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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신뢰

조직제도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응급환자가 근처의 병원을 믿듯…

강우란 | 149호 (2014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HR

 

조직 신뢰(organizational trust)의 필요성

: 조직 신뢰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대방과 큰 부담 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무형의 신임장(credential)을 제공

고신뢰(high-trust) 조직과 저신뢰(low-trust) 조직의 특징

: 고신뢰 조직 - 솔직한 커뮤니케이션과 협력. 활기와 에너지. 생산적 긴장

: 저신뢰 조직 - 방어적/폐쇄적 문화. 진실 은폐/왜곡. 비생산적 긴장

제도 기반 신뢰(institution-based trust) 확립의 중요성

: 회사에서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던 사람과도 처음 몇 분간의 인사와 통성명 후 곧바로 협업에 착수할 수 있는 이유는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를 신뢰하기 때문. 신뢰성 있는 제도를 통해 협력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제도 기반 신뢰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중요

 

 

신뢰(trust)는 우리가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상 용어이면서 학술적으로도 활발히 연구되는 개념이다. 기업들은 조직 내 신뢰를 강조하고 또 증진 방안을 강구해 왔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실 신뢰는 조직 관리에 있어 경영자가 자칫 오해하거나 착각하기 쉬운 측면이다. 일상 용어로서의 신뢰가그 자체로서 바람직하고 좋은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따라서 당위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신뢰에 대한 오해는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근간을 약화시킨다. 이 글에서는 신뢰의 실용 영역과 이론 영역을 연결시켜 보고자 한다. 이론과 실용의 접목이 경영 현장의 조직 신뢰 구축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신뢰의 필요성

 

① 생산성을 높인다

 

조직 신뢰(organizational trust)는 조직 내 구성원 간 신뢰와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말한다. 기업조직일 경우 동료 간 신뢰, 상하 간 신뢰, 회사(또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포함한다.

 

조직 신뢰의 필요성은 일견 자명해 보인다. “조직에서 신뢰가 왜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의 일반적인 반응은 아마도신뢰가 없으면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겠어요정도의 반문일 것이다. 이는 역으로신뢰가 있으면 같이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한 번 더 질문해 보자. 신뢰가 어떤 기능을 하길래 조직 내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까? 조직 신뢰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대방과 큰 부담 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단서(clue), 또는 무형의 신임장(credential)을 제공한다. Coase Williamson 같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이 회사 안에서의 협력은 시장에서의 계약에 비해 정보 탐색이나 신용 확인에 수반되는 거래 비용이 더 낮고 효율적이다. , 조직 신뢰는 회사의 효율성, 혹은 생산성을 담보해 주는 윤활유라 할 수 있다.

 

이른바 고신뢰 조직(high-trust organization)은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이 활성화됨에 따라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구성원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일하며 혹시 긴장할 경우라도 그것은 생산적 긴장, , 이견에 대한 솔직한 논쟁이나 시장 상황에 대한 적응 때문에 일어나는 긴장이다. 반면 저신뢰 조직(low-trust organization)은 실수의 원인을 찾아내 고치기보다는 실수한 사람이 누구인지 색출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 구성원들 간 또는 구성원과 회사 간 관계에서 서로가 매우 방어적이어서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나 협력이 잘 안 된다. 두려움이나 좌절이 빈번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회사 생활을 대과(大過) 없이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고신뢰 조직에서는 정보를 나눌수록 영향력이 높아지지만 저신뢰 조직에서는 정보를 숨겨둘수록 권력이 커진다.두 조직의 특징을 대비해 보면 신뢰가 얼마나 큰 생산성 차이를 가져다 주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 1)

 

② 혁신 성과 창출을 돕는다

 

근자에 와서 신뢰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이유는 혁신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신뢰를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혁신과 창의성을 결정하는 것은 대개 시간, 리스크, 보상, 도전, 논쟁, 자유와 같은 요인들이다.1  이들은 하나같이 신뢰와 불가분의 관계여서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충분히 제공될 수 없는 성격을 가진다. 예를 들어 시간 요인의 경우 혁신적 성과를 내려면 출퇴근 유연성(flexibility)이나 실험 시간에 대한 재량권 등이 필요한데 구성원들이 이러한 자율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없이는 회사가 이를 제공하기 어렵다.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위험 감수는 혁신에 반드시 필요하나 실패해도 회사가 용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없다면 조직원들 입장에선 무리해서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을 게 뻔하다. 이렇듯 신뢰는 혁신 성과 결정 요인들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혁신 성과를 갈구하는 기업으로서는 조직 신뢰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신뢰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했지만 혁신에서도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혁신 조직의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은 생산성이 지상과제인 조직의 그것과는 구별된다. 첫째, 혁신 조직의 경우 자연발생성(spontaneity)이 높다. 프로세스가 확립돼 있지 않은 경우가 빈번해 상황적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협력한다. 둘째, 효율성이 낮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더 들고 최적의 협력 방식을 찾는 데도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한다. 셋째, 범위가 넓다. 보유하고 있는 지식 이상을 탐색해야 하기 때문에 부서 내 커뮤니케이션이나 협력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종종 회사 경계도 넘어서는 시도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의 차이로 인해 요구되는 신뢰도 달라진다. 혁신 성과 창출에 필요한 신뢰는 쌍방향이고, 수평적이며, 게다가 요구사항이 많다(demanding).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이라면 신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③ 신뢰의 기타 기능들

 

신뢰는 효율과 혁신성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높은 신뢰는 관리감독(supervision)을 대체하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 업무 관련 의사소통이 많아지고 위계의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조도 가벼워지고 생산적이 된다. 이를 신뢰의 사회성 증가(increase in sociability) 기능이라고 한다.2  신뢰는 자신의 직무 반경을 넘어서서 도움을 제공하는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을 촉발시키기 때문에 자연히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한결 쉽게 해 준다.

 

마치 정반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신뢰가 가지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조직의 권위를 존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 신뢰 또는 최고경영진 신뢰가 높을 경우 굳이 위계나 감독 없이도 구성원들은 회사가 허용하는 범위와 불허하는 행동을 정확히 구분,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준법감시(compliance)에 대한 수시 점검 없이도 직원을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글로벌 경영에서 특히 유용한데 법 준수 수준과 상()관행이 천차만별인 국가들에서 사업하면서 다양한 환경을 모두 관리로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혁신에 필요한 신뢰는 이전에 비해 쌍방향이고 수평적이며 요구사항이 많다.

기업들은 혁신형 신뢰를 수용하기 위한 조직 운영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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