다졌다. 팬데믹 이전부터 스마트워크는 신속과 효율을 강조하고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와 해외에서 일하는 글로벌 인재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업무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의 회사에서 스마트워크를 전폭적으로 도입한 사례는 드물뿐더러 성공 사례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LG화학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주요 대상을 ‘리더’로 정의하고 리더의 인식 변화를 가장 먼저 이끌었다. 경영진에게 모바일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화상 업무가 낯선 이들에게 일대일로 사용법을 코칭했다. IT 기기와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경영진이 문서가 아닌 태블릿을 통해 보고를 받는 모습은 구성원들에게는 가시적인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진이 스마트워크 툴을 활용해 직접 보고를 받으니 자연스럽게 아래의 리더들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후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마트워크는 LG화학이 일상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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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을 해도 안전한 조직

시대에 따라 방법은 변해도 조직문화의 핵심은 언제나 ‘소통’이다. 일상적 소통도 그 방식이나 수단이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소통 방식 역시 바뀌어야 업무 방식과 환경도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제조 기업의 특징인 ‘상명하복’과 ‘일사불란한 의사결정 체계’는 효율적인 조직 운영 및 안전 사고 예방 등의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것은 틀림 없다. 그러나 경직된 분위기, 일방적인 정보 전달, 하향식 소통 등으로는 구성원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조직의 성장 역시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강한 실행력이라는 LG화학의 기존 장점은 살리면서 구성원들이 쌍방향으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LG화학은 자유롭게 소통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CEO와 15∼20명의 임직원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스피크 업 테이블(Speak Up Table)’은 임직원의 좋은 호응을 얻어 본부장, 사업부장, CEO 주관 행사로도 확대됐다.

“이러한 제도나 방향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저 같은 일반 직원들은 부회장님보다 회사를 오래 다닙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방향이 있다 해도 일회성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 CEO 스피크 업 테이블에서 한 직원의 발언

CEO인 신 부회장이 주관하는 ‘CEO 스피크 업 테이블’ 자리에는 사전에 준비된 질문이나 답변이 존재하지 않는다. CEO는 어떤 질문이 나와도 질문의 이유를 묻거나 질문 자체를 평가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한다. 또 여기서 있었던 발언 내용과 발언자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 발언 자체를 비밀로 보장한다. CEO와 참여 임직원 외에 운영 실무자 한 명만 참석하는 자리다. 실무자는 미팅 종료 후 참석자들의 제안 가운데 조치가 필요한 내용을 관련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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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력들이 입소문이 나며 소통 문화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스피크업 테이블에서도 그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형식적인 질문들이 사라졌다. 반대로 조금 엉뚱해 보이거나 민감하고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질문들까지 거침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어떤 말을 해도 이 조직에서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 결과 복장 자율화, 신규 메일링 시스템 도입, 회사 내 다른 직무로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잡포스팅(Job Posting) 제도 신설 등과 같은 개선 활동이 실제로 일어났다. 다양한 스마트워크 툴을 도입하자는 의견 역시 스피크 업 테이블에서 처음 제안됐다. CEO 스피크 업 테이블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영상회의로 전환돼 운영되면서 오히려 참석 대상이나 지역, 인원의 제한이 사라졌다.

조직문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서너 개의 간단한 문항으로 구성된 ‘펄스 서베이(Pulse Survey)’도 월 1∼2회가량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관식을 통해 조직문화 실천의 우수 사례도 함께 제보받고 있는데 최대 400건의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긍정적 반응은 물론 부정적 반응들까지 전사 게시판을 통해 알려진다. 이러한 사례들은 다시 구성원에게 공유돼 긍정적 조직문화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조사 및 쌍방향 소통의 결과는 단순히 현상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리더에게 실질적 변화를 촉구하는 근거가 되며, 개선 사항들이 철저히 실행되도록 관리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리더들이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을 하도록 평가 요소에 핵심 가치 실천 관련 항목을 추가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수시로 확인해 리더에게 알림으로써 지속적인 실천을 독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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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좋은 회사를 넘어 ‘THE 좋은 회사’를 향해

LG화학의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더 변화할 여지는 많이 남아 있기에 완성형이라 할 수는 없다. 변화를 좀 더 촉진하기 위해 올해 초에는 새로운 직원가치제안(EVP, Employee Value Proposition)으로 ‘THE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외부 타깃 인재 및 MZ세대를 포함한 내부 구성원들의 직장 선택 기준을 조사한 결과, 금전적인 보상 경쟁력과 더불어 개인의 성장 기회 제공, 회사의 미래 성장성, 조직문화 등 비금전적 요소 또한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깨닫고 중점 추진 과제로 △보상 경쟁력 △회사와 함께 성장 △역동적 조직문화를 꼽았다.

보상 경쟁력의 핵심인 공정한 평가를 구현하기 위해 평가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리더의 피드백 역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중간 점검과 연말 평가만으로 이뤄지던 성과 관리가 네 번의 수시 성과 관리로 바뀌며 리더의 부담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리더들 역시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기에 효과적인 피드백 스킬을 쌓기 위해 교육이나 코칭을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구성원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올해 3월부터 강점 진단을 통한 경력개발계획(CDP, Career Development Program)을 도입했다. 특히 일의 의미와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개인의 성장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MZ세대에게 호응이 크다. 구성원들이 직접 경력개발계획을 세우고, 리더와 함께 성장 계획을 이야기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으로 구성원의 35%가 자발적으로 신청했는데 전체 신청자 중 85%가 MZ세대로 나타났다.

현재는 직원 1만7000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 끊임없이 구성원들의 제안을 수렴하고, 경영진의 의지를 담아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여정을 시작한 것은 그 노력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제조 기업의 실행력과 성실함이라는 기존의 자산을 변화의 장애물이 아닌 구심점으로 삼아 조직과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노력이 100년 기업으로 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권혜진 LG화학 인재육성담당 상무 jeankwon@lgchem.com
필자는 현재 LG화학에서 인재 육성 업무를 맞고 있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조직 커뮤니케이션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윌리스 타워스왓슨 인사 컨설턴트, 코카콜라 보틀링 조직문화 팀장, 램리서치 한국 인사부장, 마이크로소프트 싱가포르 및 동남아 지역 인사 총괄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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